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만에 나라장터 또 먹통… 예상했는데도 대비 안했다?

20일만에 나라장터 또 먹통… 예상했는데도 대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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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장터 홈페이지 캡처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이 지난달 23일 한 차례 먹통 사태를 겪은 후 20일만에 또 멈췄다.

정부는 "연말 입찰건이 몰리면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고 해명하지만 IT업계에서는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디도스 공격과 같은 사이버 공격이 있었던 것을 감추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부터 "트래픽 증가가 예상됐음에도 필요한 설비를 확충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지적까지 잇따른다.

12일 조달청,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9분부터 10시30분까지 1시간 가량 나라장터 전산망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이 사태로 서비스 지연 시간 및 복구 시점부터 2시간 이내 입찰이 들어간 건은 일괄 연기됐다. 현재는 시스템이 복구돼 정상 운영되고 있다.

이번 접속장애는 연말 공공기관들의 발주 및 입찰 마감을 앞두고 접속량이 평소 대비 4~5배 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게 조달청의 설명이다. 실제 나라장터에는 전일 "연말 공공기관 입찰마감이 늘고 있어서 투찰 건수가 평소 대비 2배 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특정 시간대에 투찰이 집중되면 나라장터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니 입찰 참여 희망자는 입찰마감 시각에 임박해 투찰하지 말고 2시간 이상 충분한 여유를 두고 참여해달라"는 당부 공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이같은 접속 장애가) 올해만 발생한 게 아니라 가끔 이런 문제가 터지고 있다"며 "(접속 장애 가능성을) 인지하고는 있었다"고 했다.

또 "(이번 사태는) 먹통이 아니라 접속 지연"이라며 "기존에 (나라장터 시스템에) 들어가 있던 분들이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나라장터를 비롯한 정부·공공 IT 시스템 관리를 담당하는 행안부 측도 "서버 용량은 넉넉한데 제출서류를 올려야 할 것도 많아서 생긴 문제"라며 "입찰자들이 사이트에 들어와서 잠깐 있다 나가는 게 아니라 이런 저런 클릭도 많이 하기 때문에 생긴 과부하 탓이다. 외부 공격 때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도 나라장터 시스템은 한 차례 장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행안부는 "해외에서 다수의 IP로 접속이 발생했다"며 "하지만 의도적인 공격인지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고 조만간 입장문을 내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부 해명에 대한 IT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나라장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이들 산하의 각급 공공기관 및 각급 학교·유치원·어린이집 등 교육기관에 이르기까지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재화·용역을 조달하는 기간 시스템이다. 이처럼 중요한 공공 조달 인프라에서 20일만에 또 사고가 터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사이버 보안업계 관계자는 "접속 과다로 인한 시스템 장애는 디도스(DDoS) 공격의 전형적 형태"라며 "굳이 '다수 IP(인터넷주소)에서 다량 접속이 발생했다'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정부 해명에 의구심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연말 접속지연 등 장애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미리 대비하지 못한 데 대한 지적도 있다. 정부·공공 IT 인프라의 클라우드 전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로 전환하지 않은, 종래의 구축형 시스템에서는 언제든 이같은 접속과도에 따른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대 예상 접속량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평소 트래픽을 기준으로 IT시스템이 설계되기 때문에 언제든 이같은 사고는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명절 기차표 예매시 접속 과다로 서비스 접속이 불가했던 모습이 이제 사라진 것도 클라우드 도입으로 컴퓨팅 자원을 유연성 있게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로 조달청 뿐 아니라 정부·공공에서의 클라우드 전환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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