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신인작가에 암보험부터 권해 세계 휩쓰는 K콘텐츠의 그늘

웹툰 신인작가에 암보험부터 권해 세계 휩쓰는 K콘텐츠의 그늘

웹툰 수출 증가율 전체 콘텐츠 중 1위 '효자'
반면 작가들은 경제적 어려움·건강악화 호소
'예술인 산재보험' 유명무실, 작가 혼자 감당 
"예술인도 산재 당연 적용, 사업주가 책임져야"
b6d4d7dee2ddea1b87dbf2ca52f56828_1704703112.jpg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웹툰 잡 페스타'에서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웹툰 그리던 방에만 들어가면 공황 발작이 왔어요.”

7년 차 웹툰작가 A(30)씨는 몇 년 전부터 공황장애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약을 먹고 있다. 매주 65컷의 웹툰을 그려야 했는데, 한 컷 그리는 데만 최소 1시간이 걸렸다. 스토리 짜는 시간까지 합하면 일주일 작업 시간은 70~80시간을 훌쩍 넘겼다. 마감 전 하루나 이틀은 꼬박 밤을 새우는 일상이 2년 정도 계속되자 몸과 마음이 급격히 무너졌고, 그때부터 웹툰 작화를 포기하고 스토리와 콘티(그림 구성) 작업만 하고 있다. 그는 “웹툰 작가가 대부분 20, 30대인데 정신과 질환은 하나씩 있고, 지인 중 암 환자도 2명이나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로 뻗어가는 ‘K콘텐츠’의 이면이다.

'K콘텐츠'만 화려한 질주 중



음악, 게임, 영화, 만화 등 한국 콘텐츠 산업은 매출액과 수출액 모두 성장 곡선을 그리며 질주하고 있다. 특히 만화는 지난해 상반기 수출액이 8,900만 달러(약 1,2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71.3%나 증가해 전체 콘텐츠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 플랫폼은 지난해 1~10월 전 세계 만화 앱 수익 1~4위를 휩쓰는 등 만화 종주국 일본, 콘텐츠 강국 미국까지 제치며 활약 중이다.

웹툰이 영상화되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 영역도 넓어지면서 성장 잠재력도 크다. 이에 대학들도 관련 학과를 신설하거나 정원을 대폭 확대하면서 2018년 18개에 불과하던 웹툰 관련 학과가 지난해에는 60여 개로 늘었다. '화려한 미래 먹거리'에 돈과 사람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646e3f4b30e9b9bff54e3965213553ac_1704703113.jpg
2023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동향.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웹툰 작가 10명 중 6명 "정신질환 경험"



하지만 웹툰 작가들의 창작 환경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정화인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장작노동자지회 사무장은 “웹툰 작가 연봉이 1억 원이라는 말이 떠돌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까지 많이 버는 꿈의 직업처럼 비친다”며 “하지만 웹툰 독자라면 한 번쯤 봤을 ‘작가의 건강 사정으로 휴재한다’는 공지에서 어두운 실상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특히 10년 전만 해도 일주일에 50컷 정도였던 연재 분량이 70컷으로 늘면서 작업량도 함께 늘었고 작가들의 건강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은 하루 평균 10.5시간, 일주일 평균 5.8일 일한다. 이들의 애로 사항 1위는 ‘작업 및 휴식시간 부족’(83.6%)이었고 ‘경제적 어려움’(82.7%)과 ‘건강 악화’(82.5%)를 호소하는 작가들도 많았다. 과도한 작업,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도 심각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예술인 산재보험 적용방안 연구’(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의 정신질환 경험률이 61.3%로 예술인 중 가장 높았다.

글로벌 조회 수 142억 회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장성락(당시 37세) 작가가 2022년 뇌출혈로 사망하면서 고강도 노동이 문제로 떠올랐다. 같은 해 웹툰 ‘록사나’ 작화 작가 ‘여름빛’이 웹툰 플랫폼의 연재 압박 때문에 태아를 유산한 후에도 계속 작업한 사실이 드러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과하기도 했다.

c77751f258a55b9e433fa9ecfb46662e_1704703115.jpg
웹툰 '나 혼자만 레벌업'(왼쪽)과 '록사나'.

'있으나 마나 한' 예술인 산재보험 고쳐야



작가들은 일하다 얻은 병을 혼자 떠안아야 한다. 웹툰 작가 등이 가입할 수 있는 ‘예술인 산재보험’이 있지만 당사자들은 “있으나 마나 하다”고 말한다. ①원하는 사람만 가입하는 방식(임의가입)인 데다 ②‘예술활동 증명’을 받아야 하고 ③본인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제약 때문에 프리랜서 예술인 중 가입자는 5%에 못 미친다. 정화인 사무장은 “웹툰 작가들 사이에는 일을 시작하면 질병에 걸리는 것이 필연적이니 사보험으로 대비하고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신인 작가에게 실비보험과 암보험 가입부터 적극 추천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에 예술인들은 ①분야와 상관없이 모든 예술인이 ②자동으로 가입되고(당연가입) ③사업주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산재보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20년 12월 예술인 고용보험법이 시행돼 예술인들도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게 된 만큼, 산재보험 역시 당연히 적용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예술계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와 2022년까지 산재보험 문제를 논의했지만 진전이 없다.

d28c922bcab19cdb09f003c7a9483e9b_1704703115.jpg
문화예술노동연대, 웹툰작가노조 등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작가들은 요구한다, 윤석열 정부는 예술인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술인 산재보험 당연 적용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안명희 문화예술노동연대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임의가입을 고수하고 사고 위험이 큰 현장 스태프 중심으로 우선 적용하는 방식의 법제화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크다"며 "배달노동자 등 특수형태고용노동자 일부 직종이 산재보험 당연가입 대상이 된 것처럼 예술인도 당연가입해야 하고, 작가 등이 겪는 질병을 사고보다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가입으로 해야 사업주들도 예술인들의 작업 환경 개선을 고민하고 산재 예방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10 Comments
자유인146 01.08 17:40  
애초에 프리랜서는 어디에 소속된게 아닌데 대체 누굴 사업주로 보고 산재를 절반 부담한단 말이냐? 프리랜서 못 하겠으면 회사 소속되어서 살아.
자유인87 01.08 17:40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주장하는 웹툰 작가들 다 여자지? ㅋㅋㅋㅋㅋㅋㅋ
자유인192 01.08 17:40  
일본 만화 (Dragon Ball,원피스,나루토,블리치,SLUM DUNK,Death Note,진격의 거인,HUNTERxHUNTER,귀멸의 칼날,조조의 이상한 모험,코난,세일러문,도라에몽,건담,에반게리온,바람의 검심,캡틴 츠바사,북두의 권,체인소 맨,원펀맨,도쿄 구울,유희왕,주술회전,유유백서,하이큐,세인트 세이야,GANTZ,기생수,TOUCH,카이지,다이아몬드 에이스,FAIRY TAIL,일곱 개의 대죄,강철의 연금술사etc) >>>>>>>>>>>>>>>> 한국 만화 (나 혼자만 레벨업, 신의탑,여신강림, 외모지상주의, 마스크걸, 무빙)
자유인87 01.08 17:40  
세계 최대의 만화 리뷰 사이트가 발표하고 있는 만화 랭킹에서, 상위 100작품 중 96작품이 일본 만화입니다. 한국만화는 3작품(60위, 61위, 100위)밖에 없다(https://myanimelist.net/topmanga.php). 일본 만화가 메이저 리그라면, 한국 만화는 중학생 야구입니다. 모든 장르에서 일본 만화에 뒤떨어져,  아직도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 진격의 거인 같은 대작이 하나도 없고, 매출이 많은 IP도 없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 캐릭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유인239 01.08 17:40  
국뽕 기자는 만화 앱이 만화의 매출의 대부분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세계 각국의 서점의 만화 코너는 일본 만화로 묻혀, 한국 만화는 거의 없다. 각국의 아마존의 만화 코너도 일본 만화의 매출이 한국 만화의 매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아마존 이외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나 서점 사이트에서도 일본 만화의 매출이 한국 만화의 매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유일하게 네이버나 카카오 등의 만화 앱에서는 한국 만화의 매출이 많지만, 일본 만화도 어느 정도 팔리고 있다. 따라서 세계에서는 일본 만화의 인기와 매출이 압도적으로 많다.
자유인82 01.08 17:40  
일본 애니메이션과 일본 만화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압도적으로 거대합니다. 2021년에 일본 애니메이션은 28.6조원(x.gd/9gqRt), 일본 만화는 12.46조원(x.gd/5uDCn), 한국 만화는 1.56조원(x.gd/Wtttq), 한국 애니메이션은 0.75조원(x.gd/kIwCx)입니다. 매출, 명작의 양, 작품의 질, 작품의 다양성, 작품의 인지도, 캐릭터 인지도, 국제 인기, 상품 전개, 애니메이션 전개, 영화 전개, 게임 전개, 모두에서 전혀 승부가 되지 않습니다
자유인118 01.08 17:40  
문하생 없나? 요즘 작가들은 혼자 일함?
자유인145 01.08 17:40  
이럴때 꼭 달리는 댓글 있던데  쟤들은 돈 많이 버는데 건강까지 신경써줘야돼? 이런거
자유인256 01.08 17:40  
웹툰 작가들이 사업자 내고 밑에 있는 어시스트 급여 제대로 주면 다 해결될 일이다. 사업자 내고 사대보험 제대로 내는데 산재 적용이 안될리가 있냐?
자유인7 01.08 17:40  
이러니 유망한 웹툰 작가가 예능 방송 맛 들이더니 그쪽으로 전직하지...포탈 업체는 그들을 노예처럼 부리지만 말고 근로 여건도 잘 봐줘라. 원래 창의적 활동은 더 자유를 주는 환경에서 고양되기 마련이다. 근시안적 이익만 취하려 하다간 다 같이 망하는거야.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