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인근서 발견되 파랑돔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울릉도 주변에 사는 물고기종의 절반 이상이 따뜻한 물에 사는 열대어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남아시아나 폴리네시아 해역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파랑돔은 울릉도 주변에서 개체수가 크게 늘어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전지구적 기후변화의 여파가 한반도 해역까지 밀려들어와 해수 온도가 상승한 영향이다.

21일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울릉도 연안 어류에 대한 종다양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조사로, 자원관이 수중에서 관찰한 물고기 131종중 열대성 어류가 49종(37.7%), 아열대성 어류가 27종(20.8%)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지역 기후인 온대성 어류 비율은 전체의 36.9%(48종)에 그쳤다.

무리지어 다니는 파랑돔떼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특히 울릉도 연안 일부 조사지점에서는 파랑돔이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파랑돔은 동남아나 태평양 열대 바다, 제주도 인근에서 발견되는 물고기인데 당초엔 10마리 미만이 다니는게 전부였지만 이번엔 100마리 이상이 한번에 관찰되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다. 이밖에 용치놀래기, 놀래기 등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울릉도 주변에서 살고 있었다. 여름철이 된 이후엔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따뜻한 해류인 동한난류를 타고 온 연무자리돔 등 남방계 어린 물고기가 새롭게 발견되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기후변화가 동해 연안의 어류 분포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한반도 인근 수온 상승으로 어류 분포가 바뀌고 생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 해역 수온은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기후변화로 약 1.35℃ 상승했고, 이같은 상승세가 유지되면 2100년엔 최대 4℃까지 오른다. 같은기간 전세계 바다 평균 표층수온이 0.52℃ 상승한 반면 한국 해역은 2.5배 빠른 상승속도를 보인 것이다.

이번 조사서 첫 발견된 연무자리돔(유어)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2010년대엔 이같은 고수온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해 2021년 7월 동해는 전지구 해역중 평년대비 수온이 가장 높은 해역중 하나로 기록됐다. 해수온도가 상승하면 양식 김을 생산하는 기간이 줄어들고 채묘(김수거) 시기는 지연되는 등 인근 주민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원관은 해수 온도 상승으로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향후 동해 연안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독도와 동해 중부 연안 해역까지 조사지역 확대키로 했다. 서민환 자원관장은 “3년에 걸친 수중조사를 통해 울릉도 어류의 종다양성에 대한 종합적인 현장 자료를 수집했다”라며, “기후환경의 변화에 따른 한반도 연안어류의 종다양성 변동을 추적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측 연구를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자원관이 이번 수중조사와 과거 학술 문헌 등을 병행해 파악한 울릉도 지역 어종 숫자는 지난해 154종에서 20종 늘어난 174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