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카 라이프] 오래된 수입차를 살 때 알아야 할 것들
자유인277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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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9 16:14
늘씬한 옆모습은 이 차의 매력 중 하나다
'아이폰보다 싼 수입 중고차, 괜찮을까?'
포털 뉴스에 잊을 만하면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오는데요, 정답은 '괜찮지 않다'입니다. 수입차도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가게 마련인데요, 그러다 보니 가격이 아주 싼 수입차도 중고차 시장에 종종 보이곤 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싸다고 덜컥 샀다가는 낭패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감가상각이 심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우선 큰 폭의 신차 가격 할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처음 살 때 할인을 많이 받기 때문에 중고차 가격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죠.
또 하나는 유지비입니다. 대체로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수리비가 비싸므로 오래된 중고차일수록 수리비 부담이 커지지요. 수리비가 비싸서 자동차 보험료도 높을 수밖에 없고요.
타이어 교체하던 모습
마지막으로, 오래된 수입 중고차는 다시 되팔기 쉽지 않습니다. 좋은 상태의 수입차는 재력이 있는 분들이 사고, 오래된 수입차는 수리비 부담 때문에 찾는 이가 적기 때문이죠.
제가 지난번에 소개한 저의 세 번째 애마 'BMW 728iL'은 그래도 이 세 가지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한 차였습니다. 새 차 가격 9500만원이었던 차를 14년이 지나 420만원에 샀으니 일단 구매비 부담은 적은 편이었습니다.
또한 직렬 6기통 2800㏄ 엔진이어서 V8 엔진보다 기름을 적게 먹었고, 자동차 세금도 중고차 할인을 받아서 그리 비싸진 않았습니다. 가솔린 엔진이어서 오래된 디젤 엔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고요.
마지막 항목도 중요한데요, 3세대 7시리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여서 열성 팬이 아주 많은 차였습니다. 그래서 동호회에 매물을 올린 후 오래 지나지 않아서 팔렸습니다. 수입 중고차 구매한 다음에 평생 소장할 것이 아니라면 이 부분도 매우 중요하죠.
BMW 728iL은 만 2년을 보유했었습니다. 더 오래 갖고 있지 못한 이유는 수리비와 세금, 보험료 때문이었어요.
이 차를 제가 신차로 샀다면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정비했을 텐데, 중고차로 산 차이니 그게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고치면 조금 있다가 다른 게 고장 나고, 그걸 고치면 또 갑자기 예상치 못한 부위에서 고장이 나곤 했습니다. 수리비도 수리비지만, 갑작스러운 고장이 주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던 거죠.
붉은색 계기반은 지금 봐도 매력적이다
또 한 가지는 낭비 되는 세금과 보험료였습니다. 매 분기당 자동차세 고지서가 한꺼번에 세 장이 날아오니 그것도 스트레스였죠. 세 대의 차를 아무리 골고루 탄다고 해도 결국 3분의 1만 활용하는 건데, 세금은 온전히 세 대분을 내는 거니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보험료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728iL을 굴리던 시기는 좋은 기억이 더 많습니다. 오래된 차이긴 해도, 수입 대형차이다 보니 굉장히 비싼 차로 알고 계신 분들이 더러 있더군요.
한 번은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지하 주차장 보수 공사를 해야 하니 차를 전부 옮겨달라”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아파트 앞 중학교 주차장으로 옮겼는데요, 갑자기 경비원이 차를 다시 옮겨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유를 물으니 “여긴 입구 쪽이라 학생들이 많이 다닌다. 공을 튀겨가며 다니는 아이들도 많은데 차에 손상이 가면 어떻게 하느냐. 비싼 찬데”라고 하시더군요. 속으로 “이거 싼 차에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습니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거든요.
새 주인에게 넘기기 전 마지막 모습
728iL은 제가 기자 생활하면서 시승으로만 접하다가 결국 손에 넣는 기쁨을 준 차였습니다. 그래도 앞서 얘기한 대로 끝없이 이어지는 수리비가 부담되어 결국 제 품을 떠나게 되었죠.
새로운 주인은 다행히도 저만큼 차를 아끼는 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차를 보내던 날은 날씨가 아주 좋았고, 그분은 미니 쿠퍼를 타고 오셨더랍니다. 제 차를 둘러보시더니 시승도 안 하고 “미니 쿠퍼 팔아서 돈 들고 다시 오겠다”라면서 사라지시더군요. 잠시 후 다시 나타난 그분에게 키를 넘기고, 저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죠. 한데 차마 그냥 돌아서진 못하겠더라고요. 집 베란다 창문을 통해서 728iL이 가는 마지막 뒷모습을 지켜보니 눈물이 살짝 났습니다. 그 후로도 간혹 생각이 나더라고요. 마치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견을 다른 주인에게 넘기는 심정이랄까요.
저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물은 사람과 인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주인에게 헌신하고 1년 동안 주차장에서 잠들었던, 그러나 제 곁으로 와 2년 동안 제 친구가 되어준 728iL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저의 올드카 라이프 연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이폰보다 싼 수입 중고차, 괜찮을까?'
포털 뉴스에 잊을 만하면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오는데요, 정답은 '괜찮지 않다'입니다. 수입차도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가게 마련인데요, 그러다 보니 가격이 아주 싼 수입차도 중고차 시장에 종종 보이곤 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싸다고 덜컥 샀다가는 낭패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감가상각이 심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우선 큰 폭의 신차 가격 할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처음 살 때 할인을 많이 받기 때문에 중고차 가격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죠.
또 하나는 유지비입니다. 대체로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수리비가 비싸므로 오래된 중고차일수록 수리비 부담이 커지지요. 수리비가 비싸서 자동차 보험료도 높을 수밖에 없고요.
타이어 교체하던 모습
마지막으로, 오래된 수입 중고차는 다시 되팔기 쉽지 않습니다. 좋은 상태의 수입차는 재력이 있는 분들이 사고, 오래된 수입차는 수리비 부담 때문에 찾는 이가 적기 때문이죠.
제가 지난번에 소개한 저의 세 번째 애마 'BMW 728iL'은 그래도 이 세 가지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한 차였습니다. 새 차 가격 9500만원이었던 차를 14년이 지나 420만원에 샀으니 일단 구매비 부담은 적은 편이었습니다.
또한 직렬 6기통 2800㏄ 엔진이어서 V8 엔진보다 기름을 적게 먹었고, 자동차 세금도 중고차 할인을 받아서 그리 비싸진 않았습니다. 가솔린 엔진이어서 오래된 디젤 엔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고요.
마지막 항목도 중요한데요, 3세대 7시리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여서 열성 팬이 아주 많은 차였습니다. 그래서 동호회에 매물을 올린 후 오래 지나지 않아서 팔렸습니다. 수입 중고차 구매한 다음에 평생 소장할 것이 아니라면 이 부분도 매우 중요하죠.
BMW 728iL은 만 2년을 보유했었습니다. 더 오래 갖고 있지 못한 이유는 수리비와 세금, 보험료 때문이었어요.
이 차를 제가 신차로 샀다면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정비했을 텐데, 중고차로 산 차이니 그게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고치면 조금 있다가 다른 게 고장 나고, 그걸 고치면 또 갑자기 예상치 못한 부위에서 고장이 나곤 했습니다. 수리비도 수리비지만, 갑작스러운 고장이 주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던 거죠.
붉은색 계기반은 지금 봐도 매력적이다
또 한 가지는 낭비 되는 세금과 보험료였습니다. 매 분기당 자동차세 고지서가 한꺼번에 세 장이 날아오니 그것도 스트레스였죠. 세 대의 차를 아무리 골고루 탄다고 해도 결국 3분의 1만 활용하는 건데, 세금은 온전히 세 대분을 내는 거니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보험료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728iL을 굴리던 시기는 좋은 기억이 더 많습니다. 오래된 차이긴 해도, 수입 대형차이다 보니 굉장히 비싼 차로 알고 계신 분들이 더러 있더군요.
한 번은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지하 주차장 보수 공사를 해야 하니 차를 전부 옮겨달라”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아파트 앞 중학교 주차장으로 옮겼는데요, 갑자기 경비원이 차를 다시 옮겨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유를 물으니 “여긴 입구 쪽이라 학생들이 많이 다닌다. 공을 튀겨가며 다니는 아이들도 많은데 차에 손상이 가면 어떻게 하느냐. 비싼 찬데”라고 하시더군요. 속으로 “이거 싼 차에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습니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거든요.
새 주인에게 넘기기 전 마지막 모습
728iL은 제가 기자 생활하면서 시승으로만 접하다가 결국 손에 넣는 기쁨을 준 차였습니다. 그래도 앞서 얘기한 대로 끝없이 이어지는 수리비가 부담되어 결국 제 품을 떠나게 되었죠.
새로운 주인은 다행히도 저만큼 차를 아끼는 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차를 보내던 날은 날씨가 아주 좋았고, 그분은 미니 쿠퍼를 타고 오셨더랍니다. 제 차를 둘러보시더니 시승도 안 하고 “미니 쿠퍼 팔아서 돈 들고 다시 오겠다”라면서 사라지시더군요. 잠시 후 다시 나타난 그분에게 키를 넘기고, 저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죠. 한데 차마 그냥 돌아서진 못하겠더라고요. 집 베란다 창문을 통해서 728iL이 가는 마지막 뒷모습을 지켜보니 눈물이 살짝 났습니다. 그 후로도 간혹 생각이 나더라고요. 마치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견을 다른 주인에게 넘기는 심정이랄까요.
저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물은 사람과 인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주인에게 헌신하고 1년 동안 주차장에서 잠들었던, 그러나 제 곁으로 와 2년 동안 제 친구가 되어준 728iL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저의 올드카 라이프 연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