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뺀 전 지역이 험지 강서 참패 후…與는 뒷걸음질만 쳤다
자유인61
정치
16
547
2023.12.11 05:32
내년 4·10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 120일 전인 12일에는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여야의 사활을 건 선거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제3지대 출범과 여야 비주류의 이탈로 인한 정계 개편·선거 구도 재편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정치권이 그야말로 시계제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런데 꼭 두달 전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와신상담을 별렸던 국민의힘의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 인요한 혁신위의 ‘빈손 폐업’에 따라 당 안팎에선 “입으로는 ‘혁신’을 외쳤지만 여당을 향한 민심은 '강서 참사' 때보다 더 싸늘하다” “모든 민심 지표와 승리 가능성이 두 달 전 보다 뒷걸음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현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보선 참패 후 임명직 당직자가 일괄 사퇴해 ‘김기현 2기 지도부’를 출범시키고, 혁신위원회(위원장 인요한)를 구성해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외려 이 기간 여권의 내홍만 더 부각됐다. 혁신위의 ‘지도부·중진·친윤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요구를 두고 혁신위와 지도부의 갈등이 윤심(尹心) 논란으로까지 번졌고, 지도부가 혁신안 즉각 수용을 거부하면서 혁신위는 당초 임기를 2주 당겨 11일 조기 해체하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김기현 지도부엔 “희생을 거부하는 반(反) 혁신 세력”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①총선 전망 ‘최악 성적표’=여권을 향한 싸늘한 민심은 당장 여론조사로 나타났다. 지난 8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5~7일)에서 총선 때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지원론)는 답변은 35%,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견제론) 답변은 51%로 각각 나타났다.
김영옥 기자
지원론과 견제론의 격차 16%포인트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갤럽이 처음 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1주차 이래 가장 벌어진 수치다. 강서구청장 선거 한 달 전 조사(9월 5~7일)에선 격차가 13%포인트(지원론 37%, 견제론 50%)였고, 강서구청장 선거 직후 조사(10월 10~12일)에선 격차가 9%포인트(지원론 39%, 견제론 48%)였다.
지역별로 보면 정부 지원론(66%)이 견제론(20%)을 크게 앞선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견제론이 더 높았다. 인구가 가장 많은 인천·경기에선 견제론(57%)이 지원론(30%)보다 27%포인트나 높았다. 특히 총선 승부를 가를 ‘스윙 보터’ 중도층만 놓고 보면 지원론 26%, 견제론 60%로 격차가 34%포인트에 달했다. 그래서 “TK를 뺀 모든 지역이 험지가 됐다”는 자조 섞인 말이 여당 내부에서 나오는 처지에 몰렸다.
김영옥 기자 ②엑스포 직격탄 맞은 PK=여권 입장에서 가장 아픈 대목은 애초 험지였던 수도권뿐 아니라 영남에서도 지지층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여권 우세 성향을 보이던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민심 이탈 현상이 특히 뼈아프다. 최근 ‘2030 부산 엑스포’ 개최 불발이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PK는 최근 서울에 비해 객관적 지표가 좋지 않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PK의 총선 ‘지원론:견제론’은 38%:46%로 서울의 39%:45%에 비해 좋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전국 32%인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 또한 서울에서 36%, PK에서 35%를 기록했다. 2주 전 조사(11월 21~23일)에서도 서울(38%)이 PK(36%)에 뒤졌는데, 같은 현상이 또 나타났다. 지역별 표본이 적어 오차가 크다는 걸 고려해도 “PK가 서울과 엎치락뒤치락하는 현상 자체가 국민의힘으로선 악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기업인들과 떡볶이를 맛보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 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뉴시스
PK 민심을 회복하려는 여권의 노력은 또 다른 논란만 불렀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을 찾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대기업 총수가 동행해 시장에서 함께 떡볶이를 먹은 데 대한 논란이 거세다. 시장에서 쭉 도열해 떡볶이를 먹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재벌 총수를 병풍처럼 세우고 떡볶이 먹는 걸 보고 부산 민심은 분기탱천 중”(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란 야당의 공격이 이어졌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 실패로 실의에 빠진 지역 주민들의 기를 살린다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런 야당의 공격이 지역에서 꽤 통한다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③김기현 체제 놓고 내홍은 가속=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은 폭격을 맞은 듯한 분위기다. ‘빈손 혁신위’가 현실화하자 당내에선 “결국 김기현 체제를 위한 시간끌기용 혁신위였냐”는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11일 혁신위 해체를 앞두고 사흘(8~10일) 동안 초선의 김미애·허은아·최재형 의원, 재선의 이용호·성일종·하태경 의원, 5선의 서병수 의원 등 7명이 김기현 지도부 책임론을 공개 거론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지도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전으로 돌아갔다”(이용호 의원 성명문)는 지적이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2차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손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현 지도부 체제를 옹호하는 반격도 이어졌다. 김기현 체제 1기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대출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총구는 적을 겨냥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강력한 대안 없이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라며 “단결이 혁신이다”고 썼다. 대구의 초선 김승수 의원도 이날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중진들을 향해 “도를 넘는 내부 총질에 황당할 따름”이라며 “중진 의원이 ‘좀비 정당’으로 폄훼하고, 위기 타개를 위한 지도부의 고심을 ‘꼼수’라고 매도하는데 어떻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느냐”고 적었다.
총선 채비에 박차를 가해도 모자랄 시기에 누가 총선을 이끌 것이냐를 놓고 당내 분란만 커지는 게 여당의 현실인 셈이다. 김기현 체제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여권 내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김성수(정치외교학) 한양대 교수는 “이제 와서 비대위로 전환하기엔 혼란으로 인한 리스크가 너무 크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총선 전망이 너무 어둡다”며 “여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총선 시계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여권 주류에선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되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투입해 총선 전면에 내세우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9개월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김기현 체제로 총선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본질적인 물음에 제대로된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김기현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보선 참패 후 임명직 당직자가 일괄 사퇴해 ‘김기현 2기 지도부’를 출범시키고, 혁신위원회(위원장 인요한)를 구성해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외려 이 기간 여권의 내홍만 더 부각됐다. 혁신위의 ‘지도부·중진·친윤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요구를 두고 혁신위와 지도부의 갈등이 윤심(尹心) 논란으로까지 번졌고, 지도부가 혁신안 즉각 수용을 거부하면서 혁신위는 당초 임기를 2주 당겨 11일 조기 해체하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김기현 지도부엔 “희생을 거부하는 반(反) 혁신 세력”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①총선 전망 ‘최악 성적표’=여권을 향한 싸늘한 민심은 당장 여론조사로 나타났다. 지난 8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5~7일)에서 총선 때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지원론)는 답변은 35%,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견제론) 답변은 51%로 각각 나타났다.
지원론과 견제론의 격차 16%포인트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갤럽이 처음 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1주차 이래 가장 벌어진 수치다. 강서구청장 선거 한 달 전 조사(9월 5~7일)에선 격차가 13%포인트(지원론 37%, 견제론 50%)였고, 강서구청장 선거 직후 조사(10월 10~12일)에선 격차가 9%포인트(지원론 39%, 견제론 48%)였다.
지역별로 보면 정부 지원론(66%)이 견제론(20%)을 크게 앞선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견제론이 더 높았다. 인구가 가장 많은 인천·경기에선 견제론(57%)이 지원론(30%)보다 27%포인트나 높았다. 특히 총선 승부를 가를 ‘스윙 보터’ 중도층만 놓고 보면 지원론 26%, 견제론 60%로 격차가 34%포인트에 달했다. 그래서 “TK를 뺀 모든 지역이 험지가 됐다”는 자조 섞인 말이 여당 내부에서 나오는 처지에 몰렸다.
PK는 최근 서울에 비해 객관적 지표가 좋지 않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PK의 총선 ‘지원론:견제론’은 38%:46%로 서울의 39%:45%에 비해 좋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전국 32%인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 또한 서울에서 36%, PK에서 35%를 기록했다. 2주 전 조사(11월 21~23일)에서도 서울(38%)이 PK(36%)에 뒤졌는데, 같은 현상이 또 나타났다. 지역별 표본이 적어 오차가 크다는 걸 고려해도 “PK가 서울과 엎치락뒤치락하는 현상 자체가 국민의힘으로선 악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PK 민심을 회복하려는 여권의 노력은 또 다른 논란만 불렀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을 찾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대기업 총수가 동행해 시장에서 함께 떡볶이를 먹은 데 대한 논란이 거세다. 시장에서 쭉 도열해 떡볶이를 먹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재벌 총수를 병풍처럼 세우고 떡볶이 먹는 걸 보고 부산 민심은 분기탱천 중”(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란 야당의 공격이 이어졌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 실패로 실의에 빠진 지역 주민들의 기를 살린다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런 야당의 공격이 지역에서 꽤 통한다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③김기현 체제 놓고 내홍은 가속=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은 폭격을 맞은 듯한 분위기다. ‘빈손 혁신위’가 현실화하자 당내에선 “결국 김기현 체제를 위한 시간끌기용 혁신위였냐”는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11일 혁신위 해체를 앞두고 사흘(8~10일) 동안 초선의 김미애·허은아·최재형 의원, 재선의 이용호·성일종·하태경 의원, 5선의 서병수 의원 등 7명이 김기현 지도부 책임론을 공개 거론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지도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전으로 돌아갔다”(이용호 의원 성명문)는 지적이었다.
현 지도부 체제를 옹호하는 반격도 이어졌다. 김기현 체제 1기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대출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총구는 적을 겨냥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강력한 대안 없이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라며 “단결이 혁신이다”고 썼다. 대구의 초선 김승수 의원도 이날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중진들을 향해 “도를 넘는 내부 총질에 황당할 따름”이라며 “중진 의원이 ‘좀비 정당’으로 폄훼하고, 위기 타개를 위한 지도부의 고심을 ‘꼼수’라고 매도하는데 어떻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느냐”고 적었다.
총선 채비에 박차를 가해도 모자랄 시기에 누가 총선을 이끌 것이냐를 놓고 당내 분란만 커지는 게 여당의 현실인 셈이다. 김기현 체제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여권 내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김성수(정치외교학) 한양대 교수는 “이제 와서 비대위로 전환하기엔 혼란으로 인한 리스크가 너무 크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총선 전망이 너무 어둡다”며 “여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총선 시계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