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이곳으로 20년 전 국제선 열어준 김포공항의 찬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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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15:27
김포공항에서 국제선이 사라진 건 지난 2001년 3월 29일이었다. 영종도에 새로 건설한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열면서 김포공항에서 뜨고 내리던 국제선 항공편이 모두 옮겨갔다. 한때 미국과 일본, 유럽 등 28개국 70여개 도시를 오가던 비행편이 모두 떠나면서 김포공항은 국내선 전용공항으로 많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옛 국제선 1청사는 국내선 청사로 바뀌었고, 국제선 2청사에는 극장과 예식장·전문상가 등이 들어섰다. 종전 국내선 청사는 대형 할인쇼핑몰로 바뀌었다. 과거 화려했던 국제공항의 모습은 많이 퇴색하고, 해외여행 대신 쇼핑이나 먹거리를 위해 찾는 곳이 됐다.
2003년 김포공항으로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김포공항과 하네다공항(일본 도쿄)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셔틀’을 개설하자는 논의였다. 김포공항은 시내에서 12㎞, 하네다공항도 16㎞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인천공항~나리타공항 노선을 이용할 때보다 이동시간을 1시간 30분가량 줄일 수 있어 비즈니스 목적에 유용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초 이 노선은 이전부터 한·일 회담에서 논의가 시작됐으나 일본 측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탓에 진척이 없었다. 그런데 그해 5월 일본 측이 달라진 태도를 보이면서 두 공항의 활용 방안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일본은 도쿄의 또 다른 공항인 나리타공항을 키우고 싶었지만, 시민단체 반대와 활주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하네다공항도 같이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알려져 있다.
중앙일보 보도(2003년 5월 3일자 6면)로 이러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항공·관광업계의 관심이 쏠렸지만 이번엔 우리 항공당국이 난색을 보였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의 고위관계자는 “인천공항을 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포공항에 국제선을 다시 열면 인천공항 허브(HUB, 중심공항)화 전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 꼬일뻔한 실타래는 다음 달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 풀렸다. 김포공항과 하네다공항을 오가는 셔틀기 운항에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이후 논의가 진전돼 그해 11월 30일 드디어 ‘김포~하네다’ 노선에 양국 항공사가 하루 왕복 4편씩 운항을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벌써 노선을 개설한 지 20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김포공항의 국제선도 3개국(일본, 중국, 타이완), 7개 노선으로 늘었다. 일본은 하네다공항과 오사카공항(오사카), 중국은 홍차오공항(상하이)·서우두공항(베이징)·다싱공항(베이징), 타이완은 쑹산공항(타이페이)과 가오슝공항(가오슝)이 해당한다. 국제선 여객수송 실적도 2018년에는 430만명에 육박했다.
이처럼 옛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지만, 김포공항에는 여전히 커다란 장벽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주변 지역의 소음 피해와 민원이 가장 어려운 숙제다. 김포공항은 밤 시간대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오후 11시~오전 6시 사이에 ‘비행금지시간(커퓨, Curfew)’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된다. 항공편을 더 늘리는 것도 주민 반대 등으로 인해 상당히 어렵다.
게다가 지난 대선을 앞두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20만~30만호의 주택을 짓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적지 않은 반대에 부딪혀 해당 방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언제 다시 떠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김포공항이 장벽을 극복하고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선 김포공항만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발전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교수는 “김포공항은 서울의 관문공항으로 도심에 가깝고, 수속시간이 짧은 데다, 환승 교통도 편리하다는 강점이 있다”며 “특히 비즈니스 목적의 승객에게 상당한 편익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포공항의 사업목적 방문객 비율(2019년 기준)은 35.8%로 인천공항(24.6%)보다 높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이 비율이 42.1%에 달한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김포공항은 패스트트랙(신속 출입국수속 통로)과 비즈니스용 라운지 설치 등을 통해 '비즈 특화' 공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패스트트랙은 일반적으로 일등석, 비즈니스석 승객과 추가로 돈을 지불한 승객 등을 대상으로 별도의 수속 통로를 통해 출입국 절차를 빠르게 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국내에선 인천공항이 제2 여객터미널 개항 당시 설치를 추진했다가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은 물론 사회주의국가인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도 패스트트랙을 운영 중이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은 “비즈 특화 못지않게 고급 관광객 유치 전략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김포공항이 가진 장점은 관광 분야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이 티웨이항공 전무는 “현재 김포공항은 반경 2000㎞ 제한에 묶여 그 너머로는 취항할 수 없다”며 “비즈·관광 특화에 맞춰 단계적으로 이 제한을 푸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의 윤형중 사장은 “국내 외에서 개발 경쟁이 치열한 도심항공교통(UAM)을 활용해 김포공항과 지방을 바로 연결하는 교통망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포공항이 이러한 방안들을 하나씩 풀어갈 수 있다면 보다 특화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공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에는 반드시 함께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지역과의 상생이다. 공항이 유발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지역경제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찾아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김포공항이 크고, 지역이 산다.
이후 옛 국제선 1청사는 국내선 청사로 바뀌었고, 국제선 2청사에는 극장과 예식장·전문상가 등이 들어섰다. 종전 국내선 청사는 대형 할인쇼핑몰로 바뀌었다. 과거 화려했던 국제공항의 모습은 많이 퇴색하고, 해외여행 대신 쇼핑이나 먹거리를 위해 찾는 곳이 됐다.
2003년 김포공항으로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김포공항과 하네다공항(일본 도쿄)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셔틀’을 개설하자는 논의였다. 김포공항은 시내에서 12㎞, 하네다공항도 16㎞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인천공항~나리타공항 노선을 이용할 때보다 이동시간을 1시간 30분가량 줄일 수 있어 비즈니스 목적에 유용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초 이 노선은 이전부터 한·일 회담에서 논의가 시작됐으나 일본 측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탓에 진척이 없었다. 그런데 그해 5월 일본 측이 달라진 태도를 보이면서 두 공항의 활용 방안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일본은 도쿄의 또 다른 공항인 나리타공항을 키우고 싶었지만, 시민단체 반대와 활주로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하네다공항도 같이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알려져 있다.
중앙일보 보도(2003년 5월 3일자 6면)로 이러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항공·관광업계의 관심이 쏠렸지만 이번엔 우리 항공당국이 난색을 보였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의 고위관계자는 “인천공항을 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포공항에 국제선을 다시 열면 인천공항 허브(HUB, 중심공항)화 전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 꼬일뻔한 실타래는 다음 달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 풀렸다. 김포공항과 하네다공항을 오가는 셔틀기 운항에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이후 논의가 진전돼 그해 11월 30일 드디어 ‘김포~하네다’ 노선에 양국 항공사가 하루 왕복 4편씩 운항을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벌써 노선을 개설한 지 20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김포공항의 국제선도 3개국(일본, 중국, 타이완), 7개 노선으로 늘었다. 일본은 하네다공항과 오사카공항(오사카), 중국은 홍차오공항(상하이)·서우두공항(베이징)·다싱공항(베이징), 타이완은 쑹산공항(타이페이)과 가오슝공항(가오슝)이 해당한다. 국제선 여객수송 실적도 2018년에는 430만명에 육박했다.
이처럼 옛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지만, 김포공항에는 여전히 커다란 장벽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주변 지역의 소음 피해와 민원이 가장 어려운 숙제다. 김포공항은 밤 시간대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오후 11시~오전 6시 사이에 ‘비행금지시간(커퓨, Curfew)’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된다. 항공편을 더 늘리는 것도 주민 반대 등으로 인해 상당히 어렵다.
게다가 지난 대선을 앞두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20만~30만호의 주택을 짓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적지 않은 반대에 부딪혀 해당 방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언제 다시 떠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김포공항이 장벽을 극복하고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선 김포공항만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발전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교수는 “김포공항은 서울의 관문공항으로 도심에 가깝고, 수속시간이 짧은 데다, 환승 교통도 편리하다는 강점이 있다”며 “특히 비즈니스 목적의 승객에게 상당한 편익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포공항의 사업목적 방문객 비율(2019년 기준)은 35.8%로 인천공항(24.6%)보다 높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이 비율이 42.1%에 달한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김포공항은 패스트트랙(신속 출입국수속 통로)과 비즈니스용 라운지 설치 등을 통해 '비즈 특화' 공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패스트트랙은 일반적으로 일등석, 비즈니스석 승객과 추가로 돈을 지불한 승객 등을 대상으로 별도의 수속 통로를 통해 출입국 절차를 빠르게 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국내에선 인천공항이 제2 여객터미널 개항 당시 설치를 추진했다가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은 물론 사회주의국가인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도 패스트트랙을 운영 중이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은 “비즈 특화 못지않게 고급 관광객 유치 전략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김포공항이 가진 장점은 관광 분야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이 티웨이항공 전무는 “현재 김포공항은 반경 2000㎞ 제한에 묶여 그 너머로는 취항할 수 없다”며 “비즈·관광 특화에 맞춰 단계적으로 이 제한을 푸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의 윤형중 사장은 “국내 외에서 개발 경쟁이 치열한 도심항공교통(UAM)을 활용해 김포공항과 지방을 바로 연결하는 교통망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포공항이 이러한 방안들을 하나씩 풀어갈 수 있다면 보다 특화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공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에는 반드시 함께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지역과의 상생이다. 공항이 유발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지역경제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찾아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김포공항이 크고, 지역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