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尹·明, 주류가 된 비주류는 왜 독주할까
자유인172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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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7 07:02
거대 양당의 리더십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서 나온다. 두 사람은 서로가 다르다고 보겠지만 밖에서 볼 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단 정치권 기준으로 두 사람은 비주류 출신에서 주류가 됐다. 그리고 주류가 된 두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양당 문화는 서로 닮은 듯 독점적이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윤(親尹)그룹,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명(親明)그룹은 당내에서 독주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리더십 교체는 그런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후 현재까지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겸 원내대표→주호영 비대위원장→정진석 비대위원장→김기현 대표→한동훈 비대위원장까지 여러 번 수장을 교체하며 그때마다 내홍을 겪었다. 그리고 이들의 등판과 퇴진에는 '윤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자리'에서도 독주 분위기는 감지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면면을 뜯어보면 비정치권 인사들이 많지만 모두의 시선은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공관위 위원이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윤심 공천' 이야기가 자연스레 번졌다.
반대세력은 찍어내더라도 이너서클은 대통령 주변을 돌고 돈다. 대통령실 인사가 그런 흐름을 증명한다. 대통령실 쇄신 요구가 쏟아졌던 지난해 11월 대규모 참모진 교체가 있었지만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유임됐고 원내 경험이 없던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은 정무수석이 됐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이들은 유임되거나 승진한 셈이다. 이후 비서실장 자리는 이관섭 정책실장이 임명됐지만 이 역시 내부자 승진 기조를 이어갔다. 인사(人事)를 통해 권한을 나누지 않겠다는 뜻만은 확고해 보였다.
적대적 상호 의존체제가 낳은 모순
이 대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변방의 장수'라고 불렸다. 성남시와 경기도가 주무대였고 검정고시를 치렀던 그의 이력도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 그가 민주당 주류가 된 뒤 통합과 단결을 말하지만 비주류 측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는 '사당(私黨)화'다. 조화롭게 가자는 말과는 다르게 실천 면에서는 인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당직자나 공천 등 '자리'에서는 양보가 없다. 최고위는 친명 인사들로 채웠고 탕평책을 펼치는 자리였던 지명직 최고위원도 친명계가 맡았다.
4월 총선을 위한 지역구 경선을 앞두고 비명계 인사들은 친명계의 자객 공천을 경계한다. 일부 비명계 인사들은 아예 예비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받고 경선 무대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경기 고양을에서 22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최성 전 고양시장도 그중 하나다.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가칭)에 합류한 최 전 시장은 주간조선에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더 비민주적이라고 본다"며 "친명·비명 프레임을 되도록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데, 내용상 그 잣대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김근태(GT)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독주의 원인을 이들의 '개인기'에서 찾는다.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 모두 권력 의지가 강하고 개인기가 뛰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는 이야기였다. "윤 대통령은 권력의 공백 상태였던 국민의힘에 들어와 빠르게 조직을 장악했다. 서초동 출신 영입 인사라 정치적 후광도 없었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계파 없이 개인기로 성장해 중앙 정치 무대에 도달했고 거대 야당의 톱이 됐다. 개인기에서 비롯된 인기는 가장 큰 원군이다. 그리고 비주류 출신이다 보니 애초 소수의 핵심 집단만이 곁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소수만을 곁에 두더라도 선거를 앞두면 지지세를 확장하기 위해 통제 가능할 정도의 권한과 자리를 비주류에게도 나눠주는 '탕평'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 외연 확장이 필요해서다. 그렇게 선거를 치르고는 범(凡)주류 혹은 신(新)주류가 탄생할 때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거대 양당 모두 비주류를 끌어안기보다는 퇴출하는 모양새가 됐다. 지금 제3지대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간 정치인들이 또 다른 활로를 모색 중이다. 양보보다는 독식의 문화가 낳은 결과다.
정치 환경의 변화가 독주를 택하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양당제가 심화되며 생긴 리더십의 변화가 만든 결과로 해석한다. "지금은 상대 정당에 대해 선명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강력한 여당과 강력한 야당이 적대적 상호의존 체제로 서로를 적으로 삼아 생명력을 유지하는 체제가 구축됐다. 이렇다 보니 통합을 강조하는 정치인은 대중적 이미지는 좋을지 모르지만 선출되지 않는다. 게다가 민주당의 권리당원처럼 정당 내 고관여층의 목소리가 제도화된 것도 중요하다."
장 교수는 이런 고관여층을 '액티비스트(activist·활동가)'라고 불렀다. 이들 세력은 비주류 출신 리더에게 중요한 정치적 밑천이 된다. 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여론이 리더십의 근원이 됐다. 이 때문에 힘의 유지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핵심 지지층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게다가 선거 때 되풀이되던 통합의 움직임도 양당제가 공고화된 상황에서는 이전보다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줄었다. 배려해서 얻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계산이 나올 법한 상황이니 차라리 주류 중심의 재편이 나을 수도 있다.
"양당 모두 등장하는 연판장만 봐도…"
국민의힘에 몸담았던 한 전직 국회의원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연판장이 대동소이하게 나오는 것만 봐도 두 당이 비주류를 대하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연판장은 권력자를 향해 개혁이나 변화를 요구하기 위한 비주류의 집단행동 때 사용된다. 한나라당이 정풍운동 때 연판장을 돌리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당 주류가 비주류를 린치하는 데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당 내부 코어와 당 외부 핵심 지지층에 명함 뿌리듯 다음 배지를 노리고 주류에 편승하는 사람들이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 봐도 주류가 누구를 향해 정치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정치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변하지 않고서는 정당 내 비주류가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은 앞으로도 협소해질 가능성이 크다. 설령 새로운 주류가 등장해도 리더십이 작동하는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제3지대가 정치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지 여부다. 정당 내부가 허약하다면 외부 충격이 해법이 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