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내내 짜증나”…장교 출신 MZ가 본 ‘서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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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5 16:01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끝나자 제작진 명단이 올라가며 노래가 울려 퍼진다. 군가 ‘전선을 간다’인데 화면에는 전두환을 비롯한 실제 ‘하나회’ 소속 인물 단체 사진이 띄워진다. 답답함과 씁쓸한 기분을 느끼던 군필 관객 중 일부는 자기도 모르게 군가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온라인상에선 “엔딩 때 이거 들으면서 씁쓸했다”, “결말 생각하면 부르기 싫은 데 따라 부르게 된다” 등의 후기가 잇따른다.
사진=영화 '서울의 봄' 예고편 캡처 |
“결말을 알고 있어서 더 씁쓸한 영화다.”
대학원생인 예비역 중위 임모(28)씨가 남긴 한 줄 평이다. 임씨는 영화를 보고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영화를 보는 내내 울거나 한숨 쉬는 관객이 많았다”며 “각자 당시 역사에 대해 답답함을 표출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영화 속에서 최악의 상황에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부분이 너무 갑갑했다”고 부연했다.
영화 ‘서울의봄’ 스틸컷. 네이버 영화 캡처 |
직장인 예비역 중위 원모(27)씨는 영화 후반부 이태신 장군의 작전참모가 이 장군을 저지하는 장면에 주목했다. 원씨는 “수경사 작전참모는 이 장군의 부하이면서 본인의 부하이기도 한 병사들의 목숨과 상관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부하를 지키기 위해 상관에게 총을 빼 들었지만, 차마 이 장군을 저지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각색된 부분일 수도 있지만 많은 현역 장교도 저 상황에서는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현역 육군 대위 A씨는 소감을 묻자 영화 초반 이태신 장군 대사를 떠올렸다. A씨는 “이태신 장군이 말한 ‘대한민국 육군은 다 같은 편입니다’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며 “사실 군이라는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무리를 나누는 우리나라 문화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굳이 선과 악을 나누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무력에 굴복하거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도망가는 무능한 이들을 보며 분노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내 한 영화관에 '서울의 봄' 상영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뉴스1 |
관객몰이 중인 이 영화는 사건이 벌어진 시대와 한참 떨어진 MZ세대 사이에서도 화제다.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탓에 중장년층 관객이 많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건강 애플리케이션이나 스마트워치 심박수 측정 기능을 이용해 높은 심박수를 인증하는 이른바 ‘심박수 챌린지’까지 유행 중이다. 긴박한 전개와 한국 현대사에 대한 호기심이 젊은 층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이날 멀티플렉스 씨지브이(CGV) 관객 분석을 보면 연령별 예매 분포는 20대와 3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대가 30%로 가장 예매율이 높았으며 20대가 26%로 뒤이었다. 반면 2030세대 대비 40대(23.2%)와 50대(17.1%)에선 낮은 예매율이었다. 2030세대 예매율은 56%로 4050세대(40.3%)와 비교해 16.3%포인트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