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스승은 음식”… 다양한 경험서 나만의 맛 찾는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요리 스승은 음식”… 다양한 경험서 나만의 맛 찾는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산호’ 김경준 대표

어릴적부터 만들고 연출하는 것 관심
전국 방방곡곡 다니며 많은 음식 접해
한국식 술집 만들자 취지로 ‘산호’ 오픈
로컬 음식들 서울식으로 변형해 제공
삼겹살 등 싸먹는 전복사합 시그니처
묵은지 돼지 갈비조림도 스테디셀러


이제는 서울 압구정의 노포가 된 ‘산호’의 김경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에게 인터뷰를 의뢰했을 때 자신이 셰프가 아닌데 인터뷰를 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건네왔다. 수석 요리사, 혹은 레스토랑의 조리장 이상을 셰프라고 한다면 직접 주방에 들어가서 손님에게 제공되는 음식을 만들어서 제공하는 김 대표는 대표이자 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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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대표
그는 어릴 때 자동차 디자이너, 건축설계사, 요리사와 같이 무언가를 만들고 연출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집에서 돈가스 같은 기초적인 요리와 빵도 곧잘 구웠다. 정확한 레시피는 아니었지만 견과류와 과일도 넣어서 만들었는데 꽤 맛있었다는 기억과 주변에서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하고 싶은 다양한 일 중 스스로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것이 음식이다 보니 꾸준히 다양한 맛을 만들어 냈단다. 어찌 보면 진짜로 음식 만드는 것을 잘하는 줄 알고 시작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매일 먹고 만들던 것이 음식이다 보니 김 대표는 음식을 빼놓고는 자신의 인생을 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별하게 가르침을 받은 스승이 없고, 요리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맛봤던 다양한 음식을 통해 음식에 대해 알아나갔다. 이후 스스로 음식들을 만들어 보면서 요리하는 법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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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지 돼지 갈비조림
맛을 만들어 내고 먹어야 하는 것이 음식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부딪치며 배우는 게 음식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김 대표는 생각한다. 항상 다른 곳에서 맛본 음식을 스스로 재현해 내면서 지금의 음식들을 만들어 냈다. 김 대표의 음식에는 여태 다니면서 먹었던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맛의 기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14년째 한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산물과 육류 메뉴는 분리해서 판매하기 마련인데, ‘산호’는 해산물과 육류를 함께 판 강남 최초의 음식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자카야에선 일본 음식에 술을 편하게 마실 수 있는데, 왜 한국에는 그런 공간이 드물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한국식 술집을 만들자는 취지로 ‘산호’를 열었다.

이곳의 음식들을 보면 분명히 익숙한 듯한 메뉴임에도 익숙하지 않은 독특한 지점에 있는 음식이 많다. 각 지방의 유명한 음식이나 잊혀 가는 로컬 푸드(향토 음식)가 서울 토박이인 김 대표의 손끝에서 서울식으로 변형돼 손님들에게 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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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사합
‘산호’의 첫 번째 시그니처(대표) 메뉴는 전복사합이다. 흔하게 볼 수 없는 제주식 순대 돗수애처럼 점점 잊혀 가는 제주도 로컬 푸드 중 하나이다. 김 대표는 “사람들의 입맛이 변함에 따라 고기도, 전복도 구워 먹기 시작하면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게 아닌가”하고 추정한다. 전복사합은 잡내 없이 삶아낸 암퇘지 삼겹살과 부드럽게 잘 쪄낸 큼지막한 활전복, 해남 배추로 묵힌 씻은 묵은지를 한 장씩 맛있게 구워낸 돌김에 싸서 먹는 음식이다. 각 식재료를 하나하나 먹어도 맛있지만 네 가지가 한입에서 어우러지는 맛은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맛이라고 자부한다.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묵은지 돼지 갈비조림이다. 처음 식당을 열면서 시작했던 기본 메뉴로 인기가 여전하다. 김 대표가 그동안 조금씩 레시피(요리법)를 다듬으면서 지금의 맛을 만들어 냈다. 보통 빨간 국물을 가진 메뉴는 맛을 내기가 쉽다고 생각하는데, ‘산호’의 묵은지 돼지 갈비조림은 묵은지가 들어간 빨간 국물임에도 상당히 예민한 음식이다. 초기에는 고기가 바뀌거나 간장, 고춧가루 비율이 살짝만 바뀌어도 맛이 완전히 달라져서 당황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안정된 맛을 유지해 손님들이 즐겨찾는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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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김 대표는 식당 운영과 음식을 직접 하다 보니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전국을 돌면서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이나 제사 음식들을 알아보고 공부하고 싶어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식문화와 유행으로 지역의 음식들이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까워서다. 너무 늦지 않게 여유를 가지고 전국을 돌아볼 생각이다. 이렇게 ‘산호’에서 내놓고 있는 한식을 외국에 알리는 것도 구상 중이다. 정제되고 다듬어진 음식이 아니라 한국의 향토 음식을 소개하고 우리 술을 곁들여 외국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직접 먹어보고 맛없는 음식은 손님에게 주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다. ‘산호’를 처음 열었을 때부터 변하지 않는 자세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몇몇 계절 재료는 제철이라도 내놓지 않는다. 스스로 맛을 인정하고 만족해야만 손님에게 내보이는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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