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힘이 빠지고 있다
자유인24
정치
5
563
2023.12.08 06:52
용산 패배로 끝난 국민의힘 내홍 사태... '혁신위' 내세워 물갈이하려다 저항 밀려 포기
최근 정국 흐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기 초반의 강력했던 국정 장악력이 이완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주된 계기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고, 뒤이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와 여당의 혼돈, 경제위기 심화 등이 혼재된 결과일 것이다. 이미 레임덕 초기에 접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의 위세가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 단적인 예가 국민의힘 내홍 사태다. 외견상으론 '인요한 혁신위'와 김기현 대표 대립으로 비쳤으나, 실상은 윤 대통령과 여당 기득권 세력 간의 힘겨루기로 보는 게 타당하다. 윤 대통령이 혁신위를 내세워 국민의힘 물갈이를 시도하려다 저항에 밀려 포기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김 대표를 연이틀 만나고, 혁신위가 사실상 조기 해체를 선언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시 용산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떠올리면 달라진 현실이 실감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희대의 협박과 함께 유력한 당 대표 후보를 차례로 쳐냈던 게 대통령실이다. 서슬퍼런 기세에 당 전체가 숨죽였고, 초선의원 수십 명이 용산과 코드를 맞추는 연판장을 돌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만약 윤 대통령의 힘이 그대로였다면 이번 혁신위의 '지도부∙친윤 험지 출마론'에 김 대표도, 장제원 의원도 바로 납작 엎드리는 장면이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 달 넘도록 무반응일뿐더러 되레 들이받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상당수 의원은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용산의 친위대 역할을 하던 그 많은 초선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몇 달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 아닌가.
더 의아한 건 용산에서 '윤심'을 애써 감추려 한 점이다. 인 위원장은 두 번의 천기누설을 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의 "엄청난 친분"을 과시했고, "소신껏 거침없이 하라"는 용산의 신호를 공개했다. 그때마다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했다. 인 위원장이 거짓말을 했을리 없다면 대통령실에서 정치적 파장을 우려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치사회적 조건이 대통령이 위세를 마음껏 발산하기에는 부담이 큰 환경이 됐다는 거다.
총선 출마 용산 참모들, 현수막에 대통령 표시 안해
돌이켜보면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는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꺾이는 변곡점이었다. 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천을 밀어붙인 당사자가 대통령이니 위신이 설리 만무하다. 당에서도 윤 대통령만 믿고 있다가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당을 혁신의 제물로 삼아 '용핵관'을 꽂으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지 않나. 이런 윤 대통령에 대한 당의 불신이 이번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부산엑스포 참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이 승리가 희박한 엑스포 유치전을 앞장서 끌고 왔으니 패배의 책임도 고스란히 대통령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등떠밀려 쫓아갔던 다수의 관련자들과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실망감은 대통령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한 번 꺾인 대통령의 리더십은 좀처럼 살아나기 어렵다. 대통령의 인사(人事)는 동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지만 최근의 개각은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했다. 검사 출신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앉힌 오만한 태도만 부각됐다. 총선용 돌려막기 인사라는 역효과만 냈다.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국정 운영도 신통치 않으니 동력을 회복할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만능키'로 여기는 듯하다. 한 장관을 여당에 꽂으면 당도 장악하고 여론도 좋아질 걸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한 장관을 내칠 것 같은 분위기다. 총선에 출마하는 용산 참모들도 지역에 내건 현수막에 윤 대통령을 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달라져야 할 건 윤 대통령이다. 보궐선거 참패 후 윤 대통령은 자신부터 바꾸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국정 운영기조는 그대로고, 독선∙독단적 태도도 변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지지율은 떨어지고 대통령의 그립감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지금 외나무줄을 위태롭게 건너고 있다는 걸 아는지 궁금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
ⓒ 국민의힘 제공 |
최근 정국 흐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기 초반의 강력했던 국정 장악력이 이완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주된 계기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고, 뒤이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와 여당의 혼돈, 경제위기 심화 등이 혼재된 결과일 것이다. 이미 레임덕 초기에 접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의 위세가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 단적인 예가 국민의힘 내홍 사태다. 외견상으론 '인요한 혁신위'와 김기현 대표 대립으로 비쳤으나, 실상은 윤 대통령과 여당 기득권 세력 간의 힘겨루기로 보는 게 타당하다. 윤 대통령이 혁신위를 내세워 국민의힘 물갈이를 시도하려다 저항에 밀려 포기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김 대표를 연이틀 만나고, 혁신위가 사실상 조기 해체를 선언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시 용산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떠올리면 달라진 현실이 실감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희대의 협박과 함께 유력한 당 대표 후보를 차례로 쳐냈던 게 대통령실이다. 서슬퍼런 기세에 당 전체가 숨죽였고, 초선의원 수십 명이 용산과 코드를 맞추는 연판장을 돌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만약 윤 대통령의 힘이 그대로였다면 이번 혁신위의 '지도부∙친윤 험지 출마론'에 김 대표도, 장제원 의원도 바로 납작 엎드리는 장면이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 달 넘도록 무반응일뿐더러 되레 들이받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상당수 의원은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용산의 친위대 역할을 하던 그 많은 초선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몇 달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 아닌가.
더 의아한 건 용산에서 '윤심'을 애써 감추려 한 점이다. 인 위원장은 두 번의 천기누설을 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의 "엄청난 친분"을 과시했고, "소신껏 거침없이 하라"는 용산의 신호를 공개했다. 그때마다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했다. 인 위원장이 거짓말을 했을리 없다면 대통령실에서 정치적 파장을 우려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치사회적 조건이 대통령이 위세를 마음껏 발산하기에는 부담이 큰 환경이 됐다는 거다.
총선 출마 용산 참모들, 현수막에 대통령 표시 안해
돌이켜보면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는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꺾이는 변곡점이었다. 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천을 밀어붙인 당사자가 대통령이니 위신이 설리 만무하다. 당에서도 윤 대통령만 믿고 있다가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당을 혁신의 제물로 삼아 '용핵관'을 꽂으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지 않나. 이런 윤 대통령에 대한 당의 불신이 이번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부산엑스포 참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이 승리가 희박한 엑스포 유치전을 앞장서 끌고 왔으니 패배의 책임도 고스란히 대통령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등떠밀려 쫓아갔던 다수의 관련자들과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실망감은 대통령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한 번 꺾인 대통령의 리더십은 좀처럼 살아나기 어렵다. 대통령의 인사(人事)는 동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지만 최근의 개각은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했다. 검사 출신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앉힌 오만한 태도만 부각됐다. 총선용 돌려막기 인사라는 역효과만 냈다.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국정 운영도 신통치 않으니 동력을 회복할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만능키'로 여기는 듯하다. 한 장관을 여당에 꽂으면 당도 장악하고 여론도 좋아질 걸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한 장관을 내칠 것 같은 분위기다. 총선에 출마하는 용산 참모들도 지역에 내건 현수막에 윤 대통령을 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달라져야 할 건 윤 대통령이다. 보궐선거 참패 후 윤 대통령은 자신부터 바꾸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국정 운영기조는 그대로고, 독선∙독단적 태도도 변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지지율은 떨어지고 대통령의 그립감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지금 외나무줄을 위태롭게 건너고 있다는 걸 아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