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보복 소비'를 타고 급성장한 세계 고급 패션 브랜드 시장이 경기 둔화의 여파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고급 패션 브랜드 시장의 올해 매출액은 3천620억 유로(약 514조원)로 작년보다 약 3.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고가품 시장은 대유행 2년째인 2021년 31.8% 팽창한 데 이어 작년에도 20.3%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올해는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성장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온라인 고가품 쇼핑몰 '마이테리사'는 "2008년(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시장 상황"을 겪고 있다면서 지난 3분기 말 기준 재고가 1년 전보다 44%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경우 일반 패션기업들은 대폭 할인 판매로 재고를 소화하지만, 고급 이미지를 지켜야 하는 고가 브랜드들은 할인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고급 브랜드들은 백화점의 할인 판매도 단속하고 비공식 재판매상으로 제품이 유입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비공식 재판매상은 통상 상대적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소매업체 등지에서고가품 재고를 사서 가격이 최대 33% 이상 높은 한국이나 홍콩에 파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급 패션 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세일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차단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냈지만, 매장들이 쌓이는 재고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 이런 전략을 고수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달 동안 비공식 재판매상들이 고급 브랜드들로부터 직접 재고 판매를 제안하는 연락을 받는 징후가 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이들 브랜드는 과거에는 재고를 헐값에 팔 바에야 아예 태워버리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패션 제품 소각을 법으로 금지함에 따라 이런 방식 또한 여의치 않게 됐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