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과는 다르다 … 청년·무당층 '反中·親中 구도'에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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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22:38
대만 주권 강조하는 라이칭더
경찰청장 출신 친중 허우유이
현재 3%P 오차범위 내 접전
같은날 치르는 의원 선거서
양당 모두 과반확보 어려워
3위 커원저 캐스팅보트 될 듯
선거후 미중정책 개편 예고
대만총선 현지르포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오른쪽)와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지난 3일 신베이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말 대만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놀란 것은 현지 언론들마저 각자 지지하는 후보의 성향에 따라 확증 편향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후보 개개인의 성향과 입법 공약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 언론들은 오는 13일 대만 선거를 마치 미국과 중국의대리전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만에 거주하면서 수십 년간 한국과 대만을 오갔던 필자가 보기에 그러한 해석은 자칫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4년 전 홍콩 민주화 사태 이후 총통선거를 치렀던 대만은 반중 정서가 강했지만 지금 대만인들의 표심은 그때에 비해 반중·친중으로 명확히 갈리지 않는다. 선거를 일주일 앞둔 5일, 3개 정당 후보들은 각자 지방 도시들을 돌면서 막판 표 다지기에 나섰다. 외국 언론들은 모두 야당인 국민당이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을 3%포인트 오차 범위 내에서 따라가고 있다고 전한다. 반면 대만 언론은 모두 각자 지지하는 정당에 초점을 두고 보도하고 있다.
대만인들은 자신의 정치 성향에 대해 말하는 걸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샤이 국민당'이냐 '샤이 민진당'이냐가 이번 선거의 최종 결과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누가 총통이 되더라도 집권당이 입법위원(한국의 국회의원) 과반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선거는 4년 연임이 가능한 대만 총통과 113명의 입법위원을 동시에 뽑는다. 4년 전 연임한 차이잉원 현 대만 총통의 집권당 민진당이 이번 선거에서 교체될지, 승리하는 당이 입법위원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전포인트다. 입법위원은 현재 여당인 민진당이 64석, 야당인 국민당이 37석, 대만민중당(민중당)이 5석, 시대역량이 3석, 무소속은 4석이 있다.
대만 친중 성향의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5일 신베이시 전통시장을 방문해 지지자들이 건네준 음식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허우유이 후보는 이곳 시장을 역임했다. AFP연합뉴스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는 대만 북동부 해안도시 완리 광산 지역 태생으로, 부친의 산재 사망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수성가형 인재다. 대만대학과 성공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의학박사 정치인으로, 입법위원, 타이난시 시장, 대만 부총통을 역임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는 입법위원 선거에서 과반의 표를 확보해야 집권당이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선거 홍보 영상 '민주의 길'에서는 차이잉원 현 총통이 운전대를 잡고, 라이칭더 후보가 보조석에, 뒷자리엔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앉아 같이 차를 타고 가며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총통 후보인 샤오메이친은 타이난 선교사(신학원 원장)인 부친과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 영어·중국어·대만어(민난어)에 능하다.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민진당 미국 사무소에서 일했다. 천수이볜 전 총통 시기에 총통 번역 전문으로 총통부에 입성했고 차이잉원 총통 시기에는 대만 미국 대표부의 대표로 대만의 대미 정책을 이끌었다. 샤오메이친은 정치보다는 외교에 관심이 많은 전문 관료로 알려졌다.
마잉주 전 총통 이후 민진당에 정권을 잃은 지 8년이 된 국민당은 100년 정당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베이시에서 시장을 지냈던 경찰 출신 허우유이를 총통 후보로, 과거 친민당을 이끌던 자오사오캉이라는 보수 세력 정치가를 부총통 후보로 내걸었다. 허우유이 후보는 보수층 밖으로의 확장성이 부족하고, 자오사오캉 후보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비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등장할 집권당이 입법위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3 야당과의 협력이 국정 주요 과제가 된다. 현재 여론조사 3위를 유지하는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국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는데도 계속 선거 레이스에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어도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에 최선을 다해 적절한 정부지원금을 받고 향후 국정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커원저 후보의 목적이라고 대만대학 정치학 교수는 말한다. 민중당 중앙당사를 방문하니 직원은 커원저 선거본부는 중앙당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한다. 선거본부는 커원저 개인 팀이 주력이라는 것이다.
현재 라이칭더·샤오메이친 민진당 후보가 허우유이·자오사오캉 국민당 후보를 앞서는 것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10일 이전까지 유지됐지만, 민중당의 표가 어디로 기우는지, 청년층과 무당층의 표가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이번 선거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인터넷과 방송을 중심으로 시내가 조용한 모습의 선거전은 마지막 기간 거리 유세로 최종 기세를 모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만 선거의 결과에 따라 대만과 미국의 관계, 양안 관계는 국내 정치행정 제도의 정비와 함께 새로운 방향을 잡아나갈 전망이다.
[김진호 매경 명예기자 단국대 교수(현 대만중앙연구원 방문교수)]
경찰청장 출신 친중 허우유이
현재 3%P 오차범위 내 접전
같은날 치르는 의원 선거서
양당 모두 과반확보 어려워
3위 커원저 캐스팅보트 될 듯
선거후 미중정책 개편 예고
대만총선 현지르포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오른쪽)와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지난 3일 신베이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말 대만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놀란 것은 현지 언론들마저 각자 지지하는 후보의 성향에 따라 확증 편향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후보 개개인의 성향과 입법 공약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 언론들은 오는 13일 대만 선거를 마치 미국과 중국의대리전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만에 거주하면서 수십 년간 한국과 대만을 오갔던 필자가 보기에 그러한 해석은 자칫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4년 전 홍콩 민주화 사태 이후 총통선거를 치렀던 대만은 반중 정서가 강했지만 지금 대만인들의 표심은 그때에 비해 반중·친중으로 명확히 갈리지 않는다. 선거를 일주일 앞둔 5일, 3개 정당 후보들은 각자 지방 도시들을 돌면서 막판 표 다지기에 나섰다. 외국 언론들은 모두 야당인 국민당이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을 3%포인트 오차 범위 내에서 따라가고 있다고 전한다. 반면 대만 언론은 모두 각자 지지하는 정당에 초점을 두고 보도하고 있다.
대만인들은 자신의 정치 성향에 대해 말하는 걸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샤이 국민당'이냐 '샤이 민진당'이냐가 이번 선거의 최종 결과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누가 총통이 되더라도 집권당이 입법위원(한국의 국회의원) 과반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선거는 4년 연임이 가능한 대만 총통과 113명의 입법위원을 동시에 뽑는다. 4년 전 연임한 차이잉원 현 대만 총통의 집권당 민진당이 이번 선거에서 교체될지, 승리하는 당이 입법위원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전포인트다. 입법위원은 현재 여당인 민진당이 64석, 야당인 국민당이 37석, 대만민중당(민중당)이 5석, 시대역량이 3석, 무소속은 4석이 있다.
대만 친중 성향의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5일 신베이시 전통시장을 방문해 지지자들이 건네준 음식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허우유이 후보는 이곳 시장을 역임했다. AFP연합뉴스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는 대만 북동부 해안도시 완리 광산 지역 태생으로, 부친의 산재 사망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수성가형 인재다. 대만대학과 성공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의학박사 정치인으로, 입법위원, 타이난시 시장, 대만 부총통을 역임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는 입법위원 선거에서 과반의 표를 확보해야 집권당이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선거 홍보 영상 '민주의 길'에서는 차이잉원 현 총통이 운전대를 잡고, 라이칭더 후보가 보조석에, 뒷자리엔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앉아 같이 차를 타고 가며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총통 후보인 샤오메이친은 타이난 선교사(신학원 원장)인 부친과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 영어·중국어·대만어(민난어)에 능하다.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민진당 미국 사무소에서 일했다. 천수이볜 전 총통 시기에 총통 번역 전문으로 총통부에 입성했고 차이잉원 총통 시기에는 대만 미국 대표부의 대표로 대만의 대미 정책을 이끌었다. 샤오메이친은 정치보다는 외교에 관심이 많은 전문 관료로 알려졌다.
마잉주 전 총통 이후 민진당에 정권을 잃은 지 8년이 된 국민당은 100년 정당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베이시에서 시장을 지냈던 경찰 출신 허우유이를 총통 후보로, 과거 친민당을 이끌던 자오사오캉이라는 보수 세력 정치가를 부총통 후보로 내걸었다. 허우유이 후보는 보수층 밖으로의 확장성이 부족하고, 자오사오캉 후보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비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등장할 집권당이 입법위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3 야당과의 협력이 국정 주요 과제가 된다. 현재 여론조사 3위를 유지하는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국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는데도 계속 선거 레이스에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어도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에 최선을 다해 적절한 정부지원금을 받고 향후 국정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커원저 후보의 목적이라고 대만대학 정치학 교수는 말한다. 민중당 중앙당사를 방문하니 직원은 커원저 선거본부는 중앙당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한다. 선거본부는 커원저 개인 팀이 주력이라는 것이다.
현재 라이칭더·샤오메이친 민진당 후보가 허우유이·자오사오캉 국민당 후보를 앞서는 것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10일 이전까지 유지됐지만, 민중당의 표가 어디로 기우는지, 청년층과 무당층의 표가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이번 선거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인터넷과 방송을 중심으로 시내가 조용한 모습의 선거전은 마지막 기간 거리 유세로 최종 기세를 모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만 선거의 결과에 따라 대만과 미국의 관계, 양안 관계는 국내 정치행정 제도의 정비와 함께 새로운 방향을 잡아나갈 전망이다.
[김진호 매경 명예기자 단국대 교수(현 대만중앙연구원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