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선택한 목소리’ 성우 이민하씨 “부족한 대로 쓰시니 부족할 게 없더라”

‘애플이 선택한 목소리’ 성우 이민하씨 “부족한 대로 쓰시니 부족할 게 없더라”

‘늦깎이’ 신앙인·성우·엄마가 전하는 위로
“하나님 모르던 시절과 달라진 나
…받은 사랑을 전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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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성우 이민하씨가 녹음을 준비하는 모습. 이민하씨 제공

세계적 기업 애플은 광고에 성우 목소리를 안 쓰기로 유명하다. 음악과 효과음만으로 단순하게 구성하는 형태가 대다수다. 그런데 2021년 초 애플의 컴퓨터 브랜드인 맥 광고에 긴 나레이션 들어갔다. 이 광고 국내 판 목소리는 성우 이민하(39)씨가 맡았다. 성우명 ‘미나리’로 활동하는 이씨는 지난 5년간 구글 코카콜라 등 세계적 기업은 물론 국내 대기업 광고까지 1000여 편에 목소리로 출연했다. 말 그대로 대세 성우인 이씨에게 인터뷰 제안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그간 이를 거절해왔다. 최근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저를 내세우는 인터뷰는 부끄럽지만 하나님 이야기라면 조금 편할 것 같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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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만 100개 낸 취준생… 뒤늦게 꿈꾸다
이씨는 서울대 국악과를 다녔지만, 대학 졸업쯤엔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군데 이력서를 냈다. 당시 쓴 원서만 100개가 넘었다. 탈락을 통보받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이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출판사 음반유통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그러나 늘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앞섰다.

그는 음악 콘텐츠 제작 회사에서도 일했는데,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우연히 참여한 성우 작업에 매력을 느꼈다. 1년 넘도록 회사와 성우 준비를 병행했다. 그러다 2016년 광고 성우에 집중하자며 회사를 나왔다. 그러나 3년이 다 될 때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성우가 내 길이 아닌가’ 싶을 때쯤 만난 게 현재 남편인 김상민 이롬 부회장이었다. 이씨는 김 부회장에게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이 맞을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고, 김 부회장은 ‘당신의 목소리는 특별하고 재능이 있으니 좀 더 집중해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씨는 그로부터 6개월 뒤 첫 TV 광고로 데뷔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다져나가고 인생에 있어 수많은 무기를 만드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뿌려놓은 씨앗이 점이 돼 언젠간 선으로 연결된다고 믿는다. 어려운 일은 있어도 쓸모없는 일은 없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고 했다.

“매 순간이 오디션…그분께 맡기니 오직 감사만”

광고 성우 작업은 매 순간이 오디션이다. 보안이 생명인 분야라 당일 녹음 부스에 들어가기 직전 원고는 물론이거니와 제품은 무엇인지, 콘셉트 어떤지 등을 알려준다고 한다. 녹음 부스 밖에는 수많은 관계자가 성우만 쳐다보고 있다. 연습할 시간도 없이 바로 시작되는 녹음, 성우 상태가 좋지 않거나 원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현장에서 성우가 교체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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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성우 이민하씨가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 이민하씨 제공

‘유리멘탈’인 이씨가 비교적 떨지 않고 성우 일을 하는 데는 신앙이 큰 역할을 했다. 이씨는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이 원래 제 것이 아님을 심지어 나조차도 하나님께 속해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여유와 너그러움이 생겼다”며 “녹음 당일 운전하는 차 안에서 하는 기도가 어느 순간부터 ‘잘하게 해달라’가 아닌 ‘감사합니다’로 변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심에, 또 혹시 일이 잘 안 풀린다고 하더라도 낙심하지 않은 마음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두 손 모은다”고 했다.

되는 일은 하나 없고, 나만 뒤처진 것 같은 두려움에 떨어봤기에 그는 저마다의 광야에 놓인 청년을 볼 때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청년들에게, 그리고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과거의 이민하에게 ‘혼자 고민하고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하나님께 기대라’고 말하고 싶어요.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삶 속에서 바쁘게 일하고 계신다고. 당장은 멈춰있는 듯 보여도,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 시기의 나 또한 하나님의 계획안에서 다듬어지는 중이라고 말입니다. 나를 넘어선 하나님의 일하심과 계획을 신뢰하며 그 음성에 귀 기울이면 가장 안전하고 선한 길로 이끌어주시고 가장 적합한 곳에 세워주십니다. 우리는 자꾸 완벽을 추구하느라 좌절하지만, 하나님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쓰임 받게 해주시니 결국 부족할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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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씨가 2019년 세례를 받는 장면. 이민하씨 제공

“하나님께 받은 사랑, 세상에 전해지길”

이씨는 남편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되고, 쌍둥이 아들을 낳은 일을 최고의 인생 선물로 꼽았다. 그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 하나님을 믿는 것’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안티크리스천’에 가까웠다. 외할아버지가 교회에 부지를 기증하는 등 믿음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몇몇 부정적 경험이 그를 교회와 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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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이민하씨가 지난달 말 청소년 보호와 자립을 돕는 단체 ‘야나’ 행사에서 사회를 보는 모습. 이민하씨 제공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 부회장은 연애하면서 이씨에게 ‘교회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도 없어 보이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그런 내면의 힘은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었고 김 부회장은 1초도 망설임 없이 ‘하나님’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무척이나 사랑하시는 것 같아”라는 김 부회장의 말에 이씨는 자연스레 교회 문턱을 넘었다. 전도하면 바로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준 영향은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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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이민하씨가 남편 김상민 이롬 부회장, 쌍둥이 두 아들과 함께 국제사랑의봉사단에 출산 기념 기부를 한 모습. 이민하씨 제공

지난해 초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의 성경 통독 영상 제작 봉사에서 시편과 잠언 낭독하던 중 아이가 기적처럼 찾아왔다. 이씨는 “남편도 저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임신이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자연임신으로 쌍둥이가 찾아온 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부모가 되고 나서 자연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사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출산 기념으로 국제사랑의봉사단에 한 1000만원 기부와 청소년 보호와 자립을 돕는 단체 ‘야나’ 참여가 그렇다. 기독교적 양육 지식을 쌓기 위해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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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이민하씨가 지난달 말 청소년 보호와 자립을 돕는 단체 ‘야나’ 행사에 참여한 모습. 이민하씨 제공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목소리로 쓰임 받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광고 성우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제 능력이 아니라 모두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 생각해요. 제가 받은 축복과 사랑을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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