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되고, 우크라는 안 되는 美공화당의 원조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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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7 22:31
우크라 원조 예산의 60%는 미 방산업체 무기 구매비...미국 땅에서 쓰이지만
미 여론, 전쟁 피로감 뚜렷해...공화 성향 62% ″너무 많이 줬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ㆍ고립주의’ 영향력도 커
복음주의 개신교 “이스라엘은 신의 섭리”...원조에 수용적
우크라이나에 610억 달러(약 80조7243억 원)를 추가 지원하려는 미국 정부의 원조법안이 6일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 논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미 상원 민주당이 전날 제출한 이 긴급지원 법안의 규모는 모두 1110억 달러(약 147조 원)로, 우크라이나 610억 달러 외에도 테러집단 하마스와 싸우는 이스라엘 군사지원 143억 달러, 미국의 국경 강화를 위한 예산 200억 달러, 타이완 등 인도ㆍ태평양 국가 지원 등이 모두 한 패키지로 묶여 있었다. 지난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한 지원금액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멕시코 국경에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가족 전원 구금과, 망명 신청 전 신속한 추방 등과 같이 강력한 단속 정책을 줄곧 법안 통과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 요구를 거부했고, 공화당은 절차 표결(procedural vote)에 붙여진 이 법안을 반대 51, 찬성 49로 막았다.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없이 법안 표결이 이뤄지려면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상원 공화당 49명 전원과 민주당 2명이 반대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가 연말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당장 우크라이나 원조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예산을 책정 받은 48억 달러 어치로 우크라이나에 계속 무기를 보낼 수 있다. 또 이번에 ‘조건’을 붙여 ‘반대’한 공화당 상원의원 중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 찬성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가 삭감ㆍ중단되면 영국ㆍ유럽연합(EU) 등 나머지 47개국 지원도 동력을 잃게 된다.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주요국. 2023년 10월31일 기준. 단위 10억 달러 /출처 독일 키엘 세계경제연구소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원조법안이 부결된 뒤 “법안 반대는 푸틴에게 그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공화당을 비난했다.
한편, 미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달 2일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지원안에서 145억 달러 규모의 이스라엘 군사지원 예산안만 별도로 발의해 가결 처리했다. 이스라엘 군사지원 예산법안엔 ‘국경 강화’의 조건이 붙지 않았다. 이 예산법안이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긴급지원 예산 중 약 60%인 무기 구입자금 지원ㆍ대여는 사실 미국 방산업체에 고스란히 들어가는 돈이다. 미 국방부는 일단 미군 재고 비축분에서 전차ㆍ미사일ㆍ포탄 등 각종 무기와 군수물자를 우크라이나로 넘기고, 이 예산안으로 구매 계약을 맺어 부족한 재고분을 채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돈이다.
그런데도, 미 공화당은 이스라엘에는 ‘조건 없는’ 지원 의사를 밝히고,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기엔 현재 공화당 기반을 이루는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의 이스라엘에 대한 애정, 공화당 유권자 사이에 두드러진 우크라이나 전쟁피로감(war fatigue)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사원조액의 60%는 미국 내 소비
뉴욕의 씽크탱크인 대외관계협의회(CFR)이 9월21일 분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월24일부터 올해 7월31일까지 미국이 집행한 우크라이나 원조액은 768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인도주의 목적 예산이 5%, 우크라이나 공무원 월급과 같은 재정 지원이 34%다. 우크라이나의 1일 전쟁 비용은 1억3600만 달러(약 1796억 원). 우크라이나는 모든 재정을 국방과 군에 쏟고, 서방 원조금으로 일반 예산을 집행한다.
나머지 61%는 모두 무기 제공ㆍ구매비용 지원ㆍ안보 지원용으로 466억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이 군사 지원 예산은 거의 모두 미국 땅에서 집행된다.
9월26일 워싱턴 DC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내놓은 우크라이나 원조금 내역 분석 보고서도 비슷하다. 올해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4차례 추가지원법안을 제출해 통과시켰다.
전체 액수는 1130억 달러. 이 중 55%에 해당하는 618억 달러가 미 국방부 예산이었다. 미 국방부는 이 돈으로 미국 방산업체에서 무기를 사서 우크라이나에 주거나, 미군 재고분을 채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방문에서 “원조액의 상당 부분은 미국 영토에서 쓰인다”며 지속적인 원조를 호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 62% “이미 너무 많이 줬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은 점점 커진다. 11월2일 발표된 갤럽 여론 조사에서, 미국인의 41%는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이(too much)” 지원한다고 답했다. 6월의 같은 질문에서는 29%만이 그렇게 답했다. 특히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62%가 “너무 많이”라고 답했다.민주당 유권자는 14%였다.
우크라이나 원조 규모에 대해 "너무 많다"는 미국인들의 응답 비율은 계속 늘어, 지난달 갤럽 조사에선 응답 41%에 달했다. 공화당 성향 응답자는 62%였다./갤럽
또 공화당원의 55%는 러시아가 점령한 ‘실지(失地)의 회복’보다, ‘전쟁 조기 종식’을 원했다. 민주당은 이 응답 비율이 19%에 그쳤다.
반면에,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양민 학살로 시작한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은 상대적으로 새 현상이다. 또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조시 홀리 미 상원의원(공화ㆍ미주리)는 하마스 공격 이틀 뒤에,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은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 원조금을 즉시 이스라엘로 보내야 한다”고 썼다.
◇’고립주의’ 트럼프 효과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에선 압도적인 대선 후보다. 그는 집권하면,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맺은 일부 협약을 철회하고 ‘미국 우선주의’의 고립주의 정책을 펼치겠다고 예고한다.
트럼프는 또 우크라이나에 사감(私憾)도 있다. 2019년 그가 하원에서 1차 탄핵소추를 당한 것도 우크라이나 관련이었다. 그는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일가(一家)의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관련 비리를 캐라며, 우크라이나 원조예산의 집행을 미뤘다는 비난을 샀다. 트럼프는 푸틴을 “강한 지도자”라며 재임 중에 수 차례 칭찬했다.
트럼프는 요즘도 유세 중에,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범죄 가족에게 수백만 달러를 지급했다. 미 의회는 군사 원조를 중단하라”고 주장한다.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는 “상원에서 민주당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력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고립주의’라도 이스라엘은 되는 이유
현재 공화당의 큰 축인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은 1948년 ‘세속국가’로 건국된 이스라엘이 큰 맥락에서 성경(구약)에 예언된 ‘유대 국가’의 재탄생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신의 섭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미국 크리스천 우파에게 이런 종교적 호소력이 없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로이터 연합뉴스
뼛속까지 복음주의 크리스천이며 트럼프의 맹방인 마이크 존슨이 10월 25일 미 하원의장에 선출된 것도, 이런 공화당 내 분위기를 반영한다. 존슨 하원의장이 취임 후 곧 상정한 법안이 이스라엘에만 145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이었다. 이 법안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찬성 226대 반대 196으로 통과됐지만, 상원에선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
미 여론, 전쟁 피로감 뚜렷해...공화 성향 62% ″너무 많이 줬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ㆍ고립주의’ 영향력도 커
복음주의 개신교 “이스라엘은 신의 섭리”...원조에 수용적
우크라이나에 610억 달러(약 80조7243억 원)를 추가 지원하려는 미국 정부의 원조법안이 6일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 논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미 상원 민주당이 전날 제출한 이 긴급지원 법안의 규모는 모두 1110억 달러(약 147조 원)로, 우크라이나 610억 달러 외에도 테러집단 하마스와 싸우는 이스라엘 군사지원 143억 달러, 미국의 국경 강화를 위한 예산 200억 달러, 타이완 등 인도ㆍ태평양 국가 지원 등이 모두 한 패키지로 묶여 있었다. 지난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한 지원금액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멕시코 국경에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가족 전원 구금과, 망명 신청 전 신속한 추방 등과 같이 강력한 단속 정책을 줄곧 법안 통과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 요구를 거부했고, 공화당은 절차 표결(procedural vote)에 붙여진 이 법안을 반대 51, 찬성 49로 막았다.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없이 법안 표결이 이뤄지려면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상원 공화당 49명 전원과 민주당 2명이 반대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가 연말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당장 우크라이나 원조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예산을 책정 받은 48억 달러 어치로 우크라이나에 계속 무기를 보낼 수 있다. 또 이번에 ‘조건’을 붙여 ‘반대’한 공화당 상원의원 중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 찬성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가 삭감ㆍ중단되면 영국ㆍ유럽연합(EU) 등 나머지 47개국 지원도 동력을 잃게 된다.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주요국. 2023년 10월31일 기준. 단위 10억 달러 /출처 독일 키엘 세계경제연구소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원조법안이 부결된 뒤 “법안 반대는 푸틴에게 그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공화당을 비난했다.
한편, 미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달 2일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지원안에서 145억 달러 규모의 이스라엘 군사지원 예산안만 별도로 발의해 가결 처리했다. 이스라엘 군사지원 예산법안엔 ‘국경 강화’의 조건이 붙지 않았다. 이 예산법안이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긴급지원 예산 중 약 60%인 무기 구입자금 지원ㆍ대여는 사실 미국 방산업체에 고스란히 들어가는 돈이다. 미 국방부는 일단 미군 재고 비축분에서 전차ㆍ미사일ㆍ포탄 등 각종 무기와 군수물자를 우크라이나로 넘기고, 이 예산안으로 구매 계약을 맺어 부족한 재고분을 채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돈이다.
그런데도, 미 공화당은 이스라엘에는 ‘조건 없는’ 지원 의사를 밝히고,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기엔 현재 공화당 기반을 이루는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의 이스라엘에 대한 애정, 공화당 유권자 사이에 두드러진 우크라이나 전쟁피로감(war fatigue)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사원조액의 60%는 미국 내 소비
뉴욕의 씽크탱크인 대외관계협의회(CFR)이 9월21일 분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월24일부터 올해 7월31일까지 미국이 집행한 우크라이나 원조액은 768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인도주의 목적 예산이 5%, 우크라이나 공무원 월급과 같은 재정 지원이 34%다. 우크라이나의 1일 전쟁 비용은 1억3600만 달러(약 1796억 원). 우크라이나는 모든 재정을 국방과 군에 쏟고, 서방 원조금으로 일반 예산을 집행한다.
나머지 61%는 모두 무기 제공ㆍ구매비용 지원ㆍ안보 지원용으로 466억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이 군사 지원 예산은 거의 모두 미국 땅에서 집행된다.
9월26일 워싱턴 DC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내놓은 우크라이나 원조금 내역 분석 보고서도 비슷하다. 올해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4차례 추가지원법안을 제출해 통과시켰다.
전체 액수는 1130억 달러. 이 중 55%에 해당하는 618억 달러가 미 국방부 예산이었다. 미 국방부는 이 돈으로 미국 방산업체에서 무기를 사서 우크라이나에 주거나, 미군 재고분을 채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방문에서 “원조액의 상당 부분은 미국 영토에서 쓰인다”며 지속적인 원조를 호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 62% “이미 너무 많이 줬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은 점점 커진다. 11월2일 발표된 갤럽 여론 조사에서, 미국인의 41%는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이(too much)” 지원한다고 답했다. 6월의 같은 질문에서는 29%만이 그렇게 답했다. 특히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62%가 “너무 많이”라고 답했다.민주당 유권자는 14%였다.
우크라이나 원조 규모에 대해 "너무 많다"는 미국인들의 응답 비율은 계속 늘어, 지난달 갤럽 조사에선 응답 41%에 달했다. 공화당 성향 응답자는 62%였다./갤럽
또 공화당원의 55%는 러시아가 점령한 ‘실지(失地)의 회복’보다, ‘전쟁 조기 종식’을 원했다. 민주당은 이 응답 비율이 19%에 그쳤다.
반면에,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양민 학살로 시작한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은 상대적으로 새 현상이다. 또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조시 홀리 미 상원의원(공화ㆍ미주리)는 하마스 공격 이틀 뒤에,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은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 원조금을 즉시 이스라엘로 보내야 한다”고 썼다.
◇’고립주의’ 트럼프 효과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에선 압도적인 대선 후보다. 그는 집권하면,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맺은 일부 협약을 철회하고 ‘미국 우선주의’의 고립주의 정책을 펼치겠다고 예고한다.
트럼프는 또 우크라이나에 사감(私憾)도 있다. 2019년 그가 하원에서 1차 탄핵소추를 당한 것도 우크라이나 관련이었다. 그는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일가(一家)의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관련 비리를 캐라며, 우크라이나 원조예산의 집행을 미뤘다는 비난을 샀다. 트럼프는 푸틴을 “강한 지도자”라며 재임 중에 수 차례 칭찬했다.
트럼프는 요즘도 유세 중에,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범죄 가족에게 수백만 달러를 지급했다. 미 의회는 군사 원조를 중단하라”고 주장한다. 로버트 샤피로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는 “상원에서 민주당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력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고립주의’라도 이스라엘은 되는 이유
현재 공화당의 큰 축인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은 1948년 ‘세속국가’로 건국된 이스라엘이 큰 맥락에서 성경(구약)에 예언된 ‘유대 국가’의 재탄생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신의 섭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미국 크리스천 우파에게 이런 종교적 호소력이 없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로이터 연합뉴스
뼛속까지 복음주의 크리스천이며 트럼프의 맹방인 마이크 존슨이 10월 25일 미 하원의장에 선출된 것도, 이런 공화당 내 분위기를 반영한다. 존슨 하원의장이 취임 후 곧 상정한 법안이 이스라엘에만 145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이었다. 이 법안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찬성 226대 반대 196으로 통과됐지만, 상원에선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