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거란 전쟁’ 40만 대군 맞선 흥화진 분투, 지승현 손끝까지 피칠갑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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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7 02:33
[OSEN=연휘선 기자] ‘고려 거란 전쟁’에서 흥화진의 사투가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27일 방송된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6회에서는 고려와 거란의 30년 전쟁 첫 대전투 흥화진 전투 이야기가 그려졌다. 양규(지승현 분)는 흥화진을 지키며 거란의 불세례에 맞서 장어 공성전을 벌였다.
흥화진 전투 1일 차, 거란군은 치밀하게 거리를 조절해 가며 성벽에 맞출 수 있도록 불에 달군 돌들을 던졌다. 흡사 유성우처럼 쏟아지는 적군의 포화에 성 안에 들어와 피신해 있던 백성들은 겁에 질렸고, 성벽은 자욱한 연기로 뒤덮였다.
무너질 줄 알았던 성벽은 버텨냈다. 견고한 성벽 틈새를 뚫고 자라난 꽃처럼, 작지만 강한 생명력의 불씨가 양규의 불화살 끝에서 빛났다.그 불씨를 따라 고려군의 방어 공격도 이어졌다. 양규는 자신의 불화살을 따라 맹화유를 일자로 날리도록 지시했다.
양규의 전략은 효과를 거두는 듯 했다. 그러나 반격 공격으로 인해 거란군에게도 고려 성벽의 방어진지가 희미하게나마 노출됐다. 이에 거란군도 흥화진의 투석기를 향해 일점사했다. 양측의 화력 일점사가 쇄도하며 아군과 적군의 투석기가 모두 불에 탔다.
그 때서야 거란군은 보병을 투입했다. 그러나 고려군이 함마갱 등의 함정을 촘촘하게 미리 설치해뒀다. 거란군은 좀처럼 함정을 뚫지 못한 채 전투를 마쳤다. 거란 황제 야율융서(김혁 분)는 “날발을 온 것 뿐”이라며 조급해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소배압(김준배 분)은 “공성전은 높이를 극복하는 전투다. 흥화진은 산자락 위에 진을 친 산성이다. 그 산비탈의 높이까지 더해진 것이 흥화진의 높이”라면서도 “대신 우린 군사의 수가 많다. 우린 군사들을 쉬게 하며 공격할 수 있지만 저들은 그럴 수 없다. 고려군이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게 만들게. 결국 성벽 주위 한 곳이라도 무너진다면 그럼 끝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척후병을 이용해 고려 본군의 위치를 탐색한 거란군은 타초곡, 즉 약탈을 지시했다. 거란군이 가장 귀하게 여긴 약탈품은 사람. 수많은 고려인들이 포로로 끌려갔다.
그 사이 흥화진 곳곳에서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죽어가는 가족들을 감싸는 사람들 사이, 계속해서 화살을 나르는 백성이 있는가 하면, 양규는 활끈이 끊어지고, 손이 짓물러 피가 나도록 화살을 쏘아댔다. 병졸들은 화살을 쏘는 동료들에게 물을 건네고 밥을 먹여주며 40만 대군에 맞섰다.
수성이 7일째가 되자 시체의 산 위에 피칠갑이 흐르는 성벽, 그 위에 양규가 홀로 잠에서 깨 전장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거란 황제는 여유로웠던 전투 첫날과 달리 장수들에게 “오늘 안으로 흥화진을 함락시켜라. 아니면 너의 목을 잘라 던져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북문 성벽 외곽에 거란군이 모래주머니를 밟고 기어 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포로로 약탈한 고려 군인들을 화살받이로 앞세웠다. 양규는 “쏘지 마시오”라는 고려인들의 절규 아래 차마 활 시위를 내렸고, 성 안으로 피신온 사내의 아들이 잡혔다는 말에 울부짖었다. 그 와중에도 거란군은 포로들의 등에 멘 기름을 화살에 붙이는가 하면 성벽에 사다리를 대고 포로들을 앞세워 오르기 시작했다.
동족을 죽여야 적을 물리칠 수 있는 비극적인 상황. 양규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 화살을 들어 “쏴라!”라며 울부짖었다. 결국 고려인 포로들도 거란군과 함께 죽임 당했다. 울부짖으며 활시위를 당기는 흥화진의 장수 양규의 모습이 전쟁의 비통함을 알렸다. / [email protected]
[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