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 검사 탄핵 민주당의 ‘전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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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06:56
민주당이 쌍특검법과 검사 탄핵소추안을 꺼내 들었다. 총선 앞 정권심판론 확산의 불씨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부작용이 적지 않으리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기다려온 시간이다. 최근 국민의힘이 쏟아낸 정책 이슈에 대책 없이 끌려다닌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차분했던 이유다. 이른바 ‘쌍특검법’을 수면 위로 꺼내고 검사 탄핵안도 무대 위로 올렸다. 이번엔 민주당이 미리 닦아놓은 충돌의 교차로에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이 끌려 나온다. 민주당은 검찰과의 전쟁이 국면 전환을 넘어 내년 총선 앞 정권심판론을 키우는 방아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쌍특검법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이른바 ‘50억 클럽’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법조계 전직 고위 인사들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부국장)로부터 불법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김건희 여사 의혹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했다는 의심이 골자다. 이들 의혹을 특검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속 핵심 관계자에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검법은 이들의 불법 자금 및 부당이득 관련 의혹 해소가 주요 목적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50억 클럽 법안에 대장동 사업 관련자의 부동산 거래 특혜·불법 의혹 등도 포함했다. 김만배씨의 친누나(명목상 천화동인 3호 소유주)가 2019년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자택을 19억원에 매입한 것을 겨냥했다. 민주당이 대선 때부터 목소리를 높여온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다’라는 주장의 연장선이다.
의혹의 시작이 대장동 개발사업이란 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경우, 50억 클럽의 대가가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이 대표와 관련된 대장동 의혹은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이뤄져 대부분 재판으로 넘어가는 등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특검에서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더라도, 새로운 의혹이나 사실관계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은 민주당이 특히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 일가,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는 폭발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통상 관례에 비춰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키고 조사도 출석 대신 서면으로만 진행했다는 점을 짚으며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 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가담자 등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보면, 유죄로 인정된 주가조작 범행 기간에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계좌가 사용됐지만 직접적인 주가조작 관여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기관이 조사하지 않아 알 수 없다’라는 취지로 판시했다(〈시사IN〉 제806호 ‘1심 유죄 범행 기간에 김건희 여사 계좌 있다’ 기사 참조). 이 때문에 1심 선고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고발장은 2020년 4월 검찰에 접수됐다. 2021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선고는 올해 2월10일이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아직까지 김 여사에 대한 결론은 내지 않고 있다.
쌍특검법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처리된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자력으로 통과가 가능하다. 관건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다. 경우의 수는 크게 세 가지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과 50억 클럽 특검법 둘 다 받아들이는 경우, 둘 다 거부하는 경우, 둘 중 하나만 받아들이는 경우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세 가지 경우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모두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윤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면 총선 기간 내내 특검 수사,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소식이 이슈의 한 축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의 선거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쌍특검법을 둘 다 거부하면 ‘김건희 방탄’ 프레임에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가둬둘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정치적 자산,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던 ‘검사 윤석열’ 이미지도 흔들 수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하나의 특검법만 받아들일 경우엔 50억 클럽 특검법을 수용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거부하는 방안을 예상한다. 앞서 검찰은 8월3일 50억 클럽 의혹 수사 과정에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김만배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19억원을 받고 20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민주당의 쌍특검법 추진을 의식해 윤 대통령과 가까웠던 박 전 특검을 구속하고 김건희 여사를 지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50억 클럽 특검법만 수용하면 ‘김건희 방탄’ 프레임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하나만 수용하는 경우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한다.
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은 지난 4월 쌍특검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되면 소관 상임위(최대 180일)와 본회의 숙려 기간(최대 60일) 등 최장 240일이 소요된다. 쌍특검법의 법적 시한은 오는 12월24일이다. 당초 12월22일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10월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쌍특검법과 함께 검사 탄핵소추안도 추진 중이다. 그동안 검찰이 견제도 통제도 받지 않으면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왔다고 주장한다. 검찰 출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그 권력이 더욱 거세진 만큼, 헌법으로 보장된 국회의 탄핵소추권으로 민주적 통제를 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운다. 동시에 총선을 앞두고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정략적으로 검사 탄핵을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쌍특검법과 달리 검사 탄핵은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민주당은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와 이정섭 수원지방검찰청 2차장 검사를 탄핵 대상에 올리고 당론으로 정했다. 손 검사는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돼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연말에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섭 차장검사는 자녀 위장전입, 대기업 관계자에게 가족 모임 접대, 골프장을 운영하는 처남의 부탁으로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 기록을 대신 조회해줬다는 등의 의혹을 받는다.
민주당은 10월18일과 11월10일 이 차장검사를 대검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11월20일 검찰은 이 차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하고 관련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이 차장검사가 지휘하고 있어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소추안은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이 차장검사를 인사 조치하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이 민주당 탄핵 추진을 의식해 우선 대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검사 두 명에 이어 추가로 탄핵 대상 범위를 넓혔다. 동시에 논란도 커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발언이 입길에 올랐다. 검사 탄핵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검사범죄대응TF 팀장 김용민 의원의 발언이 불씨가 됐다. 김 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이 총장에 대해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공직자로서 매우 편향된 발언을 이어가고 헌법을 너무 쉽게 위반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에 탄핵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따라붙었다.
이원석 총장 탄핵 언급의 주된 이유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부실 수사다.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에 대한 지휘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뒤, 지금까지 이 사건에 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가 차단돼 있다. 김용민 의원 발언 이후 최혜영 원내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논의는 될 것 같다”라고 했다가 번복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당 지도부는 ‘논의한 적도 없고 계획한 적도 없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검사에 대한 ‘좌표 찍기’도 논란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 사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처남이자 김 여사의 오빠인 김 아무개씨의 수사를 담당했던 이정화 수원지검 형사5부 부장검사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경찰이 대통령의 처남인 김씨를 수사할 당시, 이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수차례 반려하고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최종적으로 범죄 혐의를 축소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 수사를 담당한 이 검사는 지난 9월25일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장에서 수원지검 형사5부 부장검사로 영전했다”라고 밝혔다. 추가 탄핵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한 반박이 나온다.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 수사는 2021년 11월17일 한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대선 기간과 겹치면서 수사가 길어졌다. 2022년 9월에는 공흥지구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관이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초청을 받아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2022년 9월20일 경기남부경찰청을 항의 방문해 공흥지구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올해 5월12일 경찰은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윤 대통령의 처남 김씨와 양평군 공무원 등 모두 8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은 6월12일과 7월28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의 처남 김씨 등 양평 공흥지구 사업시행사 관계자, 양평군 공무원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11월17일 입장문을 통해 “김씨에 대한 영장이 반려된 시기는 2022년 4월1일, 4월14일, 10월4일 총 세 번이다. 이정화 검사는 2022년 6월28일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장검사로 발령받았다. 이 검사가 근무하던 2022년 10월12일 검찰은 압수수색 물품에서 휴대전화가 제외되고 나서야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이 4월에서 10월까지 6~7개월 지연됐다.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시사IN〉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2022년 10월4일 이정화 부장검사가 여주지청에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처남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경찰은 당시 허위 공문서, 즉 위조된 문서 작성자도 특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문서가 위조됐으며, 실무자들이 이 위조 문서를 이메일로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실무자들이 위조 문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작성자를 찾지 못했고, 이에 따라 작성 지시자도 특정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ESI&D 대표인 윤 대통령의 처남 김씨와 개발부담금 산정 업체 A사 대표 등은 관여 여부조차 입증이 되지 않았다. 실무자 선에서 막히며 수사는 ‘윗선’으로 올라가지 못한 것이다. 당시 김씨의 휴대전화도 핵심 증거가 아니었고, 영장을 신청해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여주지청 수사팀은 김씨와 A사 대표 등 회사 대표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이들의 관여 여부가 추가로 소명되거나 인정되면 재신청하라고 전했다. 경찰은 결국 김씨의 휴대전화를 제외한 뒤 2022년 10월12일 위조 문서 이메일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무실 컴퓨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를 그대로 법원에 청구하고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듬해인 2023년 5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송치) 여주지청은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의 처남 김씨를 소환조사했고 사건 관계자와 참고인 전원도 불러 직접 조사해 혐의를 입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이 송치하지 않은 범죄 혐의를 추가해서(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 허위 문서로 공무원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 재판에 넘겼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주지청이 김건희 여사의 오빠를 기소하면서 부풀려진 공사비용 금액이나 개발부담금의 산출 근거조차 공소장에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를 통해 혐의를 축소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사건 속 여러 관계자들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처남 김씨의 경우, 검찰의 주요 기소 요건은 위조된 문서로 공무원을 속여 공무집행을 방해한 행위가 핵심이다. 사기나 횡령, 배임 등과 같은 경우에는 편취 금액이 중요한 만큼 반드시 금액을 입증해서 정확한 액수를 넣어야 하지만, 김씨가 받는 혐의에서는 부풀린 공사비용 등은 양형 참고 사항에 해당한다. 여주지청은 수사 과정에서 공사비용과 개발부담금 등을 경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보완수사 과정에서 재산정했고, 법원에 제출한 증거 기록에 첨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의원들이 추가 검사 탄핵을 주장하고, 민주당이 선을 긋고 수습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1월20일 국회에서 고위전략회의를 마친 뒤 추가 검사 탄핵에 대한 질문에 “당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 아시다시피 (탄핵 추진 대상은) 1+2(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손준성 검사, 이정섭 검사)다. 그 외에 다른 것은 논의된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11월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포럼에서 “탄핵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제 입에서 나가지 않는 탄핵 얘기는 당론이 아니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동안 여러 언론 인터뷰와 공개 석상에서 이동관 위원장, 손준성 검사, 이정섭 검사 외에 다른 탄핵 대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일부 의원들이 이원석 검찰총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사태’로부터 비롯된 검찰, 특히 ‘윤석열의 검찰’에 대한 지지자들의 분노와 적대감을 끌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검찰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필요하다. 다만 총선 전반으로 넓혀 봤을 때 지금의 논의, 논란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의도와 달리 야당의 힘자랑으로만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부 의원들의 발언과 행동의 수위 조절이 총선 승리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기다려온 시간이다. 최근 국민의힘이 쏟아낸 정책 이슈에 대책 없이 끌려다닌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차분했던 이유다. 이른바 ‘쌍특검법’을 수면 위로 꺼내고 검사 탄핵안도 무대 위로 올렸다. 이번엔 민주당이 미리 닦아놓은 충돌의 교차로에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이 끌려 나온다. 민주당은 검찰과의 전쟁이 국면 전환을 넘어 내년 총선 앞 정권심판론을 키우는 방아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쌍특검법은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이른바 ‘50억 클럽’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법조계 전직 고위 인사들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전 〈머니투데이〉 부국장)로부터 불법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김건희 여사 의혹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죄에 가담했다는 의심이 골자다. 이들 의혹을 특검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속 핵심 관계자에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검법은 이들의 불법 자금 및 부당이득 관련 의혹 해소가 주요 목적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50억 클럽 법안에 대장동 사업 관련자의 부동산 거래 특혜·불법 의혹 등도 포함했다. 김만배씨의 친누나(명목상 천화동인 3호 소유주)가 2019년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자택을 19억원에 매입한 것을 겨냥했다. 민주당이 대선 때부터 목소리를 높여온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다’라는 주장의 연장선이다.
의혹의 시작이 대장동 개발사업이란 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경우, 50억 클럽의 대가가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이 대표와 관련된 대장동 의혹은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이뤄져 대부분 재판으로 넘어가는 등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특검에서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더라도, 새로운 의혹이나 사실관계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은 민주당이 특히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 일가,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는 폭발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통상 관례에 비춰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키고 조사도 출석 대신 서면으로만 진행했다는 점을 짚으며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 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가담자 등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보면, 유죄로 인정된 주가조작 범행 기간에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계좌가 사용됐지만 직접적인 주가조작 관여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기관이 조사하지 않아 알 수 없다’라는 취지로 판시했다(〈시사IN〉 제806호 ‘1심 유죄 범행 기간에 김건희 여사 계좌 있다’ 기사 참조). 이 때문에 1심 선고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고발장은 2020년 4월 검찰에 접수됐다. 2021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선고는 올해 2월10일이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아직까지 김 여사에 대한 결론은 내지 않고 있다.
거부하든 받아들이든 민주당에 ‘꽃놀이패’
쌍특검법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처리된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자력으로 통과가 가능하다. 관건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다. 경우의 수는 크게 세 가지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과 50억 클럽 특검법 둘 다 받아들이는 경우, 둘 다 거부하는 경우, 둘 중 하나만 받아들이는 경우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세 가지 경우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모두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윤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면 총선 기간 내내 특검 수사,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소식이 이슈의 한 축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의 선거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쌍특검법을 둘 다 거부하면 ‘김건희 방탄’ 프레임에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가둬둘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정치적 자산,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던 ‘검사 윤석열’ 이미지도 흔들 수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하나의 특검법만 받아들일 경우엔 50억 클럽 특검법을 수용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거부하는 방안을 예상한다. 앞서 검찰은 8월3일 50억 클럽 의혹 수사 과정에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김만배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19억원을 받고 20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민주당의 쌍특검법 추진을 의식해 윤 대통령과 가까웠던 박 전 특검을 구속하고 김건희 여사를 지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50억 클럽 특검법만 수용하면 ‘김건희 방탄’ 프레임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하나만 수용하는 경우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한다.
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은 지난 4월 쌍특검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되면 소관 상임위(최대 180일)와 본회의 숙려 기간(최대 60일) 등 최장 240일이 소요된다. 쌍특검법의 법적 시한은 오는 12월24일이다. 당초 12월22일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10월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쌍특검법과 함께 검사 탄핵소추안도 추진 중이다. 그동안 검찰이 견제도 통제도 받지 않으면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왔다고 주장한다. 검찰 출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그 권력이 더욱 거세진 만큼, 헌법으로 보장된 국회의 탄핵소추권으로 민주적 통제를 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운다. 동시에 총선을 앞두고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정략적으로 검사 탄핵을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쌍특검법과 달리 검사 탄핵은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민주당은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와 이정섭 수원지방검찰청 2차장 검사를 탄핵 대상에 올리고 당론으로 정했다. 손 검사는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돼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연말에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섭 차장검사는 자녀 위장전입, 대기업 관계자에게 가족 모임 접대, 골프장을 운영하는 처남의 부탁으로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 기록을 대신 조회해줬다는 등의 의혹을 받는다.
민주당은 10월18일과 11월10일 이 차장검사를 대검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11월20일 검찰은 이 차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하고 관련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이 차장검사가 지휘하고 있어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소추안은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이 차장검사를 인사 조치하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이 민주당 탄핵 추진을 의식해 우선 대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검사 두 명에 이어 추가로 탄핵 대상 범위를 넓혔다. 동시에 논란도 커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발언이 입길에 올랐다. 검사 탄핵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검사범죄대응TF 팀장 김용민 의원의 발언이 불씨가 됐다. 김 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이 총장에 대해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공직자로서 매우 편향된 발언을 이어가고 헌법을 너무 쉽게 위반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에 탄핵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따라붙었다.
이원석 총장 탄핵 언급의 주된 이유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부실 수사다.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에 대한 지휘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뒤, 지금까지 이 사건에 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가 차단돼 있다. 김용민 의원 발언 이후 최혜영 원내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논의는 될 것 같다”라고 했다가 번복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당 지도부는 ‘논의한 적도 없고 계획한 적도 없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검사에 대한 ‘좌표 찍기’도 논란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 사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처남이자 김 여사의 오빠인 김 아무개씨의 수사를 담당했던 이정화 수원지검 형사5부 부장검사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경찰이 대통령의 처남인 김씨를 수사할 당시, 이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수차례 반려하고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최종적으로 범죄 혐의를 축소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 수사를 담당한 이 검사는 지난 9월25일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장에서 수원지검 형사5부 부장검사로 영전했다”라고 밝혔다. 추가 탄핵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한 반박이 나온다.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 수사는 2021년 11월17일 한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대선 기간과 겹치면서 수사가 길어졌다. 2022년 9월에는 공흥지구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관이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초청을 받아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2022년 9월20일 경기남부경찰청을 항의 방문해 공흥지구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올해 5월12일 경찰은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윤 대통령의 처남 김씨와 양평군 공무원 등 모두 8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은 6월12일과 7월28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의 처남 김씨 등 양평 공흥지구 사업시행사 관계자, 양평군 공무원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추가 검사 탄핵’ 선 긋는 민주당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11월17일 입장문을 통해 “김씨에 대한 영장이 반려된 시기는 2022년 4월1일, 4월14일, 10월4일 총 세 번이다. 이정화 검사는 2022년 6월28일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장검사로 발령받았다. 이 검사가 근무하던 2022년 10월12일 검찰은 압수수색 물품에서 휴대전화가 제외되고 나서야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이 4월에서 10월까지 6~7개월 지연됐다.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시사IN〉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2022년 10월4일 이정화 부장검사가 여주지청에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처남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경찰은 당시 허위 공문서, 즉 위조된 문서 작성자도 특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문서가 위조됐으며, 실무자들이 이 위조 문서를 이메일로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실무자들이 위조 문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작성자를 찾지 못했고, 이에 따라 작성 지시자도 특정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ESI&D 대표인 윤 대통령의 처남 김씨와 개발부담금 산정 업체 A사 대표 등은 관여 여부조차 입증이 되지 않았다. 실무자 선에서 막히며 수사는 ‘윗선’으로 올라가지 못한 것이다. 당시 김씨의 휴대전화도 핵심 증거가 아니었고, 영장을 신청해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여주지청 수사팀은 김씨와 A사 대표 등 회사 대표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이들의 관여 여부가 추가로 소명되거나 인정되면 재신청하라고 전했다. 경찰은 결국 김씨의 휴대전화를 제외한 뒤 2022년 10월12일 위조 문서 이메일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무실 컴퓨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를 그대로 법원에 청구하고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듬해인 2023년 5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송치) 여주지청은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의 처남 김씨를 소환조사했고 사건 관계자와 참고인 전원도 불러 직접 조사해 혐의를 입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이 송치하지 않은 범죄 혐의를 추가해서(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 허위 문서로 공무원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 재판에 넘겼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주지청이 김건희 여사의 오빠를 기소하면서 부풀려진 공사비용 금액이나 개발부담금의 산출 근거조차 공소장에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를 통해 혐의를 축소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사건 속 여러 관계자들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처남 김씨의 경우, 검찰의 주요 기소 요건은 위조된 문서로 공무원을 속여 공무집행을 방해한 행위가 핵심이다. 사기나 횡령, 배임 등과 같은 경우에는 편취 금액이 중요한 만큼 반드시 금액을 입증해서 정확한 액수를 넣어야 하지만, 김씨가 받는 혐의에서는 부풀린 공사비용 등은 양형 참고 사항에 해당한다. 여주지청은 수사 과정에서 공사비용과 개발부담금 등을 경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보완수사 과정에서 재산정했고, 법원에 제출한 증거 기록에 첨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의원들이 추가 검사 탄핵을 주장하고, 민주당이 선을 긋고 수습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1월20일 국회에서 고위전략회의를 마친 뒤 추가 검사 탄핵에 대한 질문에 “당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 아시다시피 (탄핵 추진 대상은) 1+2(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손준성 검사, 이정섭 검사)다. 그 외에 다른 것은 논의된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11월2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포럼에서 “탄핵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제 입에서 나가지 않는 탄핵 얘기는 당론이 아니라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그동안 여러 언론 인터뷰와 공개 석상에서 이동관 위원장, 손준성 검사, 이정섭 검사 외에 다른 탄핵 대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일부 의원들이 이원석 검찰총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사태’로부터 비롯된 검찰, 특히 ‘윤석열의 검찰’에 대한 지지자들의 분노와 적대감을 끌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검찰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필요하다. 다만 총선 전반으로 넓혀 봤을 때 지금의 논의, 논란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의도와 달리 야당의 힘자랑으로만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부 의원들의 발언과 행동의 수위 조절이 총선 승리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