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하기 힘든 광주에서 '5대 맛집' 입성... 반찬부터 다르네
자유인261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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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3 17:13
[광주의 맛] 쌀 하나도 최상품으로... 서구 풍암생태야생태 박승본 대표의 남다른 철학
광주에서 식당하기는 참 힘들다. 더욱이 맛집으로 사랑받기는 더욱 힘들다. 광주라는 곳이 워낙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롭고 '맛있다'는 기준선이 높다 보니 그렇다. 실제로 식당 하는 이들 중에는 '다시 태어나면 절대 식당 안 한다'는 분들도 많다. 물론 음식장사라는 게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 특히 높은 인건비에 사람 구하기도 힘든 업종 특성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고품질의 음식 맛으로 살아 남는다는 게 이만저만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에선 식당을 하더라도 아주 대중적인 음식들로 승부보기는 더욱 어렵다. 예를 들어 백반집이랄지 추어탕, 곰탕 같은 음식들이 그렇다. 누구나 할 것 같은 음식이지만 누구나 했다간 폭망하기도 쉬운 게 그것들이다. 만드는 고수도 많지만 까다로운 소비자가 많은 탓이다.
생태탕도 그런 부류의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광주 '풍암생태야생태'는 대단한 경쟁력이다. 대표메뉴인 생태탕-물론 생태탕에 다른 재료를 넣은 '응용 메뉴'도 있고 알탕도 취급하지만-으로 인정받은 맛집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엔 줄을 서야 하고 오프라인 단골들의 성원을 넘어 근래엔 입소문만으로 온라인 상에서 '광주 5대 생태탕 맛집'이라는 칭호까지 받을 정도로 인기 상한가다.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입지에 좁은 가게임을 감안한다면 그 비결은 바로 '맛'인 것 같다.
풍암생태야생태는 박승본 대표(56)가 지난 2009년부터 운영해 온 생태탕 전문점. 박 대표는 아는 후배가 3년 정도 운영하던 가게를 인수한 뒤 오늘의 모습으로 키워냈다.
수산업 여건상 생물 명태 대신 동태를 사용하지만 이곳 생태탕은 맛있기로 소문난 주 메뉴이자 효자 메뉴. 전복 등 특별한 재료를 추가하는 메뉴와 말린 명태인 황태류 메뉴, 알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태탕이 주력이다.
박 대표는 탕을 끓이는 육수를 만들 때 다양한 재료를 넣어 고아 사용한다. 매일 새벽 본인이 직접 나와 4시간 정도 끓인다. 특히 다른 식당의 탕과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맛내기 재료가 하나 있는데, 바로 명태 간이다. 겨울철에 기름기가 제대로 찬 간을 엄선한 뒤 육수를 낼 때 적절한 비율로 첨가한다. 많이 넣거나 적게 넣을 때의 맛이 확연히 달라지는데, 적당한 양을 넣으면 고소하고 진한 육수를 만들 수 있단다. 조미료 대신 이 간으로 육수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이곳 생태탕 맛의 핵심.
박 대표는 "알아도 따라할 수 없는 노하우를 개발해 사용하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자랑한다. 역시나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생태탕 국물이 일품이다. 이 집 매출의 70~80%가 생태탕에 나온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열무 때문에 온다'... 반찬 하나도 기발하게
이밖에 음식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들도 좋은 것을 사용하고 조리에 정성을 쏟는다. 늘 최고의 재료들만 구입하려 노력한다. 박 대표 본인이 매일 직접 장을 보고, 새벽같이 나와 생태를 손질한다. 밥을 짓는 쌀도 최상의 제품을 고집하고 있다.
메인 메뉴 외에 따라 나오는 찬류에도 소비자들은 진심이다. 이곳의 히든카드는 바로 열무. 특별히 조리하지도 않는 생 열무 잎을 연중 제공하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엄청나다. '열무 때문에 온다'는 충성파도 있다. 밥에 싸 먹거나 된장 또는 멸젓에 찍어먹으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연중 내내,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낸다고 한다. 멸젓도 짜지도 않고 잘 숙성한 수준급을 사용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 대표는 일찍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식당 운영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진 실력파다. 중견기업 관리사원으로 근무하다 일찍 퇴직한 박 대표는 생태탕집 이전에 이미 기사식당을 운영하면서 음식업 수업을 했다.
기사식당은 초대형 매장에 단체손님이 줄을 잇는 명소였다. 하지만 교통여건의 변화와 뜨내기 손님을 상대하는 어려움 등으로 운영을 접고 단품 위주의 생태탕 집을 인수 운영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음식 장사의 요령을 일찍 안 것 같다. 식당은 메뉴가 간결하고 주인이 직접 관리할 것, 가성비가 높을 것 등이 핵심임을 알았고 생태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손님들을 끌기 위해서는 킬링 아이템, 가격 등이 모두 뒷받침돼야 하고 주인이 가게를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들이 돌솥밥을 제공하고 값을 올릴 때, 일반 밥을 고수하면서도 좋은 쌀을 사용해 맛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은 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풍암생태야생태는 한 때 프랜차이즈 요청이 쇄도했다. 실제로 상무지구와 서울 등에 같은 브랜드를 활용한 가게가 영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업종의 최근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한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및 관련 음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래도 일본산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한 재료로 최선을 다해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풍암생태야생태 : 광주 서구 풍금로 27번길 7(풍암동) / 062-652-2679
글·사진 : 김영진 에세이스트
▲ 광주 풍암생태야생태의 생태탕과 상차림 |
ⓒ 김영진 |
광주에서 식당하기는 참 힘들다. 더욱이 맛집으로 사랑받기는 더욱 힘들다. 광주라는 곳이 워낙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롭고 '맛있다'는 기준선이 높다 보니 그렇다. 실제로 식당 하는 이들 중에는 '다시 태어나면 절대 식당 안 한다'는 분들도 많다. 물론 음식장사라는 게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 특히 높은 인건비에 사람 구하기도 힘든 업종 특성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고품질의 음식 맛으로 살아 남는다는 게 이만저만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에선 식당을 하더라도 아주 대중적인 음식들로 승부보기는 더욱 어렵다. 예를 들어 백반집이랄지 추어탕, 곰탕 같은 음식들이 그렇다. 누구나 할 것 같은 음식이지만 누구나 했다간 폭망하기도 쉬운 게 그것들이다. 만드는 고수도 많지만 까다로운 소비자가 많은 탓이다.
생태탕도 그런 부류의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광주 '풍암생태야생태'는 대단한 경쟁력이다. 대표메뉴인 생태탕-물론 생태탕에 다른 재료를 넣은 '응용 메뉴'도 있고 알탕도 취급하지만-으로 인정받은 맛집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엔 줄을 서야 하고 오프라인 단골들의 성원을 넘어 근래엔 입소문만으로 온라인 상에서 '광주 5대 생태탕 맛집'이라는 칭호까지 받을 정도로 인기 상한가다.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입지에 좁은 가게임을 감안한다면 그 비결은 바로 '맛'인 것 같다.
풍암생태야생태는 박승본 대표(56)가 지난 2009년부터 운영해 온 생태탕 전문점. 박 대표는 아는 후배가 3년 정도 운영하던 가게를 인수한 뒤 오늘의 모습으로 키워냈다.
수산업 여건상 생물 명태 대신 동태를 사용하지만 이곳 생태탕은 맛있기로 소문난 주 메뉴이자 효자 메뉴. 전복 등 특별한 재료를 추가하는 메뉴와 말린 명태인 황태류 메뉴, 알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태탕이 주력이다.
박 대표는 탕을 끓이는 육수를 만들 때 다양한 재료를 넣어 고아 사용한다. 매일 새벽 본인이 직접 나와 4시간 정도 끓인다. 특히 다른 식당의 탕과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맛내기 재료가 하나 있는데, 바로 명태 간이다. 겨울철에 기름기가 제대로 찬 간을 엄선한 뒤 육수를 낼 때 적절한 비율로 첨가한다. 많이 넣거나 적게 넣을 때의 맛이 확연히 달라지는데, 적당한 양을 넣으면 고소하고 진한 육수를 만들 수 있단다. 조미료 대신 이 간으로 육수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이곳 생태탕 맛의 핵심.
박 대표는 "알아도 따라할 수 없는 노하우를 개발해 사용하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자랑한다. 역시나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생태탕 국물이 일품이다. 이 집 매출의 70~80%가 생태탕에 나온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열무 때문에 온다'... 반찬 하나도 기발하게
▲ 광주 풍암생태야생태 박승본 대표 |
ⓒ 김영진 |
이밖에 음식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들도 좋은 것을 사용하고 조리에 정성을 쏟는다. 늘 최고의 재료들만 구입하려 노력한다. 박 대표 본인이 매일 직접 장을 보고, 새벽같이 나와 생태를 손질한다. 밥을 짓는 쌀도 최상의 제품을 고집하고 있다.
메인 메뉴 외에 따라 나오는 찬류에도 소비자들은 진심이다. 이곳의 히든카드는 바로 열무. 특별히 조리하지도 않는 생 열무 잎을 연중 제공하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엄청나다. '열무 때문에 온다'는 충성파도 있다. 밥에 싸 먹거나 된장 또는 멸젓에 찍어먹으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연중 내내,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낸다고 한다. 멸젓도 짜지도 않고 잘 숙성한 수준급을 사용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 대표는 일찍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식당 운영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진 실력파다. 중견기업 관리사원으로 근무하다 일찍 퇴직한 박 대표는 생태탕집 이전에 이미 기사식당을 운영하면서 음식업 수업을 했다.
기사식당은 초대형 매장에 단체손님이 줄을 잇는 명소였다. 하지만 교통여건의 변화와 뜨내기 손님을 상대하는 어려움 등으로 운영을 접고 단품 위주의 생태탕 집을 인수 운영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음식 장사의 요령을 일찍 안 것 같다. 식당은 메뉴가 간결하고 주인이 직접 관리할 것, 가성비가 높을 것 등이 핵심임을 알았고 생태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손님들을 끌기 위해서는 킬링 아이템, 가격 등이 모두 뒷받침돼야 하고 주인이 가게를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들이 돌솥밥을 제공하고 값을 올릴 때, 일반 밥을 고수하면서도 좋은 쌀을 사용해 맛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은 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풍암생태야생태는 한 때 프랜차이즈 요청이 쇄도했다. 실제로 상무지구와 서울 등에 같은 브랜드를 활용한 가게가 영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업종의 최근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한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및 관련 음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래도 일본산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한 재료로 최선을 다해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광주 풍암생태야생태 가게 내부 |
ⓒ 김영진 |
* 풍암생태야생태 : 광주 서구 풍금로 27번길 7(풍암동) / 062-652-2679
글·사진 : 김영진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