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분리수거 누가 해?” 우유팩 쓰레기 버리러 주민센터까지 가라니 [지구, 뭐래?]
자유인124
IT과학
73
572
01.11 20:47
종이류와 섞인 종이팩 쓰레기 [화목일 프로젝트]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두달 간 모은 종이팩을 바리바리 싸매고 아이들과 주민센터에 다녀왔어요. 저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고, 긴 방학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이 될 테니까요”
한 학부모의 종이팩 분리배출 후기다. 종이팩을 따로 버리려면 잘 헹구고 말려 오린 뒤 주민센터로 가져 가야 한다. 종이팩은 캔이나 유리병, 플라스틱 등 다른 쓰레기와 달리 집 앞에 내놓는 방식으로 버릴 수 없어서다. 이른바 ‘거점 수거’다.
쓰레기를 따로 챙겨 가면서까지 분리배출을 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종이팩 재활용률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35%에서 2014년 26%, 2019년 19%까지 떨어지더니 급기야 2022년에는 13.7%로 집계됐다. 불과 10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서울 관악구는 2021년부터 1ℓ 종이팩 10개를 휴지 1롤과 교환해주는 유가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관악구 해피매거진]
종이팩 재활용률이 떨어진 건 소비자들이 분리배출을 소홀히 한 탓일까? 환경단체들은 종이팩 분리배출부터 재활용까지 이르는 체계 전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들이 종이팩을 따로 버리기 까다롭다는 점도 문제지만, 힘들게 종이팩을 모으더라도 돈이 되지 않아 종이팩 재활용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점 수거 외의 방식으로는 종이팩을 버리기 쉽지 않다. 서울환경연합에서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종이팩 분리배출 시민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 앞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62.5%로 집계됐다. ‘분리배출함이 있으면 따로 버리겠다’는 응답도 85.1%로 높게 나타났다.
오히려 종이팩을 받아주는 곳을 찾아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동대문·서대문·양천·용산·중랑구 등 5곳은 주민센터에서 종이팩을 수거하지 않고 있다. 재활용 선별장에서조차 종이팩과 종이류를 나누지 않는 자치구들도 있었다.
2024 종이팩수거현황보고서 [서울환경연합]
종이팩을 분리배출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과 환경단체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종이팩 회수 체계를 갖추려는 시도도 나왔다. 환경부는 지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 간 4개 지방자치단체 6만4000여가구를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종이팩 전용 배출함을 따로 마련해도 모이는 양이 많지 않아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2022년 1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종이팩 총 회수량이 세대 당 약 1㎏”라며 “종이팩을 분리배출하기 어려운 것으로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던 경기 부천시의 한 아파트. [부천시 블로그]
종이팩 전용 배출함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캔이나 유리병 등 다른 쓰레기들과 달리 종이팩 재활용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종이팩은 재활용 의무 대상 품목으로, 종이팩에 음료를 담아 판 업체들이 종이팩을 선별 및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한다. 캔이나 병 등 다른 쓰레기에 비해 종이팩 업체들이 져야 할 부담은 4분의 1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가령 캔에 음료를 판 기업이라면 판매한 캔의 80.7~85.4%, 유리병에 음료를 판 기업은 72.8%에 대한 비용을 부담한다. 반면 종이팩의 경우 재활용 의무율은 14.6~29.3%에 불과하다.
손해를 감수하고 종이팩을 재활용한 제품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화장지 원료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내에 종이팩 쓰레기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2016년 원단 수입 비율은 7.7%에서 2020년 16.5%로 배 이상 늘어났다.
2021년 12월 서울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시민들 [연합]
“한마디로 골치덩어리”라는 게 종이팩을 향한 버리기도 쉽지 않은데, 애써 모아놔도 재활용이 돈이 되지 않고, 재활용품 수요마저 줄어드는 상황이다.
10%대로 고꾸라진 국내와 달리 해외의 종이팩 재활용률은 서너 배 이상 높다. 유럽의 종이팩 재활용률은 65~80%, 대만은 65~70%대다. 종이팩으로 화장지는 물론 달걀판이나 종이심, 쇼핑백, 신발 깔창, 컵받침, 공원 벤치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종이팩을 재활용한 제품들이 많이 팔리고 이용돼야 종이팩 재활용 체계가 안정화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분리배출 체계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재활용품 판매까지 확신을 줘야 재활용 시장도 따라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두달 간 모은 종이팩을 바리바리 싸매고 아이들과 주민센터에 다녀왔어요. 저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고, 긴 방학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이 될 테니까요”
한 학부모의 종이팩 분리배출 후기다. 종이팩을 따로 버리려면 잘 헹구고 말려 오린 뒤 주민센터로 가져 가야 한다. 종이팩은 캔이나 유리병, 플라스틱 등 다른 쓰레기와 달리 집 앞에 내놓는 방식으로 버릴 수 없어서다. 이른바 ‘거점 수거’다.
쓰레기를 따로 챙겨 가면서까지 분리배출을 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종이팩 재활용률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35%에서 2014년 26%, 2019년 19%까지 떨어지더니 급기야 2022년에는 13.7%로 집계됐다. 불과 10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서울 관악구는 2021년부터 1ℓ 종이팩 10개를 휴지 1롤과 교환해주는 유가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관악구 해피매거진]
종이팩 재활용률이 떨어진 건 소비자들이 분리배출을 소홀히 한 탓일까? 환경단체들은 종이팩 분리배출부터 재활용까지 이르는 체계 전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들이 종이팩을 따로 버리기 까다롭다는 점도 문제지만, 힘들게 종이팩을 모으더라도 돈이 되지 않아 종이팩 재활용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점 수거 외의 방식으로는 종이팩을 버리기 쉽지 않다. 서울환경연합에서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종이팩 분리배출 시민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 앞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62.5%로 집계됐다. ‘분리배출함이 있으면 따로 버리겠다’는 응답도 85.1%로 높게 나타났다.
오히려 종이팩을 받아주는 곳을 찾아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동대문·서대문·양천·용산·중랑구 등 5곳은 주민센터에서 종이팩을 수거하지 않고 있다. 재활용 선별장에서조차 종이팩과 종이류를 나누지 않는 자치구들도 있었다.
2024 종이팩수거현황보고서 [서울환경연합]
종이팩을 분리배출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과 환경단체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종이팩 회수 체계를 갖추려는 시도도 나왔다. 환경부는 지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 간 4개 지방자치단체 6만4000여가구를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종이팩 전용 배출함을 따로 마련해도 모이는 양이 많지 않아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2022년 1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종이팩 총 회수량이 세대 당 약 1㎏”라며 “종이팩을 분리배출하기 어려운 것으로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던 경기 부천시의 한 아파트. [부천시 블로그]
종이팩 전용 배출함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캔이나 유리병 등 다른 쓰레기들과 달리 종이팩 재활용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종이팩은 재활용 의무 대상 품목으로, 종이팩에 음료를 담아 판 업체들이 종이팩을 선별 및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한다. 캔이나 병 등 다른 쓰레기에 비해 종이팩 업체들이 져야 할 부담은 4분의 1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가령 캔에 음료를 판 기업이라면 판매한 캔의 80.7~85.4%, 유리병에 음료를 판 기업은 72.8%에 대한 비용을 부담한다. 반면 종이팩의 경우 재활용 의무율은 14.6~29.3%에 불과하다.
손해를 감수하고 종이팩을 재활용한 제품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화장지 원료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내에 종이팩 쓰레기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2016년 원단 수입 비율은 7.7%에서 2020년 16.5%로 배 이상 늘어났다.
2021년 12월 서울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시민들 [연합]
“한마디로 골치덩어리”라는 게 종이팩을 향한 버리기도 쉽지 않은데, 애써 모아놔도 재활용이 돈이 되지 않고, 재활용품 수요마저 줄어드는 상황이다.
10%대로 고꾸라진 국내와 달리 해외의 종이팩 재활용률은 서너 배 이상 높다. 유럽의 종이팩 재활용률은 65~80%, 대만은 65~70%대다. 종이팩으로 화장지는 물론 달걀판이나 종이심, 쇼핑백, 신발 깔창, 컵받침, 공원 벤치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종이팩을 재활용한 제품들이 많이 팔리고 이용돼야 종이팩 재활용 체계가 안정화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분리배출 체계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재활용품 판매까지 확신을 줘야 재활용 시장도 따라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