패션은 Y2K, 음악은 X세대…세대 통합 리메이크 대세[허지영의 케잇슈]
자유인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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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9 01:49
라이즈 '응급실' 샘플링곡 큰 인기
에스파 '시대유감' 리메이크 '신선'
1990~2000년대 소환으로 익숙함·신선함 잡아[서울경제]
요즘 가요계에는 무슨 이슈가 있을까? 가요 담당 허지영 기자가 친절하게 읽어드립니다.
지난해 패션 유행의 선두가 Y2K였다면, 올해는 가요 트렌드가 ‘X세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이미 가요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레트로' 비트에서 나아가 2000년대 초반 멜로디를 가져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리메이크와 샘플링은 흔한 기법이지만, 최근 들어서 1990~2000년대 곡이 많이 소환되고 있다는 점, 클래식 등 연주곡에 한정됐던 샘플링의 범위가 2000년대에 발표된 가요로 넓어졌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멜로디에 새로움을 한 스푼 얹은 곡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고 있다.
리메이크곡은 기존에 발표된 원곡 전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끔 편곡한 후 다른 아티스트가 다시 녹음하는 작업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샘플링은 기존 곡의 멜로디, 반주, 가사 등 일부분을 재가공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곡 전체를 가져오는 리메이크와는 구별된다. 곡 제목에서도 리메이크는 원곡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오지만, 샘플링한 곡은 달라진 주제와 분위기 등에 맞춰 조금씩 변주된다.
라이즈 'Love 119' 콘셉트 포토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 바보야 진짜 아니야'의 변신...풋풋한 '응급실'이라니 = 샘플링 곡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아티스트는 신인 보이그룹 라이즈다. 라이즈는 지난 5일 신곡 'Love 119'을 발표했다. 이 곡은 밴드 이지(izi)가 지난 2005년 KBS 드라마 '쾌걸춘향' OST로 발표한 곡 '응급실'을 샘플링한 곡이다.
곡에서 원곡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도입부에 페이드 아웃되는 '괜한 자존심 때문에 끝내자고 말을 해버린거야' 두 소절뿐이다. 라이즈의 발랄한 래핑과 비트감 있는 드럼 라인이 더해져 애절한 감성이 돋보이는 원곡과는 달리 청량하고 풋풋한 분위기의 곡으로 재탄생했다. 곡은 발매 직후 음원 차트를 휩쓸고 음악 방송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고, 라이즈는 기세를 몰아 일본어 버전으로도 곡을 발매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서울경제스타에 "'Love 119'은 작곡진이 최초 데모부터 ‘응급실’을 샘플링한 것으로, 곡 작업 단계에서 한국에서 오래 사랑받고 있는 노래를 활용한 것 같다"며 "‘Love 119’은 겨울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곡이다. 라이즈 멤버들도 노래가 너무 좋아 빨리 들려드리고 싶어서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을 정도다. 요즘 날씨에 편하게 듣기 좋은 곡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차트에서도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루비룸 '예스 오어 노' 앨범 커버 / 사진=H1GHR
프로듀싱팀 그루비룸도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특히 그루비룸은 7년 만의 신보 첫선으로 샘플링 곡을 택해 눈길을 끈다. 지난 17일 발매된 신곡 '예스 오어 노(Yes or No)'는 지난 2008년 발매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러브(Love)’를 샘플링한 곡이다. 원곡을 작사한 김이나가 다시 한번 작사에 참여했고, 아이돌 르세라핌(LE SSERAFIM) 허윤진이 피처링·작사에 참여해 트렌디한 감성을 살렸다.
에스파 '시대유감' 앨범 커버 / 사진=SM엔터테인먼트
◇20년 지났지만 여전히 세련된 명곡...아이돌에게 바톤 터치 = 일부 아이돌은 1세대 아이돌의 명곡을 리메이크했다. 에스파는 지난 1995년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 '시대유감(時代遺憾)'을 리메이크했다. ‘시대유감’은 당시 시대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담아내 서태지와 아이들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에스파의 '시대유감'은 원곡의 에너제틱한 밴드 사운드는 살리되 에스파 특유의 파워풀한 보컬이 더해져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잡았다.
TIOT '백전무패' 콘셉트 포토 / 사진=레드스타트이엔엠
지난해 8월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 티아이오티(TIOT)는 데뷔곡으로 리메이크곡을 택했다. 프리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백전무패'는 지난 2001년 발매된 클릭비의 동명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티아이오티는 곡 '백전무패'의 뜻처럼 자신감 있게 나아가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프리 데뷔 쇼케이스에는 클릭비 멤버 김상혁, 노민혁, 하현곤이 참석해 후배를 응원하는 훈훈한 장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엄마도 알고 아들도 안다...일석이조 홍보 = 이미 유행한 '보증수표' 같은 곡을 재해석하는 시도는 아티스트에게도, 대중에게도 반가운 작업이다. 1990~2000년대 히트곡은 지금의 40대가 듣고 자란 노래가 많다. '시대유감'과 '백전무패'는 그 당시 청춘을 살았던 X세대에게 향수를, 현시대를 살아가는 10~20대에게는 신선함과 레트로한 매력을 선사한다. '응급실' 역시 발매된 후 약 20년간 노래방 발라드 차트 톱10에서 자리를 지킨 스테디셀러다.
티아이오티 멤버들의 인터뷰를 보면 최근 X세대 히트곡 리메이크 열풍이 의도치 않게 세대 통합에 기여하고 있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멤버들은 데뷔 쇼케이스 당시 '백전무패'를 두고 "처음에는 이 곡을 잘 몰랐다. 대표님께서 엄청 유명한 곡이라고, 부모님도 다 알 거라고 하셨다. 어머니께 물어봤더니 아시더라"며 웃었다. 클릭비 멤버 김상혁은 "티아이오티가 요즘 분위기로 잘 살려준 것 같아서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레트로 감성을 살린 라이즈 'Love 119' 프로모션 페이지 / 사진=SM엔터테인먼트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직설적이라는 이유로 가요 사전심의위원회에 '시대유감' 가사 수정 요구를 받자, 가사를 아예 빼 버리고 연주곡으로 앨범에 실어버린 일화는 유명하다. 몇 누리꾼은 이 일화를 떠올리며 "처음 '시대유감'이 발매될 때 심의 때문에 가사 없이 멜로디만 나왔던 게 아직 또렷한데, 이젠 지상파에서 음소거 없는 무대도 볼 수 있게 됐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조카에게 '시대유감' 리마스터링 버전을 들려주며 예전에는 사전 검열 때문에 MR만 나왔다고 하니까 깜짝 놀라더라"며 제각기 추억을 공유했다. 반면에 "'시대유감'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어본다", "에스파 곡으로 '시대유감'을 알게 됐다"는 반응도 많았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서울경제스타에 "'시대유감'은 음악사적으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모두 관통하여 젊은 세대의 심경을 반영하는 메시지가 담긴 상징적인 곡"이라며 "그러한 곡을 4세대 아이돌의 대표로 꼽히는 에스파가 재해석한다면 매우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에스파 '시대유감' 리메이크 '신선'
1990~2000년대 소환으로 익숙함·신선함 잡아[서울경제]
요즘 가요계에는 무슨 이슈가 있을까? 가요 담당 허지영 기자가 친절하게 읽어드립니다.
지난해 패션 유행의 선두가 Y2K였다면, 올해는 가요 트렌드가 ‘X세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이미 가요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레트로' 비트에서 나아가 2000년대 초반 멜로디를 가져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리메이크와 샘플링은 흔한 기법이지만, 최근 들어서 1990~2000년대 곡이 많이 소환되고 있다는 점, 클래식 등 연주곡에 한정됐던 샘플링의 범위가 2000년대에 발표된 가요로 넓어졌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멜로디에 새로움을 한 스푼 얹은 곡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고 있다.
리메이크곡은 기존에 발표된 원곡 전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끔 편곡한 후 다른 아티스트가 다시 녹음하는 작업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샘플링은 기존 곡의 멜로디, 반주, 가사 등 일부분을 재가공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곡 전체를 가져오는 리메이크와는 구별된다. 곡 제목에서도 리메이크는 원곡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오지만, 샘플링한 곡은 달라진 주제와 분위기 등에 맞춰 조금씩 변주된다.
라이즈 'Love 119' 콘셉트 포토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 바보야 진짜 아니야'의 변신...풋풋한 '응급실'이라니 = 샘플링 곡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아티스트는 신인 보이그룹 라이즈다. 라이즈는 지난 5일 신곡 'Love 119'을 발표했다. 이 곡은 밴드 이지(izi)가 지난 2005년 KBS 드라마 '쾌걸춘향' OST로 발표한 곡 '응급실'을 샘플링한 곡이다.
곡에서 원곡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도입부에 페이드 아웃되는 '괜한 자존심 때문에 끝내자고 말을 해버린거야' 두 소절뿐이다. 라이즈의 발랄한 래핑과 비트감 있는 드럼 라인이 더해져 애절한 감성이 돋보이는 원곡과는 달리 청량하고 풋풋한 분위기의 곡으로 재탄생했다. 곡은 발매 직후 음원 차트를 휩쓸고 음악 방송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고, 라이즈는 기세를 몰아 일본어 버전으로도 곡을 발매했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서울경제스타에 "'Love 119'은 작곡진이 최초 데모부터 ‘응급실’을 샘플링한 것으로, 곡 작업 단계에서 한국에서 오래 사랑받고 있는 노래를 활용한 것 같다"며 "‘Love 119’은 겨울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곡이다. 라이즈 멤버들도 노래가 너무 좋아 빨리 들려드리고 싶어서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을 정도다. 요즘 날씨에 편하게 듣기 좋은 곡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차트에서도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루비룸 '예스 오어 노' 앨범 커버 / 사진=H1GHR
프로듀싱팀 그루비룸도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특히 그루비룸은 7년 만의 신보 첫선으로 샘플링 곡을 택해 눈길을 끈다. 지난 17일 발매된 신곡 '예스 오어 노(Yes or No)'는 지난 2008년 발매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러브(Love)’를 샘플링한 곡이다. 원곡을 작사한 김이나가 다시 한번 작사에 참여했고, 아이돌 르세라핌(LE SSERAFIM) 허윤진이 피처링·작사에 참여해 트렌디한 감성을 살렸다.
에스파 '시대유감' 앨범 커버 / 사진=SM엔터테인먼트
◇20년 지났지만 여전히 세련된 명곡...아이돌에게 바톤 터치 = 일부 아이돌은 1세대 아이돌의 명곡을 리메이크했다. 에스파는 지난 1995년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 '시대유감(時代遺憾)'을 리메이크했다. ‘시대유감’은 당시 시대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담아내 서태지와 아이들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에스파의 '시대유감'은 원곡의 에너제틱한 밴드 사운드는 살리되 에스파 특유의 파워풀한 보컬이 더해져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잡았다.
TIOT '백전무패' 콘셉트 포토 / 사진=레드스타트이엔엠
지난해 8월 데뷔한 신인 보이그룹 티아이오티(TIOT)는 데뷔곡으로 리메이크곡을 택했다. 프리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백전무패'는 지난 2001년 발매된 클릭비의 동명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티아이오티는 곡 '백전무패'의 뜻처럼 자신감 있게 나아가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프리 데뷔 쇼케이스에는 클릭비 멤버 김상혁, 노민혁, 하현곤이 참석해 후배를 응원하는 훈훈한 장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엄마도 알고 아들도 안다...일석이조 홍보 = 이미 유행한 '보증수표' 같은 곡을 재해석하는 시도는 아티스트에게도, 대중에게도 반가운 작업이다. 1990~2000년대 히트곡은 지금의 40대가 듣고 자란 노래가 많다. '시대유감'과 '백전무패'는 그 당시 청춘을 살았던 X세대에게 향수를, 현시대를 살아가는 10~20대에게는 신선함과 레트로한 매력을 선사한다. '응급실' 역시 발매된 후 약 20년간 노래방 발라드 차트 톱10에서 자리를 지킨 스테디셀러다.
티아이오티 멤버들의 인터뷰를 보면 최근 X세대 히트곡 리메이크 열풍이 의도치 않게 세대 통합에 기여하고 있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멤버들은 데뷔 쇼케이스 당시 '백전무패'를 두고 "처음에는 이 곡을 잘 몰랐다. 대표님께서 엄청 유명한 곡이라고, 부모님도 다 알 거라고 하셨다. 어머니께 물어봤더니 아시더라"며 웃었다. 클릭비 멤버 김상혁은 "티아이오티가 요즘 분위기로 잘 살려준 것 같아서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레트로 감성을 살린 라이즈 'Love 119' 프로모션 페이지 / 사진=SM엔터테인먼트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직설적이라는 이유로 가요 사전심의위원회에 '시대유감' 가사 수정 요구를 받자, 가사를 아예 빼 버리고 연주곡으로 앨범에 실어버린 일화는 유명하다. 몇 누리꾼은 이 일화를 떠올리며 "처음 '시대유감'이 발매될 때 심의 때문에 가사 없이 멜로디만 나왔던 게 아직 또렷한데, 이젠 지상파에서 음소거 없는 무대도 볼 수 있게 됐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조카에게 '시대유감' 리마스터링 버전을 들려주며 예전에는 사전 검열 때문에 MR만 나왔다고 하니까 깜짝 놀라더라"며 제각기 추억을 공유했다. 반면에 "'시대유감'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어본다", "에스파 곡으로 '시대유감'을 알게 됐다"는 반응도 많았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서울경제스타에 "'시대유감'은 음악사적으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모두 관통하여 젊은 세대의 심경을 반영하는 메시지가 담긴 상징적인 곡"이라며 "그러한 곡을 4세대 아이돌의 대표로 꼽히는 에스파가 재해석한다면 매우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