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게 소중해... 기부 나선 92세 기초수급자 사연 [복작복작 순창 사람들]
자유인94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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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15:52
전북 순창군 염영순씨, 홀로 살며 틈틈이 모은 100만 원 기부... "어려운 이웃에 도움되길"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삼시 세끼 챙겨먹을 수 있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죠. 주변에 저보다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건강이 허락해서 계속 기부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부끄럽네요."
전북 순창군 금과면 발산마을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염영순(92) 할머니의 이웃돕기 성금 소식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할머니가 다니는 교회의 설동화 집사는 이 사연이 알려지기 전, 기자에게 "이름이 알려지길 원하시지 않는 한 어르신이 지난 11월 26일 성금 100만 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달라며 교회에 기탁했다"면서 "할머니는 더군다나 기초생활자로 혼자 살아가시면서 틈틈이 성금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 설 집사에게 할머니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 집사는 "(기자를 만나라고) 할머니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할머니는 '그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부를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3일 점심 무렵 순창읍내 한 식당에서 교회 예배를 마치고 나온 염영순 할머니와 교회 관계자들을 함께 만났다. 할머니는 기부하게 된 계기를 여쭸다.
"저는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국가에서 먹여 살리잖아요. 그래도 밥을 하루에 세 끼 먹고 살잖아요. 그런데 크리스마스 때 소외되는 주민을 보고 나면 한 1년 동안 마음이 답답해요. 얼마나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이 많아요. 부끄러워서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저보다 더 춥고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웃 도울 수 있었으면"
할머니는 발산마을에 거주한 지 10여년이 조금 넘었다. 순창에 살게 된 사연을 여쭸다.
"서울 살다가 딸네 집에서 지냈는데, 제가 불편해서 못 살겠더라고요. 순창에 살고 있는 아는 동생이 '시골 가서 나랑 살자'고 해서 와봤더니 빈집이 있더라고요. 딸은 절대 방을 못 얻게 했지만, 와보니 제가 편해서 여기서 살아요."
곁에서 대화를 듣던 설 집사는 "할머니께서는 (원래) 타지 출신 외지인이다. 고령에 잔병으로 고생하시면서도 지난해 초에도 50만 원을 교회에 기부하셨다"면서 "할머니의 선행에 감동해 교회에서도 별도로 성금 100만 원을 모아 금과면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사시는 거주 환경이 궁금해 새해 이튿날인 지난 2일 오후 할머니 댁을 찾아갔다. 할머니는 방 안에 형광등과 보일러마저 끈 채 생활하고 있었다. 방에는 잠을 자기 위한 보온용 텐트가 놓여 있었다.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모습이었다.
집 안은 단출하지만 정갈했다. 식사는 집에서도 하고 집 바로 옆에 있는 마을회관에서 해결하기도 하고 교인들이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한단다. 평소엔 무엇을 하면서 지내시는지 물었다.
"집에서 밥 해 먹고 그냥 청소하고 지내는데, 생활지원사가 일주일에 세 번 집에 와서 도와줘요. 근데 제가 어디 가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방도 쬐깐하고 크게 신경 쓸 일은 없으니까 그럭저럭 살아요. 주일에는 교회 가서 사람들 만나는데, 마을 사람들이 제가 혼자 산다고 제 안부를 계속 확인해줘요."
할머니에게 새해 소망이 뭔지 여쭸다.
"소망이라고 뭐 있나요? 혼자 살아보니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처럼 살면서 저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알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집사님이 (알리셔서)… 부끄럽네요."
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1월 3일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 올해 92세가 되신 염영순 할머니는 방 안에 형광등과 보일러를 끈 채 생활하고 있었다. 뒤로 보온용 텐트가 놓여 있다. |
ⓒ 최육상 |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삼시 세끼 챙겨먹을 수 있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죠. 주변에 저보다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건강이 허락해서 계속 기부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부끄럽네요."
전북 순창군 금과면 발산마을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염영순(92) 할머니의 이웃돕기 성금 소식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할머니가 다니는 교회의 설동화 집사는 이 사연이 알려지기 전, 기자에게 "이름이 알려지길 원하시지 않는 한 어르신이 지난 11월 26일 성금 100만 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달라며 교회에 기탁했다"면서 "할머니는 더군다나 기초생활자로 혼자 살아가시면서 틈틈이 성금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 설 집사에게 할머니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 집사는 "(기자를 만나라고) 할머니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할머니는 '그저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부를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3일 점심 무렵 순창읍내 한 식당에서 교회 예배를 마치고 나온 염영순 할머니와 교회 관계자들을 함께 만났다. 할머니는 기부하게 된 계기를 여쭸다.
"저는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국가에서 먹여 살리잖아요. 그래도 밥을 하루에 세 끼 먹고 살잖아요. 그런데 크리스마스 때 소외되는 주민을 보고 나면 한 1년 동안 마음이 답답해요. 얼마나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이 많아요. 부끄러워서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저보다 더 춥고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웃 도울 수 있었으면"
할머니는 발산마을에 거주한 지 10여년이 조금 넘었다. 순창에 살게 된 사연을 여쭸다.
"서울 살다가 딸네 집에서 지냈는데, 제가 불편해서 못 살겠더라고요. 순창에 살고 있는 아는 동생이 '시골 가서 나랑 살자'고 해서 와봤더니 빈집이 있더라고요. 딸은 절대 방을 못 얻게 했지만, 와보니 제가 편해서 여기서 살아요."
곁에서 대화를 듣던 설 집사는 "할머니께서는 (원래) 타지 출신 외지인이다. 고령에 잔병으로 고생하시면서도 지난해 초에도 50만 원을 교회에 기부하셨다"면서 "할머니의 선행에 감동해 교회에서도 별도로 성금 100만 원을 모아 금과면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다"라고 말했다.
▲ 홀로 사시는 염영순 할머니 집은 단출하지만 정갈하게 정리돼 있었다. |
ⓒ 최육상 |
할머니가 사시는 거주 환경이 궁금해 새해 이튿날인 지난 2일 오후 할머니 댁을 찾아갔다. 할머니는 방 안에 형광등과 보일러마저 끈 채 생활하고 있었다. 방에는 잠을 자기 위한 보온용 텐트가 놓여 있었다.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모습이었다.
집 안은 단출하지만 정갈했다. 식사는 집에서도 하고 집 바로 옆에 있는 마을회관에서 해결하기도 하고 교인들이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한단다. 평소엔 무엇을 하면서 지내시는지 물었다.
"집에서 밥 해 먹고 그냥 청소하고 지내는데, 생활지원사가 일주일에 세 번 집에 와서 도와줘요. 근데 제가 어디 가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방도 쬐깐하고 크게 신경 쓸 일은 없으니까 그럭저럭 살아요. 주일에는 교회 가서 사람들 만나는데, 마을 사람들이 제가 혼자 산다고 제 안부를 계속 확인해줘요."
할머니에게 새해 소망이 뭔지 여쭸다.
"소망이라고 뭐 있나요? 혼자 살아보니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처럼 살면서 저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알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집사님이 (알리셔서)… 부끄럽네요."
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1월 3일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