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 과정에서 환자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한 요양병원 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14일 서울서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8년 전 요양병원에서 환자 2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해자들이 약 투여 10분 이후 사망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4일 법원이 해당 병원장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실을 언급하며 “보강 수사 이후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의사에 의한 범죄다 보니 초기 단계에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8년이 지나 현재 직접 증거가 없다는 약점이 있었다”면서 “정황상 충분히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 이 부분을 더 부각해서 보강 수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감염병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다른 환자들에게 전염될 경우 요양병원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임종을 앞둔 암 환자나 전염병에 걸린 노인도 생명은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라고 했다. 사망한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한 후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사건 발생 당시 A씨가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이 없는 상태에서 직접 주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숨진 남성 환자는 입원한 지 2년5개월, 여성 환자는 3개월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청 관계자는 “감염병에 걸린 상황에서 비명횡사한 상황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억울하겠나. 유족도 모르는 환자만의 두려움이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며 “유족들도 사실을 인지했으나 아직 강력한 처벌 등 뚜렷한 의사표시는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명 피해자 이외의 추가 피해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2015년 9~11월쳐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결핵에 걸린 노인 환자 2명이 잇따라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7월 ‘염화칼륨(KCL)을 이용해 환자를 고의로 살해했다’는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3일 요양병원장 등 병원 행정업무 담당 직원 2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직접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