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가져온 이 책, 공무원 필독서가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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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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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9 13:42
전세사기 피해자 최지수씨가 쓴 <전세지옥>... 청년들 좌절하지 않도록 제도 보완 이뤄지길
"전세사기 피해자 최지수씨가 쓴 <전세지옥>이라는 책을 봤다. 저희 정책을 펴는 기본으로 삼겠다."
지난 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전세사기 발본색원 및 충실한 피해회복 지속 추진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책 한 권을 들고 나오며 한 말이다. '91년생 청년의 전세사기 일지'라는 부제를 단 <전세지옥>이라는 책이다.
한동훈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 최지수씨가 쓰신 <전세지옥>이란 책을 읽고 주거안정을 꿈꾸며 하루하루 절약하며 모은 전세보증금을 한순간에 잃은 피해자의 현실을 알 수 있었다"며 청년의 이야기에 대해 "이 말씀을 정책을 펴는 기본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전세지옥>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었기에 법무부 장관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청년의 꿈을 꺾는 대한민국
이 책은 '91년생 청년의 전세사기 일지'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단순히 전세사기 피해 상황만 담겨 있지 않다. <전세지옥>에는 91년생 청년의 삶을 바탕으로 본 대한민국의 민낯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꿈을 꾸지 못하도록 하는 경쟁과 출세 중심의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인간의 존엄성을 거세시키려 하는 회사의 조직문화 위에 전세사기가 얹혀지며 기어이 청년의 꿈을 꺾으려는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현실을 볼 수 있다.
대치동에서 자라며 경쟁에 질식할 것 같던 청년은 20대 시절 해외 여러나라로 여행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하며 꿈을 찾았다. 그는 자신과 같은 이들이 꿈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파일럿이 되어 많은 이들을 세계 곳곳으로 데려다주겠다는 꿈을 찾았다.
꿈을 이루고자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곳에 쓸 비용을 아껴가며 비행기 조종사 훈련비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바퀴벌레와 녹물이 나오는 회사 기숙사에서 버티고 버티다 월셋집보다 임대료를 아낄 수 있는 전세 원룸을 찾았고, 정부에서 청년들에게 제공해준 버팀목전세자금대출로 전세금을 마련했다. 바퀴벌레와 녹물이 나오는 회사 기숙사가 주거문제의 바닥인 줄 알았지만 바닥보다 깊은 지하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악당이 너무 많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 신혼부부들에게 격려와 응원은 못해줄망정 사회초년생들을 등쳐 먹으려는 악당이 너무 많다. 최지수 작가의 전세보증금 5800만 원은 회사에서 인격적 모욕을 견디며 아껴 모은 전 재산에 빚을 더한 돈이었다.
부동산 중개사는 최지수 작가에게 중개료 28만 원을 받기 위해 안전하고 좋은 매물인 것처럼 속이고 최우선 변제금도 받을 수 있고 유명무실한 1억 원 부동산 공제증서를 보여주면서 손실이 나도 자신이 다 보상해준다고 장담한 것은 아닐 것이다. 청년들의 돈을 등쳐 먹겠다고 작정한 건물주 전세사기꾼은 중개사에게 계약 성사 시 리베이트를 약속했을 것이다. 작정하고 덤벼드는 악당들의 짬짜미를 청년들이 어떻게 간파할 수 있을까?
전세사기극의 주연이 갭투기 사기꾼 건물주, 조연이 중개사라면 무대 세팅은 정부가 담당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전세보증보험의 과도한 지원을 통한 전세가격 떠받치기가 아니었다면 전세가격이 이렇게 상승하지도 않았을 테고, 임대차시장은 반전세, 월세 시장으로 자연스레 재편되었을 것이다. 전세사기가 급증할 수 있는 무대 세팅은 정부가 다 해놓고 전세계약은 민간의 사적계약이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정부의 재정지출은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청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전세지옥> 출간 이후 정부는 올해 말까지 예정되었던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전세사기 무기한 단속'으로 변경하고 전세사기 특별법의 사각지대였던 다가구주택 거주자들의 구제 대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 청년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복기하며 진솔하게 써나간 전세사기 일지가 사각지대에 있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전세사기꾼들이 은닉한 재산을 몰수할 가능성을 높였다. 고통에 머물지 않고, 피해자를 넘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더 낫게 바꾸려는 청년들의 분투에 정부와 사회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시행사, 건설사들이 집회도, 1인 시위도 하지 않아도 부동산 PF대출 보증확대나 대출 20조 원을 선뜻 지원해 주고, 다주택자나 갭투자자들에게도 DSR 규제를 피하는 역전세 대출을 손쉽게 제공해준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청년들에게는 유독 가혹하다. 청년들은 전세사기 피해로 궁지에 몰려 생을 마감하거나 전세사기 피해의 절절한 사연을 책 한권으로 써내야만 겨우 한 걸음 나가는 이런 방식은 청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과 전세사기 문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전세지옥>을 필독서로 삼길 권한다. 공무원들은 <전세지옥>을 참고서 삼아 부처 간 긴밀한 협력과 공조 시스템을 구축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피해지원 신청 과정에서 또다시 좌절하지 않도록 하고, 정치인들은 현재 특별법에 얼마나 큰 구멍들이 있는지 인식해 특별법 개정을 통해 사각지대를 촘촘히 보완하길 바란다. 이것이 전세사기 피해로 전재산을 잃고 빚더미 않았더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청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세 사기 발본색원 및 충실한 피해 회복 지속 추진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방안을 발표하던 도중 전세 사기 피해자인 최지수 씨가 쓴 에세이 '전세지옥: 91년생 청년의 전세 사기 일지'의 한 부분을 읽고 있다. |
ⓒ 연합뉴스 |
"전세사기 피해자 최지수씨가 쓴 <전세지옥>이라는 책을 봤다. 저희 정책을 펴는 기본으로 삼겠다."
지난 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전세사기 발본색원 및 충실한 피해회복 지속 추진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책 한 권을 들고 나오며 한 말이다. '91년생 청년의 전세사기 일지'라는 부제를 단 <전세지옥>이라는 책이다.
한동훈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 최지수씨가 쓰신 <전세지옥>이란 책을 읽고 주거안정을 꿈꾸며 하루하루 절약하며 모은 전세보증금을 한순간에 잃은 피해자의 현실을 알 수 있었다"며 청년의 이야기에 대해 "이 말씀을 정책을 펴는 기본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전세지옥>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었기에 법무부 장관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청년의 꿈을 꺾는 대한민국
이 책은 '91년생 청년의 전세사기 일지'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단순히 전세사기 피해 상황만 담겨 있지 않다. <전세지옥>에는 91년생 청년의 삶을 바탕으로 본 대한민국의 민낯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꿈을 꾸지 못하도록 하는 경쟁과 출세 중심의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인간의 존엄성을 거세시키려 하는 회사의 조직문화 위에 전세사기가 얹혀지며 기어이 청년의 꿈을 꺾으려는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현실을 볼 수 있다.
대치동에서 자라며 경쟁에 질식할 것 같던 청년은 20대 시절 해외 여러나라로 여행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하며 꿈을 찾았다. 그는 자신과 같은 이들이 꿈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파일럿이 되어 많은 이들을 세계 곳곳으로 데려다주겠다는 꿈을 찾았다.
꿈을 이루고자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곳에 쓸 비용을 아껴가며 비행기 조종사 훈련비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바퀴벌레와 녹물이 나오는 회사 기숙사에서 버티고 버티다 월셋집보다 임대료를 아낄 수 있는 전세 원룸을 찾았고, 정부에서 청년들에게 제공해준 버팀목전세자금대출로 전세금을 마련했다. 바퀴벌레와 녹물이 나오는 회사 기숙사가 주거문제의 바닥인 줄 알았지만 바닥보다 깊은 지하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책 전세지옥(최지수 지음) |
ⓒ 세종서적 |
악당이 너무 많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 신혼부부들에게 격려와 응원은 못해줄망정 사회초년생들을 등쳐 먹으려는 악당이 너무 많다. 최지수 작가의 전세보증금 5800만 원은 회사에서 인격적 모욕을 견디며 아껴 모은 전 재산에 빚을 더한 돈이었다.
부동산 중개사는 최지수 작가에게 중개료 28만 원을 받기 위해 안전하고 좋은 매물인 것처럼 속이고 최우선 변제금도 받을 수 있고 유명무실한 1억 원 부동산 공제증서를 보여주면서 손실이 나도 자신이 다 보상해준다고 장담한 것은 아닐 것이다. 청년들의 돈을 등쳐 먹겠다고 작정한 건물주 전세사기꾼은 중개사에게 계약 성사 시 리베이트를 약속했을 것이다. 작정하고 덤벼드는 악당들의 짬짜미를 청년들이 어떻게 간파할 수 있을까?
전세사기극의 주연이 갭투기 사기꾼 건물주, 조연이 중개사라면 무대 세팅은 정부가 담당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전세보증보험의 과도한 지원을 통한 전세가격 떠받치기가 아니었다면 전세가격이 이렇게 상승하지도 않았을 테고, 임대차시장은 반전세, 월세 시장으로 자연스레 재편되었을 것이다. 전세사기가 급증할 수 있는 무대 세팅은 정부가 다 해놓고 전세계약은 민간의 사적계약이라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정부의 재정지출은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청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전세지옥> 출간 이후 정부는 올해 말까지 예정되었던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전세사기 무기한 단속'으로 변경하고 전세사기 특별법의 사각지대였던 다가구주택 거주자들의 구제 대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 청년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복기하며 진솔하게 써나간 전세사기 일지가 사각지대에 있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전세사기꾼들이 은닉한 재산을 몰수할 가능성을 높였다. 고통에 머물지 않고, 피해자를 넘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더 낫게 바꾸려는 청년들의 분투에 정부와 사회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시행사, 건설사들이 집회도, 1인 시위도 하지 않아도 부동산 PF대출 보증확대나 대출 20조 원을 선뜻 지원해 주고, 다주택자나 갭투자자들에게도 DSR 규제를 피하는 역전세 대출을 손쉽게 제공해준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청년들에게는 유독 가혹하다. 청년들은 전세사기 피해로 궁지에 몰려 생을 마감하거나 전세사기 피해의 절절한 사연을 책 한권으로 써내야만 겨우 한 걸음 나가는 이런 방식은 청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과 전세사기 문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전세지옥>을 필독서로 삼길 권한다. 공무원들은 <전세지옥>을 참고서 삼아 부처 간 긴밀한 협력과 공조 시스템을 구축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피해지원 신청 과정에서 또다시 좌절하지 않도록 하고, 정치인들은 현재 특별법에 얼마나 큰 구멍들이 있는지 인식해 특별법 개정을 통해 사각지대를 촘촘히 보완하길 바란다. 이것이 전세사기 피해로 전재산을 잃고 빚더미 않았더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청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