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코코 배 긁어주다... '개 식용 종식 특별법' 뉴스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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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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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3 17:00
소·돼지·닭 등 다른 고기 소비는 괜찮을까?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금도 영국에서 한국하면 북한, 김정은 그리고 개고기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K pop이나 K 푸드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중국 일본의 문화 영향력에 비하면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낮 일과를 마치고 리클라이너 소파에 반쯤 누워 핸드폰을 켠다. 저녁식사 준비하기 전, 30분의 여유가 하루 중 제일 달콤한 순간이다. 핸드폰 화면을 켜자마자 BBC Breaking News 문구가 큼지막하게 뜬다.
식용개, 관심 없었는데...
"대한민국 '개 식용 종식 특별법' 국회 통과되다."
예상했듯이 답글마다 "드디어 안 먹는구나", "지금부터 아니고 2027년까지는 먹는대", "어떻게 개를 먹는다니(미개하다)" 뭐 이런 댓글들이 주욱 달려 올라온다. BBC는 후속 기사로 개고기 문화에 대한 현지 소식, 법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등을 차례로 전한다. 나는 마침 옆에 누워 복종과 사랑의 표현으로 자기 배를 내 맡긴 우리 집 개 코코의 배를 긇어주던 참이었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어찌 개고기 먹는 사람을 비난할 수 있으리. 왕년 섹시스타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의 개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한다는 기사에 '남의 나라 문화에 유난하다'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는 반려견을 키우는 상황도 아니었고, 한참 다른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터라 식용개 문제까지 생각할 겨를 없는 20대였다. 차를 타고 성남 모란 시장을 지날 때 친구가 "여기가 그 유명한 개고기 도매시장이래" 하기에, 시장이 있을 정도니 아직도 개고기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짐작했던 기억이다.
영국 동네 공원에 나가보면 걷고 있는 사람수, 애완동물수가 반반 일 때가 많다. 그 만큼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고 흔하다. 이 곳 사람들은 애완견을 가족처럼, 아이처럼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아낀다. 개 사료, 병원 시스템 등 관련 산업이 성업 중이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위해 지갑 열기를 서슴치 않는 결과다.
지난 크리스마스 박싱데이. 저녁 식사 마치고 나른해질 무렵, 우리 집 강아지 코코가 무슨 알약을 하나 날름 삼킨다. "아이고 안 돼. 그거 쥐약이야" 시어머니의 외마디가 들려온다. 쥐약 치우는 것을 깜빡하셨단다. 남편은 쥐약 봉투를 찾아내 그 성분을 읽더니 낯빛이 어두워진다. 코커스파니엘의 후예인 코코는 입매가 길쭉한 편이라 손가락으로는 목젖에 닿을 리 없다. 젓가락을 넣어보지만 완강히 거부하는 통에 잘 못하면 코코 몸을 상하게 하지 싶다.
급하게 야간 진료 가능한 동물병원을 찾아본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기는 한데 의사 만나는 비용만도 250 파운드 (40만 원)라고 웹사이트에 써 있는 걸 보니 진료비가 어마무시할 것 같다. 살리고 봐야지 싶어 급하게 차 열쇠를 챙겨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연휴 기간 중 늦은 밤인데도 서 너 명의 사람이 대기중이고, 우리 바로 앞 순번의 중년 여인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앉아 있다. 얘기하기 좋아하는 영국 북부 여인이였는데, 어쩌다 돌아보니 거실에 두었던 초콜릿 한 박스가 모조리 비워져 있었다고. 이 두 강아지들이 먹은 것 같아 걱정되어 관장하러 왔다고 한다.(개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알지만, 초콜릿 정도를 가지고 이 밤에 동물병원에 왔다고? ) 초콜릿 먹은 개 두 마리와 쥐약 먹은 우리 집 코코는 영문도 모른 채 서로 엉덩이 냄새 킁킁 맡아가며 신이 났다.
쥐약이라는 말에 응급으로 코코가 처치실로 들어가고, 초콜릿 먹은 개 두마리도 그 뒤를 쫓아 들어간다. 30여분이 지나 의사가 진료실로 부른다. 위 세척으로 쥐약을 토해냈다고, 30분 안에 데려와서 천만다행이라며 비타민 K로 혹시나 모를 장기 부상을 방지하자 한다. 그러면서 문진료 250 파운드에 진료비와 비타민K 약값을 합해 720파운드(120여만 원)의 진료비 청구서를 내어 놓는다. 다행히 보험이 있어 전체 금액의 20%만 현금으로 냈지만, 예상치 못한 출혈에 정신이 아찔하다. 초콜릿 먹었던 개들도 위세척하고 나오는데, 비슷한 청구서를 받아 든 아주머니는 초콜릿 한 박스가 100만 원짜리였다고 실소한다.
육류 사랑하는 영국인들이, 고기 안 먹는 이유
소, 돼지, 닭, 양에 비해 개를 식용으로 키우기에는 들이는 비용에 비해 나오는 고기 양이 적어 손익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평야에서 유목 생활을 많이 하던 서양인들에게는 식용 대신 사냥견, 목축견, 썰매견처럼 개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였다고. 유목생활로 개고기 아니어도 먹을 육류가 많았고, 상당수 가정이 개를 키운 것도 개를 식용화하지 않는 이유라고 한다.
반면 아시아권 특히 중국이나 한국은 농경사회였다. '복날 개 패듯 한다'라는 말이 있다. 어렵던 시절, 단백질 공급원이 부족해서 특별한 날 먹는 보양식의 개념이었다고 한다. 개 육질이 질기지 않도록 패서 죽였다니 도살방법이 잔인하기 그지없다. 이제는 생활수준이 높아져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다른 대체 먹거리들이 많고,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 또한 늘어나면서 개고기 선호율은 이미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개 식용 반대 법안 통과 뉴스에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도 관심을 보이며 중국도 금지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들었다.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보상요구와 함께 2027년까지 소비되지 않은 사육된 개들은 모두 도살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한다. 식용 대신 반려동물로 입양시키면 어떨까 싶지만, 개 사육농장에서 자란 개들은 사료를 과하게 먹여 살찌워 과체중에 고관절 문제 등 여러 질병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치료 양육비용이 높아져 입양 사례도 찾기 쉽지 않다. 이것이 어찌 개 사육장에서 만의 문제일까. 사육되는 소, 돼지, 닭 등 모든 육류 소비 동물들은 같은 처지일 것이라 짐작된다.
이제는 반려견의 가족인 입장에서 개들의 희생을 끊어냈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동시에 생각을 더 확장해서 다른 고기 소비는 이대로 괜찮은지,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육류를 사랑하는 영국 문화에서 채식 등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많고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베이컨 샌드위치 대신 견과류 샐러드를 찾아 먹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사이트에도 게재 될 예정입니다.
www.brunch.co.kr/@startaday1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금도 영국에서 한국하면 북한, 김정은 그리고 개고기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K pop이나 K 푸드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중국 일본의 문화 영향력에 비하면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낮 일과를 마치고 리클라이너 소파에 반쯤 누워 핸드폰을 켠다. 저녁식사 준비하기 전, 30분의 여유가 하루 중 제일 달콤한 순간이다. 핸드폰 화면을 켜자마자 BBC Breaking News 문구가 큼지막하게 뜬다.
식용개, 관심 없었는데...
▲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통과를 환영했다. |
ⓒ 유성호 |
"대한민국 '개 식용 종식 특별법' 국회 통과되다."
예상했듯이 답글마다 "드디어 안 먹는구나", "지금부터 아니고 2027년까지는 먹는대", "어떻게 개를 먹는다니(미개하다)" 뭐 이런 댓글들이 주욱 달려 올라온다. BBC는 후속 기사로 개고기 문화에 대한 현지 소식, 법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등을 차례로 전한다. 나는 마침 옆에 누워 복종과 사랑의 표현으로 자기 배를 내 맡긴 우리 집 개 코코의 배를 긇어주던 참이었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어찌 개고기 먹는 사람을 비난할 수 있으리. 왕년 섹시스타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의 개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한다는 기사에 '남의 나라 문화에 유난하다'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는 반려견을 키우는 상황도 아니었고, 한참 다른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터라 식용개 문제까지 생각할 겨를 없는 20대였다. 차를 타고 성남 모란 시장을 지날 때 친구가 "여기가 그 유명한 개고기 도매시장이래" 하기에, 시장이 있을 정도니 아직도 개고기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짐작했던 기억이다.
영국 동네 공원에 나가보면 걷고 있는 사람수, 애완동물수가 반반 일 때가 많다. 그 만큼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고 흔하다. 이 곳 사람들은 애완견을 가족처럼, 아이처럼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아낀다. 개 사료, 병원 시스템 등 관련 산업이 성업 중이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위해 지갑 열기를 서슴치 않는 결과다.
지난 크리스마스 박싱데이. 저녁 식사 마치고 나른해질 무렵, 우리 집 강아지 코코가 무슨 알약을 하나 날름 삼킨다. "아이고 안 돼. 그거 쥐약이야" 시어머니의 외마디가 들려온다. 쥐약 치우는 것을 깜빡하셨단다. 남편은 쥐약 봉투를 찾아내 그 성분을 읽더니 낯빛이 어두워진다. 코커스파니엘의 후예인 코코는 입매가 길쭉한 편이라 손가락으로는 목젖에 닿을 리 없다. 젓가락을 넣어보지만 완강히 거부하는 통에 잘 못하면 코코 몸을 상하게 하지 싶다.
급하게 야간 진료 가능한 동물병원을 찾아본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기는 한데 의사 만나는 비용만도 250 파운드 (40만 원)라고 웹사이트에 써 있는 걸 보니 진료비가 어마무시할 것 같다. 살리고 봐야지 싶어 급하게 차 열쇠를 챙겨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연휴 기간 중 늦은 밤인데도 서 너 명의 사람이 대기중이고, 우리 바로 앞 순번의 중년 여인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앉아 있다. 얘기하기 좋아하는 영국 북부 여인이였는데, 어쩌다 돌아보니 거실에 두었던 초콜릿 한 박스가 모조리 비워져 있었다고. 이 두 강아지들이 먹은 것 같아 걱정되어 관장하러 왔다고 한다.(개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알지만, 초콜릿 정도를 가지고 이 밤에 동물병원에 왔다고? ) 초콜릿 먹은 개 두 마리와 쥐약 먹은 우리 집 코코는 영문도 모른 채 서로 엉덩이 냄새 킁킁 맡아가며 신이 났다.
쥐약이라는 말에 응급으로 코코가 처치실로 들어가고, 초콜릿 먹은 개 두마리도 그 뒤를 쫓아 들어간다. 30여분이 지나 의사가 진료실로 부른다. 위 세척으로 쥐약을 토해냈다고, 30분 안에 데려와서 천만다행이라며 비타민 K로 혹시나 모를 장기 부상을 방지하자 한다. 그러면서 문진료 250 파운드에 진료비와 비타민K 약값을 합해 720파운드(120여만 원)의 진료비 청구서를 내어 놓는다. 다행히 보험이 있어 전체 금액의 20%만 현금으로 냈지만, 예상치 못한 출혈에 정신이 아찔하다. 초콜릿 먹었던 개들도 위세척하고 나오는데, 비슷한 청구서를 받아 든 아주머니는 초콜릿 한 박스가 100만 원짜리였다고 실소한다.
육류 사랑하는 영국인들이, 고기 안 먹는 이유
▲ '개 식용 금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거나 사육·증식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 식용 금지법'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10인 중 찬성 208인, 기권 2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
ⓒ 남소연 |
소, 돼지, 닭, 양에 비해 개를 식용으로 키우기에는 들이는 비용에 비해 나오는 고기 양이 적어 손익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평야에서 유목 생활을 많이 하던 서양인들에게는 식용 대신 사냥견, 목축견, 썰매견처럼 개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였다고. 유목생활로 개고기 아니어도 먹을 육류가 많았고, 상당수 가정이 개를 키운 것도 개를 식용화하지 않는 이유라고 한다.
반면 아시아권 특히 중국이나 한국은 농경사회였다. '복날 개 패듯 한다'라는 말이 있다. 어렵던 시절, 단백질 공급원이 부족해서 특별한 날 먹는 보양식의 개념이었다고 한다. 개 육질이 질기지 않도록 패서 죽였다니 도살방법이 잔인하기 그지없다. 이제는 생활수준이 높아져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다른 대체 먹거리들이 많고,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 또한 늘어나면서 개고기 선호율은 이미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개 식용 반대 법안 통과 뉴스에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도 관심을 보이며 중국도 금지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들었다.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보상요구와 함께 2027년까지 소비되지 않은 사육된 개들은 모두 도살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한다. 식용 대신 반려동물로 입양시키면 어떨까 싶지만, 개 사육농장에서 자란 개들은 사료를 과하게 먹여 살찌워 과체중에 고관절 문제 등 여러 질병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치료 양육비용이 높아져 입양 사례도 찾기 쉽지 않다. 이것이 어찌 개 사육장에서 만의 문제일까. 사육되는 소, 돼지, 닭 등 모든 육류 소비 동물들은 같은 처지일 것이라 짐작된다.
이제는 반려견의 가족인 입장에서 개들의 희생을 끊어냈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동시에 생각을 더 확장해서 다른 고기 소비는 이대로 괜찮은지,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육류를 사랑하는 영국 문화에서 채식 등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많고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베이컨 샌드위치 대신 견과류 샐러드를 찾아 먹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사이트에도 게재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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