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30대 “신당 정책 기대 커” 대학생 “그들도 기존 정치인”
자유인245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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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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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젊은 도시’ 세종 민심 르포
지난 24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시내에 들어서자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한 도로와 정돈된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도로 중간에 위치한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정류장도 스크린도어와 세련된 외관이 마치 미래 도시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반응은 겉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외근을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던 김성도(33)씨는 “처음 세종에 왔을 때는 도시가 너무 깔끔해서 마음에 쏙 들었는데 그 이상 애정이 생기지는 않더라”며 “도시 외관은 번지르르한데 정작 세종시민들을 위한 정책은 실속이 없는 게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회사원 한영희(36)씨도 “이곳의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도시에 애정을 가져야 시민들 삶이 향상될 텐데 좀처럼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라며 “이번 총선에서도 당과 상관없이 주민들의 삶을 더 낫게 해줄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도 충청권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섰다. 영호남에 비해 지역색이 강하지 않은 데다 전국의 민심과 늘 비슷한 흐름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다. 충청권이 역대 선거마다 ‘캐스팅보트’로 불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선 세종시 여론의 향배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40세대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젊은 도시’이자 중도·무당층도 그 어느 지역보다 많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도 세종시가 2022년 기준 1.12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국 평균 합계출산율이 0.778에 불과한 가운데 16개 시·도 중 1.0을 넘는 곳은 세종시가 유일하다. 그러다 보니 최근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저출산 대책에 대해서도 그 어느 지역 못지않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와 관련,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번 대책도 총선용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년 전 세종시에서 첫째 아들을 출산한 김예은(33)씨는 “아무래도 육아와 출산 관련 정책을 가장 관심 있게 보게 되더라”며 “무엇보다 이번엔 제발 현실성이 담보됐으면 좋겠다. 예전 선거 때도 여러 공약이 나왔지만 정작 지원하겠다는 돈은 반의반으로 줄고 정책도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고 꼬집었다.
여야 저출산 대책에 대한 반응도 엇갈렸다. 3세 아이를 둔 이지애(34)씨는 “매달 들어가는 대출 이자가 육아휴직이나 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의 1억원 지원 정책의 경우 둘째·셋째를 낳고 싶은 부부에겐 환영할 만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유치원생 자녀를 둔 김영인(35)씨는 “1억원 때문에 셋째까지 낳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싶다”며 “오히려 육아휴직과 기업 지원을 늘린다는 국민의힘 공약이 더 현실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와 김씨는 그러면서도 “말뿐이 아니라 보다 실질적인 대책까지 이어지는지 꼼꼼히 따져본 뒤 지지 정당과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무당층 비율이 높은 것도 세종시가 ‘총선 민심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다. 2012년 세종시 출범 후 유입된 인구 중 수도권 출신이 24%, 영호남 출신이 11%로 충청권(63%) 이외 지역에서 이주한 주민이 3분의 1에 달하는 점도 ‘세종 민심이 전국 민심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지난 총선까지는 민주당 후보들이 강세였다. 현역 의원 두 명도 민주당 소속이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중이다. 회사원 김주혁(37)씨는 “여야는 시도 때도 없이 싸우기만 할 뿐 과거와 달라지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새로운 인물도 찾기 힘들다 보니 비호감도가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와 맞물려 최근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한 세종시민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높은 모습이었다. 실제로 세종시 현지에서 만난 20~40대 주민 30명에게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 등 신당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결과 13명이 ‘긍정’, 9명이 ‘부정’ 평가를 내렸다. ‘시기상조’와 ‘모름’은 각각 4명씩이었다.
‘긍정’ 평가를 한 정태영(32·자영업)씨는 “기존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신당이 아무래도 좀 더 생산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잖다”고 전했다. 반면 ‘부정’이라고 답한 이효성(26·대학생)씨는 “신당 추진 세력도 결국 기존 정치인들 아니냐”며 “아직 눈길을 확 잡아끌 만한 정책을 내놓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기대감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모름’이라며 답변을 유보한 이주영(32)씨는 “현재 세종시엔 공무원들을 위한 정책만 많고 정작 젊은 부부 등에게 실질적 보탬이 될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신당 세력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찬반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씨의 말대로 세종시는 정부세종청사 등 정부 기관이 속속 입주하면서 ‘공무원 도시’로 불리고 있다. 현재 세종시의 공무원 수는 2500여 명으로 전체 인구 39만여 명 중 0.6%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종에서 7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박재석(58)씨는 “공무원 중 상당수는 퇴근 후 곧장 서울로 올라가거나 오피스텔에서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다”며 “이곳 주민들에겐 정부 부처를 계속 내려보내는 것 못지않게 기업이나 대형 병원 등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1박 2일 동안 세종시에서 만난 주민들의 한결같은 주문은 “무엇보다 민생 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겨 달라”였다. “이번 총선에선 그런 정당과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목소리도 곁들여졌다. 시내에서 만난 김우진(35)씨 부부는 “신생 도시인 만큼 앞으로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며 “총선에서도 개인적 야망보다 주민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