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법원 “심신미약 인정”대구국제공항 상공에서 운항 중이던 비행기 비상문을 강제로 열어 승객을 겁에 질리게 한 3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구국제공항 상공에서 운항 중이던 비행기 비상문을 강제로 열어 승객을 겁에 질리게 한 3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사진은 지난 5월 26일 남성이 파손한 아시아나 비행기 비상구가 열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정진우 부장판사는 21일 항공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32세 남성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보호관찰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도 함께 명령했다.

A 씨는 지난 5월 26일 제주공항에서 출발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구공항 상공 고도 224ｍ에서 시속 260㎞로 하강하던 중 비상 탈출구 레버를 조작해 문을 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또 항공기 외부 비상구 탈출용 슬라이드가 떨어져 나가게 하는 등 비행기를 훼손한 혐의(재물손괴죄)도 받았다.

기내에는 승객 197명을 태운 상태였다. 당시 그의 범행으로 항공기에 탑승한 초등학생 등 9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A 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에 대한 정신감정을 했고 그의 주장대로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으로 인정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운행 중인 항공기 비상문을 열어 많은 승객을 위험에 빠트리게 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책이 매우 중하다”며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정신 감정 결과 조현병 가능성이 있어 최소 5년간 정기 진료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범행 후 체포됐을 때 경찰에 ‘최근 실직 후에 스트레스를 받아오고 있었다. 비행기 착륙 전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서 문을 열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