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신분으로 총선 출마 ‘진격의 검사들’
자유인81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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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06:59
사표 제출 이성윤·신성식 등 면직처리 안 돼…국회의원 당선되면 혼란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걸린 깃발이 먹구름 낀 하늘 아래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원 등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기본적으로 선거 90일 전에는 해당 직을 그만둬야 한다. 이번 4·10 총선에 나가려면 오는 1월 11일 전까지는 사직해야 하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그렇다.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할 여지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직을 그만둔다’는 건 면직처분의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행위만으로도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 대법원의 판례도 그렇다.
이 지점에서 논란이 생긴다. 공무원 등이 사표를 냈으나 소속 기관이 수리하지 않거나 지연할 때다. 그러면 공무원은 그 신분을 유지한 채 선거를 치르게 된다. 나아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법률 정비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거 90일 전 공무원직 그만둬야
이런 사례가 최근 검찰에서 나오고 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저서 <꽃은 무죄다>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 등을 두루 거쳤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좌천됐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출판기념회에는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 등 지난 정부의 법무부 장관들이 자리했다. 이 연구위원의 행보에 비춰 총선에 출마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2022년 4월 법무부에 사표를 냈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또한 지난해 12월 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어 저서 <진짜 검사> 출간에 맞춰 저자와의 대화를 열었다. 신 연구위원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수원지검장 등을 지냈지만 이번 정부에서 한직으로 밀려났다. 1월 10일 순천대학교에서 북콘서트도 연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순천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적힌 사진이 걸려 있다. 총선에서 전남 순천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법무부는 그러나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공무원이 중징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으면, 퇴직을 허용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내부 감사·조사를 받고 있을 때도 그렇다.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대통령 훈령)에 근거한다. 이는 공무원이 비위를 저지르고도 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의원면직을 활용하는 꼼수를 방지하려는 게 본래 목적이다. 징계를 받으면 내용·수위에 따라서 변호사 개업 제한, 퇴직수당 삭감, 징계부가금 부담 등의 불이익이 뒤따른다.
이 연구위원은 형사재판과 법무부의 감찰 등을 받고 있다. 그는 2019년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혐의로 2021년 5월 기소됐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가 났으나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지난해 1월 ‘검언유착 의혹의 녹취록 오보’ 사건으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표가 수리되지 않더라도 이들이 총선에 출마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90일 전에 사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직서가 일단 기관에 접수가 되면 공무원직을 그만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21년 4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선 무효소송에서 이런 해석이 맞다고 확인했다. 사표를 냈지만 수리되지 않은 공무원이 선거에 나갈 수 있는지를 판단한 최초의 판례이다.
황 의원은 경찰로 재직 중이던 2020년 1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해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황 의원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되면서 경찰청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그가 경찰 신분으로 총선에 나가 당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회의원은 국무총리나 장관 등 국무위원을 제외하고는 겸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경찰청은 황 의원에게 ‘조건부 의원면직’ 처분을 내렸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경찰공무원 신분을 회복해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관련 법률 국회 계류 중
이뿐만이 아니다.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정치활동으로 읽히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 “창원은 이제 지방이 아니라 또 하나의 큰 중심이 돼야 한다” 등이다. 대검은 진상조사를 벌였고, 대검 감찰위원회는 지난해 말 정식 징계가 아닌 낮은 수위의 ‘검사장 경고’를 권고했다. 그러자 김 검사는 법무부에 사직서를 낸 데 이어 언론을 통해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1월 6일에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지우기도 했다. 대검은 추가 감찰과 징계 청구를 예고한 상태다.
대검은 박대범 광주고검 검사도 감찰 중이다. 박 검사는 지난해 12월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으로 근무할 때 총선과 관련해 외부인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박 검사는 2016년 5월 ‘정치자금’ 분야에서 2급 공인전문 검사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공무원 신분으로 총선을 치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 국회에 계류 중이긴 하다. 그러나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0년 11월 박완수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공무원이 명확하게 면직처분을 받아야 선거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과 유상범 의원도 2021년 5월에 각각 유사한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냈다. 다만 고의로 사표 수리를 지연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공기업 사장도?
이런 유사한 사례가 공기업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원경환 대한석탄공사 사장의 4월 총선 출마설이 나돈다. 그런데 사장직을 유지한 채 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원 사장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원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직후인 10월 25일 사직서를 산업부에 제출했다. 산업부는 11월 2일 사직서가 접수됐다고 했다. 그러나 사표는 곧바로 수리되지 않았다. 2022년 9월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 갱도에서 발생한 매몰 사망사고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런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운영법도 공기업의 사장 등 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중징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으면 퇴직을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다만 국가공무원법처럼 강제 규정이 아니라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임의 규정이다.
원 사장은 계속 사표가 수리되지 않자 12월 3일과 5일 산업부에 공문을 보냈다. ‘사직원을 낸 상태에서 기관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언제든지 사고 발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행체제 등을 갖춰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런 와중에 검찰은 지난해 12월 14일 매몰 사망사고와 관련해 원 사장 등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기업 대표가 해당 법으로 기소된 건 처음이다. 원 사장은 12월 19일 재차 산업부에 공문을 보내 사표 수리 등을 촉구했다. 산업부는 이튿날 답변에서 사직서 수리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기관장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달라는 등의 취지로 회신했다. 원 사장은 결국 지난해 12월 22일 직원들에게 이임한다고 알린 뒤 출근하지 않고 있다.
원 사장은 “일부 언론에서는 돌연 사표를 내고 나갔다고 보도했지만, 관련 규정에 따라 2개월 전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을 보면, 공기업의 임원은 사직을 희망하는 날로부터 2개월 이전에 사직서을 제출해야 한다. 그는 “산업부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수리할 수 없다며 방관하고 있으나, 의원면직 제한 조항은 강제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부가 신속하게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원 사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 때문에 원 사장이 총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원 사장은 “총선에 나가는 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제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원 사장은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재판을 두고 “성실하게 임하겠다”라며 “부하 직원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해 한스럽다.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원 사장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에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강원 평창 출신으로 서울경찰청장을 지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 사장의 사표 수리와 후임 인선 등을 두고 “(원 사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석탄공사는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해 본부장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원 등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기본적으로 선거 90일 전에는 해당 직을 그만둬야 한다. 이번 4·10 총선에 나가려면 오는 1월 11일 전까지는 사직해야 하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그렇다.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할 여지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직을 그만둔다’는 건 면직처분의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행위만으로도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 대법원의 판례도 그렇다.
이 지점에서 논란이 생긴다. 공무원 등이 사표를 냈으나 소속 기관이 수리하지 않거나 지연할 때다. 그러면 공무원은 그 신분을 유지한 채 선거를 치르게 된다. 나아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법률 정비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거 90일 전 공무원직 그만둬야
이런 사례가 최근 검찰에서 나오고 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저서 <꽃은 무죄다>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 등을 두루 거쳤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좌천됐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출판기념회에는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 등 지난 정부의 법무부 장관들이 자리했다. 이 연구위원의 행보에 비춰 총선에 출마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2022년 4월 법무부에 사표를 냈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또한 지난해 12월 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어 저서 <진짜 검사> 출간에 맞춰 저자와의 대화를 열었다. 신 연구위원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수원지검장 등을 지냈지만 이번 정부에서 한직으로 밀려났다. 1월 10일 순천대학교에서 북콘서트도 연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순천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적힌 사진이 걸려 있다. 총선에서 전남 순천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법무부는 그러나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공무원이 중징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으면, 퇴직을 허용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내부 감사·조사를 받고 있을 때도 그렇다.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대통령 훈령)에 근거한다. 이는 공무원이 비위를 저지르고도 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의원면직을 활용하는 꼼수를 방지하려는 게 본래 목적이다. 징계를 받으면 내용·수위에 따라서 변호사 개업 제한, 퇴직수당 삭감, 징계부가금 부담 등의 불이익이 뒤따른다.
이 연구위원은 형사재판과 법무부의 감찰 등을 받고 있다. 그는 2019년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혐의로 2021년 5월 기소됐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가 났으나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지난해 1월 ‘검언유착 의혹의 녹취록 오보’ 사건으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표가 수리되지 않더라도 이들이 총선에 출마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90일 전에 사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직서가 일단 기관에 접수가 되면 공무원직을 그만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21년 4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선 무효소송에서 이런 해석이 맞다고 확인했다. 사표를 냈지만 수리되지 않은 공무원이 선거에 나갈 수 있는지를 판단한 최초의 판례이다.
황 의원은 경찰로 재직 중이던 2020년 1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해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황 의원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되면서 경찰청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그가 경찰 신분으로 총선에 나가 당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회의원은 국무총리나 장관 등 국무위원을 제외하고는 겸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경찰청은 황 의원에게 ‘조건부 의원면직’ 처분을 내렸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경찰공무원 신분을 회복해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관련 법률 국회 계류 중
이뿐만이 아니다.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정치활동으로 읽히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 “창원은 이제 지방이 아니라 또 하나의 큰 중심이 돼야 한다” 등이다. 대검은 진상조사를 벌였고, 대검 감찰위원회는 지난해 말 정식 징계가 아닌 낮은 수위의 ‘검사장 경고’를 권고했다. 그러자 김 검사는 법무부에 사직서를 낸 데 이어 언론을 통해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1월 6일에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지우기도 했다. 대검은 추가 감찰과 징계 청구를 예고한 상태다.
대검은 박대범 광주고검 검사도 감찰 중이다. 박 검사는 지난해 12월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으로 근무할 때 총선과 관련해 외부인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박 검사는 2016년 5월 ‘정치자금’ 분야에서 2급 공인전문 검사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공무원 신분으로 총선을 치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 국회에 계류 중이긴 하다. 그러나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0년 11월 박완수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공무원이 명확하게 면직처분을 받아야 선거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과 유상범 의원도 2021년 5월에 각각 유사한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냈다. 다만 고의로 사표 수리를 지연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공기업 사장도?
이런 유사한 사례가 공기업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원경환 대한석탄공사 사장의 4월 총선 출마설이 나돈다. 그런데 사장직을 유지한 채 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원 사장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원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직후인 10월 25일 사직서를 산업부에 제출했다. 산업부는 11월 2일 사직서가 접수됐다고 했다. 그러나 사표는 곧바로 수리되지 않았다. 2022년 9월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 갱도에서 발생한 매몰 사망사고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런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운영법도 공기업의 사장 등 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중징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으면 퇴직을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다만 국가공무원법처럼 강제 규정이 아니라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임의 규정이다.
원 사장은 계속 사표가 수리되지 않자 12월 3일과 5일 산업부에 공문을 보냈다. ‘사직원을 낸 상태에서 기관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언제든지 사고 발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행체제 등을 갖춰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런 와중에 검찰은 지난해 12월 14일 매몰 사망사고와 관련해 원 사장 등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기업 대표가 해당 법으로 기소된 건 처음이다. 원 사장은 12월 19일 재차 산업부에 공문을 보내 사표 수리 등을 촉구했다. 산업부는 이튿날 답변에서 사직서 수리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기관장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달라는 등의 취지로 회신했다. 원 사장은 결국 지난해 12월 22일 직원들에게 이임한다고 알린 뒤 출근하지 않고 있다.
원 사장은 “일부 언론에서는 돌연 사표를 내고 나갔다고 보도했지만, 관련 규정에 따라 2개월 전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을 보면, 공기업의 임원은 사직을 희망하는 날로부터 2개월 이전에 사직서을 제출해야 한다. 그는 “산업부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수리할 수 없다며 방관하고 있으나, 의원면직 제한 조항은 강제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부가 신속하게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원 사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 때문에 원 사장이 총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원 사장은 “총선에 나가는 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제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원 사장은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재판을 두고 “성실하게 임하겠다”라며 “부하 직원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해 한스럽다.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원 사장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에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강원 평창 출신으로 서울경찰청장을 지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 사장의 사표 수리와 후임 인선 등을 두고 “(원 사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석탄공사는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해 본부장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