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르니 사서 쟁여 놓는데 헛다리?…새해벽두부터 명품 '오픈런'
자유인130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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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11:16
[헛다리경제]①오픈런의 악순환
프라다·샤넬·티파니 등 줄줄이 가격↑
백화점 앞 긴 줄·리셀 시장 다시 꿈틀
새해 벽두부터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오픈런’ 현상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른바 ‘샤넬백은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라는 말이 소비자들의 조급함을 건드려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것. 소량씩 제품을 풀되 가격을 계속 올리는 명품업계 마케팅은 실수요자 뿐 아니라 제품 구매 후 중고시장에 되팔아 차익을 거두려는 사람들까지 자극한다. 새해 벽두부터 명품매장 문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이유다. 다만 오픈런을 유도하는 명품업계의 마케팅 전략에 소비자들이 마음을 뺏길수록 명품 수요 증가와 가격 인상, 오픈런의 악순환 고리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같은 제품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2022년 당시 스와치와 오메가의 컬래버레이션 '문스와치'가 출시하며 화제를 일으키자 서울 중구 명동 스와치 매장 앞에서 구매 대기자들이 오픈런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2021년 샤넬이 당시 미국에서 가격을 올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서울 한 대형백화점 명품관 앞에 시민들이 명품관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1월부터 명품 브랜드 줄줄이 가격 인상
샤넬은 이달 9일부터 일부 주얼리와 시계 가격을 4~5% 이상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델보와 부첼라티도 이달 8일께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티파니앤코는 오는 11일부터 5% 내외에서 가격을 올리고, 펜디는 같은 달 12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프라다는 3일 국내 가격을 5~10% 가량 인상했고, 에르메스는 이달 1일 일부 신발 제품의 가격을 최대 43.7% 인상하는 등 명품업계 가격 인상 분위기는 연초부터 이미 시작 단계다.
새해 벽두부터 이어지고 있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행진은 백화점 매출 확대로 연결되는 구조여서 국내 유통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단일 백화점 점포로는 최초로 연간 매출 3조원을 거뒀다.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해 VIP의 비중이 절반(49.9%)에 달한 덕분이다. VIP는 연간 구매액이 3000만원이 넘는 고객을 뜻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점점 늘어나는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니즈에 맞춰 그동안 입점 브랜드를 늘려왔다. 2010년까지만 해도 입점한 명품 브랜드는 58개(연간 매출 1억원 이상 브랜드 기준)였던 데 반해 올해는 두 배인 126개로 증가했다.
◆명품 가격 인상은 오픈런으로 이어져…소비심리 자극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명품 오픈런 재현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명품 오픈런 경쟁은 줄서기·구매대행 아르바이트가 성행하면서 구매 희망자들간의 ‘총성 없는 전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명품 오픈런 줄서기·구매대행 아르바이트는 코로나19 이후 고용 한파 분위기에서 늘어난 취업 준비생이나 실직자들이 쉽게 접근하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 수요가 늘면서 리셀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리셀은 한정판 제품을 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훨씬 더 비싼 가격에 되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행위를 뜻한다. 제품의 상태나 희소성, 판매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좌우되곤 한다. 관련 수요가 커지면서 아예 리셀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나 전문 거래 플랫폼이 생겨날 정도다.
판매 업체들과 백화점 측이 온라인 원격 줄서기, 전화 예약 시스템, 대기호출 시스템 등을 구비하는 등 자체 방안을 강구하면서 명품 오픈런 현상은 다소 주춤하는 듯 하지만 새해 들어 명품 가격 인상이 다시 시작되면서 국내 유통업계는 다시 지난해의 오픈런이 재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이나 희귀한 ‘한정판’이 나오면 출시되는 그 날에 맞춰서 새벽부터 대기줄을 서는 소비자들이 생겨난다”면서 “제품이 입고 되기 전부터 해당 정보가 소비자들이나 리셀러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도는 것 같고, 또 지금처럼 가격 인상에 대한 사전 공지가 나올 경우 오르기 전에 미리 사야 한다는 심리 때문에 오픈런 현상이 다시 생겨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오픈런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
명품 업체들의 릴레이 가격 인상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 상황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의 핵심은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데 있다. 오히려 가격이 비싸질수록 소비자들은 더 명품 브랜드를 갖고 싶어하고, 매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줄을 서는 오픈런으로 이어진다.
다만 경기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복되는 명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 정책이 소비자들의 피로감 증폭으로 이어져 부작용을 낳을수도 있다. 인상폭이 지나치다는 인식이 강해질 경우 소비자들이 아예 지갑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가격이 계속 오르면 이제부터 낙오되는 연령층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일 것이기 때문에 젊은 소비자들을 충성고객으로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업계로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좋지 않은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특정 제품 라인을 소량만 풀면서 가격도 올려 오픈런 현상을 계속 유도한다면 결국 리셀러들과 명품업체들만 돈을 벌고 중간에 끼인 선량한 소비자들만 점점 더 큰 돈을 지불해야 하는 억울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프라다·샤넬·티파니 등 줄줄이 가격↑
백화점 앞 긴 줄·리셀 시장 다시 꿈틀
편집자주좀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똑똑한 경제활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헛다리를 짚은 경우가 많다. 기업 마케팅에 속거나 순간적 이득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면 결국엔 피해 보는 쪽은 소비자다. 일상생활 속 대상을 잘못 파악하고 일을 그르친 '헛다리' 짚는 경제활동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새해 벽두부터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오픈런’ 현상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른바 ‘샤넬백은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라는 말이 소비자들의 조급함을 건드려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것. 소량씩 제품을 풀되 가격을 계속 올리는 명품업계 마케팅은 실수요자 뿐 아니라 제품 구매 후 중고시장에 되팔아 차익을 거두려는 사람들까지 자극한다. 새해 벽두부터 명품매장 문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이유다. 다만 오픈런을 유도하는 명품업계의 마케팅 전략에 소비자들이 마음을 뺏길수록 명품 수요 증가와 가격 인상, 오픈런의 악순환 고리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같은 제품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2022년 당시 스와치와 오메가의 컬래버레이션 '문스와치'가 출시하며 화제를 일으키자 서울 중구 명동 스와치 매장 앞에서 구매 대기자들이 오픈런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2021년 샤넬이 당시 미국에서 가격을 올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서울 한 대형백화점 명품관 앞에 시민들이 명품관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1월부터 명품 브랜드 줄줄이 가격 인상
샤넬은 이달 9일부터 일부 주얼리와 시계 가격을 4~5% 이상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델보와 부첼라티도 이달 8일께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티파니앤코는 오는 11일부터 5% 내외에서 가격을 올리고, 펜디는 같은 달 12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프라다는 3일 국내 가격을 5~10% 가량 인상했고, 에르메스는 이달 1일 일부 신발 제품의 가격을 최대 43.7% 인상하는 등 명품업계 가격 인상 분위기는 연초부터 이미 시작 단계다.
새해 벽두부터 이어지고 있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행진은 백화점 매출 확대로 연결되는 구조여서 국내 유통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단일 백화점 점포로는 최초로 연간 매출 3조원을 거뒀다.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해 VIP의 비중이 절반(49.9%)에 달한 덕분이다. VIP는 연간 구매액이 3000만원이 넘는 고객을 뜻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점점 늘어나는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니즈에 맞춰 그동안 입점 브랜드를 늘려왔다. 2010년까지만 해도 입점한 명품 브랜드는 58개(연간 매출 1억원 이상 브랜드 기준)였던 데 반해 올해는 두 배인 126개로 증가했다.
◆명품 가격 인상은 오픈런으로 이어져…소비심리 자극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명품 오픈런 재현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명품 오픈런 경쟁은 줄서기·구매대행 아르바이트가 성행하면서 구매 희망자들간의 ‘총성 없는 전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명품 오픈런 줄서기·구매대행 아르바이트는 코로나19 이후 고용 한파 분위기에서 늘어난 취업 준비생이나 실직자들이 쉽게 접근하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 수요가 늘면서 리셀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리셀은 한정판 제품을 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훨씬 더 비싼 가격에 되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행위를 뜻한다. 제품의 상태나 희소성, 판매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좌우되곤 한다. 관련 수요가 커지면서 아예 리셀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나 전문 거래 플랫폼이 생겨날 정도다.
판매 업체들과 백화점 측이 온라인 원격 줄서기, 전화 예약 시스템, 대기호출 시스템 등을 구비하는 등 자체 방안을 강구하면서 명품 오픈런 현상은 다소 주춤하는 듯 하지만 새해 들어 명품 가격 인상이 다시 시작되면서 국내 유통업계는 다시 지난해의 오픈런이 재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이나 희귀한 ‘한정판’이 나오면 출시되는 그 날에 맞춰서 새벽부터 대기줄을 서는 소비자들이 생겨난다”면서 “제품이 입고 되기 전부터 해당 정보가 소비자들이나 리셀러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도는 것 같고, 또 지금처럼 가격 인상에 대한 사전 공지가 나올 경우 오르기 전에 미리 사야 한다는 심리 때문에 오픈런 현상이 다시 생겨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오픈런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
명품 업체들의 릴레이 가격 인상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 상황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의 핵심은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데 있다. 오히려 가격이 비싸질수록 소비자들은 더 명품 브랜드를 갖고 싶어하고, 매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줄을 서는 오픈런으로 이어진다.
다만 경기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복되는 명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 정책이 소비자들의 피로감 증폭으로 이어져 부작용을 낳을수도 있다. 인상폭이 지나치다는 인식이 강해질 경우 소비자들이 아예 지갑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가격이 계속 오르면 이제부터 낙오되는 연령층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일 것이기 때문에 젊은 소비자들을 충성고객으로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업계로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좋지 않은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특정 제품 라인을 소량만 풀면서 가격도 올려 오픈런 현상을 계속 유도한다면 결국 리셀러들과 명품업체들만 돈을 벌고 중간에 끼인 선량한 소비자들만 점점 더 큰 돈을 지불해야 하는 억울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