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저출산 타령?…‘이 보고서’에 정부 발칵 뒤집혔다는데 [뉴스 쉽게보기]
자유인74
경제
62
333
2023.12.17 10:0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6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설명회에서 물가안정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형기 기자우리나라의 초저출생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출산율은 이미 예전에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고령화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요. 심각한 상황인 건 알겠지만, 이쯤 되면 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달 초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저출생 관련 보고서는 반응이 좀 달라요. 이 보고서를 두고 각계각층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거든요.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 원인·영향·대책’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저출생 대책을 시행했을 때의 효과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어요. 보고서가 발표된 뒤 정부에서도 긴급회의를 소집할 만큼 반향이 컸다고 해요.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요? 50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를 분석해서 우리나라 인구구조 문제와 해결책을 숫자로 짚어볼게요.
사실 저출생 문제의 원인은 이미 나올 만큼 나와 있어요. 고용 불안정, 집값 상승 등 경제적인 원인부터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같은 사회적까지 다양하죠. 이 보고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경제 문제’가 저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보고서는 청년과 관련한 각종 통계를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청년들을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높은 경쟁압력’과 ‘불안’이라고 진단했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거죠
저출산 여파로 초등학생 수가 줄어두는 가운데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사진=이승환 기자① 일자리 경쟁압력
일자리에 대한 경쟁 압력을 크게 느끼는 청년일수록 희망하는 자녀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대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이느라 결혼이나 출산을 뒤로 미루다가, 마침내 포기하게 되는 경우죠.
청년 고용률 자체는 과거보다 올라갔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에요. 그동안 늘어난 청년 일자리마저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고용의 질은 오히려 저하됐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도 계속 확대되고 있어요.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2004년 1.5배 수준에서 2023년 1.9배로 확대됐대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2000년 1.5배 수준에서 2022년 1.9배 수준으로 늘어났고요.
일자리의 질은 양극화되는데,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주요 대기업은 이제 신입사원 채용 대신 경력직 중심으로 사람을 뽑고,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확률도 과거에 비해 훨씬 낮아졌대요.
② 미래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출생률을 떨어트리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됐어요. 보고서는 우리나라 청년이 다른 나라 청년 대비 금전적인 불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어요. 청년층이 느끼는 불안은 크게 고용 불안, 주거 불안, 양육 불안으로 나뉘었어요.
종합해 보면, 결국 우리나라 청년들이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는 ‘먹고 살기 어려워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청년들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냐?’고 물어봤을 때 가장 주된 대답은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였어요. 그다음으로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라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어요.
모래시계 인구 구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저출생 대책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실제로 얼마만큼의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는지 수치를 제시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만약 이 6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달성된다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현재보다 0.85명이나 올라갈 수 있다고 해요. 각 시나리오를 출생률에 더 직접적인 변화를 주는 순서대로 정리해 봤어요.
#1 제일 중요한 건 ‘서울민국’ 해소야
우리나라 도시 인구 집중도(431.9)가 OECD 평균 수준(95.3)으로 낮아진다면, 출산율은 무려 0.41명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어요.
우리나라는 인구밀도 자체가 높은 데다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비중(81%)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아요.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되면 경쟁 압력이 심해지고, 주택가격도 더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에 출생률을 떨어트리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됐어요.
#2 ‘결혼 없는 출산’도 지원해야 해
우리나라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은 2.3%로, OECD 평균(43.0%)의 20분의 1 수준이에요. 프랑스는 61%, 아이슬란드는 69.4%의 신생아가 혼인 외 관계에서 탄생한다고 하니 엄청난 차이죠. 혼외출산 비중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출산율은 0.159명 상승할 것으로 보인대요.
우리나라에서 혼외출산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미혼 부모나 혼인 외 출생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남아있는 데다, 법적인 지원도 미비하기 때문이에요. 유럽 국가처럼 비혼 동거 문화가 보편화되고 혼인 외 출생아에 대해서도 차별 없는 지원이 제공된다면, 출생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3 좋은 일자리 더 많아져야지
우리나라 청년층 고용률(58.0%)이 OECD 평균 수준(66.6%)까지 올라갈 땐 출산율이 0.12명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어요. 산술적으로 약 78만 명의 청년이 추가로 취업해야 하는 셈이라, 쉬운 과제는 아니에요.
보고서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어요. 우리나라 일자리의 90%는 중소기업에서 창출되고 있는데, 근무 여건이 청년 눈높이에 맞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4 육아휴직, 눈치 안 보고 써야 해
우리나라의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2020년 기준 52주로, OECD 평균 수준(65.4주)에 비해 짧지는 않아요. 하지만 실제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이 48%, 남성이 14.1%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해요. 육아휴직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에’가 1순위로 꼽혔대요. 한국의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라온다면 출산율은 0.096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요.
#5 가족 관련 정부지출 더 늘려야 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관련 정부지출은 2019년 기준 1.37%에 그쳤어요. OECD 평균인 2.2%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죠. 더 많은 사람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도록 정부가 지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늘린다면 출산율이 0.055명 늘어날 수 있대요.
#6 집값 안정화도 중요하니까 신경 써야지
앞서 집값 상승이 출산율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만약 한국의 실질 주택 가격(104)이 지난 2015년 수준(100)으로 안정된다면 출산율이 0.002명이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됐어요. 국내 집값은 2019년 이후에 급격히 올랐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기 때문이에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그런데 이달 초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저출생 관련 보고서는 반응이 좀 달라요. 이 보고서를 두고 각계각층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거든요.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 원인·영향·대책’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저출생 대책을 시행했을 때의 효과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어요. 보고서가 발표된 뒤 정부에서도 긴급회의를 소집할 만큼 반향이 컸다고 해요.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요? 50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를 분석해서 우리나라 인구구조 문제와 해결책을 숫자로 짚어볼게요.
근본적 원인은 ‘경쟁과 불안’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합계출산율은 0.73명이에요. 한 여성이 가임 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0.73명이라는 거예요. 세계에서 압도적인 꼴찌 수준이죠.사실 저출생 문제의 원인은 이미 나올 만큼 나와 있어요. 고용 불안정, 집값 상승 등 경제적인 원인부터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같은 사회적까지 다양하죠. 이 보고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경제 문제’가 저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보고서는 청년과 관련한 각종 통계를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청년들을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높은 경쟁압력’과 ‘불안’이라고 진단했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거죠
저출산 여파로 초등학생 수가 줄어두는 가운데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사진=이승환 기자① 일자리 경쟁압력
일자리에 대한 경쟁 압력을 크게 느끼는 청년일수록 희망하는 자녀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대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이느라 결혼이나 출산을 뒤로 미루다가, 마침내 포기하게 되는 경우죠.
청년 고용률 자체는 과거보다 올라갔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에요. 그동안 늘어난 청년 일자리마저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고용의 질은 오히려 저하됐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도 계속 확대되고 있어요.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2004년 1.5배 수준에서 2023년 1.9배로 확대됐대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2000년 1.5배 수준에서 2022년 1.9배 수준으로 늘어났고요.
일자리의 질은 양극화되는데,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주요 대기업은 이제 신입사원 채용 대신 경력직 중심으로 사람을 뽑고,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확률도 과거에 비해 훨씬 낮아졌대요.
② 미래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출생률을 떨어트리는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됐어요. 보고서는 우리나라 청년이 다른 나라 청년 대비 금전적인 불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어요. 청년층이 느끼는 불안은 크게 고용 불안, 주거 불안, 양육 불안으로 나뉘었어요.
- 고용 불안
- 주거 불안
- 양육 불안
종합해 보면, 결국 우리나라 청년들이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는 ‘먹고 살기 어려워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청년들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냐?’고 물어봤을 때 가장 주된 대답은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였어요. 그다음으로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라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어요.
모래시계 인구 구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살아남기 위한 6개의 시나리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이 부분이에요.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출산 여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6가지 요인을 정하고, 각 요인이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됐을 때 합계출산율이 얼마나 오를 수 있는지 계산했어요.그동안 저출생 대책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실제로 얼마만큼의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는지 수치를 제시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만약 이 6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달성된다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현재보다 0.85명이나 올라갈 수 있다고 해요. 각 시나리오를 출생률에 더 직접적인 변화를 주는 순서대로 정리해 봤어요.
#1 제일 중요한 건 ‘서울민국’ 해소야
우리나라 도시 인구 집중도(431.9)가 OECD 평균 수준(95.3)으로 낮아진다면, 출산율은 무려 0.41명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어요.
우리나라는 인구밀도 자체가 높은 데다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비중(81%)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아요.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되면 경쟁 압력이 심해지고, 주택가격도 더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에 출생률을 떨어트리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됐어요.
#2 ‘결혼 없는 출산’도 지원해야 해
우리나라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은 2.3%로, OECD 평균(43.0%)의 20분의 1 수준이에요. 프랑스는 61%, 아이슬란드는 69.4%의 신생아가 혼인 외 관계에서 탄생한다고 하니 엄청난 차이죠. 혼외출산 비중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출산율은 0.159명 상승할 것으로 보인대요.
우리나라에서 혼외출산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미혼 부모나 혼인 외 출생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남아있는 데다, 법적인 지원도 미비하기 때문이에요. 유럽 국가처럼 비혼 동거 문화가 보편화되고 혼인 외 출생아에 대해서도 차별 없는 지원이 제공된다면, 출생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3 좋은 일자리 더 많아져야지
우리나라 청년층 고용률(58.0%)이 OECD 평균 수준(66.6%)까지 올라갈 땐 출산율이 0.12명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어요. 산술적으로 약 78만 명의 청년이 추가로 취업해야 하는 셈이라, 쉬운 과제는 아니에요.
보고서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어요. 우리나라 일자리의 90%는 중소기업에서 창출되고 있는데, 근무 여건이 청년 눈높이에 맞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4 육아휴직, 눈치 안 보고 써야 해
우리나라의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2020년 기준 52주로, OECD 평균 수준(65.4주)에 비해 짧지는 않아요. 하지만 실제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이 48%, 남성이 14.1%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해요. 육아휴직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에’가 1순위로 꼽혔대요. 한국의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라온다면 출산율은 0.096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요.
#5 가족 관련 정부지출 더 늘려야 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관련 정부지출은 2019년 기준 1.37%에 그쳤어요. OECD 평균인 2.2%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죠. 더 많은 사람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도록 정부가 지원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늘린다면 출산율이 0.055명 늘어날 수 있대요.
#6 집값 안정화도 중요하니까 신경 써야지
앞서 집값 상승이 출산율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만약 한국의 실질 주택 가격(104)이 지난 2015년 수준(100)으로 안정된다면 출산율이 0.002명이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됐어요. 국내 집값은 2019년 이후에 급격히 올랐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기 때문이에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매일경제 ‘디그(dig)’팀이 연재하는 ‘뉴스 쉽게보기’는 술술 읽히는 뉴스를 지향합니다. 복잡한 이슈는 정리하고, 어려운 정보는 풀어서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무료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디그 구독하기’를 검색하고, 정성껏 쓴 디그의 편지들을 만나보세요. 아래 주소로 접속하셔도 구독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https://www.mk.co.kr/newsletter/
https://www.mk.co.kr/news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