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60년 '오너 체제' 결별…적자 탈출 돌파구 찾나
자유인288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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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14:44
대법 판결…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 경영권 넘어가
갑질 논란·오너家 리스크 등 악재 누적
기업 이미지 쇄신·실적 개선 등 과제 산적1964년 창립한 남양유업이 60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를 끝내고 새 주인을 맞는다. 오너가(家) 리스크 등 숱한 악재로 기업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주력 제품이 시장에서 고전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던 경영 환경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서도 남양유업이 쇄신을 통해 옛 명성을 회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이미지출처=연합뉴스]사모펀드에 운명의 키…경영 정상화 속도 낼 듯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일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2021년 5월 홍 회장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53.08%)을 한앤코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를 번복하면서 2년 넘게 이어졌던 소송전이 이날 대법원 판결로 마침표를 찍으면서 홍 회장은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홍 회장에게 바통을 물려준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 체제가 2세에서 막을 내리는 것이다.
한앤코 측은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양유업 측도 "경영권 분쟁 종결에 따라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주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뒤 성장시켜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되파는 '바이아웃' 형태의 사모펀드다. 앞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했다가 기업 가치를 높여 5년 만에 인수 가격의 두 배 넘는 가격에 매각했고, 최근에도 SK해운 등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 기업들을 인수한 전례가 있다.
남양유업에서도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 2013년 발생한 이른바 '대리점 갑질' 사태와 홍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가(家)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불매 여론까지 들끓었던 기업 이미지 쇄신이 당면한 과제다. 실적도 내리막이다. 코로나19 여파가 겹치면서 연간 1조원이 넘었던 회사 매출은 2020년부터 9000억원대로 떨어졌고, 이때부터 영업손실도 700억~800억원대를 이어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마케팅이나 신제품 연구 개발 등은 꾸준히 진행했지만 경영권 분쟁 때문에 내부적으로 혼란과 갈등, 불안감이 컸다"며 "어떠한 결론이든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회사가 빠르게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기존 남양유업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밝힌만큼 경영권을 인수한 뒤에도 당장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정 분쟁은 물론 지분 정리 과정도 필요해 남양유업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앤코 측은 "긴 분쟁이 종결되고 이제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는 절차만 남았다"며 "이와 관련해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오너 리스크 벗어나 이미지 개선될 것" vs "시장 침체로 반등 쉽지 않을 것"
남양유업은 과거 흰우유와 발효유, 분유를 비롯해 음료 부문에서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키웠다. 국내 기술로 만든 남양분유와 더불어 맛있는 우유 GT, 아인슈타인,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유업계에서는 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하면 남양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음용유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었지만 기업 이미지가 꺾이고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제품 할인 판매로 승부하다보니 '저가(低價)' 브랜드로 인식돼 왔다"며 "대리점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 만큼 새 주인이 들어서고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한다면 시장 판도에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남양유업에)인지도 높은 제품군이 있는 만큼 리브랜딩을 잘하면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실적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경영권 소송으로 결정하기 힘들었던 대규모 신사업이나 투자 등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합계출산율이 0.7명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저출산 흐름이 지속돼 우유와 분유 사업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관건이다. 오너 리스크 해소와 무관하게 단기간에 실적을 반등할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에 남양유업도 2022년 '테이크핏' 브랜드를 내세워 단백질 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수요가 꾸준한 '불가리스'와 '초코에몽' 등 가공유와 이를 활용한 신제품으로 돌파구도 모색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우유·분유 시장의 침체에 대비해 사업군을 다양화하고, 영업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추진해 왔다"며 "목표한 성과를 일정 부분 달성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755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7226억원)보다 328억원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80억원으로 전년 동기(604억원)와 비교해 324억원 줄었다.
갑질 논란·오너家 리스크 등 악재 누적
기업 이미지 쇄신·실적 개선 등 과제 산적1964년 창립한 남양유업이 60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를 끝내고 새 주인을 맞는다. 오너가(家) 리스크 등 숱한 악재로 기업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주력 제품이 시장에서 고전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던 경영 환경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서도 남양유업이 쇄신을 통해 옛 명성을 회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일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2021년 5월 홍 회장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53.08%)을 한앤코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를 번복하면서 2년 넘게 이어졌던 소송전이 이날 대법원 판결로 마침표를 찍으면서 홍 회장은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홍 회장에게 바통을 물려준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 체제가 2세에서 막을 내리는 것이다.
한앤코 측은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양유업 측도 "경영권 분쟁 종결에 따라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주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뒤 성장시켜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되파는 '바이아웃' 형태의 사모펀드다. 앞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했다가 기업 가치를 높여 5년 만에 인수 가격의 두 배 넘는 가격에 매각했고, 최근에도 SK해운 등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 기업들을 인수한 전례가 있다.
남양유업에서도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 2013년 발생한 이른바 '대리점 갑질' 사태와 홍 회장의 경쟁업체 비방 댓글 지시 논란,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가(家)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불매 여론까지 들끓었던 기업 이미지 쇄신이 당면한 과제다. 실적도 내리막이다. 코로나19 여파가 겹치면서 연간 1조원이 넘었던 회사 매출은 2020년부터 9000억원대로 떨어졌고, 이때부터 영업손실도 700억~800억원대를 이어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마케팅이나 신제품 연구 개발 등은 꾸준히 진행했지만 경영권 분쟁 때문에 내부적으로 혼란과 갈등, 불안감이 컸다"며 "어떠한 결론이든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회사가 빠르게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기존 남양유업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밝힌만큼 경영권을 인수한 뒤에도 당장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정 분쟁은 물론 지분 정리 과정도 필요해 남양유업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앤코 측은 "긴 분쟁이 종결되고 이제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는 절차만 남았다"며 "이와 관련해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남양유업은 과거 흰우유와 발효유, 분유를 비롯해 음료 부문에서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키웠다. 국내 기술로 만든 남양분유와 더불어 맛있는 우유 GT, 아인슈타인,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유업계에서는 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하면 남양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음용유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었지만 기업 이미지가 꺾이고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제품 할인 판매로 승부하다보니 '저가(低價)' 브랜드로 인식돼 왔다"며 "대리점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 만큼 새 주인이 들어서고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한다면 시장 판도에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남양유업에)인지도 높은 제품군이 있는 만큼 리브랜딩을 잘하면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실적 회복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경영권 소송으로 결정하기 힘들었던 대규모 신사업이나 투자 등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합계출산율이 0.7명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저출산 흐름이 지속돼 우유와 분유 사업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관건이다. 오너 리스크 해소와 무관하게 단기간에 실적을 반등할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에 남양유업도 2022년 '테이크핏' 브랜드를 내세워 단백질 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수요가 꾸준한 '불가리스'와 '초코에몽' 등 가공유와 이를 활용한 신제품으로 돌파구도 모색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우유·분유 시장의 침체에 대비해 사업군을 다양화하고, 영업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추진해 왔다"며 "목표한 성과를 일정 부분 달성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755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7226억원)보다 328억원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80억원으로 전년 동기(604억원)와 비교해 324억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