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류·지천까지 파헤치고 댐 10개 더 짓는다···“4대강사업 실패 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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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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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7 14:01
환경부,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 발표
국가하천 확대 및 지류지천 준설 등 내용
광화문·강남역 등 도심지 빗물터널 설치
환경단체 “환경파괴·혈세 낭비” 우려 커져 4대강사업으로 인해 훼손되기 전인 2008년 7월 8일 경북 상주 경천교 주변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1년 3월 12일 4대강사업으로 인한 준설사업으로 파괴된 경북 상주 경천교 주변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환경부가 홍수 피해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전국의 지류·지천에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준설사업을 확대하고, 댐 10곳을 추가로 짓는 내용을 골자로 한 치수대책을 발표했다. 환경단체들은 수십조원이 투입된 4대강사업의 치수 목표가 사실상 실패했음을 정부가 자인하면서 규모만 작은 ‘제2의 4대강사업’을 벌이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가오는 내년 총선을 고려한 선심쓰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보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최근의 집중호우 등 기상재난과 관련해 국민 안전을 위해 홍수 대비체계를 전환하려는 취지다. 환경부는 기존 치수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빈틈을 메꾸고, 국민 입장에서의 치수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의 주요 내용은 4대강사업 때 주로 본류 위주로 진행됐던 준설 사업을 주요 하천들의 지류·지천까지 확대하고, 댐을 추가로 짓겠다는 것이다. 지류지천 준설과 댐 건설은 지역별로 큰 반발과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내용이어서 사회적 갈등만 크게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에게 공간을 줘야한다(room for the river), 즉 강이 자연적으로 범람하도록 해 홍수 피해를 줄이고, 기후위기에 적응하고자 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규모가 크거나 피해가 큰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고, 환경부가 직접 정비하는 구간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하천 30여곳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고, 국가하천 정비 예산을 올해 4510억원에서 6627억원으로 증액한다. 이에 따라 국가하천은 2027년까지 현재의 3602㎞보다 19%가량 증가한 4300㎞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또 10년 단위로 하천기본계획을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약식 평가 대상으로 전환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가하천 수위에 영향을 주는 지방하천 구간을 ‘국가하천 배수영향구간’으로 지정해 환경부가 직접 정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환경부는 기존에 예고한 대로 10개의 댐을 더 짓기 위해 댐 기본구상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댐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를 위한 금액이 93억원 반영됐다.
이에 따라 내년 초 발표될 ‘하천 유역 수자원 관리계획’에 댐 신설 후보지와 리모델링 대상 댐이 명시될 예정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일 사전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지역에서 댐 신설을 요청한 곳이 13곳이며, 리모델링을 요청한 댐이 7개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지역에서 건의한 곳뿐 아니라 (환경부가) 직접 홍수와 물 부족 상황을 점검해 필요한 지역에 환경부 주도로 댐을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환경부 주도 댐 신설’ 방침을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가 2018년 9월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한 것은 없던 일이 됐다. 지난 정부가 대규모 댐 건설을 중단한 것은 지역에서 수몰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반발이 크고, 지자체 간 다툼도 심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대표적 사업이라는 점에서였다.
지난 8월 5일 녹조로 인해 진한 녹색으로 물든 영주댐 상류 내성천의 모습. 영주댐은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들였지만 아무 기능도 못하는 데다 수질만 오염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댐의 대표적인 사례다. 김기범 기자
환경부는 또 개인별 위치정보를 활용해 본인이 침수우려지역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와 차량 내비계이션을 통해 홍수 위험지역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도시 침수 대책으로는 통상적인 대책으론 수해를 예방하기 어려운 도시하천을 ‘특정도시하천’으로 지정해 국가가 법정 계획에 따라 특별관리하게 된다. 환경부는 인구밀도가 높거나 중요 산업시설이 있는 지역을 지나는 특정도시하천은 침수 방지시설을 ‘재현기간(빈도) 500년 이상 홍수’를 기준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즉, 확률적으로 500년 만에 한 번 발생할 정도로 큰 홍수를 방지할 수 있도록 방지시설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기존에 발표한 서울 광화문과 강남역 등의 대심도 빗물터널, 도림천과 한강을 잇는 지하방수로 건설, 인공지능을 활용한 홍수특보 발령지점 확대 등도 치수대책에 포함됐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준설 사업을 확대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댐 건설을 10곳에서 추진하는 등 4대강사업과 대상 하천만 다른 사업을 벌이면서 국내의 하천 생태계 훼손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주요 사업 목표 중에 치수가 포함돼 있던 4대강사업이 치수 측면에서 효과가 없었음을 정부가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준설사업은 강바닥을 파헤쳐 하천생태계를 비가역적으로 파괴한다는 점으로 인해 현재도 곳곳의 하천에서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또 환경영향평가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원하면 최소한의 규제도 없이 준설이나 제방 축조 등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위 부위원장은 “환경부의 이번 치수대책은 전 세계가 강의 자연성 복원을 통해 치수능력을 높이는 것과는 정반대로 가는 내용”이라며 “환경 파괴는 물론 막대한 혈세 낭비도 우려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안전을 위한 치수 대책을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전형적인 묻지마 토목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국가하천 확대 및 지류지천 준설 등 내용
광화문·강남역 등 도심지 빗물터널 설치
환경단체 “환경파괴·혈세 낭비” 우려 커져
환경부가 홍수 피해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전국의 지류·지천에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준설사업을 확대하고, 댐 10곳을 추가로 짓는 내용을 골자로 한 치수대책을 발표했다. 환경단체들은 수십조원이 투입된 4대강사업의 치수 목표가 사실상 실패했음을 정부가 자인하면서 규모만 작은 ‘제2의 4대강사업’을 벌이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가오는 내년 총선을 고려한 선심쓰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보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최근의 집중호우 등 기상재난과 관련해 국민 안전을 위해 홍수 대비체계를 전환하려는 취지다. 환경부는 기존 치수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빈틈을 메꾸고, 국민 입장에서의 치수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의 주요 내용은 4대강사업 때 주로 본류 위주로 진행됐던 준설 사업을 주요 하천들의 지류·지천까지 확대하고, 댐을 추가로 짓겠다는 것이다. 지류지천 준설과 댐 건설은 지역별로 큰 반발과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내용이어서 사회적 갈등만 크게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에게 공간을 줘야한다(room for the river), 즉 강이 자연적으로 범람하도록 해 홍수 피해를 줄이고, 기후위기에 적응하고자 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규모가 크거나 피해가 큰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고, 환경부가 직접 정비하는 구간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하천 30여곳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고, 국가하천 정비 예산을 올해 4510억원에서 6627억원으로 증액한다. 이에 따라 국가하천은 2027년까지 현재의 3602㎞보다 19%가량 증가한 4300㎞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또 10년 단위로 하천기본계획을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약식 평가 대상으로 전환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가하천 수위에 영향을 주는 지방하천 구간을 ‘국가하천 배수영향구간’으로 지정해 환경부가 직접 정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환경부는 기존에 예고한 대로 10개의 댐을 더 짓기 위해 댐 기본구상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댐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를 위한 금액이 93억원 반영됐다.
이에 따라 내년 초 발표될 ‘하천 유역 수자원 관리계획’에 댐 신설 후보지와 리모델링 대상 댐이 명시될 예정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일 사전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지역에서 댐 신설을 요청한 곳이 13곳이며, 리모델링을 요청한 댐이 7개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지역에서 건의한 곳뿐 아니라 (환경부가) 직접 홍수와 물 부족 상황을 점검해 필요한 지역에 환경부 주도로 댐을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환경부 주도 댐 신설’ 방침을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가 2018년 9월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한 것은 없던 일이 됐다. 지난 정부가 대규모 댐 건설을 중단한 것은 지역에서 수몰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반발이 크고, 지자체 간 다툼도 심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대표적 사업이라는 점에서였다.
지난 8월 5일 녹조로 인해 진한 녹색으로 물든 영주댐 상류 내성천의 모습. 영주댐은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들였지만 아무 기능도 못하는 데다 수질만 오염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댐의 대표적인 사례다. 김기범 기자
환경부는 또 개인별 위치정보를 활용해 본인이 침수우려지역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와 차량 내비계이션을 통해 홍수 위험지역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도시 침수 대책으로는 통상적인 대책으론 수해를 예방하기 어려운 도시하천을 ‘특정도시하천’으로 지정해 국가가 법정 계획에 따라 특별관리하게 된다. 환경부는 인구밀도가 높거나 중요 산업시설이 있는 지역을 지나는 특정도시하천은 침수 방지시설을 ‘재현기간(빈도) 500년 이상 홍수’를 기준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즉, 확률적으로 500년 만에 한 번 발생할 정도로 큰 홍수를 방지할 수 있도록 방지시설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기존에 발표한 서울 광화문과 강남역 등의 대심도 빗물터널, 도림천과 한강을 잇는 지하방수로 건설, 인공지능을 활용한 홍수특보 발령지점 확대 등도 치수대책에 포함됐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준설 사업을 확대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댐 건설을 10곳에서 추진하는 등 4대강사업과 대상 하천만 다른 사업을 벌이면서 국내의 하천 생태계 훼손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주요 사업 목표 중에 치수가 포함돼 있던 4대강사업이 치수 측면에서 효과가 없었음을 정부가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준설사업은 강바닥을 파헤쳐 하천생태계를 비가역적으로 파괴한다는 점으로 인해 현재도 곳곳의 하천에서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또 환경영향평가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원하면 최소한의 규제도 없이 준설이나 제방 축조 등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위 부위원장은 “환경부의 이번 치수대책은 전 세계가 강의 자연성 복원을 통해 치수능력을 높이는 것과는 정반대로 가는 내용”이라며 “환경 파괴는 물론 막대한 혈세 낭비도 우려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안전을 위한 치수 대책을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전형적인 묻지마 토목 사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