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마다 줄서 있던 그곳, 알고보니 캐리커처 맛집
자유인289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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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3 18:38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색 데이트 장소로 화제를 모으는 곳이 있습니다.
감성 맛집이나 카페는 아니지만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건 종이 한 장에 담긴 ‘나’.
바로 짧은 시간 안에 인물의 특징을 찾아 개성있게 그려내는 그림, ‘캐리커처’입니다.
얼마 전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인생네컷’이 ‘찍는 것’을 좋아하는 MZ세대에 의해 확산됐다면, 이제는 ‘그리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듯한데요.
실제, 서울의 대표 핫플레이스인 연남동에 위치한 ‘캐리커처 공방’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붐빕니다.
이 캐리커처는 서울뿐만 아니라 수원, 속초, 전주 등 전국적으로 공방이 생길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캐리커처가 그렇게 인기라고, 왜?’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텐데요.
이런 문화가 탄생한 배경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디자인 캐리커처 브랜드’라는 구상이 있었습니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틀림없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 이 ‘귀엽고 트렌디한 캐리커처’의 탄생 비한인드 스토리를 ‘화가삼춘’에게 들어봤습니다.
Q. ‘캐리커처’ 하면 보통 축제장이나 행사장에서 기념 삼아 그려본 기억이 있는데요. 받고 나면 묘하게 닮았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경험 있거든요 (웃음) 그런데 작가님의 캐리커처는 우리가 생각하는 캐리커처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네, 제가 캐리커처를 17년째 그리고 있는데 ‘호불호 없는’ 캐리커처를 그리는 연구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축제장에서 볼 수 있는 붓펜이나 파스텔로 그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캐리커처를 그렸었는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내 그림을 받고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왔어요.
그래서 전에 버스킹 캐리커처를 많이 했는데, 손님들의 의견도 많이 듣고 ‘어? 이렇게 그려주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네’ 이런 걸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그림체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Q. 그런 고민의 시간들이 모여서 완성된 ‘특유의 그림체’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인가요?
서울 연남동에 1년 반 전에 가게를 오픈했는데요. 정말 반응이 뜨거운 거예요.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MZ 세대나 인플루언서 분들이 저희 가게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매스컴에도 노출이 됐고. 그러면서 더 현대 서울부터 신세계 백화점 이런 곳들에 팝업 스토어로 들어가기도 하고, 서울 인사동, 명동, 홍대, 성수 같은 핫플레이스에도 가게가 생겨서 현재 14개 정도 운영이 되고 있어요.
Q. 업계에서는 ‘캐리커처 계의 스타벅스’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던데요. 그런데 그동안 캐리커처 브랜드는 없었던 거잖아요. 브랜드화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으세요?
캐리커처라는 장르는 비주류 예술인데, 내가 브랜드를 만들어서 전문적으로 해보자라는 생각은 해왔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캐리커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 결심한 계기는 제가 원래 캐리커처 교육만 했었거든요.
캐리커처를 가르치는 수강생 선생님들의 평균 연령이 50대 정도 되세요. 많게는 60대, 70대 선생님까지 계시는데 문제는 저한테 5년~7년 배웠는데 이 선생님들이 이걸 직업으로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연세 있는 선생님들을 아무도 써주지 않더라고요.
‘왜 연세 있는 선생님들은 안 써주지, 왜 젊은 작가들만 찾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내가 차려서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처음 가게를 연 거예요.
Q. 캐리커처를 그리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신 거네요. 현재 소속 작가는 어느 정도 되나요?
처음에는 10명이었는데, 20명, 30명 이렇게 계속 늘어나다 보니까 지금은 거의 100분 가까이 되세요.
일단은 저한테 제 캐리커처 그림체를 배우시고 소속작가가 되면 팝업스토어가 열리거나 하면 현장에 가서 캐리커처를 그려주세요.
현장 근무만 한 달에 20일 넘게 하시는 선생님들도 많은데, 수익은 웬만한 직장인들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웃음)
Q. 아까 캐리커처가 비주류 예술이라고 하셨는데, 여러 장르 중에 캐리커처를 택한 이유가 있으세요?
저희 집이 6남매인데, 제가 막내 아들이거든요. 저는 그림이 되게 좋은데 집에서는 반대가 좀 심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하는 게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캐리커처를 접하고 작가로 활동하게 됐는데 사람들이 내 그림을 받고 행복해하는 거예요.
그때 ‘그림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캐리커처 작가를 해야 겠다 생각을 했어요.
Q. ‘행복의 그림가게’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도 같은데요. 좋은 일도 많이 하신다고 들었어요.
예술로 어떻게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까 그런 생각을 가진 선생님들이 함께 하다 보니까 봉사나 기부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포구 유기동물센터에서 유기 동물을 입양한 분들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서 선물해 드리는 봉사 활동을 했고, 폐지 줍는 노인분들한테 폐지를 고가로 사서 그 폐지에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해서 얻은 수익금을 다시 기부하기도 하고...
저희가 그리는 그림이 사회와 환경과 분리된 게 아니라 순환적인 구조를 만드는 게 제 숙제인 것 같아요.
지금은 1년 반밖에 안 된 브랜드다 보니까 순환이 적긴 하지만, 앞으로 받은 사랑을 계속 환원하면서 선순환을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