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곧 OTT에 뜰 건데… 영화관 '홀드백' 깨지면 사멸한다(下)

[특별대담]곧 OTT에 뜰 건데… 영화관 '홀드백' 깨지면 사멸한다(下)

유명무실해진 홀드백, 합의 혹은 법제화 선순위 고민
이통사·카드 할인 일장일단…투명한 객단가 전제돼야
청소년 관람 위한 정부 지원, 영화계 미래 위한 필수과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영상산업 도약 전략'을 발표하며 K-콘텐츠 전략 펀드를 내세웠다. 내년에만 6000억 원 규모로 조성한다. 상당액은 한국 영화 제작에 투입된다. 그는 "개봉으로 투자금이 회수되고 자금이 다시 시장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붙는 전제조건이 있다. 개봉 촉진과 홀드백(영화가 이전 유통 창구에서 다음 창구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 협약·준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도래로 무너진 한국 영화 생태계를 바로잡을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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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관련대담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그러나 최근 제기되는 법제화에는 크나큰 위험이 도사린다. 소수 영화가 상영관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크린 독과점이 여전한 까닭이다. 스크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대다수 영화는 IPTV나 OTT에서 반등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실제로 다수 배급·제작 관계자들은 "당장 내일 먹을 쌀이 없는데 거위 배를 가르지 말라는 격"이라며 반발한다.

영화관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올해 성공한 사례가 '스즈메의 문단속', '슬램덩크'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제작 등 측면에서 트렌드에 뒤처져 K-콘텐츠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서 준비한 두 번째 주제는 '유명무실 홀드백, OTT 견제할 길은…'이다.

△아시아경제 "영화관이 주장하는 홀드백 준수에 대다수가 반신반의한다. 법제화 추진이 본격화된다면 갖은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박기용 "홀드백은 일종의 약속이자 보험이다. 펜데믹을 거치며 무너졌지만 복원해야 마땅하다. IPTV 등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그리 해야 한다. 하나같이 홀드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사실 모든 사단은 넷플릭스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는 여전히 15개월 홀드백을 고수한다. 넷플릭스에 연간 열 편에 해당하는 제작비도 내도록 규정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규제나 제약이 거의 없다. 홀드백도 강요하지 않고. 문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가 나눠 관리하다 보니 상황이 악화해버렸다. 배급·제작 관계자들도 눈치를 보느라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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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최정화 "공청회 등에서 비슷하게 지적할 때마다 한미 FTA에 발목 잡혀 있다는 답을 받았다. 추가 규제나 과금을 할 수 없단다. 그걸 매년 협상에서 바꿔야지, 언제까지 건드리지 않을 생각인지….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강민아 "유인촌 장관이 홀드백에 관심이 많다. 최근 발표한 영상산업 도약 전략에 관련 내용을 넣기도 했다. 물론 합의를 통한 기준 도출이 우선이다. 선행과 함께 개봉 촉진·홀드백 펀드 등이 진행된다면 자연스레 법제화를 검토할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OTT에 여러 가지 조건을 제시하는 일도 가능해질 테고."

△박기용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프로듀서를 만났는데 넷플릭스의 지적재산(IP) 소유 기간을 10년으로 제한했다고 하더라. 정부가 넷플릭스와 직접 협상해 이룬 성과라고 한다. 현지 배급·제작 관계자들은 그것도 길다며 줄여달라 요구하고. 결국 정부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개입하느냐의 차이다. 우리 정부는 관련 사안에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한미 FTA 등 여러 가지 제약이 있겠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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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동연 "다시 홀드백 얘기로 돌아가 보자. 펜데믹 전에는 6~8주라는 원칙이 있었다. 그러나 업계 상황 악화로 며칠 만에 IPTV나 OTT로 송출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홀드백이 깨지면 영화 시장은 사멸한다. 일률적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당장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일련의 과정에서 영화관이 배급·제작사의 입장을 포용했으면 한다. 개봉 첫 주에 관람객 반응이 좋지 않으면 스크린에서 내려버리질 않나. OTT 등에서 충분한 보상을 언급하면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을 끌수록 가치는 떨어질 테니. 결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김진선 "배급·제작사들이 잘못된 계약인 걸 알면서도 강행하는 게 문제다. 여기에는 대기업도 포함된다. OTT에서 아무리 웃돈을 준다 해도 영화관이나 VOD 수익에 미칠 수는 없다. 그게 얼마나 불공정한지 배급·제작사가 잘 알 것이다. 눈치 보면서 홀드백 합의를 보자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부에서 강력한 법제화로 먼저 기준을 잡고 관련 지원사업을 전개해야 생태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

△최정화 "그래도 합의를 통한 기준 도출이 우선 아닐까. 사실 흥행하는 영화는 홀드백과 큰 관계가 없다. 그렇지 못한 영화들이 문제지. OTT든 IPTV든 서둘러 생존할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영화관이 상영관을 구분해 독립·예술영화 관람료를 조정했으면 한다. 가치 폄하가 아니다. 아트하우스처럼 온전히 상영될 전용관을 보장하고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 상시 할인을 적용하자는 의미다. 지금처럼 영화관이 흥행 영화만 밀어주면 산업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충분한 안전장치부터 마련하고 홀드백을 추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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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이사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아시아경제 "객단가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도 전제돼야 할 것 같은데."

△김진선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서 발권 즉시 집계하는 구조다. 배급사에서 요청하면 언제든지 내역을 공개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 할인이나 프로모션 내용까지도. 청소년이나 사회적 약자 관람료 때문에 오해가 생긴 듯하다. 팬데믹에 세 차례 관람료를 인상하면서 그것만큼은 건들지 않았다. 성인 관람료도 이동통신사 할인 적용 등으로 정작 수입 내역을 살펴보면 1만5000원보다 1만1000원 비중이 더 크다."

△최정화 "그래도 의심되는 부분은 있다. 특히 이동통신사 할인이 그렇다. 멀티플렉스에서 경쟁적으로 달라붙는다고 들었다. 영화관은 계약에 성공하면 관람객 유치 외에 부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배급·제작사는 하등 관련이 없다. 무조건 반길 리 만무하다. 자세한 내역은 통합전산망으로 파악되지도 않는다. 기록되는 액수가 기본 단가 이상이라고 전해 들었다. 이동통신사나 카드사 할인을 어떻게 적용해 객단가를 산출하는지 상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원동연 "이동통신사나 카드사 할인이 관람객 유입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 있을 거다. 배급·제작사도 내심 필요성을 느낄 테고. 다만 무료 관람권 등을 제공하는 멀티플렉스 멤버십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가 무료 관람권이나 할인권을 받으면 흥행 영화를 보러 간다. 그때마다 배급·제작사는 절반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영화관은 그게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해당사자는 영화관 아닌가. '우리가 반을 낼 테니, 너희가 남은 반을 내라' 식의 일방통행으로는 곤란하다. 영화관 논리대로라면 배급·제작사도 팝콘, 광고 등 수익 일부를 가져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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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한국영화관산업협회 회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김진선 "2000년대 초 영화관에 많은 관람객이 몰린 건 이동통신사 할인 덕이 크다. 특히 청소년이 많은 혜택을 누렸다. 이를 유치하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진 건 사실이다. 멀티플렉스가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할 정도다. 그렇다고 객단가를 단체로 올리자고 하면 담합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문체부나 영진위에서 도와줬으면 한다. 영화관에서 하는 프로모션이나 멤버십 문제는 사전에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 매년 해온 수능 수험생 프로모션조차 참여를 거부하는 배급사가 있었다. 재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박기용 "객단가가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말씀하셨으나 대다수는 배급·제작사가 6000원 정도를 가져가는 줄 안다. 사실은 4500원 정도인데. 세 차례 인상에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원동연 "관람료 인상을 산업이 호황일 때 진행했다면 이 정도로 반발이 있진 않았을 거다.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다. 영화관도 억울할 거다. 전기료, 인건비 등 모든 물가가 올랐으니까. 전반적인 콘텐츠 힘이 약해 반등할 기회도 오지 않는다.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

△윤제균 "아까 언급된 독립·예술영화 관람료 조정이 과연 충분한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김진선 "해외의 경우 개봉 3~4주차 영화를 반값으로 묶어 상영한다. 관람료를 할인해주는 상영관을 지정해 독립·예술영화를 꾸준히 선보이기도 하고. 일부 수입사에서 그런 방식을 먼저 요청한다. '주말에 누가 1만5000원을 주고 우리 영화를 보겠냐'고 토로한다. 그렇다고 일반 성인 관람료를 1만2000원이나 1만3000원으로 내리면 관람객이 많아질까.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인식 탓에 대중은 적절한 가격으로 7000원을 떠올릴 거다. 업계가 받아들일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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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동연 "무엇이 옳다고 할 순 없지만 '문화가 있는 날'이 수요일인 점은 유감이다. 개봉일에 그런 프로모션을 해서 대중의 저항을 부추긴 면이 있다."

△김진선 "개봉일에 문전성시를 이루면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관람객이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주말에 감상하려던 관람객이 수요일에 몰릴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지금은 '문화가 있는 날' 외에 다른 프로모션을 하려 해도 배급·제작사의 저항이 상당하다. 영화관에서 비용을 더 부담하겠다고 해도 참여하지 않는다."

△윤제균 "한시적으로 관람료를 내리고 관람객 추이를 살핀다면 적절한 관람료 책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영화관도 부가 수익 등을 고려해 이윤극대화가 이뤄지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테고."

△최정화 "어떤 영화가 개봉하느냐에 따라 다를 거다. 영화관은 일정한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테스트하기 까다로운 구조다. 다시 관람료를 올렸을 때 생길 딜레마도 고려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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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아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아시아경제 "우리나라 영화관은 멀티플렉스 3사(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의 비중이 95% 이상이다. 한 곳만 무너져도 영화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박기용 "영화관은 영화산업의 근간이다. 아무리 OTT 규모가 커졌다고 해도 그 인식에는 누구나 동의할 거다. 그렇다고 영진위에서 관람료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순 없다. 관람객이 늘어난다고 확신할 수 없어 인하를 권하기도 어렵다. 다양한 할인 방안을 논의하는 편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본다."

△강민아 "정부도 영화관 지원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관련 예산을 증액하려 노력하고 있고. 청소년 관람을 위해 확보한 복권기금 19억 원 등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김진선 "영화관 존속을 위해 청소년 관람은 꼭 필요하다. 팬데믹으로 지난 2~3년간 이들의 왕래가 단절됐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영화관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만큼 앞날이 어둡다고 할 수 있겠다. 과연 영화관만의 문제일까. 배급·제작사를 비롯해 미래 창작자 배출까지 우려할 만한 사안이 아닐까. 실제로 선진국은 미래 관람객 확보에 열을 올린다. 영화관은 물론 관련 산업, 정부 등이 합심해 '무비 패스(일정 기간 영화 관람을 자유롭게 이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우리 정부도 청소년의 영화 체험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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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관련대담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강민아 "올해 무비 패스 예산을 약 100억 원으로 산정해 신청했는데 안타깝게도 반려됐다."

△최정화 "영화 리터러시를 공교육에 넣으려는 시도도 매번 무산되고 있다. 영진위의 지역 문화 향유 지원조차 폐지되는 실정이라 할 말이 없다."

△원동연 "정부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최근 OTT는 '길복순'·'독전 2' 같은 영화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드라마까지 제작한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젊은 세대는 OTT 영화를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로 인식할 거다."

△최정화 "정부에서 영화를 대기업 사업이라 보는 것부터 문제다.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존재를 부정해버린다. '당장 돈 없어 죽겠는데 무슨 영화야'라는 천박한 인식이 그동안 정부와 사회를 관통해왔다. 현실을 직시해 달라. 이제 영화만 만드는 제작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당수는 고작 10%의 수익만 보장받은 채 지적재산(IP)까지 팔아버리고.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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