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동물도 노령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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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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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0 17:21
동물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정서가 보편화될수록 개들의 수명은 자연히 늘어난다.노령견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검진, 노령견에서 다발하는 심장병, 만성신부전, 종양 등을 진단하는 검사와 치료 프로토콜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건강과 행동 상담 Q&A
'반려동물 행동/건강 Q&A'는 동물과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소망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83세 정도다. 60대 14%, 70대 7.53%, 80대 이상 초고령층도 4.54% 에 이른다. 시니어(senior) 인구가 천만명을 넘고 70대 이상 고령층이 인구의 12%에 달하는 초고령화 시대임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반려견의 평균 연령도 우리 사회를 닮아가는 경향이 있다.
동물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정서가 보편화될수록 개들의 수명은 자연히 늘어난다. 사고나 특별한 질병이 없은 한 대부분의 반려동물이 노령기를 맞이하고 있다. 본원에 내원하는 반려견 환자들의 연령대를 살펴봐도 10세 이상의 노령견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한다. 참고로 반려견의 10세 령은 사람의 60대 초반, 즉 시니어(Senior) 그룹에 해당한다.
반려동물의 노령화 추세는 동물 진료 영역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질병을 예측하기 위한 건강검진, 노령견에서 다발하는 심장병, 만성신부전, 종양 등을 진단하는 검사와 치료 프로토콜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 개가 언제부터 노령을 걱정해야하며, 노령견에서 다발하는 질병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개는 몇 살 부터가 노령?
소형 반려견의 노령기는 10세령 전후로 본다. 중형견 이상 큰 개는 7~8 세령을 노령의 기준으로 보기도 한다. 개는 사람과 비교해 6~7배 정도 빠르게 나이 든다고 한다. 소형 반려견의 기대 수명을 15년 으로 가정하고 사람의 건강 수명을 100세로 가정할 때 산출되는 수치이다. 성장기 강아지는 사람보다 20배나 더 빨리 자란다. 1살령 개는 이미 사람의 10대 후반으로 비견된다. 2살령의 개는 사람의 20대 후반으로 가정한다.
2살령 이후부터 개의 1년은 사람의 6-7년 정도에 해당한다. 반려견이 8세령이면 사람의 40대 후반, 생애 전반기를 넘기는 중년으로 이해할 수 있다.반려견이 10세령 이면 사람의 60대 초반, 시니어(Senior) 또는 노령견으로 간주한다. 중형견의 경우 8세령을 노령기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반려견이 10세령 노령견이 되면 건강 검진을 받아야지 하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이 시기에 질병이 진단된다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만성질병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중년기에 해당하는 생후 6~8세령에 반려견도 생애전반기 건강검진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후 매년 1회 건강검진이 권장된다. 노령이 가까워지는 반려견에게 년 1회의 건강검진은 성인 대상으로 5년 마다 건강검진을 권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령견에서 다발하는 질병
우리나라 반려견은 대부분 소형견이다. 소형견에 다발하는 만성질환들이 노령견 질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본원에 내원한 노령견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노령견에서 다발하는 질병들을 발병율이 높은 순서되로 나열해 본다.
1. 악취와 저작장애를 동반하는 치석과 치주질환 (노령견의 94%에서 발견)
2. 과호흡과 심혈관에 악영향을 미치는 비만과 과체중 (노령견의 55%에서 발견)
3. 가려움을 동반하는 만성귓병과 피부알러지(노령견의 47%에서 발견)
4. 일상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백내장과 시력 저하(노령견의 38%에서 발견)
5. 기침과 운동저하, 심하면 폐부종를 동반하는 심장병과 만성 신부전 (노령견의 36%에서 발견)
6. 배뇨시 불편과 복통을 유발하는 방광염과 결석 및 비뇨기 질환(노령견의34%에서 발견)
7. 산책을 기피하고 통증이 지속되는 퇴행성 관절염(노령견의 27%에서 발견)
8. 식욕부진 구토를 유발하는 만성췌장염(노령견의 8%에서 발견)
9. 습관이나 행동의 이상이 관찰되는 치매(노령견의 6%에서 발견)
10. 눈으로 관찰되는 피부 종양 (노령견의 5%에서 발견)
위 10가지 질병 군은 그나마 보호자가 증상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질병 들이다.
반면에 보호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건강하다고 생각했는 데 의외로 심각한 질병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심부 장기에서 유래한 종양, 퇴행성 뇌질환, 호르몬 질환, 당뇨병, 담낭점액종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동물 스켈링은 미용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스켈링'이라 호칭 할 뿐 마취를 동반한 치과 수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령견의 경우 마취 전후 수액처치는 매우 중요하다.
Q. 13살,다지(치와와, 13살)가 치석이 많아요. 스켈링은 마취를 해야하는데 노령견에게 위험하지 않나요?
A. 위험하지만 스켈링은 꼭 필요한 치료과정입니다.
마취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마취 전 검사가 강조되는 이유다. 특히 노령견은 장기기능이 약화돼 심부전, 폐부종, 신부전, 췌장염이 이어서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 신중하게 검진해야 함과 동시에 수술 전후 충분한 수액처치가 필요하다.
동물 치과 치료는 시술의 안정성과 호흡기 감염 예방을 위해 호흡마취가 적용된다. 마취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스켈링 과정에서 분진되는 세균의 폐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번의 마취로 덴탈 X-ray촬영, 스켈링, 잇몸치료, 치주치료, 발치 및 봉합까지 마쳐야 한다. 마취가 반복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함이다.
동물 스켈링은 미용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스켈링'이라 호칭 할 뿐 마취를 동반한 치과 수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경우로 비유하자면 심각한 치석과 잇몸병, 치주 질환을 마취를 통해 치료받는 과정이라 생각하시면 된다.
어떠한 마취든 항상 돌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마취전 검사가 꼭 필요한 이유다.
심전도, 혈액검사, X-ray, 초음파 검사 등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며, 노령견의 경우 심장 관련 검사와 출혈이 동반되는 치료의 경우 혈액응고계 검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노령견의 경우 마취 전후 수액처치는 매우 중요하다. 노령견은 장기기능이 약화되어 있어 심부전, 폐부종, 신부전, 췌장염이 속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회복 후에도 최소 2 시간 이상 수액치료를 받으며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휴유증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Q. 14살, 백구(14살, 진도,22kg)가 갑자기 소변을 못 보고 기운이 없어졌어요?
A. 백구는 요도결석에 의해 소변을 보지 못하면서 속발성 급성신부전이 발병하였습니다.
백구를 검사한 결과 생식기 끝 부분에 3mm 크기의 결석이 요도를 막고 있었다. 숫캐의 생식기 말단은 특이하게도 뼈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방광결석이 요도로 진입하면 다른 부위는 이동할 수 있지만 생식기뼈를 통과하는 요도부는 확장되질 못하다 보니 결석이 박히듯이 요도를 막아버린 상황이었다. 결국 백구는 수일 간 소변을 제대로 보질 못했고 급성 신부전이 진행되던 차에 내원한 케이스였다.
백구는 신속히 생식기뼈 요도부에 박힌 방광결석을 방광으로 다시 밀어넣는 시술을 받아야 했다. 백구의 최근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마취가 어려운 상태였지만, 다행히 요도부에 국소마취약을 도포하며 전신마취 없이 결석을 방광으로 밀어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시술은 다시 재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시술이다.
백구의 상태가 건강하였다면 수술을 통해 요도와 방광내 존재하던 결석들을 깨끗이 제거해주는 것이 맞겠지만, 마취와 복강수술에 따른 위험성을 감안하여 보호자의 상의하에 결정된 치료였다. 백구는 시술 후에도 4시간 정도 수액 치료를받고 퇴원하였지만, 보호자에게는 다시 재발할 수 있는 상황임을 다시 한번 주지시켜 드려야 했다.
이렇듯 백구의 경우 처럼 마취와 수술이 위험한 노령견에게는 부득이하게 차선적인 치료가 선택되기도 한다.
칠이(17살)는 매우 장수하고 있던 반려견이었다. 17살 초고령임에도 건강하게 뛰어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2-3일 전 부터 급격히 기력이 약해지며 질에서는 고름이 한가득 흘러나왔다. 자궁축농증으로 진단되어 긴급하게 자궁적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경우이다.
Q. 17살 칠이(17살, 믹스, 5.2kg)가 자궁으로 고름이 흘러내리고 기력이 없어요?
A. 칠이는 자궁축농증으로 진단되었습니다. 긴급하게 자궁적출수술이 필요합니다. 고령의 나이에 따른 수술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편이었지만, 수술전 검사 결과 수술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됩니다.
칠이는 매우 장수하고 있던 반려견이었다. 17살 초고령 임에도 건강하게 뛰어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2-3일 전 부터 급격히 기력이 약해지며 질에서는 고름이 한가득 흘러나왔다고 한다.
호야( 14살)는 선천적으로 슬개골 외측 탈구가 있어 왔지만, 최근들어 현저히 보행이 불편해 내원한 환자였다. 관절염과 근위축을 동반한 고령 환자임을 고려하여 관절낭을 절개하지 않고 경골결절을 변위시키는 수술이 이루어졌다. 수술 3일차 부터 보행이 가능한 호야의 모습.(좌측), 수술전(중간), 수술후(우측)
칠이는 검사결과 자궁축농증으로 진단되었다. 생후 7개월 전후 중성화수술을 하였다면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었지만, 17년 전 당시에는 중성화수술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자궁적출 수술은 비교적 위험이 덜한 수술이다. 하지만 초고령의 반려견에게 복강장기적출 수술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 분명하다. 칠이 보호자도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수술 중에 칠이를 떠나보낼까 걱정하는 것이 당연했다. 수의사는 이 수술을 통한 회복 가능성과 더불어 이 수술 과정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고지들을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
결론적으로 칠이의 보호자는 수술을 결정하였고, 그 기원 덕분인지 칠이의 수술은 매우 안정적으로 신속하게 완료되었다.
칠이는 빠르게 건강을 찾았고, 2일 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였다.
노령견이라 하여 수술을 겁낼 필요는 없다.
최근의 국내 동물병원 의료 시설 수준은 여타 선진국 이상이다. 수술을 비롯한 검사와 진단 등 모든 부분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수술의 위험을 충분히 고민하고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은 옳치만, 노령견이라 하여 수술과 마취를 회피할 필요는 없다. 삶의 질을 고려하며 노령에 적합한 수술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칠이(17살)와 호야(14살)의 경우처럼 고령이라 하더라도 수술 전 검사와 전처치 과정을 통해 노령견도 충분히 안전하게 수술 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