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대신 15억 모으기 혈안’ 2030 직장人 ‘이것’ 택한다 [언제까지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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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9 11:17
“연 생활비 25배 모으면 ‘자굴벗기’ 가능”
K-파이어, ‘사이드 파이어족’ 경향 뚜렷
K-파이어, ‘사이드 파이어족’ 경향 뚜렷
[사진 = 고용노동부]자본주의 키즈로 자라난 2030세대들은 요 몇년 주식, 코인, 부동산 등 아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K-파이어족’를 꿈꿨습니다. 이는 미디어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는데, 2021년 3월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 삼성그룹 직원이 비트코인에 5000만원을 투자해 400억원 수익을 거둬 퇴사했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퇴사한 것은 맞지만 퇴직 사유는 개인정보에 해당해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밝혔으나 게시글 속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남겼다는 글이 SNS상에서 확산하며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해줬습니다.
또 신한카드 홍보팀에서 근무하던 한 모씨도 대출 1억원을 포함해 투자금 2억3000만원으로 코인 등에 투자해 1년여 만에 30억원을 벌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60%정도가 코인이고 30%가 주식, 10%가 현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뜨거웠던 주식·코인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파이어족’이라는 단어가 요즘은 퇴색되어 가는 모습입니다. 파이어족 원조격인 미국에서 조차 파이어족 멸종 위기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정도이니 말입니다.
파이어(FIRE)란 ‘경제적 자립, 조기 퇴직’(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따 만들어진 말인데, 파이어족의 상당수가 이른 은퇴 보다는 ‘재정적 자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로 줄이고, 중요한 것에 몰입하는 가치전환이 핵심입니다. 즉 돈에 얽매이지 않고, 조기은퇴 해서 자유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전, 힘들다고 쉽게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요즘 K-파이어족은 건물주 대신 15억원 모으기로, 현금흐름 창출에 혈안이라고 합니다. 특히, 상당수가 부수입을 고려하는 ‘사이드 파이어(Side FIRE)’로 진화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사이드 파이어족이 추구하는 부수입 전략은 일명 ‘배당주 ETF 프로젝트’ 입니다. 장기불황과 주식시장 악화에도 배당주는 여전히 파이어족들에게 주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합니다.
방법은 다달이 일정 금액을 ‘배당주’ 포트폴리오에 조금씩 투자해 적립식 적금처럼 관리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재투자’ 입니다. 투자 수익을 전부 소진하지 않고, 일정 부분은 다시 재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부동산, 창업 등의 사이드잡 즉 부업거리는 다양합니다. 각자 자신의 니즈와 성향에 맞게 선택해 꾸준히 실천하면 됩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조기은퇴 하면 뭘 할 건가요. 바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나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 일이 반드시 현 직장을 그만둬야 할 수 있는 일인가요? 그럴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명한 파이어족을 위해서는 직장에 다니면서 지금 생각하는 그것을 주말이나 퇴근 이후 시간을 활용해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해 보는 게 좋습니다. 꿈 같은 파이어족, 막연하게 상상만 할 게 아니라 미약하게라도 도전해 보면 흩어져 있는 점들을 선으로 잇고, 그 선을 면으로 확장해 나가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럼, 우리나라의 K-파이어족은 어떤 모습 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21년 NH투자증권에서 만 25~39세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참고 하겠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기은퇴를 꿈꾸는 K-파이어족은 51세 은퇴를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조기은퇴를 꿈꾸지 않는 응답자의 희망 은퇴연령 62세보다 11년 더 빠른 것입니다. 반면 미국 파이어족 보다는 은퇴를 약 10년 더 늦은 시점으로 잡고 있습니다.
K-파이어족의 희망 은퇴 연령 응답 분포를 보면 50세(35%), 55세(17%) 순으로 응답자의 두 명중 한 명 이상이 50~55세를 은퇴 희망연령으로 꼽았습니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려면 은퇴 자산은 얼마나 필요 할까요?
K-파이어족의 목표 은퇴 자산 응답 분포를 보면 20억원 이상이 40%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10억원(25.9%), 15억원(12.1%), 5억원(10.5%) 순입니다. 응답자 두 명중 한 명이상(52.1%)이 은퇴 자산으로 15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 직장인에겐 큰 금액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럼, K-파이어족이 생각하는 목표 은퇴자산은 무리한 목표는 아닌지, 은퇴 후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값인지 점검해 볼까요.
“연 생활비 25배 모으면 ‘자굴벗기’ 할 수 있어요”
파이어족은 연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자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자굴벗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른바 ‘25의 법칙’ 인데요. 가령, 1년간 생활비로 4000만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10억원을 모으면 되는 셈입니다. 이 돈을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연평균 5~6% 수익(세전)이 꾸준히 발생한다는 가정하에 매년 4% 정도만 생활비로 사용하면 물가 상승률과 시장 하락에 대비할 수 있다는 단순계산이 나옵니다.‘25의 법칙’에 따라 K-파이어족의 목표 은퇴 자산 15억원을 역산하면 연 생활비로 6000만원(월 500만원)을 쓸 수 있습니다.
2023년 11월 국민연금연구원이 분석한 ‘제9차(2021년도) 중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이 노후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생활비’는 개인 기준 124만3000원, 부부 기준 월평균 198만7000원이었습니다.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생활비’는 개인 177만3000원, 부부 277만원이었습니다.
‘25의 법칙’에 따라 K-파이어족의 목표 은퇴 자산은 이 보다 휠씬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은퇴 후 원하는 삶의 모습에 따라 필요한 생활비는 달라지겠으나 일반적으로 K-파이어족은 일반 은퇴자 보다 여유로운 은퇴생활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K-파이어족, 절약보다 투자·부수입 선호”
목표 은퇴자산을 하루라도 빨리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거나 ‘소득’,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지출과 소득에 어떻게 비중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제한된 소비만 하는 ‘검소한 파이어(Lean FIRE)’,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은퇴를 준비하는 ‘풍족한 파이어(Fat FIRE)’, 부수입으로 은퇴를 준비하는 ‘사이드 파이어(Side FIRE)’, 은퇴 후에도 은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것을 염두에 두는 ‘바리스타 파이어(Barista FIRE)’로 구분 짓기도 합니다.
K-파이어족의 투자는 같은 연령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주식, 펀드와 같은 투자형 상품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투자하고, 저축과 같은 안정형 상품에는 더 적게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K-파이어족은 같은 연령대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전통적 투자방법 외에도 가상자산(코인·19.3%), 달러(15.8%), 금(12.1%) 등 다양한 대체자산에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K-파이어족은 적극적인 투자자인 만큼 주식투자 시 기대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들의 주식투자 시 기대수익률(세전)은 연평균 16.5%으로, 같은 연령대(15.7%), 조기은퇴를 꿈꾸지 않는다는 응답자(14.8%)의 주식투자 시 기대수익률 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높은 기대수익률은 그만큼 높은 위험을 동반함을 주의해야 합니다. 성급하게 높은 기대수익을 추구하기 보다 본인의 투자성향과 재무목표 수준에 맞는 적정수익을 꾸준히 추구하는 재테크 전략이 요구됩니다.
특히, 금융지식이 부족한 초보 파이어족이라면 섣부른 투자보다 다양한 투자경험을 통해 투자 실력을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진 = 매경 DB]50대 초반 또는 그보다 일찍 직장을 그만두고 돈 걱정없이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만큼 은퇴준비를 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평범한 직장인에겐 꿈 같은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파이어의 진정한 의미는 조기은퇴 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조기은퇴를 향한 첫 걸음은 은퇴 후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분명히 알아야 그렇게 살기 위해 필요한 목표 자산을 설정할 수 있고, 구체적인 계획도 세울 수 있습니다.
복수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무엇이든 급하게 서두르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기은퇴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은 고수익을 쫓는 위험한 투자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시간을 갖고 실행해 가는 정석 투자에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어 “특히, 파이어족을 꿈꾸는 젊은세대라면 ‘일을 때려치우고 마냥 놀러 다니고 싶다’라는 상상 보다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직장 바깥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