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질로 경제개혁하겠단 밀레이...나라 전체가 거대한 도박장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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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21:07
국영기업 주가 40% 급등… 사상 최고치
전문가들 "중앙은행 폐쇄 땐 물가 폭등"
밀레이 '언론 민영화' 불 지피며 통제 시사하비에르 밀레이(53)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 부에노스아이레스 내 자유전진당 당사에서 당선 소식을 들은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당선된 '극우 무정부주의자' 하비에르 밀레이(53)가 당선 하루 만에 국제 금융 시장에 파동을 일으켰다. 시장지상주의자인 그가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면서 한 곳을 사례로 들자 해당 기업의 주가가 40% 가까이 폭등했다.
밀레이는 아르헨티나를 재건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이지만 중앙은행 폐지, 달러화의 국가통화 채택 등의 대선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탓에 회의론이 적지 않다. 시장은 정부의 무능을 겨냥한 그의 '전기톱질'이 어디까지 뻗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 대기업 'YPF'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주가는 전장 대비 39.89% 치솟았다. 1993년 거래 시작 이후 최고 상승치다. 밀레이가 라디오방송 '미트레'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영·공영 기업을 민간으로 넘길 것”이라며 YPF를 거명한 파장이었다. 블룸버그는 “민영화로 YPF의 수익률 개선과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가 기대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중앙은행 폐쇄 공약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밀레이는 현재 국가통화인 페소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지난 5년간 875% 급락해 화폐의 신뢰도를 잃었다는 이유로 달러화 채택을 공약했다. 통화 정책에 실패한 중앙은행을 없애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위임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달러화 채택의 성공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에콰도르는 2000년 달러화를 국가 통화로 지정해 96.1%에 달하던 물가상승률을 6년 만에 3.3%로 낮췄다. 아르헨티나도 1991년 페소와 달러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페그제’를 도입한 후 물가상승률이 잠시 안정된 적이 있다.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143%에 달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달러화 전환 충격을 견디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달러로 전환하려면 정부가 시중의 모든 페소를 적정 환율의 달러로 사들여야 하는데, 아르헨티나의 외환 보유고는 최대 100억 달러 적자 상태이고 국제통화기금(IMF)에 440억 달러를 빚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달러화에 최소 5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통화 정책의 경제 회복 효과도 제한적이다. 아르헨티나의 페그제는 2001년 1,550억 달러 규모 부채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으로 끝났다. 경직적인 산업·노동 시장을 내버려둔 탓이다. 아르헨티나처럼 경제 규모가 큰 나라가 달러화 채택을 시도한 적도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밀레이는 건전한 정책보다 이념을 우선시한다"며 "아르헨티나가 경제적인 도박장이 된다면, 그는 주사위를 굴릴 마지막 사람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도박이 실패하면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끝장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단아인 밀레이에게 정치권이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변수다. 그가 이끄는 자유전진당은 하원의회 257석 중 37석, 상원 72석 중 7석만 갖고 있고, 지방정부 주지사는 한 명도 없다. 정권을 내준 현재 좌파 정권은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밀레이가 "거짓말을 조장한다"며 공영방송 민영화를 공언하는 등 여론 통제 의지를 내보인 것도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밀레이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사회 불안 때문에 불명예스러운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 "중앙은행 폐쇄 땐 물가 폭등"
밀레이 '언론 민영화' 불 지피며 통제 시사하비에르 밀레이(53)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 부에노스아이레스 내 자유전진당 당사에서 당선 소식을 들은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당선된 '극우 무정부주의자' 하비에르 밀레이(53)가 당선 하루 만에 국제 금융 시장에 파동을 일으켰다. 시장지상주의자인 그가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면서 한 곳을 사례로 들자 해당 기업의 주가가 40% 가까이 폭등했다.
밀레이는 아르헨티나를 재건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이지만 중앙은행 폐지, 달러화의 국가통화 채택 등의 대선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탓에 회의론이 적지 않다. 시장은 정부의 무능을 겨냥한 그의 '전기톱질'이 어디까지 뻗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든 공기업 민간에" 한마디에 시장 들썩
아르헨티나 베리소에 위치한 국영 에너지 대기업 YPF의 라플라타 정제소 전경. 베리소=AP 연합뉴스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 대기업 'YPF'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주가는 전장 대비 39.89% 치솟았다. 1993년 거래 시작 이후 최고 상승치다. 밀레이가 라디오방송 '미트레'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영·공영 기업을 민간으로 넘길 것”이라며 YPF를 거명한 파장이었다. 블룸버그는 “민영화로 YPF의 수익률 개선과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가 기대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중앙은행 폐쇄 공약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밀레이는 현재 국가통화인 페소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지난 5년간 875% 급락해 화폐의 신뢰도를 잃었다는 이유로 달러화 채택을 공약했다. 통화 정책에 실패한 중앙은행을 없애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위임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달러화 채택의 성공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에콰도르는 2000년 달러화를 국가 통화로 지정해 96.1%에 달하던 물가상승률을 6년 만에 3.3%로 낮췄다. 아르헨티나도 1991년 페소와 달러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페그제’를 도입한 후 물가상승률이 잠시 안정된 적이 있다.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143%에 달한다.
달러화 환율 고정 결과는 '1550억 달러 디폴트'
지난 13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후닌 지역에서 한 농부가 가축을 돌보고 있다. 후닌=AFP 연합뉴스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달러화 전환 충격을 견디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달러로 전환하려면 정부가 시중의 모든 페소를 적정 환율의 달러로 사들여야 하는데, 아르헨티나의 외환 보유고는 최대 100억 달러 적자 상태이고 국제통화기금(IMF)에 440억 달러를 빚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달러화에 최소 5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통화 정책의 경제 회복 효과도 제한적이다. 아르헨티나의 페그제는 2001년 1,550억 달러 규모 부채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으로 끝났다. 경직적인 산업·노동 시장을 내버려둔 탓이다. 아르헨티나처럼 경제 규모가 큰 나라가 달러화 채택을 시도한 적도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밀레이는 건전한 정책보다 이념을 우선시한다"며 "아르헨티나가 경제적인 도박장이 된다면, 그는 주사위를 굴릴 마지막 사람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도박이 실패하면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끝장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하원 257석 중 37석뿐… 밀레이 '언론 통제'
19일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에서 패배해 낙담하는 집권당 세르히오 마사(51·오른쪽) 후보를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어거스트 로시가 위로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이단아인 밀레이에게 정치권이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변수다. 그가 이끄는 자유전진당은 하원의회 257석 중 37석, 상원 72석 중 7석만 갖고 있고, 지방정부 주지사는 한 명도 없다. 정권을 내준 현재 좌파 정권은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밀레이가 "거짓말을 조장한다"며 공영방송 민영화를 공언하는 등 여론 통제 의지를 내보인 것도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밀레이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사회 불안 때문에 불명예스러운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