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왕이 尹대통령에게 선물한 위스키…‘소독약 냄새’ 논란에도 인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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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3 16:26
스코틀랜드 아일라섬 대표 위스키 ‘라프로익’
2008년 찰스 3세가 직접 증류소 방문해
직접 서명한 오크통에서만 나온 한정판 위스키
피트향이 강해 입문자는 소독약 풍미 느끼기도
2008년 찰스 3세가 직접 증류소 방문해
직접 서명한 오크통에서만 나온 한정판 위스키
피트향이 강해 입문자는 소독약 풍미 느끼기도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입장하며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건희 여사, 왼쪽은 커밀라 왕비.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국빈으로 초청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아주 귀한 위스키를 선물하면서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찰스 3세가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아일라섬에서 생산되는 피트 위스키의 대표 브랜드 라프로익. 그 중에서도 찰스 3세가 2008년 라프로익 증류소를 방문해 서명한 오크통에서만 꺼낸 원액으로 만든 특별 한정판 위스키이다. 가격을 매기는 것조차 어려울뿐더러 돈이 아무리 많아도 국왕이 허락하지 않으면 살 수도 없으니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라프로익 위스키 제품들라프로익 위스키는 강한 피트향이 특징이다. ‘피트(Peat)’는 우리말로 이탄으로 불리며, 작은 초목이나 풀, 꽃, 해조류 등이 물에 의해 압축된 퇴적물이다. 라프로익도 게일어로 ‘드넓은 만의 아름다운 습지’를 의미한다.
피트는 연료로 쓰는 석탄의 초기 단계이며 전체 성분의 90%가 물로 돼 있어 오래 타고 연기가 많이 난다. 이때 발생하는 연기로 보리를 건조하면 소독약이나 요오드 같은 피트 특유의 풍미가 위스키에 묻어난다.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지역에서 밀주 위스키를 만들 때 석탄이 구하기 어려워지자 대신 땅에서 캐낸 피트를 연로로 썼는데 독특한 향이 위스키 풍미를 새롭게 해 그 이후로도 계속 사용하고 있다.
피트향이 짙다 보니 일부 사람들은 라프로익 위스키의 풍미를 의약품이나 소독약 같다며 멀리한다. 광고 문구도 ‘love it or hate it, there’s no in between’이다. 이런 풍미 덕분에 1920년대부터 1930년대에 걸친 미국의 금주령 시기에도 라프로익 위스키는 의약품으로 둔갑해 판매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독특한 풍미로 호불호가 강하지만 라프로익은 피트감이 강하고 거친 바닷바람이 숙성시킨 피니시로 위스키 애호가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자신의 저서 ‘위스키 성지여행’에서 “라프로익에는 라프로익만의 맛이 있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경박한 알랑거림 따윈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했다. 또한 2015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건 아일라섬의 라프로익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퇴적되어 있는 피트를 선별하는 모습.
국왕이 사랑한 위스키
1994년 6월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는 타고 온 비행기가 고장나서 라프로익 증류소에서 2시간 가량을 보내게 됐다. 그러다 보니 증류소에서 보리를 직접 뒤집고 저장고도 둘러보며 맛을 충분히 즐겼다. 라프로익 증류소는 위스키가 들어있는 오크통 두 통을 선물했고 찰스 3세는 그 보답으로 왕세자의 로열 워런트를 수여했다. 로열 워런트는 조니워커,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등 블렌디드 위스키만 받고 있었고 라프로익이 싱글 몰트위스키 중에서는 처음으로 받았다.
이후 찰스 3세는 2008년 자신의 6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라프로익 증류소를 다시 찾았고, 2015년에는 증류소 창업 2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세 번째로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