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우주선 페레그린 발사…2월23일 착륙 성공 땐 첫 민간 달 착륙선미국 우주발사체기업 유엘에이(ULA)의 신형 로켓 ‘벌컨 센타우어’가 8일 오전 2시18분(현지시각) 애스트로보틱의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싣고 이륙하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미국이 아폴로 계획 이후 처음으로 달 착륙선을 발사했다. 아폴로와 달리 무인 우주선이기는 하지만 미국산 탐사선이 달에 착륙하는 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반세기만이다.

미국의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은 오는 8일 오전 2시18분(한국시각 오후 4시18분)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 41번 발사대에서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유엘에이(ULA,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의 신형 로켓 벌컨 센타우어(Vulcan Centaur)에 실어 발사했다.

페레그린은 달로 곧장 날아가지 않고 궤도 조정을 거쳐 2주 후 달 궤도에 다다른다. 그 뒤에도 30여일간 달 궤도를 돌면서 고도를 9000km에서 100km까지 서서히 낮춘 뒤 착륙을 시도한다.

착륙 예정일은 달의 낮이 시작되는 2월23일, 착륙 예정지는 달 앞면 폭풍의 바다 북동쪽의 돔 모양 용암지대 시누스 비스코시타티스(Sinus Viscositatis)이다.

애스트로보틱의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싣고 발사 대기 중인 유엘에이(ULA)의 벌컨 센타우어 로켓. 애스트로보틱 제공
애스트로보틱의 최고경영자 존 손튼은 ‘시엔엔’과의 인터뷰에서 달 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을 동전 던지기 확률에 비유했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과 러시아, 인도의 우주선이 각각 달 착륙을 시도했으나 인도의 찬드라얀 3호만이 유일하게 성공했다.

착륙에 성공할 경우 페레그린은 사상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 달 착륙선 1호 경쟁을 벌여온 인튜이티브 머신즈의 노바-시(Nova-C) 발사 시기가 2월 중순으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노바-시는 발사 일주일 뒤 달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어서 언제 발사되느냐에 따라 노바-시도 1호 민간 착륙선이 될 수는 있다.

애스트로보틱의 무인 탐사선 페레그린 달 착륙 후 모습 상상도. 애스트로보틱 제공
조지 워싱턴 등 전 미국 대통령 DNA가 우주로
페레그린은 미 항공우주국의 새로운 달 유인 착륙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를 지원하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하나로 선정된 우주선이다. 나사는 민간 달 착륙선을 통해 아르테미스 유인 달 착륙의 비용과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사는 이 프로그램 참여 업체로 14개의 민간 달 착륙선 업체를 선정해 26억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아르테미스의 길을 열기 위한 사전 정찰대인 셈이다. 애스트로보틱은 이번 달 탐사 임무 비용으로 1억8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높이 1.9m, 너비 2.5m에 다리 4개가 달린 페레그린은 달에 착륙하게 되면 192시간(8일)을 시한으로 탐사 활동을 하게 된다. 페레그린엔 달의 방사선 환경을 측정하는 기기 등 나사의 과학 장비 5대를 포함한 10대의 과학 장비를 합쳐 모두 7개국 20여개 화물이 탑재돼 있다. 화물의 총 무게는 90kg이다.

그 중엔 카네기멜론대 학생들이 만든 신발상자 크기의 아이리스 로버, 멕시코의 지름 12cm 크기 원반 모양의 달 탐사 로버 5대 등 이동 탐사 장비도 있다.

특히 우주장례 전문 기업인 셀레스티스와 엘레시움 스페이스는 추모용 화물을 실어 보냈다. 280여개의 캡슐로 구성된 셀레스티스의 화물 중 66개 캡슐은 페레그린과 함께 달에 영구히 안착한다. 나머지 캡슐은 달로 가는 도중 2억4천만~4억8천만km 길이의 태양 중심 궤도에 뿌려져 영원히 우주를 선회하게 된다. 여기엔 1960년대 미국 텔레비전 인기드라마 ‘스타트렉’의 작가 진 로든베리의 유골 화장재, 전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존 에프 케네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3인의 DNA 표본 등이 포함돼 있다.

셀레스티스가 웹사이트를 통해 밝힌 추모용 캡슐의 기본 가격은 1만3천달러다. 앞서 미국 원주민 나바호족의 대표는 인간의 유해를 달에 가져가는 것은 달을 신성시하는 원주민들에게 신성모독과 같다는 이유로 이번 발사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나사는 민간 업체의 화물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벌컨 센타우어 로켓에 실려 우주로 가는 추모용 화물 캡슐. 셀레스티스 동영상 갈무리
 새 로켓 벌컨의 첫 발사도 관심
이날 발사는 그동안 미국 정부와 군의 위성 발사를 주도해 온 유엘에이가 독자 개발한 로켓 벌컨 센타우어의 첫 임무 수행이었다. 유엘에이는 델타5 로켓 제작사인 보잉과 아틀라스4 로켓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발사체 부문을 떼어 합작 설립한 회사다.

높이 61.6m, 지름 5.4m의 벌컨 센타우어는 지구 저궤도에 최대 27.2톤의 화물을 올려놓을 수 있는 2단 로켓으로, 현재 이 회사의 주력 로켓인 아틀라스5와 델타4 헤비 대체용이다. 첫 발사도 하기 전에 아마존의 저궤도 우주인터넷망 카이퍼 위성 38회 발사를 포함해 모두 5년간 70회의 로켓 발사 계약을 맺었다.

달 착륙선 페레그린의 비행 경로. 애스트로보틱 제공
2006년 출범한 유엘에이는 2014년부터 독자 로켓 개발에 들어갔다. 애초의 계획은 2019년 첫 발사를 하는 것이었지만 일정이 5년이나 지연됐다. 엔진은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BE-4 엔진을, 연료는 액체 메탄을 쓴다.

유엘에이는 이번 발사에 성공할 경우 2025년 중반까지 매달 2개의 벌컨 로켓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유엘에이는 현재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블루오리진을 포함한 3개 기업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