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현실적 `피습 이후`…정쟁 선동보다 반성먼저[한기호의 정치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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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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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3 09:11
野대표 신년사부터 "칼로 사람 죽이는"…이튿날 피습 충격
퇴원 후까지 "상대 죽여 없애는 전쟁 정치" 거북한 이유는
의료·알권리 '기본 일탈' 책임있는 공당의 여론 탓, 先정쟁
검경 비난하며 "尹·韓 책임져"…국민 직관 시험한 표계산
지난 1월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에 의한 입원 8일 만에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퇴원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택에서 당분간 치료를 이어갈 예정이다.<연합뉴스 사진> 맹자의 격언을 빌었다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갑진년 신년사부터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거론하며 현 정권 통치에 빗대 '날'을 세웠다. 그 이튿날(지난 2일)엔 부산 가덕도에서 '내가 이재명' 종이왕관을 쓰고 '흉기'를 소지한 채 접근한 괴한으로부터 왼쪽 목을 공격당했다. 피습 23분 뒤 구급차로 호송된 그는 인근 축구장에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또 "잘하는 곳(병원)"을 찾아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됐다. 전원(轉院) 특혜와 지방의료 홀대 이중잣대 논란, 습격자 흉기와 당적(黨籍) 음모론 등이 뒤따랐다. 8일만인 10일 퇴원한 이재명 대표는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이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 제1야당 대표의 무사안전은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날붙이와 죽음'을 거듭 정치와 엮은 메시지는 새해부터 듣기 거북하다. '유력 정치인 테러'가 발생하고, 여러 의문이 붙은 건 우연치고는 지나치다. 현실감보단 영화 각본을 본 기분마저 든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이 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은 탓도 있다. 소위 ABC 수준의 '기본'을 지킨 사건 기사가 드물었다. 최근 사형 구형으로 재조명된, '신림동 칼부림'으로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의 작년 7월 범행 직후와 대조된다. 어떤 흉기로 각 희생자가 어디부터 몇차례 찔렸는지 등 사실관계가 신속 보도됐던 때다. 조금 더 과거에 민주당 브리핑으로 공식화한 송영길 전 대표 망치 피습 보도도 그랬다.
이번 피습은 현장에만 정치부 기자 등 취재진과 경찰, 이 대표 지지자 등 수십명이 있었다. 친명(親이재명) 유튜브 등으로부터 생중계되고 있었고, 일부 공영방송 카메라가 습격 순간을 담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사건 직후, 정치권 안팎의 우려가 집중돼 피습 사실부터 시작해 속칭 '받은 글'도 쇄도했다. 당시 유튜브 생중계를 짧게 자른 수초짜리 영상도 돌아 접하게 됐고 '제1야당 대표의 마지막을 봐버린 게 아닐까' 충격 등이 엄습했다. 그러나 곧 응급처치·이송 단계에서 양식을 갖춘 "목 부위 1cm 열상(피부가 찢긴 상처), 의식 명료" 정보가 전해졌다. MBC 등 대형방송사에서도 보도된 내용이지만, 안도하기 이전에 통념과 너무 거리가 멀어 놀랐다.
임현택(왼쪽)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과 변성윤(오른쪽) 평택시의사회장이 지난 1월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서울대병원 헬기 이송 특혜 의혹과 관련한 고발장을 든 채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뒤이은 소방당국발(發) 보도에서도 '1.5cm 열상'이 주를 이뤘다. '흉기 집중 리포트'가 쏟아진 와중에도 현역 외과의사 일부가 SNS 등에서 의문을 표출할 정도였다. 어지간한 중환자에게도 어렵다는 '헬기 전원' 경위 논쟁까지. 많은 국민의 시선이 이 대표의 안위로 향했는데, 담당 의료진 브리핑이 예고됐다가 취소됐다. 3일 민주당은 의사협회 부회장 출신 영입인사와 '내경정맥 9mm 이상 자상(찔린 상처)'을 확인했다며 '1cm 열상은 가짜뉴스'라고 핏대를 세웠다. 4일에야 집도의인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좌측 흉쇄유돌근 위 1.4cm 자상, 내경정맥 손상, 꿰맨 길이 9mm, 기도·식도 손상 없음, 회복 순조' 등을 전했지만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대응 전반이 '기본 미달'이다. 둘도 없는 긴급 응급상황으로 전하면서도 서울대병원으로 굳이 전원을 요구한 건 민주당 측이었다. 첫날 의료진 브리핑 취소에 비판이 일자 되레 자신들이 열을 냈다. 서울대병원 측에서 수술 난도때문에 먼저 이송 요청받았다고 주장했다가 부산대병원에 즉각 반박당한 것도, 전문성보단 민주당 입맛에 맞춘 결과는 아니었나. 부산경찰청 특수본은 3일 중간 브리핑에서, 피의자가 오른손에 들었던 물체를 향한 '나무젓가락 음모론'을 반박하며 "범행 도구에 묻은 혈흔이 피해자인 이 대표의 것"이라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등산용 칼 손잡이 대부분을 자르고 날을 깎은 개조 흉기 실물은 일주일 뒤(10일) 최종브리핑에서야 공개했다.
피의자가 충남 아산에서 부동산업을 하던 67세 김모씨이고, 국민의힘 전신 전당을 약 4년 전 탈당한 뒤 작년 민주당원이 됐다는 전언 기사도 쏟아졌지만 신상·당적을 비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막겠다'는 변명문 전문을 왜 감췄나. 공당·공직자들이 "가짜뉴스"라며 언론과 여론부터 겨누기엔 '알 권리'를 외면한 시간이 길다. 언론과 여권에선 제1야당 대표 습격 사건을 위로하고 음모론을 배격했는데 이런 배려도 민주당이 먼저 허무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서울대병원 병상에서 일주일을 넘긴 9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 중인 친명(親明) 좌장 정성호 의원과 "현근택(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성희롱 발언 의혹'에 대한 비위 징계 수위를 논한 SNS 대화가 언론에 포착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월1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당대표가 흉기 습격을 당할 당시 입었던 셔츠가 폐기될 뻔했다며 경찰 불신론을 펴는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단식치료 전문병원 논쟁'을 낳았던 이 대표의 '24일 단식'처럼 '불투명함'이 불신을 불렀다고 본다. 지역의사회가 대거 반발한 특혜·차별 논란에 입을 닫은 민주당은 아예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선전전에 먼저 뛰어들었다. 11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선 경찰의 피의자 단독범행·당적 비공개 결론을 줄비난한 가운데,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사법제도에 의해 정적인 야당 대표 제거를 실패하자 직접 폭력이 자행됐다"며 윤 대통령과 여당의 새 대표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12일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번 수사 발표는 무효"라며 현장 물청소·셔츠 폐기 정황을 추궁했다. '경찰이 전면 재수사' 안 하면 특검·국정조사하겠단 말도 먼저 꺼냈다 .
애초 경찰의 증거공개가 불충분하다거나, 특검마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은 민주당 테두리 밖에 더 많았다. 흉기 기만 음모론을 제기한 개인 유튜브 채널 등엔 방심위에 재갈을 물리라면서, 동시에 진상규명론을 독점하려는 모습은 이율배반이다. 공안검사, 특수통 검사, 검사 전체 순으로 혐오 대상을 넓히다가 '경찰 때리기'까지 나선 것도 상식과 거리가 있다. 항의방문을 왜 부산경찰 아닌 경찰청장에게 했나. 경찰 수사에 구멍이 있더라도, 정권 탓이라며 총선용 정쟁부터 나서는 건 공당의 태도가 아니다. 타인에게 먼저 손가락질한다고 자신들이 답해야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비리 의혹 주변에 '진짜 사람이 죽어나는 정치'를 더 문제시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꼬집은 '재판지연'도 실체가 있다. 게다가 퇴원한 직후 입장문을 육성 발표한 이 대표와, 이틀 뒤 성남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과 성남FC 후원금 배임·뇌물혐의 재판에서 "말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어하는 상황"(변호인 전언)이란 이 대표가 동시에 존재하는 현실이다. 국민의 인지능력마저 시험하면서 표를 달라는 건 도리가 아니다. 대통령실의 태도변화 없이 비대위로 간판만 바꾸고, 유사 대선유세 연출 속 윤심(尹心) 공천 태세를 굳히는 여당도 예외가 아니다.
퇴원 후까지 "상대 죽여 없애는 전쟁 정치" 거북한 이유는
의료·알권리 '기본 일탈' 책임있는 공당의 여론 탓, 先정쟁
검경 비난하며 "尹·韓 책임져"…국민 직관 시험한 표계산
거대 제1야당 대표의 무사안전은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날붙이와 죽음'을 거듭 정치와 엮은 메시지는 새해부터 듣기 거북하다. '유력 정치인 테러'가 발생하고, 여러 의문이 붙은 건 우연치고는 지나치다. 현실감보단 영화 각본을 본 기분마저 든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이 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은 탓도 있다. 소위 ABC 수준의 '기본'을 지킨 사건 기사가 드물었다. 최근 사형 구형으로 재조명된, '신림동 칼부림'으로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의 작년 7월 범행 직후와 대조된다. 어떤 흉기로 각 희생자가 어디부터 몇차례 찔렸는지 등 사실관계가 신속 보도됐던 때다. 조금 더 과거에 민주당 브리핑으로 공식화한 송영길 전 대표 망치 피습 보도도 그랬다.
이번 피습은 현장에만 정치부 기자 등 취재진과 경찰, 이 대표 지지자 등 수십명이 있었다. 친명(親이재명) 유튜브 등으로부터 생중계되고 있었고, 일부 공영방송 카메라가 습격 순간을 담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사건 직후, 정치권 안팎의 우려가 집중돼 피습 사실부터 시작해 속칭 '받은 글'도 쇄도했다. 당시 유튜브 생중계를 짧게 자른 수초짜리 영상도 돌아 접하게 됐고 '제1야당 대표의 마지막을 봐버린 게 아닐까' 충격 등이 엄습했다. 그러나 곧 응급처치·이송 단계에서 양식을 갖춘 "목 부위 1cm 열상(피부가 찢긴 상처), 의식 명료" 정보가 전해졌다. MBC 등 대형방송사에서도 보도된 내용이지만, 안도하기 이전에 통념과 너무 거리가 멀어 놀랐다.
대응 전반이 '기본 미달'이다. 둘도 없는 긴급 응급상황으로 전하면서도 서울대병원으로 굳이 전원을 요구한 건 민주당 측이었다. 첫날 의료진 브리핑 취소에 비판이 일자 되레 자신들이 열을 냈다. 서울대병원 측에서 수술 난도때문에 먼저 이송 요청받았다고 주장했다가 부산대병원에 즉각 반박당한 것도, 전문성보단 민주당 입맛에 맞춘 결과는 아니었나. 부산경찰청 특수본은 3일 중간 브리핑에서, 피의자가 오른손에 들었던 물체를 향한 '나무젓가락 음모론'을 반박하며 "범행 도구에 묻은 혈흔이 피해자인 이 대표의 것"이라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등산용 칼 손잡이 대부분을 자르고 날을 깎은 개조 흉기 실물은 일주일 뒤(10일) 최종브리핑에서야 공개했다.
피의자가 충남 아산에서 부동산업을 하던 67세 김모씨이고, 국민의힘 전신 전당을 약 4년 전 탈당한 뒤 작년 민주당원이 됐다는 전언 기사도 쏟아졌지만 신상·당적을 비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막겠다'는 변명문 전문을 왜 감췄나. 공당·공직자들이 "가짜뉴스"라며 언론과 여론부터 겨누기엔 '알 권리'를 외면한 시간이 길다. 언론과 여권에선 제1야당 대표 습격 사건을 위로하고 음모론을 배격했는데 이런 배려도 민주당이 먼저 허무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서울대병원 병상에서 일주일을 넘긴 9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 중인 친명(親明) 좌장 정성호 의원과 "현근택(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성희롱 발언 의혹'에 대한 비위 징계 수위를 논한 SNS 대화가 언론에 포착됐다.
애초 경찰의 증거공개가 불충분하다거나, 특검마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은 민주당 테두리 밖에 더 많았다. 흉기 기만 음모론을 제기한 개인 유튜브 채널 등엔 방심위에 재갈을 물리라면서, 동시에 진상규명론을 독점하려는 모습은 이율배반이다. 공안검사, 특수통 검사, 검사 전체 순으로 혐오 대상을 넓히다가 '경찰 때리기'까지 나선 것도 상식과 거리가 있다. 항의방문을 왜 부산경찰 아닌 경찰청장에게 했나. 경찰 수사에 구멍이 있더라도, 정권 탓이라며 총선용 정쟁부터 나서는 건 공당의 태도가 아니다. 타인에게 먼저 손가락질한다고 자신들이 답해야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비리 의혹 주변에 '진짜 사람이 죽어나는 정치'를 더 문제시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꼬집은 '재판지연'도 실체가 있다. 게다가 퇴원한 직후 입장문을 육성 발표한 이 대표와, 이틀 뒤 성남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과 성남FC 후원금 배임·뇌물혐의 재판에서 "말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어하는 상황"(변호인 전언)이란 이 대표가 동시에 존재하는 현실이다. 국민의 인지능력마저 시험하면서 표를 달라는 건 도리가 아니다. 대통령실의 태도변화 없이 비대위로 간판만 바꾸고, 유사 대선유세 연출 속 윤심(尹心) 공천 태세를 굳히는 여당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