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갔나[2024 총선 유권자 지형 분석 ②]
자유인183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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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07:15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지만,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한 이들은 누굴까. 2024 총선 유권자 표심을 살피며 ‘이탈 국힘’을 집중 분석했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그 기세를 몰아 같은 해 6월 지방선거도 이겼다. 그런데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인사는 “집토끼 모으기조차 실패했다”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17%포인트 차이라는 큰 격차는 보수 표도 다 가져오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바로 다음 선거가 2024년 4월 총선이다. 국민의힘의 우선 과제는 ‘보수 표심 복원’인 셈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지만, 다가오는 총선에선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한 이들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투표는 경험이다. 새 유권자층 발굴보다, 한 번이라도 찍었던 이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시사IN〉이 2024 총선 유권자 표심 분석의 두 번째 순서로 ‘누가 국민의힘에서 이탈했나’를 다룬 이유다. 보수의 분화를 집중해서 살폈다.
누가 남아 있고, 누가 떠났나. 183개 질문으로 이뤄진 웹조사를 통해 유권자 지형을 세분화해 교차 분석했다. 웹조사 문항 설계와 분석에는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 이동한 여론본부 차장과 이소연 연구원, 여론조사 연구기관 한국사람연구원 정한울 원장(정치학 박사), 국승민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교수(정치학과)가 함께했다. 조사는 2023년 12월7일부터 12일까지 실시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12월26일)과 이준석 전 대표 탈당(12월27일) 같은 국민의힘 내부의 역학 변화가 가시화되기 전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고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지지 의사를 밝힌 이들을 ‘잔류 국힘(18%)’이라고 명명했다. 반대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지만 현재로서는 총선에서 국민의힘 지지 의사가 없는(민주당·정의당·기타 정당 지지 및 모름 포함) 이들을 ‘이탈 국힘(17%)’이라 부른다. 보수정당이 가장 주목해야 할 표심이다. 비교를 위해,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찍지 않고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지지 의사가 없는 ‘비토(Veto·거부) 국힘(49%)’과 전체 평균도 함께 살폈다. 다음 호에서는 민주당 지지층 내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2022년 3월10일 당선사례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 옆에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서 있었다. 손을 잡고 만세를 했다. 국민의힘 ‘승리 연합’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승리는 한 가지 요소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세력이 결합해 0.73%포인트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고 응답한 이들의 특징을 보자(〈그림 1〉 참조). 스스로 진단한 이념은 두 그룹에서 차이가 난다. 잔류 국힘은 보수(74%)라고 응답한 이들이 가장 많다. 반면 이탈 국힘은 중도(44%), 보수(37%), 진보(15%) 순서다. 서로 다른 그룹이 만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들을 묶을 요소를 윤석열 캠프가 적극 공략했다는 뜻이다.
성향을 살폈다. ‘성장이냐 복지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성장 우선’이 두 그룹 모두에서 앞섰다. 잔류 국힘 68%, 이탈 국힘 57%다. 전체 평균은 40%, 비토 국힘 28%이다.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응답도 비슷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어떠하다고 생각하나’에는 잔류 국힘 29%와 이탈 국힘 35%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전체 평균 45%, 비토 국힘 54%다. 대북정책도 ‘압박 우선’에 동의한 비율이 잔류 국힘(83%)과 이탈 국힘(67%)이 전체 평균(47%)과 비토 국힘(29%)을 상회했다. 경제·젠더·대외정책 등에서 궤를 같이한다.
무엇보다 이들을 뭉치게 만든 정서는 ‘비호감’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부정 평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그림 2〉). 현재 국민의힘을 지지하든 아니든,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이들은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 잔류 국힘 2%, 이탈 국힘 10%다. 비토 국힘 59%와 비견된다. 문재인 정부 평가도 차이가 난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을 ‘못했다’에 대해 잔류 국힘 86%, 이탈 국힘 75%다.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정온도 또한 낮다. 0도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 100도는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이다. 잔류 국힘은 이재명 대표 13.4도, 문재인 전 대통령 27.6도다. 이탈 국힘은 이재명 대표 22.7도, 문재인 전 대통령 39.3도다.
그래서 이들은 여전히 ‘윤석열 정부 심판론’보다는 ‘야당 심판론’에 더 기울어져 있다(〈그림 3〉). 잔류 국힘(90%)만큼 강력하진 않지만, 이탈 국힘(69%) 또한 야당 심판론에 동의한다. 정부·여당 심판론에 대해 물어보면, 야당 심판론보다 뜨뜻미지근하게 답한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을 심판해야 한다’는 말에 잔류 국힘은 8%만 공감한다. 이탈 국힘은 35%, 비토 국힘은 84%, 전체 평균은 55%다. 즉, 이탈 국힘도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을 더 심판하고 싶어 한다.
거대 양당 체제에서 야당을 심판하기 위한 도구는 주로 여당이다. 그러나 ‘이탈 국힘’은 단어 그대로 현재 국민의힘을 떠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지만,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 집단이다(〈그림 4〉). 그 어느 집단보다 ‘현재 나의 생각과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탈 국힘 70%가 그렇다. 잔류 국힘 50%, 비토 국힘 56%, 전체 평균 58%를 뛰어넘는다. 정치에 대한 기대도 낮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이탈 국힘 81%가 생각한다.
핵심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다(〈그림 5〉).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전면에 내세워 당선됐다. 정치 경험이 전무했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강골 검사 이미지가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이탈 국힘 25%만 윤석열 정부가 공정하다고 답했다. 잔류 국힘 74%가 공정하다고 답한 것과 대비된다. 이탈 국힘의 응답(25%)은 비토 국힘의 응답(4%)과 더 가깝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감정온도 또한 마찬가지다. 잔류 국힘은 70.8도, 이탈 국힘은 44.5도다.
개별 사안에 대한 평가도 잔류 국힘과 이탈 국힘 사이가 벌어져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요인으로도 꼽힌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전쟁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대해 물었다. 잔류 국힘은 53%가, 이탈 국힘은 23%만 동의했다.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에 대해서는 잔류 국힘의 부정 평가(불필요한 조치)가 44%였다. 긍정 평가(필요한 조치) 38%를 뛰어넘었다. 이탈 국힘의 반응은 더 안 좋았다. 부정 평가(불필요한 조치)가 55%로, 긍정 평가(필요한 조치) 27%의 두 배다.
야당의 주요 공격 포인트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검찰 출신 인사의 고위직 임명과 거부권 행사다. 정치 경험이 적은 윤 대통령은 인재 풀의 상당 부분을 검찰 출신으로 채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잔류 국힘 71%는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이탈 국힘의 평가는 다르다. 33%만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여소야대의 입법부 구성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부른다’는 말은 여권의 단골 레퍼토리다. 야당이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문제라고 본다. 여야의 주장을 병립해 물었다. ‘거대 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와 ‘잦은 거부권 행사로 야당과의 협치를 막는다’라는 항목을 제시했다. 잔류 국힘은 여당의 주장에 적극 호응했다. 87%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탈 국힘의 대답은 달랐다. ‘어쩔 수 없다’는 응답(53%)이 ‘협치를 막는다’는 응답(28%)보다는 많지만, 잔류 국힘만큼 압도적이진 않다.
이탈 국힘은 보수 내부 경쟁의 바로미터다. 때마침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선언했고, 국민의힘 새 구원투수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등장했다. 두 사람은 이탈 국힘 표심을 두고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탈 국힘 표심 '확보',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탈 국힘 표심 '회복'이라는 과제가 있다. 이번 웹조사 결과는 그 표심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힌트를 준다(〈그림 6〉).
먼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 전 대표가 ‘승리 요소’였는지는 국민의힘 안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다. 잔류 국힘과 이탈 국힘의 평가가 나뉘었다.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의 당선에 이준석 전 대표가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대해 잔류 국힘은 38%, 이탈 국힘은 50% 동의했다.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말을 던지는 이준석 전 대표가 ‘보수 개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잔류 국힘(34%)과 이탈 국힘(57%)의 응답이 갈렸다.
이준석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호의적인 이탈 국힘을 공략하면, ‘이준석 신당’ 바람이 불까. 지금으로서는 ‘플러스 알파’가 더 필요해 보인다. 이준석 신당에 투표할 의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이탈 국힘의 이준석 신당 투표 의향(23%)이 잔류 국힘(10%)보다는 높았지만, 이 전 대표의 역할과 쓸모에 대해 긍정 답변한 이탈 국힘 전체(〈그림 6-1〉 〈그림 6-2〉)를 신당 투표 의향으로까지 흡수하지는 못한 상태다.
그뿐 아니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감정온도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비해 잔류 국힘과 이탈 국힘 모두에서 낮았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잔류 국힘 32.8도, 이탈 국힘 37.7도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 잔류 국힘 75.6도, 이탈 국힘 51.8도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이준석 전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두 사람은 이미 “(한동훈은) 긁지 않은 복권” “(이준석의) 세대포위론이란 말은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9회 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 처한 국민의힘이 내놓은 일격의 카드다. 한 비대위원장은 1973년생이다. 국민의힘은 그가 역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중에서는 가장 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789(1970년~1990년대생)’ 세대를 앞세우며 ‘영 라이트(Young Right·젊은 보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탈 국힘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이탈 국힘이 ‘영 라이트’ 성향을 띠는 것은 맞다. 특히 역사 인식과 관련한 이들의 응답은 ‘올드 라이트(Old Right·나이 든 보수)’와 대비된다(〈그림 7〉). 국민의힘 일각에는 2020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주로 극우 성향 유튜브로 전파되는 음모론이다. 잔류 국힘 51%는 부정선거론에 손을 들어줬다. 이탈 국힘은 32%가 그렇다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인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잔류 국힘 75%가 탄핵이 부당했다고 여긴다. 이탈 국힘은 43%만 동의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21년 국민의힘 최연소 당대표가 됐을 때, 이 두 가지 지점을 파고들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열린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정당했다고 연설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보수가 지성을 상실한 경우”라고 선을 그었다. 이탈 국힘 성향에 가까운 발언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향해 탄핵과 부정선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압박을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영 라이트’를 가르는 잣대라는 의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처해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현재 ‘이탈 국힘’이 빠진 국민의힘 지지층은 ‘잔류 국힘’ 성향이 더 강해졌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표 자리에서 내려오고,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잔류 국힘을 자극하는 발언이 더욱 늘었다. 당원 100%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태영호 의원의 발언은 논란을 빚었다.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라고 주장했다. 비판을 샀지만 그는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태 의원의 주장을 이번 웹조사에서도 물어봤다. 잔류 국힘 54%가 동의했지만, 이탈 국힘은 31%만 동의했다.
새로운 보수의 적자로 등극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잔류 국힘을 지키며 이탈 국힘을 탈환해와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에게 적극 다가가지는 않았지만 이 전 대표와 비슷한 성향을 띠는 유권자층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생물학적 나이가 관건이 아니다. 세계관의 충돌 문제다. 잔류 국힘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이탈 국힘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다.
심지어 이러한 상황은 역사 인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탈 국힘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의 중추에는, 앞서 살펴봤듯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있다. 김건희 여사에 관한 부분도 ‘킬러 문항’이다. 이탈 국힘을 복원하자니 잔류 국힘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잔류 국힘만으로는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논하기 어렵다. ‘이탈 국힘’ 복원이라는 첫 단계를 거쳐야, 무당층이라는 다음 고지까지 갈 수 있다. 이탈 국힘을 주목하는 이유다.
제20대 대선 결과가 나온 2022년 3월10일 새벽,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후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2022년 3월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그 기세를 몰아 같은 해 6월 지방선거도 이겼다. 그런데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인사는 “집토끼 모으기조차 실패했다”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17%포인트 차이라는 큰 격차는 보수 표도 다 가져오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바로 다음 선거가 2024년 4월 총선이다. 국민의힘의 우선 과제는 ‘보수 표심 복원’인 셈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지만, 다가오는 총선에선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한 이들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투표는 경험이다. 새 유권자층 발굴보다, 한 번이라도 찍었던 이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시사IN〉이 2024 총선 유권자 표심 분석의 두 번째 순서로 ‘누가 국민의힘에서 이탈했나’를 다룬 이유다. 보수의 분화를 집중해서 살폈다.
누가 남아 있고, 누가 떠났나. 183개 질문으로 이뤄진 웹조사를 통해 유권자 지형을 세분화해 교차 분석했다. 웹조사 문항 설계와 분석에는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 이동한 여론본부 차장과 이소연 연구원, 여론조사 연구기관 한국사람연구원 정한울 원장(정치학 박사), 국승민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교수(정치학과)가 함께했다. 조사는 2023년 12월7일부터 12일까지 실시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12월26일)과 이준석 전 대표 탈당(12월27일) 같은 국민의힘 내부의 역학 변화가 가시화되기 전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고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지지 의사를 밝힌 이들을 ‘잔류 국힘(18%)’이라고 명명했다. 반대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지만 현재로서는 총선에서 국민의힘 지지 의사가 없는(민주당·정의당·기타 정당 지지 및 모름 포함) 이들을 ‘이탈 국힘(17%)’이라 부른다. 보수정당이 가장 주목해야 할 표심이다. 비교를 위해,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찍지 않고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지지 의사가 없는 ‘비토(Veto·거부) 국힘(49%)’과 전체 평균도 함께 살폈다. 다음 호에서는 민주당 지지층 내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2022년 3월10일 당선사례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 옆에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서 있었다. 손을 잡고 만세를 했다. 국민의힘 ‘승리 연합’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승리는 한 가지 요소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세력이 결합해 0.73%포인트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고 응답한 이들의 특징을 보자(〈그림 1〉 참조). 스스로 진단한 이념은 두 그룹에서 차이가 난다. 잔류 국힘은 보수(74%)라고 응답한 이들이 가장 많다. 반면 이탈 국힘은 중도(44%), 보수(37%), 진보(15%) 순서다. 서로 다른 그룹이 만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들을 묶을 요소를 윤석열 캠프가 적극 공략했다는 뜻이다.
성향을 살폈다. ‘성장이냐 복지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성장 우선’이 두 그룹 모두에서 앞섰다. 잔류 국힘 68%, 이탈 국힘 57%다. 전체 평균은 40%, 비토 국힘 28%이다.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응답도 비슷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어떠하다고 생각하나’에는 잔류 국힘 29%와 이탈 국힘 35%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전체 평균 45%, 비토 국힘 54%다. 대북정책도 ‘압박 우선’에 동의한 비율이 잔류 국힘(83%)과 이탈 국힘(67%)이 전체 평균(47%)과 비토 국힘(29%)을 상회했다. 경제·젠더·대외정책 등에서 궤를 같이한다.
무엇보다 이들을 뭉치게 만든 정서는 ‘비호감’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부정 평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그림 2〉). 현재 국민의힘을 지지하든 아니든,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이들은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 잔류 국힘 2%, 이탈 국힘 10%다. 비토 국힘 59%와 비견된다. 문재인 정부 평가도 차이가 난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을 ‘못했다’에 대해 잔류 국힘 86%, 이탈 국힘 75%다.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정온도 또한 낮다. 0도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 100도는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이다. 잔류 국힘은 이재명 대표 13.4도, 문재인 전 대통령 27.6도다. 이탈 국힘은 이재명 대표 22.7도, 문재인 전 대통령 39.3도다.
그래서 이들은 여전히 ‘윤석열 정부 심판론’보다는 ‘야당 심판론’에 더 기울어져 있다(〈그림 3〉). 잔류 국힘(90%)만큼 강력하진 않지만, 이탈 국힘(69%) 또한 야당 심판론에 동의한다. 정부·여당 심판론에 대해 물어보면, 야당 심판론보다 뜨뜻미지근하게 답한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을 심판해야 한다’는 말에 잔류 국힘은 8%만 공감한다. 이탈 국힘은 35%, 비토 국힘은 84%, 전체 평균은 55%다. 즉, 이탈 국힘도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을 더 심판하고 싶어 한다.
거대 양당 체제에서 야당을 심판하기 위한 도구는 주로 여당이다. 그러나 ‘이탈 국힘’은 단어 그대로 현재 국민의힘을 떠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지만,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 집단이다(〈그림 4〉). 그 어느 집단보다 ‘현재 나의 생각과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탈 국힘 70%가 그렇다. 잔류 국힘 50%, 비토 국힘 56%, 전체 평균 58%를 뛰어넘는다. 정치에 대한 기대도 낮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이탈 국힘 81%가 생각한다.
핵심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다(〈그림 5〉).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전면에 내세워 당선됐다. 정치 경험이 전무했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강골 검사 이미지가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이탈 국힘 25%만 윤석열 정부가 공정하다고 답했다. 잔류 국힘 74%가 공정하다고 답한 것과 대비된다. 이탈 국힘의 응답(25%)은 비토 국힘의 응답(4%)과 더 가깝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감정온도 또한 마찬가지다. 잔류 국힘은 70.8도, 이탈 국힘은 44.5도다.
개별 사안에 대한 평가도 잔류 국힘과 이탈 국힘 사이가 벌어져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요인으로도 꼽힌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전쟁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대해 물었다. 잔류 국힘은 53%가, 이탈 국힘은 23%만 동의했다.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에 대해서는 잔류 국힘의 부정 평가(불필요한 조치)가 44%였다. 긍정 평가(필요한 조치) 38%를 뛰어넘었다. 이탈 국힘의 반응은 더 안 좋았다. 부정 평가(불필요한 조치)가 55%로, 긍정 평가(필요한 조치) 27%의 두 배다.
이탈 국힘, 보수 내부 경쟁의 바로미터
야당의 주요 공격 포인트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검찰 출신 인사의 고위직 임명과 거부권 행사다. 정치 경험이 적은 윤 대통령은 인재 풀의 상당 부분을 검찰 출신으로 채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잔류 국힘 71%는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이탈 국힘의 평가는 다르다. 33%만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여소야대의 입법부 구성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부른다’는 말은 여권의 단골 레퍼토리다. 야당이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문제라고 본다. 여야의 주장을 병립해 물었다. ‘거대 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와 ‘잦은 거부권 행사로 야당과의 협치를 막는다’라는 항목을 제시했다. 잔류 국힘은 여당의 주장에 적극 호응했다. 87%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탈 국힘의 대답은 달랐다. ‘어쩔 수 없다’는 응답(53%)이 ‘협치를 막는다’는 응답(28%)보다는 많지만, 잔류 국힘만큼 압도적이진 않다.
이탈 국힘은 보수 내부 경쟁의 바로미터다. 때마침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선언했고, 국민의힘 새 구원투수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등장했다. 두 사람은 이탈 국힘 표심을 두고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탈 국힘 표심 '확보',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탈 국힘 표심 '회복'이라는 과제가 있다. 이번 웹조사 결과는 그 표심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힌트를 준다(〈그림 6〉).
먼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 전 대표가 ‘승리 요소’였는지는 국민의힘 안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다. 잔류 국힘과 이탈 국힘의 평가가 나뉘었다.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의 당선에 이준석 전 대표가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대해 잔류 국힘은 38%, 이탈 국힘은 50% 동의했다.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말을 던지는 이준석 전 대표가 ‘보수 개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잔류 국힘(34%)과 이탈 국힘(57%)의 응답이 갈렸다.
이준석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호의적인 이탈 국힘을 공략하면, ‘이준석 신당’ 바람이 불까. 지금으로서는 ‘플러스 알파’가 더 필요해 보인다. 이준석 신당에 투표할 의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이탈 국힘의 이준석 신당 투표 의향(23%)이 잔류 국힘(10%)보다는 높았지만, 이 전 대표의 역할과 쓸모에 대해 긍정 답변한 이탈 국힘 전체(〈그림 6-1〉 〈그림 6-2〉)를 신당 투표 의향으로까지 흡수하지는 못한 상태다.
그뿐 아니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감정온도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비해 잔류 국힘과 이탈 국힘 모두에서 낮았다.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잔류 국힘 32.8도, 이탈 국힘 37.7도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 잔류 국힘 75.6도, 이탈 국힘 51.8도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이준석 전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두 사람은 이미 “(한동훈은) 긁지 않은 복권” “(이준석의) 세대포위론이란 말은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9회 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 처한 국민의힘이 내놓은 일격의 카드다. 한 비대위원장은 1973년생이다. 국민의힘은 그가 역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중에서는 가장 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789(1970년~1990년대생)’ 세대를 앞세우며 ‘영 라이트(Young Right·젊은 보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탈 국힘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이탈 국힘이 ‘영 라이트’ 성향을 띠는 것은 맞다. 특히 역사 인식과 관련한 이들의 응답은 ‘올드 라이트(Old Right·나이 든 보수)’와 대비된다(〈그림 7〉). 국민의힘 일각에는 2020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주로 극우 성향 유튜브로 전파되는 음모론이다. 잔류 국힘 51%는 부정선거론에 손을 들어줬다. 이탈 국힘은 32%가 그렇다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인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잔류 국힘 75%가 탄핵이 부당했다고 여긴다. 이탈 국힘은 43%만 동의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21년 국민의힘 최연소 당대표가 됐을 때, 이 두 가지 지점을 파고들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열린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정당했다고 연설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보수가 지성을 상실한 경우”라고 선을 그었다. 이탈 국힘 성향에 가까운 발언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향해 탄핵과 부정선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압박을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영 라이트’를 가르는 잣대라는 의미다.
한동훈이 처해 있는 딜레마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처해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현재 ‘이탈 국힘’이 빠진 국민의힘 지지층은 ‘잔류 국힘’ 성향이 더 강해졌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표 자리에서 내려오고,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잔류 국힘을 자극하는 발언이 더욱 늘었다. 당원 100%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태영호 의원의 발언은 논란을 빚었다.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라고 주장했다. 비판을 샀지만 그는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태 의원의 주장을 이번 웹조사에서도 물어봤다. 잔류 국힘 54%가 동의했지만, 이탈 국힘은 31%만 동의했다.
새로운 보수의 적자로 등극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잔류 국힘을 지키며 이탈 국힘을 탈환해와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에게 적극 다가가지는 않았지만 이 전 대표와 비슷한 성향을 띠는 유권자층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생물학적 나이가 관건이 아니다. 세계관의 충돌 문제다. 잔류 국힘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이탈 국힘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다.
심지어 이러한 상황은 역사 인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탈 국힘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의 중추에는, 앞서 살펴봤듯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있다. 김건희 여사에 관한 부분도 ‘킬러 문항’이다. 이탈 국힘을 복원하자니 잔류 국힘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잔류 국힘만으로는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논하기 어렵다. ‘이탈 국힘’ 복원이라는 첫 단계를 거쳐야, 무당층이라는 다음 고지까지 갈 수 있다. 이탈 국힘을 주목하는 이유다.
▪️ 이렇게 조사했다
조사 일시 : 2023년 12월7일~12일
조사 기관 : ㈜한국리서치
모집단 :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표집틀 :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2023년 11월 기준 전국 89만여 명)
표집 방법 : 지역별·성별·연령별 기준 비례할당 추출
표본 크기 : 2000명
표본오차 :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집오차는 ±2.2%포인트
조사 방법 :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URL 발송)
가중치 부여 방식 :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3년 11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응답률 : 6.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