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요리, 예쁜 보라색 유지하고 싶다면? [주방 속 과학]
자유인175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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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0 17:45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선명한 보라색이었던 가지는 조리하면 금세 푸르죽죽한 갈색이 돼 버린다. 가지의 보라색이 '안토시안계'라는 색깔 변화가 잦은 특별한 색소이기 때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이 색소의 명확한 특징을 알면 보라색을 유지한 가지 요리를 할 수 있다.
가지에 열을 가해 조리할 땐 미리 볶거나 튀긴 후 사용하면 보라색을 유지할 수 있다. 가지 껍질의 보라색은 나스닌이라는 안토시안계 색소인데, '수용성'이라는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기름으로 볶거나 튀기면 가지 표면에 기름막이 형성돼, 나스닌 용출을 방지할 수 있다. 또 한 번 열을 가했기 때문에 조리 시간도 단축돼 모양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또 수용성이므로 조리 전 너무 오랜 시간 물에 담가 두는 것도 피해야 한다. 안토시아닌은 기본적으로 적자색을 띤다. 가지 외에 이 색소가 있는 다른 식품으로는 자색 양배추, 포도, 딸기, 앵두, 자두, 사과 등이 있다.
식초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토시아닌이 색 변화로 유명한 이유는 pH에 따라 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pH는 수소 이온 농도 지수로, 물질의 산성과 알칼리성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산성일 땐 양이온인 수소 이온 농도가 높고, 염기성일 땐 음이온인 수산화이온 농도가 높다. 안토시아닌은 고리 모양의 플라본이 3개 연결돼 있는데, 모두 이중결합으로 연결돼 있어서 이온이 많은 환경에 노출되면 이중 결합이 깨지고 다른 이온과 결합해 구조를 바꾼다. 다시 말해,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색을 다양하게 낼 수 있는 것. 수소 이온이 많은 산성에선 적색, 중성에선 보라색, 수산화이온 농도가 높은 염기성에선 청색 계통으로 변한다. 조리할 때 가지 등 안토시안계 색소를 함유한 식품이 염기성 환경에 노출되게 하면 식욕을 떨어뜨리는 갈색에 가까운 녹색이나 청록색으로 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대로 사과주스, 레몬즙, 식초 등을 넣어 산성 환경으로 만들면 선명한 적자색을 유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생강초절임이 있다. 생강에는 안토시안계 색소가 극소량 함유돼 있어 평소엔 백색에 가까운 색을 띤다. 그러나 식초로 초절임을 하면 안토시안계 색소가 선명한 적자색으로 바뀌면서 엷은 분홍빛이 나타나게 된다. 다만, 식당에서 간혹 보이는 진한 분홍색 초절임은 분홍빛을 더 내기 위해 식용색소를 첨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가지 요리를 할 땐 철로 된 조리 기구를 이용하는 게 좋다. 안토시아닌은 철과 결합하면 매우 안정돼 갈변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안토시아닌계 식품인 검은콩도 철 냄비에서 조리해야 진하고 선명한 흑색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너무 오랜 시간 가열하면 오히려 퇴색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름에 한 번 볶은 후 조리하는 게 좋아
pH에 따라 색깔 달라져
금속 이용하면 색깔 안정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