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 개의 해방일지 [고은경의 반려배려]

식용 개의 해방일지 [고은경의 반려배려]

a0eb9419b3ece57edc1c8bdbc0954b10_1705129790.jpg
2015년 충남 서산시의 한 대형 개농장에서 만난 엄마개와 강아지. 9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눈빛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서산=고은경 기자

식용으로 개를 기르는 농장에 처음 가본 건 2015년이다. 충남 서산에서 1,000여 마리의 개를 기르는 대형 농장이었다. 9년 전임에도 여전히 농장 속 개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뜬장 속 새끼 두 마리를 품에 안고 밖을 바라보던 도사혼종견 엄마개의 눈빛이 애처로워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리다. 옆에는 자신들의 운명을 모르는 엄마 젖을 뗀 강아지들이 다가가자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적어도 개농장주들이 주장하는 "반려견과 식용견이 다르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사람들에게 꼭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던 게 전부였다. (☞관련기사: 식용 아닌 반려동물로... 도사견들 새 둥지 틀다)

이달 9일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 식용 금지법을 놓고 워낙 논란이 있어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였던 것도 사실이다. 동물단체 활동가들로부터 "생전에 개 식용 금지가 되는 걸 보다니 감격스럽다"는 얘기도 들었다.

8fa3009cef64687a7059c25eef188ca1_1705129790.jpg
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동물복지국회포럼과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공동주최로 개식용 종식 특별법 제정 환영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개 식용을 둘러싼 논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1924년 7월 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초복입니다'라는 기사를 통해 무려 100년 전부터 개 식용을 비판한 해외의 시선에 대해 반감이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이승만 정부 때 '개장국' 판매 금지했었다고?)개식용 논란 100년의 역사1954년 이승만 대통령 시절 '개장국' 판매를 금지했다가 1960년대 들어 장려되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개 식용에 대한 규제가 또다시 강화됐다.

법적으로 보면 1963년 축산법 제정 당시 '개'를 가축으로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1973년에는 가축에 개를 포함시켰다. 1975년에 축산물가공처리법(현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를 가축의 범위에 포함시켰으나 국내외의 반발이 거세자 1978년에 다시 제외했고 지금까지 개 사육은 가능하되 도살∙유통은 사각지대에 놓이는 상황이 이어져왔다. (☞연관기사: 개고기가 되지 않을 자유 [고은경의 반려배려])

8c7342b8fc2275928f23065c170a1d8a_1705129791.jpg
'개 식용 금지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10일 서울의 한 보신탕 식당의 모습. 연합뉴스

그간의 논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2001년 MBC 라디오에서 손석희씨와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말다툼을 빼놓을 수 없다.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을 야만인"이라고 발언한 바르도에게 손씨가 "문화적 상대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한 것이다.

개 식용 문제를 해외의 시선에 의해 결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지금도 한편에서는 "전통문화다", "먹는 자유를 침해한다"라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문화가 상대적이라는 것이 '모든 문화가 옳다'는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또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며 잔인하게 불법으로 도살되는 동물을 먹는 것을 전통이라는 이유로 유지할 필요도, 선택권을 줄 이유도 없다.

453b7abc26b123f68e8445ceeae7fb34_1705129791.jpg
2019년 경기 여주시의 개농장에서 구조돼 해외로 입양 간 '봄이'. 지금은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 제공

2027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가 사라지게 된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쁘다. 이제라도 개 식용이 금지돼 다행이다. 그러나 정부 추산 1,156개 농장에서 식용으로 길러지는 52만 마리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농장주와 식당주인 등의 전업을 지원하는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또 지금부터는 개 식용 관련 단골 질문인 "소, 돼지, 닭은?"에 대해서도 보다 활발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 식용 금지법 통과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연관기사
• 굿바이 개 식용! "동물보호 역사 새로 쓰는 날"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0914260005875)
• 국민 10명 중 9명 "개는 음식 아냐... 개고기 안 먹는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0808550002771)
• 범블비, 브루노... 개농장 구조견 27마리 미국에서 새 삶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1518290005954)
• 식용견과 반려견은 따로 없어요… 애교만점 도사혼종견
(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7141787761066)


24 Comments
자유인72 01.13 16:10  
양산개장수 문죄인은~ 돈안준다고  기르던 개를  버렸지..
자유인218 01.13 16:10  
개라는 동물을  좋할수밖에없는데 사람과 가장 친화적으로 가끼이에서  감정도 교감할수있는 범위가있기때문이다  외국에서  한국에개가 너무많다하듯이 개체수가 많으니 하찮고 무시하고함부로대한다 이제  강아지공장 경매장 패샵도 중요한법안이 만들어지고 통과되어야한다  식용문제는 3년유예기간중 무조건 제보나신고로 부작용 막아야한다
자유인130 01.13 16:10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력에 박수보냅니다.  신속 통과시킨 국힘당과 반대 않은 민주당에도 박수보냅니다.
자유인166 01.13 16:10  
난 원래 보신탕 안먹고 먹는사람들도 이해안가지만 이걸 법제화 시킬일인가 싶다. 어차피 불법개농장에서 평생 새끼만 낳다 죽는 개들은 여전히 고통받고있고, 보신탕도 보나마나  암암리에 다 거래하고 몰래 먹을거 뻔하지않나. 그보다 어떻게하면 개들이 고통받지 않을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도축환경이나 축사환경, 위생문제등을  대대적으로 손보는게 맞다고본다. 어차피 보신탕 문화는 그냥 놔둬도 향후 10년이면 사라진다
자유인274 01.13 16:10  
몸에 좋은 보양식 하나 잃게 되었네,
그것도 단지 대통령 잘못 뽑은 탓에
자유인144 01.13 16:10  
적어도 자기 새끼 알아보는 짐승은 먹지 말자. 저걸 어떻게 떼어버리고 죽여서 먹냐
자유인99 01.13 16:10  
사람살리는 법이나 통과시켜라
비상식량 자꾸 비축하지말고
자유인36 01.13 16:10  
저렇게 데모하고 기분 좋아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했겠지...위선과 선택적 차별 선동 저게 줬뽤갱이랑 다를게 뭐냐...비건들이 동물 식용 금지라고 하면 뭐라고 대꾸 할지 생각은 해봤냐
자유인164 01.13 16:10  
정말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완전한 개식용종식법이 될 때까지!! 민원 많이 넣겟습니다.
자유인248 01.13 16:10  
숫병아리로 감별로 바로 폐기되는 병아리 눈을 본적이 있는가? 세상에 죽어야함이 당연한 가축은 없다. 개도 죽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개식용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개식용 반대보다 개 도살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위한 법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또 개를 버리는 파렴치한 인간들에게 철퇴를 가하는 반려 면허제 도입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 안타깝다. 개의 생명만 안타깝고 다른 가축들의 생명은 덜한것인지 개식용 금지법에 두손을 높이들고 외쳐대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병아리 눈은 어떤가요?
자유인225 01.13 16:10  
늑대고기는 어떰? 가축화 못하나?
자유인95 01.13 16:10  
지금당장은 개식용금지법으로 차츰 소 돼지도 안 먹는 더좋은 법이 제정되길. 개식용금지법 제정에 만세 만만세 입니다
자유인224 01.13 16:10  
개를 식자재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것에 정말. 놀래 노자네 앞으로 소 돼지 동물보다 더좋은. 영양제가 나올 미래에 시대에 뒤떨어지는 생각 ㅋ 쯧쯧
자유인278 01.13 16:10  
개 식용을 반대하면 이런말 하는 인간  !
그럼소 돼지 닭 모두 먹지말자고  ᆢ  그래 ~그것도  먹지마 !
인간들아 ! 개는 특별하잖아 ? 인간과의 유대감이 ᆢ
개  도살하고 개농장하는 놈들  다음생은  그 개로 태어나서
똑같이  그고통을 격길 바란다  ~~
자유인270 01.13 16:10  
너는 소도살장은 가보고 이런 기사쓰라. 하여튼 개는 안되고, 소돼지는 되고 어떤 생명체가 인간따위한테 먹히길 바라는 동물이 어디있나. 마치 개고기를 먹는게 미개한것처럼 쓰지는 말고, 애시당초 개키우면서 사람마냥 내애기 내애기 하는 건 뭐가 다른데. 사고나면 내 개부터 구해주세요, 붙여놓은거보고는.. 정신나간것들.. 반려배려같은 소리하고있네.
자유인207 01.13 16:10  
미래식량으로 곤충 사육하는 세상에, 오히려 인류의 식재료 하나를 금지시키는 어리석은 결정일 뿐. 사육환경이 문제라면 가축사육시설 허가제를 하면 되는것을.
자유인64 01.13 16:10  
고은경기자 구독구독!
자유인47 01.13 16:10  
제발~~ 개는 개 답게~~
자유인175 01.13 16:10  
????????????????‍????????????????????
자유인121 01.13 16:10  
쥴리가 쥴리의 법으로 개정 좋컷다ㅡㅡㅡ앞으로 개고기없는세상 어케사냐?????제기랄~~
자유인225 01.13 16:10  
개와 고양이는 식용 금지하는게  맞다  어짜피 말귀 못알아 먹는 사람들은  소귀에 경읽기니  패스하고  이번 일은 참 잘한일이다
자유인150 01.13 16:10  
지금 애  자식 처럼 방에서
강아지 반려견을 거의다 키우는 새상에
이게 먼 야만인 짖이냐
자유인269 01.13 16:10  
ㅋ 명백한 위헌이고 어짜피 취소될 법임. 그리고 개고기 금지 부르짖으면서 자기 개한테 소, 돼지, 닭 갈아만든 사료 처먹이고 있는 니가 진정한 사이코 패스..ㅋㅋㅋ
자유인195 01.13 16:10  
반려견의 문제는 다 심각하다
  그 문제점은 왜 기사로 안 쓰는지?
  1.버려지는 반려견  2.공동주택  개짖는 소음문제 /층간소음 포함  3. 냄새문제와 하수도 막힘 문제  4.산책시 개똥등 오염물 처리 문제  5. 맹견류도 반려견으로 인정하는 문제  6. 입마개 미 착용 외출 문제  7.식당등 다중시설 반려견  출입 문제와 이용자와 사업주간의 갈등 발생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