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건강 좌우하는데…제왕 VS 자분, 제대로 물어볼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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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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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10:25
[MT리포트]제왕절개 공화국②
의학적으로 제왕절개는 자연(질식)분만이 어려울 때 꺼내는 '두 번째 카드'다. 과거 제왕절개를 했거나 자궁 수술을 받은 경우, 태아가 거꾸로(역아) 또는 가로로(횡아) 누운 경우, 분만 진행에 실패했을 때, 태아 심장박동 이상과 같이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고령 임신, 비만, 쌍둥이 이상 다태아 임신, 출산력 등이 제왕절개를 선택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우선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산모, 태아에게 훨씬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건강상 이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자연분만의 평균 출혈량은 500㎖인데 제왕절개 수술은 평균 500~1000㎖로 최대 2배 많다. 전신 마취 후 태아가 사는 자궁까지 7~8층의 복벽을 절개하고, 아이를 꺼낸 후 층층이 꿰매야 해 절개 범위가 넓고 후유증 위험이 크다. 김수현 강남차여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손상을 가하지 않는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산모의 회복이 빠르고 분만 후 산모, 신생아 합병증 위험이 유의하게 낮다는 건 증명된 사실"이라며 "의료진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자연분만을 권고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자연분만의 이점은 지난 2018년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학술지 '란셋'에 실린 '제왕절개가 여성과 어린이의 건강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에서도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이에 따르면 제왕절개는 자연분만과 비교해 산모에서 △사망률 △분만 중 자궁파열 △비정상 착상 △자궁외임신 △사산 △조산의 위험이 더 높았다. 아이에게 생리적으로 다른 출산 경로가 면역계에 영향을 줘 알레르기, 아토피, 천식, 비만과 장내 미생물 다양성(마이크로바이옴)에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
오정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는 단순히 출산 방식에 국한되지 않고 산모와 태아의 사망률과 합병증, 나아가 그 가족의 삶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며 "장기적으로 의료비 감소와도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학적으로 '부득이한' 사유를 넘어 훨씬 많은 제왕절개 수술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의 비율이 높고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진다. 지난해 제왕절개 분만율(전체 분만 건수 대비 제왕절개 분만 건수)은 61.7%로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일반적으로 제왕절개의 대상이 되는 30, 40대만이 아니라 20대 산모도 절반 이상이 제왕절개를 선택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통증에 대한 공포다. 과거보다 산통(産痛)이 분만 방식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SNS, 유튜브 등에는 "산통을 모두 겪고 제왕절개 수술하는 것이 가장 최악"이라거나 "자연분만은 (고통) 선불, 제왕절개는 (고통) 후불"처럼 산통과 관련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수현 교수는 "산모들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요즘은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한 경험담이 다수의 산모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오정원 교수는 "분만 시 진통은 고통의 정도에서도 가장 높은 범위에 속한다"면서 "오늘날 가임기 여성이 통증에 약하다고 폄훼해선 안 되지만, 진료실에서조차 진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등 '사전 준비'할 기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계획 출산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졌다. 자연분만(유도 분만 제외)은 분만 날짜는 물론 진통 시작·지속 시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진통을 겪다 응급상황이 발생해 제왕절개를 하는 산모도 절반은 넘지 않지만 10명 중 2~3명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출산 과정에 회음부 절단으로 인한 통증, 단기적인 골반기저근 기능 저하로 제왕절개 못지않은 후유증을 경험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제왕절개는 출산 과정과 후유증을 어느 정도 통제·예상할 수 있다. 분만 전후로 양육과 휴가(휴직) 기간을 고려해야 하는 직장 여성에게 제왕절개는 자연분만보다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출산을 담당하는 의사도 제왕절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으로 의료 소송 경험이 더 많은 병원이나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더 크게 느끼는 의사가 제왕절개 분만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유럽 8개 국가를 대상으로 "의학적인 적응증이 없을 때 여성의 요청에 따라 제왕절개 분만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 조사했다. 그 결과 스페인 15%, 프랑스 19%, 독일 75%, 영국 79%로 차이가 컸는데, 의료 소송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의사일수록 눈에 띄게 수용률이 높았다.
우리나라는 특히 지난해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의료 현장의 분위기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김수현 교수는 "판결문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왜 빨리하지 않았는지, 무리해서 자연분만 시도를 지속한 것이 아이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는지 등이 언급됐다"며 "이후 의사들도 분만을 진행하다 조금이라도 위험이 감지되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더 빨리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편집자주] 한국에서 출생하는 아이 10명 중 6명은 제왕절개로 태어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수준의 4배에 달한다. 고령·다태아 임신 외에도 통증에 대한 공포, 직장생활과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제왕절개 공화국'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산모와 태아, 나아가 가정의 건강을 위해 출산율만큼 출산 과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의학적으로 제왕절개는 자연(질식)분만이 어려울 때 꺼내는 '두 번째 카드'다. 과거 제왕절개를 했거나 자궁 수술을 받은 경우, 태아가 거꾸로(역아) 또는 가로로(횡아) 누운 경우, 분만 진행에 실패했을 때, 태아 심장박동 이상과 같이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고령 임신, 비만, 쌍둥이 이상 다태아 임신, 출산력 등이 제왕절개를 선택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우선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산모, 태아에게 훨씬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건강상 이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자연분만의 평균 출혈량은 500㎖인데 제왕절개 수술은 평균 500~1000㎖로 최대 2배 많다. 전신 마취 후 태아가 사는 자궁까지 7~8층의 복벽을 절개하고, 아이를 꺼낸 후 층층이 꿰매야 해 절개 범위가 넓고 후유증 위험이 크다. 김수현 강남차여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손상을 가하지 않는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산모의 회복이 빠르고 분만 후 산모, 신생아 합병증 위험이 유의하게 낮다는 건 증명된 사실"이라며 "의료진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자연분만을 권고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자연분만의 이점은 지난 2018년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학술지 '란셋'에 실린 '제왕절개가 여성과 어린이의 건강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에서도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이에 따르면 제왕절개는 자연분만과 비교해 산모에서 △사망률 △분만 중 자궁파열 △비정상 착상 △자궁외임신 △사산 △조산의 위험이 더 높았다. 아이에게 생리적으로 다른 출산 경로가 면역계에 영향을 줘 알레르기, 아토피, 천식, 비만과 장내 미생물 다양성(마이크로바이옴)에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
오정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는 단순히 출산 방식에 국한되지 않고 산모와 태아의 사망률과 합병증, 나아가 그 가족의 삶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며 "장기적으로 의료비 감소와도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학적으로 '부득이한' 사유를 넘어 훨씬 많은 제왕절개 수술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의 비율이 높고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진다. 지난해 제왕절개 분만율(전체 분만 건수 대비 제왕절개 분만 건수)은 61.7%로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일반적으로 제왕절개의 대상이 되는 30, 40대만이 아니라 20대 산모도 절반 이상이 제왕절개를 선택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통증에 대한 공포다. 과거보다 산통(産痛)이 분만 방식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SNS, 유튜브 등에는 "산통을 모두 겪고 제왕절개 수술하는 것이 가장 최악"이라거나 "자연분만은 (고통) 선불, 제왕절개는 (고통) 후불"처럼 산통과 관련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수현 교수는 "산모들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요즘은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한 경험담이 다수의 산모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오정원 교수는 "분만 시 진통은 고통의 정도에서도 가장 높은 범위에 속한다"면서 "오늘날 가임기 여성이 통증에 약하다고 폄훼해선 안 되지만, 진료실에서조차 진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등 '사전 준비'할 기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둘째, 계획 출산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졌다. 자연분만(유도 분만 제외)은 분만 날짜는 물론 진통 시작·지속 시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진통을 겪다 응급상황이 발생해 제왕절개를 하는 산모도 절반은 넘지 않지만 10명 중 2~3명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출산 과정에 회음부 절단으로 인한 통증, 단기적인 골반기저근 기능 저하로 제왕절개 못지않은 후유증을 경험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제왕절개는 출산 과정과 후유증을 어느 정도 통제·예상할 수 있다. 분만 전후로 양육과 휴가(휴직) 기간을 고려해야 하는 직장 여성에게 제왕절개는 자연분만보다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출산을 담당하는 의사도 제왕절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으로 의료 소송 경험이 더 많은 병원이나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더 크게 느끼는 의사가 제왕절개 분만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유럽 8개 국가를 대상으로 "의학적인 적응증이 없을 때 여성의 요청에 따라 제왕절개 분만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 조사했다. 그 결과 스페인 15%, 프랑스 19%, 독일 75%, 영국 79%로 차이가 컸는데, 의료 소송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의사일수록 눈에 띄게 수용률이 높았다.
우리나라는 특히 지난해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의료 현장의 분위기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김수현 교수는 "판결문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왜 빨리하지 않았는지, 무리해서 자연분만 시도를 지속한 것이 아이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는지 등이 언급됐다"며 "이후 의사들도 분만을 진행하다 조금이라도 위험이 감지되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더 빨리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