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가 왜 유독 시끄럽지? 친윤∙비윤∙김한길계 뒤엉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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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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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2 09:23
4·10 총선을 앞둔 요즘 여권에서는 “송파가 왜 이렇게 시끄럽냐”는 말이 나온다.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강남 3구는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강세 지역으로 통하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송파 갑·을·병 3개 선거구에서 여권의 출마 희망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현재 송파 갑·을·병에 예비후보 등록을 했거나, 출마 준비 중인 여권 주요 인사는 7명이다. 송파갑에는 박정훈 전 TV조선 국장, 석동현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이고, 방송통신위원을 지낸 안형환 전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송파을에는 친윤계 배현진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가까운 최명길 전 의원도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송파병에는 비윤계인 김근식 당협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고 알려진 김성용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경합하고 있다.
이런 경쟁 구도는 현역 의원 외에 뚜렷한 도전자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과는 대조적이다. 수도권의 한 출마자는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송파 지역 예비 출마자들이 지지자를 모아 세를 과시하거나, 현역 의원에게 지원 사격을 요청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모 후보가 대통령실의 낙점을 받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지역에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송파갑이 지역구인 김웅 의원이 지난 8일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김 의원 불출마 선언 이틀 뒤인 지난 10일 박정훈 전 국장은 송파갑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본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자리엔 박대출·김성원·김정재·배현진 의원 등 친윤계가 참석했다. 사회자는 참석하지 못한 장제원 의원의 축사를 대신 읽었고, 현장에는 배우 김영철·유동근씨도 자리했다. 여권 관계자는 “마치 ‘이 지역은 내 지역’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행사 같았다”고 했다.
현역 당협위원장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측근이 도전하고 있는 송파병에선 신경전도 상당하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배현진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김성용 전 행정관과 함께 떡국을 먹는 사진을 올리면서 ‘#힘내자’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를 전해 들은 김근식 위원장은 주변에 “당협위원장이 버젓이 있는데 현역 의원이 다른 후보를 밀겠다고 하는 건 정치적 도의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고 한다.
배 의원은 지난 7일에는 박정훈 전 국장, 김 전 행정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송파 가족’이라고 썼다. 이 사진은 삽시간에 여의도에 퍼지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송파가 이렇듯 각축장이 된 건 이 지역의 유권자 특성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파는 기본적으로 여권이 우세한 지역이지만, 그렇다고 강남·서초처럼 ‘몰표’를 받기는 어렵다. 실제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격차는 송파갑이 3.2%포인트, 송파을이 4.4%포인트에 불과했다. 게다가 송파병은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에 9.3%포인트 차이로 졌고, 최근 총선에서 잇따라 패해 ‘험지’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강남·서초에 도전하면 ‘양지만 찾는다’는 비판이 가해질 수 있고, 그렇다고 한강벨트나 강북은 너무 험지여서 도전할 용기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나름 도전한다는 인상도 주면서도 실제로 발로 뛰면 해볼 만한 곳이 송파여서 너도나도 나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파갑은 1997년 15대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999년 재·보궐선거에서 도전해 당선된 곳이다. ‘모래시계 검사’로 신한국당에 영입된 홍준표 현 대구시장이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이기도 하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과거 거물급이나, 소신 있는 인물이 출마했던 걸 기억하는 이 지역 유권자들은 눈높이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