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벽돌 120장을 600만원에 샀다면? [영감 한 스푼]

미술관이 벽돌 120장을 600만원에 샀다면? [영감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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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안드레가 벨기에산 푸른 석회석을 가지런히 놓은 작품 ‘Belgian Blue Hexacube’ (1988). 테이트 미술관이 소장한 것과는 다른 작품이다. 사진: 대구미술관 제공1972년 어느 미술관은 벽돌 120장을 가로 68.6cm, 세로 229.2cm, 높이 12.7cm로 가지런히 쌓은 작품을 삽니다.

이 작품은 1966년 미국 작가 칼 안드레가 만든 ‘등가 8’(Equivalent VIII)였죠. 미술관은 이 작품을 얼마에 샀을까요?

바로 6000달러, 단순 계산으로 600만 원입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훨씬 더 비싼 가격이겠죠) 작품을 보고 가격을 들으면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600만원이라면, 벽돌 한 장에 5만원어치인가? 아니면 쌓는 노동력도 포함인걸까? 미국 작가이니 배송비도…? 비슷한 논란이 영국에서 있었습니다.

“혈세 낭비” 영국 뿔나게 한 ‘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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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안드레, ‘Equivalent VIII’, 1966년. 영국 테이트 미술관 소장.이 ‘벽돌’ 작품을 산 곳은 영국 테이트 미술관입니다. 테이트는 1974, 1975년 작품을 특별 전시로 선보였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스캔들이 일어난 것은 1년 뒤인 1976년. 영국 주간지인 ‘더 선데이 타임스’가 작품 가격을 보도하며 “한가한 작품에 혈세를 낭비했다”고 비판한 뒤였습니다.

더 선데이 타임스는 테이트 미술관이 정부로부터 매년 100만 달러가 넘는 예산을 받으면서, 존 컨스터블처럼 제대로 된 작품이 아니라 쓸데없는 곳에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첫 보도에서는 미술관이 산 가격의 두 배인 1만2000달러로 작품 가격이 잘못 알려지면서 분노를 부채질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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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 쌓인 벽돌 사진을 두고 ‘대단한 예술 작품’이라고 풍자한 영국 신문 기사.그 후 영국의 언론들은 공사 현장에서 벽돌에 기댄 노동자의 사진을 “끝내주는 예술 작품”이라고 게재하거나, 벽돌 무더기를 삽화로 그리고, 타블로이드 언론은 건설 기술자가 헤링본 모양으로 예쁘게 쌓은 벽돌이 훨씬 낫다고 주장하는 등 테이트의 결정을 풍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예술부 장관이 나서 “테이트 이사회는 실험적 예술에 예산을 쓸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 나는 그들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언론에 밝히며 미술관의 결정을 옹호했죠.

미술관은 작품이 관심을 받자 1976년 2월 다시 수장고에서 꺼내 전시장에 놓았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시민이 와서 벽돌 위에 페인트를 뿌리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답니다.

지금 가치는 수십억, 미술관의 승리
‘벽돌’을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일단락되었을까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미술관의 완전한 승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안드레의 작품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언론의 유명세를 타면서 이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쳤을 관객들도 이 작품을 별명인 ‘벽돌’로 알아보는 대표작 중 하나가 되었죠.

우선 영국의 미술관 소장품 관련 협회에서는 이 작품의 가치를 약 200만 파운드(약 33억 원)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칼 안드레가 구리판 100개를 가지런히 바닥에 놓은 작품이 201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216만 달러(약 28억 원)에 낙찰됐으니, ‘벽돌’의 유명세를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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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전시되고 있는 칼 안드레의 작품 ‘Ferox, New York’(1982). 녹슨 철판 91개를 삼각형 모양으로 바닥에 깔았다. 사진: 대구미술관 제공게다가 테이트 미술관은 당시 작품을 구매할 때 원래 가격의 절반에 샀으니 알뜰한 소비를 한 셈이죠. 안드레는 1966년 이 작품을 전시한 뒤 갤러리에서 팔리지 않아 벽돌을 다시 공장에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다 작품 사진을 본 테이트의 요청으로 절반 가에 팔기로 하고, 새로 벽돌을 주문해 보내주었죠.

약 40년 사이에 작품 가격은 600만 원에서 33억 원으로, 500배 넘게 뛰었으니 미술관은 본전은 물론 아주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인식 예술의 대표 사조, 미니멀리즘
이유는 안드레가 196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미니멀리즘 예술’의 맥락에서 작품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미니멀리즘 예술은 안드레는 물론 도널드 저드, 리처드 세라 등의 작가가 대표적인데요.

미니멀리즘 예술의 맥락에서 벽돌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는 황당하게도 “당신이 보는 대로 판단하라”, 즉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20세기 인간 사상사의 중요한 단면 중 하나인 ‘현상학’에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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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칼 안드레’ 전시 전경. 사진: 대구미술관 제공20세기 이전의 사회에서 의미는 신이나 왕이 정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신이 가르치는 대로, 왕이 명령하는 대로 가치가 정해진 세계 속의 부속품이었을 뿐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며, 이에 따라 삶을 설계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상을 직시하고 스스로 판단하라고 제안한 것이 바로 현상학입니다.

이런 흐름에 맞물려 미니멀리즘 예술은 ‘예술가의 의도’를 지워버립니다. 즉 예술이 점차 신과 왕을 버리고, 인상주의 예술에서 ‘작가의 눈’을 강조했는데 이제 작가도 없앤 것이죠. 프랑스의 문학 비평가 롤랑 바르트가, 문학 작품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반응에서 의미가 생긴다고 말한 것처럼, 미니멀리즘 예술가들도 ‘예술가의 죽음’을 선언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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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칼 안드레’ 전시 전경. 사진: 대구미술관 제공이렇게 미니멀리즘 예술은 인식의 차원으로 넘어간 현대미술의 중요한 부분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공공 미술관들은 미니멀리즘 예술 작품을 한 점씩은 갖고 싶어 하니 가격이 치솟습니다. 이런 칼 안드레의 작품을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31일까지 볼 수 있습니다. 아무 의미 없는 작품 앞에서 나에겐 뭐가 보이는지, 한 번 만나보세요.

※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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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Comments
자유인235 2023.12.09 18:10  
지금 가치는 수십억, 미술관의 승리====>>>그 벽돌이 수십억, 수백억이 된들...그건 돈이 있는 투자자들의 계산법 일것이고, 대부분은 국민들은 그 벽돌이 겨우 몇만원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알고 있다는..하지만 우리들이 대부분 인정해주어야 하는...예술이여야 하니까.
자유인209 2023.12.09 18:10  
한심하다 저딴것도 예술이냐?
자유인221 2023.12.09 18:10  
그래서 거니 수사는 누가 하냐고?
자유인224 2023.12.09 18:10  
미술관에 있으면 뭐든 예술품입니다.
예술품을 무시하지 맙시다.
자유인40 2023.12.09 18:10  
현대예술은 정신질환임
자유인298 2023.12.09 18:10  
부강할때나 예술찾지 .. 먹고살길막혔는데 개념미술은 노개념으로 다가오는군 영국이 이렇게 될즐이야..
자유인151 2023.12.09 18:10  
아무리 봐도 현대 미술은 사기꾼 같아
자유인36 2023.12.09 18:10  
꼴리는대로  거지도 예술이다
자유인293 2023.12.09 18:10  
미술의 기준은 뭐다 돈 세탁이다!!
자유인267 2023.12.09 18:10  
내 돈 아니니 맘대로 써라!
자유인37 2023.12.09 18:10  
빌어먹을 현대미술...
자유인140 2023.12.09 18:10  
딱 벌거벗은 임금님이네
자유인224 2023.12.09 18:10  
예술은 정신이상자를 감성적으로 특이하게 보는 방법이고 예술을 돈으로 사는건 말그대로 사치를 하는것이다. 그렇게 스스로의 부유함에 빠지는거지. 그래서 예대에는 그 부자들 돈 뜯어보겠다고 열심히 배우는거지 문제는 예술은 타고난 정신병인데 말이야.
자유인260 2023.12.09 18:10  
다다이즘에 더 가까운거 아닌가? 다다이즘은 한마디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뭐 눈에는 뭐로 보인다.니눈엔 뭐로 보이는가  뭐 이런 느낌.
자유인129 2023.12.09 18:10  
제가 싼똥 팝니다.세계에서 하나밖에 없고 시각뿐 아니라 후각까지 자극합니다.이런희귀 작품을 택배비포함 단돈 1억원에 헐값에 매도합니다,세계유명박물관이나 개인소장 바라시는 분들은 연락바랍니다.
자유인184 2023.12.09 18:10  
예술가가 그리면 작품이고 일반인이 그리면 낙서다. 그런거냐.  세상 참 뭐같네.
자유인125 2023.12.09 18:10  
난 당최 저런 추상예술이라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
자유인69 2023.12.09 18:10  
최소 5억 이상은 나가는 작품인데 싸게 샀네요.... 똥을 싸도 예술입니다. 예술의 신비로움을 모르는 무식한자들에게는 단순 벽돌이지만 전문가들이 보기엔 대단한 작품인게 분명합니다. 저도 조만간 똥을 예쁘게 싸서 판매할 계획입니다.
자유인260 2023.12.09 18:10  
주의를 처음 만든 그룹의 작품까지는 인정해줄 수 있는데 그 후의 복제들을 어디까지 그룹 안에 넣어줄건가?
자유인203 2023.12.09 18:10  
어릴적 시골집에서 키우던 암소가 달팽이모양으로 쌓아놓은 소똥이 저것보단 더 예술적으로 생각된다
자유인16 2023.12.09 18:10  
스스로 보이는대로 판단하라? 저런거 만들고 사로 빨아주는게 아주 개 줏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너네가 판단하라고 허락 안 해줘도 우리는 알아서 판단합니다. 거기 허락 필요한 사람들은 저런거 보고 물고 빨면 되겠군요.
자유인269 2023.12.09 18:10  
싸게 샀네
자유인54 2023.12.09 18:10  
담배꽁초 액자에 넣고 (고독), 씹던 껌 벽에 붙이고 (이별) 쓰던 퐁퐁이 빈통 세워해놓고 (결혼) 이렇게 제목 붙이면 예술이 되는거다. 물론 싼똥 진열해도 수백만 달러에 살거라고 조롱할만큼 유명세가 있는 인물이 해야한다.
자유인235 2023.12.09 18:10  
되지도 않을X포에 6000억 관광외교하는 것도 있는데..남의나라 걱정은 접자
자유인214 2023.12.09 18:10  
저걸 작품이라고 노력없이 만든 작가나 그걸 28억 주고 사는 사람이나 뒷배경엔 사실남다른 이유가 있다. 작품이 아닌데 작품으로 내 놓는 경우는 작품이 뇌물로 둔갑되는 경우가 많다. 작가를 키우려고 작가 부모가 사람시켜 사주거나 작가 부모에게 빚이있는 사람이 사줄수도 있고 가장 흔한 경우는  삼각거래일 수 있다. 작품 가격은 상당액이 바로 제3자의 뇌물로도 쓰인다는 것이다. 작품을 이유없이 비싸게 사서 합법적인 뇌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기자처럼 순수한 시각이 일반인들 생각이라면, 저런 미술작가들은 벽돌로도 큰 돈을 만든다는 것이다
자유인212 2023.12.09 18:10  
비디오 아트 거장도 예술은 사기라고 했었지. 사기꾼 좌파의원들도 예술을 하네~
자유인25 2023.12.09 18:10  
양산개돼지 작품 청기와. 미술품 더둑뇨 쩡숙이 그림찾아라 더둑뇨 홈처갔다
자유인289 2023.12.09 18:10  
나 문준용이요 이랬나보군...
자유인153 2023.12.09 18:10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벌거숭이 임금님식 예술평가
자유인48 2023.12.09 18:10  
칼안드레 작품도 직접 봤는데 그냥 사기꾼 작품 느낌. 아무것도 아닌것에 의미를 부여해서 그럴듯하게 전시함. 근데 그 의미도 명확하게 적지않아서 더 그럴듯함 ㅋㅋ
자유인97 2023.12.09 18:10  
박원순의 서울역 슈즈트리 흉물을 잊지마세요.. 그 쓰레기 더미 만드는데 1억원이 들었어요…
자유인208 2023.12.09 18:10  
세계적인 아티스트 문준용 작가의 양산 빨간벽돌을 보고싶다.
자유인227 2023.12.09 18:10  
윤상의 레임덕이 왓구나 ㅡ거위의 명품가방
자유인77 2023.12.09 18:10  
당시에 현상학적은 측면으로 인간사가 넘어간 부분에서 나온 역사적 가치는 있겠지만, 이미 지나온 현대에서 감상을 위해서 보이는 것 그대로 보자는 뜻의 저 작품을 향유할 이유가 있을까? 일반인들은 그냥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면 된다. 미술관들도 그런 생각을 좀 하고 전시를 기획했으면 좋겠다. 역사적 의미 이상의 예술적 가치를 주입하려고 하지 마라. 보이는대로 나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작품의 뜻대로.
자유인187 2023.12.09 18:10  
이나라도 마찬가지.호남 좌파들 학생들 미친기관차 그린거 상주고.잊었나?또라이들 많지.
자유인117 2023.12.09 18:10  
순전한 주체든 스멀스멀한 단편적 주체든  도대체 이모든걸 가능케 하는 제 1원인은 무엇일까?좋은 기사 고맙습니다.
자유인223 2023.12.09 18:10  
그러면 미술관관장을 조사해봐라 비리가있을것이다
자유인100 2023.12.09 18:10  
예술은 이제 정말 그들만의 영역으로 들어간 것 같다
자유인105 2023.12.09 18:10  
난 제대로된 그림이나 조각품을 만들어내는 미술가가 아닌 괴짜형식으로 지 꼴리는대로 해석한 걸 무슨 미술작품이라고 내놓는 것들은 무조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술투자는 거들떠도 안본다. 그냥 사기꾼들이 고상한척 하는거라니까 현대 미술꾼들은?
자유인271 2023.12.09 18:10  
벽돌 한장이 100원이다
벽돌을 실어 날으고 현장까지 몇층이던 힘들게 옮겨서
기술자들은 시멘트를 배합하고 오랜시간 습득한 기술로 다양한 형태로 하중 디자인등 고려하며 쌓아 올리지요.
시멘트가루 마시고 허리 작살나고 손 작살나고 호흡기 나빠지고 생명도 건강도 영향을끼치고.
저 벽돌이 왜 600만원일까요?
자유인159 2023.12.09 18:10  
미술품은 증여와 뇌물의 좋은 수단이지.
자유인86 2023.12.09 18:10  
돈이 수백 수천 남아도는 자본주의의 놀이문화
자유인208 2023.12.09 18:10  
현대미술의 거품은 언제까지일까? 말도 안되는 작품을 전시하고 추상화라 떠드는 미술계!!
자유인255 2023.12.09 18:10  
무능한 윤석열 정권 끌어내리자
자유인117 2023.12.09 18:10  
탈세
자유인239 2023.12.09 18:10  
차라리 길거리 보도블럭 작업하시는 분들의 작품이 더 값어치 있게 보이네
자유인302 2023.12.09 18:10  
예술 거품
자유인204 2023.12.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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