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모임 장소 고민 해결해 준 '가성비 한우 맛집'

연말연시 모임 장소 고민 해결해 준 '가성비 한우 맛집'

[부산 해운대 좌동 ‘원뿔한우참숯구이’]

김해 축산물가공장서 원플러스 이상 암소 직송
발골 후 부위별로 진공 포장해 이틀간 숙성 거쳐
전라도 손맛 특제 양념장과 천일염 볶은 소금장
쫀득쫀득한 숙성육에 고소함 채우는 역할 ‘톡톡’
착한 가격에 룸·홀·포차식 등 테이블 구성도 다양
가족 모임부터 단체 회식까지 부담 없이 거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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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원뿔한우참숯구이’에서 맛볼 수 있는 원플러스(1+) 이상 등급의 암소 한우. 등심부터 갈빗살·특수부위 등 이 집 한우는 모두 전용 숙성고에서 이틀 정도 진공 숙성과정을 거쳐 손님상에 오른다. 김희돈 기자

모임이 잦은 연말연시. 축하하거나 격려해야 할 일도 유난히 많다. 문제는 적당한 모임 장소를 정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점. 식사만 하든 술과 음료를 곁들이든 마찬가지다. 호불호가 심하거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을 피하는 건 기본이다. 맛이 좋아야 하고 가격 부담도 크지 않아야 하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이쯤 되면 장소 선정을 맡은 이의 부담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에 있는 ‘원뿔한우참숯구이’는 모임 총무라면 기억해 둬도 좋을 곳이다. 한우라는데 마다할 회원이 어딨겠는가. 게다가 가격까지 착하다 못해 고마울 정도라면 더 말해 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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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원뿔한우참숯구이’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고기 구매 영수증. 가게 이름처럼 원플러스(1+) 이상 등급의 암소 한우만 공급받는다. 김희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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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원뿔한우참숯구이’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고기 구매 영수증. 가게 이름처럼 원플러스(1+) 이상 등급의 암소 한우만 공급받는다. 김희돈 기자

괜찮은 고깃집의 첫째 조건은 누가 뭐래도 좋은 고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원뿔한우참숯구이는 경남 김해시 주촌면 축산물유통단지에서 도축한 원플러스(1+) 이상 등급의 한우 암소를 가져와 사용한다. 가게 한쪽 벽면이 온통 한우를 구매하고 받은 영수증으로 빼곡하다. 당연히 등급도 선명히 찍혀 있다. 박형기(48) 대표는 “가족처럼 지내는 거래 업체를 통해 신선 한우를 조달하므로 중간 유통 과정으로 인한 원가 상승 요인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한우를 가져오면 곧바로 숙성 작업을 한다.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풍미까지 돋우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45kg 정도의 갈비 한 짝을 발골하면 손님상에 올릴 생갈비가 10kg 남짓 나온다. 박 대표는 이를 다시 진공 포장해 전용 숙성고에서 이틀 정도 재운다. 공기 접촉을 최소화해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육즙 손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채살이나 안창살, 토시살 등 특수부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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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원뿔한우참숯구이’ 박형기 대표가 발골 후 부위별 진공 포장해 전용 숙성고에 보관 중인 고기를 보여 주고 있다. 김희돈 기자

생갈비(120g·1만 9000원)와 등심(100g·2만 3000원)을 주문하자 테이블 위 불판 자리를 비우고 기본 찬이 깔렸다. 여느 고깃집의 찬에 더해 어묵·햄 볶음, 달걀 샐러드, 물김치 등이 덩달아 나왔다.

소스도 눈길을 붙잡았다. 특히 특제 쌈장은 전라도 출신으로 30년 식당업 경력의 박 대표 어머니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함께 나온 소금장은 천일염을 볶은 것으로, 부드러운 짠맛에 어렴풋이 단맛까지 품어 고기 씹는 맛을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일꾼이다.

달걀 샐러드로 빈속을 달래는 데 한계를 느낄 무렵 숯불이 등장했다. 나뭇결 사이로 붉은 열기를 머금은 프리미엄급 참숯이란다. 가게 이름에 ‘참숯’을 넣은 만큼 제대로 된 숯을 고집한다고 한다.

등심 한 덩어리를 불판에 올리자마자 촤르르르~ 예상 못한 ASMR을 선사한다. 마블링을 이루던 지방이 녹아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겨우내 깡마른 대지를 적시는 봄비마냥 상큼하다. 한입 크기로 자른 고기를 입에 넣자 기다렸다는 듯 품고 있던 육즙을 쏟아 낸다.

갈빗살은 어떨까. 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려 소금장을 살짝 묻힌 후 입으로 가져갔다. 숙성을 거치며 쫀득함이 더해진 지방이 고소한 풍미를 뽐낸다. ‘한우는 무조건 갈빗살이지’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스스로 증명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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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원뿔한우참숯구이’의 프리미엄급 참숯 위에 올려진 등심. 숯불의 열기를 받자마자 마블링을 이루던 지방이 고소한 향미를 발산했다. 김희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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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원뿔한우참숯구이’의 프리미엄급 숯불 위에 고기를 올리자 마블링을 이루던 지방이 녹아내리며 고소한 향미가 침샘을 자극했다. 김희돈 기자

원뿔한우참숯구이의 또 다른 대표 메뉴는 즉석양념갈비(130g·1만 6000원)다. 한약재 등 스무 가지에 달하는 재료를 배합해 만든 특제 양념에 절였다고 한다. 박 대표는 화학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친정 엄마를 모시고 네 살 딸과 식당을 찾은 김소영(49·부산 해운대구) 씨는 “아이가 혼자 1인분을 거뜬히 먹을 정도로 이 집 양념갈비를 좋아한다”며 “좋은 육질에 비해 가격이 싸 부담 없이 종종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기를 맛본 후에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에 공기밥, 혹은 열무국수로 식사를 마무리하면 된다. 순창 된장에 순두부를 넣어 끓인 찌개에는 갈비를 발라내고 남은 자투리 고기가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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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원뿔한우참숯구이’의 별미 육회탕탕이. 무채처럼 얇게 썬 숙성 육회에 산낙지를 더한 것으로 다른 곳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김희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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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원뿔한우참숯구이’의 된장찌개와 국수 사리. 순창된장을 베이스로 순두부를 넣어 끓인 찌개에는 갈빗살을 발라내고 남은 고기가 잔뜩 들어 있다. 김희돈 기자

원뿔한우참숯구이에서는 육회(180g·2만 5000원)도 맛볼 수 있다. 쫀득쫀득한 숙성육을 무채 장만하듯 가늘게 썬 게 이색적이다. 두툼한 식감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쉽게 젓가락이 간다. 육회에 산낙지를 더한 육회 탕탕이와 낙지 호롱구이도 다른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별미다.

원뿔한우숯불구이에는 홀 입식 테이블 말고도 마루에 마련된 좌식 테이블과 방문이 달린 2개의 룸이 별도로 있어 소규모 가족 모임부터 10명 이상의 단체 회식까지 가능하다. 입식 테이블이 3개씩 놓인 룸의 가운데 문을 걷으면 테이블 6개의 대형 룸으로 변신한다.

홀 안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둥그런 철제 불판 테이블 8개가 마련된 별도 공간이 있다. 포차에서 한잔하듯 다른 손님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히 즐기기에는 이곳이 제격이다.

간판집과 인테리어 업체만 돈을 번다는 자영업 혹한기. 유명 프랜차이즈를 포함해 이름난 고깃집이 몰려 있는 좌동재래시장 상권에서 10년 가까이 간판을 유지하는 건 단순히 가격이 싸다고 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원뿔한우참숯구이를 나설 때 장소를 택한 총무의 어깨가 살짝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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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원뿔한우참숯구이’는 홀과 마루·룸에 다양한 형태의 테이블을 갖췄다. 4인용 테이블이 3개씩 놓인 두 개의 룸은 중간 문을 걷으면 테이블 6개의 대형 룸으로 변신한다. 김희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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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원뿔한우참숯구이’는 고깃집이 몰려 있는 좌동재래시장 상권에서 10년 가까이 맛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키는 가성비 맛집으로 이름이 나 있다. 김희돈 기자

1 Comments
자유인230 2023.12.22 18:25  
업체로부터 소정의 원고료와 서비스를 제공받았으나 솔직하게 쓰는 진심 후기입니다♡ 공감♡ 댓글♡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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