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하' 한동훈의 국민의힘, '검찰공화국 프레임'의 완벽한 성립[박세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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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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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8 07:28
[박세열 칼럼] 검사 대통령에, 검사 집권여당 대표? 전두환 노태우 이후 처음
인요한 혁신위의 '혁신(革新)'에는 '혁'은 있으되 '신'이 안 보인다. 지금 혁신위는 낡은 것(윤핵관)을 몰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것이 대통령실의 "신호"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의지라고 치자. 혁신의 완성은 낡은 것이 나간 자리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데 있다. 흘러간 물을 폐수처리한 후, 그 자리에 들어찰 물의 '수질'이 어떤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권력의 옆자리엔 공백이 없다. 애초에 혁신위가 '윤핵관 불출마'를 종용한 것은 '윤핵관'을 빼낸 자리를 누군가로 메우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로 보는 게 맞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 '누군가'로 메우고자 하는 누군가(기획자)는 또 누구인가. 짚이는 인물들도 있고, 정치권에 '설'들도 파다하다. 드러난 현상과 어지러운 의지들을 통해 우린 거대한 코끼리의 퍼즐을 맞춰 볼 수 있다.
'물갈이론'이 여권을 헤집고 있는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사는 단연 한동훈이다. '한동훈 등판론'이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겠지만, 일단 그가 정치에 뛰어들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꽤 구체적이다. 이준석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결정된 것 같다. 정치 쪽으로 튼 것 같다"고 했다.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한 장관에게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했다. 병립형 회귀든, 권역별 비례든 선거 룰이 확정된 게 아니어서 섣불리 예측할 순 없지만, 한 장관은 어떤 방식으로든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다. 마침 한 장관의 부인의 공개 활동이 언론에 포착됐다. 부인의 명찰에는 '법무부장관의 부인'임을 가리키는 표식이 있다. 같은 날 한 장관이 '보수의 심장' 대구를 방문한다는 공지가 떴다.
'검찰 공화국'의 마지막 퍼즐은 한동훈이다. 과거 군인 출신 대통령(전두환)에 군인 출신 집권당 대표(노태우)의 경우가 있긴 했지만, 검사 출신 대통령에 검사 출신 대표(비상대책위원장 내지는 당의 간판)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게다가 한 장관은 성인이 된 후부터 50의 나이까지 평생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자, 검찰 후배, 직속 부하였다. 검찰의 '윤석열 라인'이 범국가적으로 팽창하더니, 결국 '3권 분립'의 두 축을 장악할 기세다. (마지막 한 축인 법원 수장에 대통령의 친구가 인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과연 뼈아플만 하다.)
'검찰 공화국'의 프레임은 이로써 완성된다.
생각해보면, 한동훈 등판론이 점화된 계기는 검찰 수사관 출신(김태우)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였다. '검찰 공화국'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들어간 집권 여당은 선거 패배 후에도 엉뚱한 곳에서 '혁신의 칼'을 휘두르며 되레 '검찰 공화국' 프레임을 강화하려 노력 중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월에 "지금도 검사 정권이라고 공격받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 검사들이 대거 나오면 전국적으로 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조언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현 정부 요직을 꿰찼던 '윤석열 라인' 검사들은 이제 줄줄이 내년 총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한동훈 등판론'의 핵심은 '신선함'이다. 1973년생으로 50살인 그는 강남 8학군 압구정동 현대고 출신이고 '86운동권 청산론'을 내걸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리더급 인사들 중엔 꽤나 귀한 인물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준비'가 돼 있는 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 자잘한 '미담'들이 있었으나, 그가 법무부장관 시절 무엇을 했는지 '성과'는 불분명하다. 한동훈의 법무부는 지난 정권 시절 축소된 검찰의 권한을 되돌리는데 총력을 기울였을 뿐이고, 몇몇 수준 미달의 야당 의원들과 '말싸움'을 통해 지지자들을 통쾌하게 해 준 게 사실상 전부다. 한동훈 법무부 체제 하 검찰은 야당 대표를 2년간 집요하게 수사해 왔을 뿐인데, 그나마 그 수사조차 지지부진하다.
아픈 부분도 많다. 이번 정부 들어 법무부가 가져간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은 처참한 수준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을 창설하며 "(인사검증을 거친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내가 책임을 져야 될 상황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가 인사 참사가 나니 "가부 판단은 하지 않고 자료들을 프로토콜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수집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발을 뺀 것도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차기 보수 리더 한동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우린 한동훈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한동훈의 연금개혁 비전은? 노동 개혁 비전은? 정치 개혁 비전은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회, 경제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인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비전은 있는가? 아니면 윤석열 정부가 하고 있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를 계승할 것인가? 그의 유일한 장점은 '나쁜 정치인, 깡패 잡아들이는 일'인데, 당을 책임져야 할 자리에 올라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동훈과 윤석열은 쌍둥이다. 정치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도 그렇고, '국가 운영 비전'이 무엇인지 드러난 것도 없다. '공정', '자유', '법치'와 같은 두루뭉술한 가치들로 정치를 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2년은 앙상한 밑천을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경제는 안 좋은 측면에서 '역대급' 기록을 갱신 중이다. 한동훈 장관이 갖고 있는 '경제적 비전'이란 건 어떤 내용인가?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졌다는 '공정', '자유', '법치'와 같은 가치들은 바로 세워지긴 한 건가? '대통령실 불공정 채용'을 기억한다. 언론자유지수는 하락세이고(국경없는 기자회, 지난해 43위에서 47위로), 대법원 유죄 판결 3개월만에 측근을 사면해 보궐선거에 내보내는 게 '법치'를 존중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조국 때려잡고, 운동권 때려잡고, 물리적 세대만 바뀐다고 세상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단 한번도 의정활동을 해 보거나, 대중에 나와 정치적 비전을 보여준 적이 없는 한 장관은 정치 철학, 비전, 국정 운영 능력 어느 것도 검증된 적이 없다. 심지어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대한민국이 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젊은 윤석열', '세련된 윤석열'이 또 필요한 것인지 우린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한동훈 장관이 국민의힘 전면에 나설 때 우린 또 다른 '리틀 윤석열'을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지 모르겠다.
명실상부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핵관 중의 핵관'인 한 장관이 당의 간판으로 올라서면 유권자들이 그걸 '혁신'이라고 여겨줄 지 궁금하다. 초보 운전자를 운전석에 앉혀 사고가 났는데, 얼굴과 이름만 다른 똑같은 초보 운전자를 또 내세웠을 때 유권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도, 매우 궁금하다.
인요한 혁신위의 '혁신(革新)'에는 '혁'은 있으되 '신'이 안 보인다. 지금 혁신위는 낡은 것(윤핵관)을 몰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것이 대통령실의 "신호"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의지라고 치자. 혁신의 완성은 낡은 것이 나간 자리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데 있다. 흘러간 물을 폐수처리한 후, 그 자리에 들어찰 물의 '수질'이 어떤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권력의 옆자리엔 공백이 없다. 애초에 혁신위가 '윤핵관 불출마'를 종용한 것은 '윤핵관'을 빼낸 자리를 누군가로 메우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로 보는 게 맞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 '누군가'로 메우고자 하는 누군가(기획자)는 또 누구인가. 짚이는 인물들도 있고, 정치권에 '설'들도 파다하다. 드러난 현상과 어지러운 의지들을 통해 우린 거대한 코끼리의 퍼즐을 맞춰 볼 수 있다.
'물갈이론'이 여권을 헤집고 있는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사는 단연 한동훈이다. '한동훈 등판론'이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겠지만, 일단 그가 정치에 뛰어들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꽤 구체적이다. 이준석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결정된 것 같다. 정치 쪽으로 튼 것 같다"고 했다.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한 장관에게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했다. 병립형 회귀든, 권역별 비례든 선거 룰이 확정된 게 아니어서 섣불리 예측할 순 없지만, 한 장관은 어떤 방식으로든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다. 마침 한 장관의 부인의 공개 활동이 언론에 포착됐다. 부인의 명찰에는 '법무부장관의 부인'임을 가리키는 표식이 있다. 같은 날 한 장관이 '보수의 심장' 대구를 방문한다는 공지가 떴다.
'검찰 공화국'의 마지막 퍼즐은 한동훈이다. 과거 군인 출신 대통령(전두환)에 군인 출신 집권당 대표(노태우)의 경우가 있긴 했지만, 검사 출신 대통령에 검사 출신 대표(비상대책위원장 내지는 당의 간판)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게다가 한 장관은 성인이 된 후부터 50의 나이까지 평생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자, 검찰 후배, 직속 부하였다. 검찰의 '윤석열 라인'이 범국가적으로 팽창하더니, 결국 '3권 분립'의 두 축을 장악할 기세다. (마지막 한 축인 법원 수장에 대통령의 친구가 인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과연 뼈아플만 하다.)
'검찰 공화국'의 프레임은 이로써 완성된다.
생각해보면, 한동훈 등판론이 점화된 계기는 검찰 수사관 출신(김태우)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였다. '검찰 공화국'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들어간 집권 여당은 선거 패배 후에도 엉뚱한 곳에서 '혁신의 칼'을 휘두르며 되레 '검찰 공화국' 프레임을 강화하려 노력 중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월에 "지금도 검사 정권이라고 공격받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 검사들이 대거 나오면 전국적으로 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조언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현 정부 요직을 꿰찼던 '윤석열 라인' 검사들은 이제 줄줄이 내년 총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한동훈 등판론'의 핵심은 '신선함'이다. 1973년생으로 50살인 그는 강남 8학군 압구정동 현대고 출신이고 '86운동권 청산론'을 내걸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리더급 인사들 중엔 꽤나 귀한 인물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준비'가 돼 있는 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 자잘한 '미담'들이 있었으나, 그가 법무부장관 시절 무엇을 했는지 '성과'는 불분명하다. 한동훈의 법무부는 지난 정권 시절 축소된 검찰의 권한을 되돌리는데 총력을 기울였을 뿐이고, 몇몇 수준 미달의 야당 의원들과 '말싸움'을 통해 지지자들을 통쾌하게 해 준 게 사실상 전부다. 한동훈 법무부 체제 하 검찰은 야당 대표를 2년간 집요하게 수사해 왔을 뿐인데, 그나마 그 수사조차 지지부진하다.
아픈 부분도 많다. 이번 정부 들어 법무부가 가져간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은 처참한 수준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을 창설하며 "(인사검증을 거친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내가 책임을 져야 될 상황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가 인사 참사가 나니 "가부 판단은 하지 않고 자료들을 프로토콜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수집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발을 뺀 것도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차기 보수 리더 한동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우린 한동훈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한동훈의 연금개혁 비전은? 노동 개혁 비전은? 정치 개혁 비전은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회, 경제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인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비전은 있는가? 아니면 윤석열 정부가 하고 있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를 계승할 것인가? 그의 유일한 장점은 '나쁜 정치인, 깡패 잡아들이는 일'인데, 당을 책임져야 할 자리에 올라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동훈과 윤석열은 쌍둥이다. 정치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도 그렇고, '국가 운영 비전'이 무엇인지 드러난 것도 없다. '공정', '자유', '법치'와 같은 두루뭉술한 가치들로 정치를 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2년은 앙상한 밑천을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경제는 안 좋은 측면에서 '역대급' 기록을 갱신 중이다. 한동훈 장관이 갖고 있는 '경제적 비전'이란 건 어떤 내용인가?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졌다는 '공정', '자유', '법치'와 같은 가치들은 바로 세워지긴 한 건가? '대통령실 불공정 채용'을 기억한다. 언론자유지수는 하락세이고(국경없는 기자회, 지난해 43위에서 47위로), 대법원 유죄 판결 3개월만에 측근을 사면해 보궐선거에 내보내는 게 '법치'를 존중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조국 때려잡고, 운동권 때려잡고, 물리적 세대만 바뀐다고 세상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단 한번도 의정활동을 해 보거나, 대중에 나와 정치적 비전을 보여준 적이 없는 한 장관은 정치 철학, 비전, 국정 운영 능력 어느 것도 검증된 적이 없다. 심지어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대한민국이 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젊은 윤석열', '세련된 윤석열'이 또 필요한 것인지 우린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한동훈 장관이 국민의힘 전면에 나설 때 우린 또 다른 '리틀 윤석열'을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지 모르겠다.
명실상부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핵관 중의 핵관'인 한 장관이 당의 간판으로 올라서면 유권자들이 그걸 '혁신'이라고 여겨줄 지 궁금하다. 초보 운전자를 운전석에 앉혀 사고가 났는데, 얼굴과 이름만 다른 똑같은 초보 운전자를 또 내세웠을 때 유권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도, 매우 궁금하다.
▲2019년 10월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현재 법무부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왼쪽은 윤석열 검찰총장(현재 대통령).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