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尹-韓, 화해의 '손' 잡은 날 상인들은 '분노'
자유인221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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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7 08:27
尹의 김치찌개 소통 언제쯤?…'용산' 출입기자 '부글부글'
자세 낮추는 김경율, '소펜하우어' 언급 눈길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 요구' 갈등이 이틀만에 봉합됐다. 문제는 두 사람의 갈등 봉합 장소가 하필이면 화마가 삼키고 간 충남 서천특화시장이었다는 있다. 지난 23일 오후 충남 서천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해 화재현장을 둘러보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박헌우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최강 한파가 기승을 부린 이번 주,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걸음에 달려가 상인들을 위로했으나, 처참한 화재 현장에서 '화해' 장면을 연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어찌 됐든, 당시 만남을 계기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둘러싼 두 사람 간 충돌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김 여사의 사과를 촉구해 온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비유했던 것과 달리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한편 윤 대통령의 언론과 소통 방식 등을 검토하는 대통령실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오는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가 무산됐다. 본회의가 열렸던 지난 25일 여야의 합의가 끝내 불발됐기 때문이다. 본회의 직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총선을 70여 일 남긴 가운데 선거제는 확정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다수 의석 확보에 유리한 '병립형' 회귀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이 하루 만에 총선 출마 지역구를 바꿔 뒷말이 나온다.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이 지난 23일 대화 없이 현장을 떠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항의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처참한 화재 현장을 화해 무대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 이슈가 뜨거웠어.
-맞아.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공천 논란으로 촉발됐다고 하는데, 본질적으로는 김 여사 명품백 의혹 대응 문제였어. 김 위원이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계속 발언해 왔다는 점에서야. 한 위원장이 김 위원을 제지하지 않아 마찰이 생겼던 것 같아. 특히 김 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이 주된 원인으로 보였지. 아주 특수한 관계로 알려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균열에 다들 놀랐달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사이에 흐르던 냉랭한 분위기는 지난 23일 변곡점을 맞았어.
-맞아. 한 위원장은 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 도착해 윤 대통령을 기다렸어. 눈을 맞으면서 말이지. 한 위원장은 30분 후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인사했어.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면서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 갈등설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극적 화해에 들어간 거야. 두 사람은 함께 화재 현장을 쭉 둘러봤어. 그러고 약 20분 뒤 현장을 떠났어.
-이후 큰 소동이 발생했다면서.
-상인들이 분통을 터뜨린 광경을 직접 현장 취재하며 목격했어. 대통령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얼굴도 보지도 않고 먼저 떠났다고 울부짖었어.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상인들은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시장 '먹거리동' 건물에 있었어. 그런데 누군가가 잠시 2층에 올라가라고 했대. '그런가 보다' 하면서 2층에 올라가서 대통령을 기다렸는데 윤 대통령이 1층만 잠시 둘러보고 갔다는 거야.
-상인들은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집에도 못 가고 기다렸다고 해. 간밤에 발생한 화재로 가게까지 잃은 상황인데 이런 일까지 발생한 거지. 이날 현장에서 만난 60대 상인 송기숙 씨는 "사람을 우습게 보니까 그냥 간 거 아니냐"고 말했어. 그는 "왔으면 수고가 많다던가 말 한마디라도 하고 가는 것이 예의 아니냐. 다 불에 타서 굶어 죽게 생겼는데 위로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닌가"라고도 했어. 상인들은 애가 타서 식사도 못 하고, 물도 못 마시고 있었대. 또 다른 60대 상인도 "올라가라고 해서 (2층으로) 올라갔는데 대통령이 안 와서 내려갔더니 먼저 갔다고 하더라. 앙상한 건물 뼈대만 보러 온 건가"라며 눈물을 보였어.
-상인들의 분노가 충분히 이해되네. 화재로 삶의 터전까지 다 잃은 상황인데, 대통령이 그냥 떠났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게다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안타까운 현장을 화해 무대로 만든 셈이니까. '정치쇼'라고 비난한 야당은 말할 것도 없어. 오죽하면 보수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이 "불에 타 엉망이 돼버린 잿더미에서 무슨 화해 연극을 한다는 말인가. 어디 장소가 없어서 재난 현장을 화해의 정치연극 무대로 덧칠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제일시장을 찾아 어묵을 시식하며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尹,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과?…대통령실 "정해지지 않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한차례 맞붙었는데 대통령실 분위기는 어땠어?
-지난 23일 오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려고 이관섭 비서실장이 브리핑룸으로 내려왔어. 이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에게 '사퇴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야. 특히 여당 지도부의 거취는 당정 간 물밑에서 얘기가 오갈 수도 있겠지만 언론에 실명이 언급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야. 궁금한 게 정말 많았지.
-하지만 이 비서실장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발표를 마치자마자 브리핑룸을 빠져나갔어.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뒤로하고 말이야. 이후 윤 대통령이 방송사와 신년 대담 형식으로 당정 갈등의 핵심이었던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입장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실제 비슷한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어. 대변인실은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출입기자들의 문의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등 모호한 답변을 내놨어. 대변인실 관계자들은 "도대체 정해진 게 없는데 왜 이렇게 보도됐는지 모르겠다" "윗선에서 정한 걸 나만 모르나 싶을 정도"라는 반응도 보였어.
-이 실장도 25일 수석비서관과 핵심 참모가 참석하는 아침회의에서 "도대체 왜 이런 추측성 보도가 나오느냐"고 말했다고 해. 그리고 이날 오후 과학기술수석 인사를 발표하러 이 실장이 다시 브리핑룸에 내려왔는데, 이틀 전과 달리 곧바로 사무실로 가지 않고 기자들 질문에 답했어. 여러 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본인 선에서 정리하려는 듯했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여사 논란'을 포함해 현안에 대해 대통령과 언론과의 소통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고 여전히 확정된 건 없다고 해. 이 관계자는 "책임 없이 (기사를) 쓰는 거 같다"라며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어.
지난 1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만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이 실장은 지난 21일 점심 무렵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대통령실은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 개최가 불투명하지. 당선인 시절 기자들에게 약속한 '김치찌개 간담회'는 과연 열려나.
-윤 대통령은 올해 첫날에도 대통령실 기자실을 방문해 "올해는 김치찌개도 같이 먹으며 여러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차 약속했어. 하지만 소식은 없어. 최근 당정 갈등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소통'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인데도 말이야.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때 말고는 지금껏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어.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이러다 김치찌개가 아니라 묵은지 간담회가 되겠다"라는 목소리도 나와. 어떤 방식이든, 대통령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게 취재진의 대체적인 생각인 듯해.
-대통령실의 소통 방안 결정이 길어지고 있는 건 김 여사의 디올백 의혹에 대한 입장 표명을 어떻게 할지 방향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야. 대통령실 내에선 기자회견을 통해 분명히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쪽과, 입장 발표는 야당 공세를 키워 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뉘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
-디올백 수수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대통령실의 무대응 전략도 아쉬워. 결과적으로 뒤늦게 수습하려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까지 터져 나왔고, 김 여사 디올백 논란은 더 부각돼버렸어. 대통령실이 이번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돼.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사퇴설에 "들은 바 없다"며 일축했다. 사진은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포을 출마 후보로 김 비대위원의 손을 들어 보이는 모습. /이새롬 기자
◆기자들 피한 김경율, '쇼펜하우어'는 무슨 의미?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기자들을 피한다면서?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였어.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이 회의장을 떠나는 김 비대위원을 따라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발언과 관련해 질문하자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났지. 비대위 회의에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언급하며 "더 이상 밝혀질 게 없다"며 김 여사를 옹호하는 취지의 말을 했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 이후 의혹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몸을 낮추며 추가적인 갈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여.
-한 위원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김 여사 사과가 필요하냐는 취지의 질문에 "제가 김 여사 사과를 말한 적 없다"며 "제가 드렸던 말씀 그대로 이해해 주면 되겠다"고 했어. 앞서 한 위원장은 의혹에 대해 "몰카 공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했지.
김 비대위원의 사퇴 요구도 있다면서?
-일단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제가 그런 요구를 받은 적 없다"면서 김 비대위원의 사퇴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어.
김 비대위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쇼펜하우어'를 언급하며 눈길을 끌었다. 김 비대위원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 이후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배정한 기자
-그런데 쇼펜하우어는 왜 나온 거야?
-김 비대위원이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언급했거든. 그는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은 두 글자는 '명랑'"이라며 "난 항상 명랑하게 살고 싶은 욕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어. 또 "내가 쇼펜하우어를 말하면 내일쯤 또 쇼펜하우어는 누구에 비유한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 여러 해석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보였어.
-쇼펜하우어는 행복에 대한 철학자로 알려졌지. '인생은 고통스러운 것이다'라고도 했어. '의지'를 강조한 철학자이기도 해. 유명한 말 중에 "결국 그 의지가 하나의 우주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러한 앎에서 나와 너는 더이상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싸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이념에 대한 통찰을 통해 서로가 하나의 의지임을 알게 된다면 서로에 대해 동정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로써 서로를 구분함으로써 발생하는 욕망으로 인한 고통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라는 게 있어.
-또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 다른 환경에서 발생했지만 유사성이 있다는 주장도 했었지. 동양 철학을 서구에 소개한 철학자이기도 하고, 그의 사상도 동양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어. 어려운 얘기라 쉽게 단정지을 수가 없네. 김 비대위원은 뭘 말하고자 했을까? 궁금하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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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 낮추는 김경율, '소펜하우어' 언급 눈길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 요구' 갈등이 이틀만에 봉합됐다. 문제는 두 사람의 갈등 봉합 장소가 하필이면 화마가 삼키고 간 충남 서천특화시장이었다는 있다. 지난 23일 오후 충남 서천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해 화재현장을 둘러보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박헌우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최강 한파가 기승을 부린 이번 주,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걸음에 달려가 상인들을 위로했으나, 처참한 화재 현장에서 '화해' 장면을 연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어찌 됐든, 당시 만남을 계기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둘러싼 두 사람 간 충돌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김 여사의 사과를 촉구해 온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비유했던 것과 달리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한편 윤 대통령의 언론과 소통 방식 등을 검토하는 대통령실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오는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가 무산됐다. 본회의가 열렸던 지난 25일 여야의 합의가 끝내 불발됐기 때문이다. 본회의 직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총선을 70여 일 남긴 가운데 선거제는 확정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다수 의석 확보에 유리한 '병립형' 회귀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이 하루 만에 총선 출마 지역구를 바꿔 뒷말이 나온다.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이 지난 23일 대화 없이 현장을 떠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항의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처참한 화재 현장을 화해 무대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 이슈가 뜨거웠어.
-맞아.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공천 논란으로 촉발됐다고 하는데, 본질적으로는 김 여사 명품백 의혹 대응 문제였어. 김 위원이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계속 발언해 왔다는 점에서야. 한 위원장이 김 위원을 제지하지 않아 마찰이 생겼던 것 같아. 특히 김 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이 주된 원인으로 보였지. 아주 특수한 관계로 알려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균열에 다들 놀랐달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사이에 흐르던 냉랭한 분위기는 지난 23일 변곡점을 맞았어.
-맞아. 한 위원장은 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 도착해 윤 대통령을 기다렸어. 눈을 맞으면서 말이지. 한 위원장은 30분 후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인사했어.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 치면서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 갈등설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극적 화해에 들어간 거야. 두 사람은 함께 화재 현장을 쭉 둘러봤어. 그러고 약 20분 뒤 현장을 떠났어.
-이후 큰 소동이 발생했다면서.
-상인들이 분통을 터뜨린 광경을 직접 현장 취재하며 목격했어. 대통령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얼굴도 보지도 않고 먼저 떠났다고 울부짖었어.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상인들은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시장 '먹거리동' 건물에 있었어. 그런데 누군가가 잠시 2층에 올라가라고 했대. '그런가 보다' 하면서 2층에 올라가서 대통령을 기다렸는데 윤 대통령이 1층만 잠시 둘러보고 갔다는 거야.
-상인들은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집에도 못 가고 기다렸다고 해. 간밤에 발생한 화재로 가게까지 잃은 상황인데 이런 일까지 발생한 거지. 이날 현장에서 만난 60대 상인 송기숙 씨는 "사람을 우습게 보니까 그냥 간 거 아니냐"고 말했어. 그는 "왔으면 수고가 많다던가 말 한마디라도 하고 가는 것이 예의 아니냐. 다 불에 타서 굶어 죽게 생겼는데 위로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닌가"라고도 했어. 상인들은 애가 타서 식사도 못 하고, 물도 못 마시고 있었대. 또 다른 60대 상인도 "올라가라고 해서 (2층으로) 올라갔는데 대통령이 안 와서 내려갔더니 먼저 갔다고 하더라. 앙상한 건물 뼈대만 보러 온 건가"라며 눈물을 보였어.
-상인들의 분노가 충분히 이해되네. 화재로 삶의 터전까지 다 잃은 상황인데, 대통령이 그냥 떠났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게다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안타까운 현장을 화해 무대로 만든 셈이니까. '정치쇼'라고 비난한 야당은 말할 것도 없어. 오죽하면 보수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이 "불에 타 엉망이 돼버린 잿더미에서 무슨 화해 연극을 한다는 말인가. 어디 장소가 없어서 재난 현장을 화해의 정치연극 무대로 덧칠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제일시장을 찾아 어묵을 시식하며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尹,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과?…대통령실 "정해지지 않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한차례 맞붙었는데 대통령실 분위기는 어땠어?
-지난 23일 오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려고 이관섭 비서실장이 브리핑룸으로 내려왔어. 이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에게 '사퇴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야. 특히 여당 지도부의 거취는 당정 간 물밑에서 얘기가 오갈 수도 있겠지만 언론에 실명이 언급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야. 궁금한 게 정말 많았지.
-하지만 이 비서실장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발표를 마치자마자 브리핑룸을 빠져나갔어.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뒤로하고 말이야. 이후 윤 대통령이 방송사와 신년 대담 형식으로 당정 갈등의 핵심이었던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입장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실제 비슷한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어. 대변인실은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출입기자들의 문의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등 모호한 답변을 내놨어. 대변인실 관계자들은 "도대체 정해진 게 없는데 왜 이렇게 보도됐는지 모르겠다" "윗선에서 정한 걸 나만 모르나 싶을 정도"라는 반응도 보였어.
-이 실장도 25일 수석비서관과 핵심 참모가 참석하는 아침회의에서 "도대체 왜 이런 추측성 보도가 나오느냐"고 말했다고 해. 그리고 이날 오후 과학기술수석 인사를 발표하러 이 실장이 다시 브리핑룸에 내려왔는데, 이틀 전과 달리 곧바로 사무실로 가지 않고 기자들 질문에 답했어. 여러 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본인 선에서 정리하려는 듯했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여사 논란'을 포함해 현안에 대해 대통령과 언론과의 소통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고 여전히 확정된 건 없다고 해. 이 관계자는 "책임 없이 (기사를) 쓰는 거 같다"라며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어.
지난 1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만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이 실장은 지난 21일 점심 무렵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대통령실은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 개최가 불투명하지. 당선인 시절 기자들에게 약속한 '김치찌개 간담회'는 과연 열려나.
-윤 대통령은 올해 첫날에도 대통령실 기자실을 방문해 "올해는 김치찌개도 같이 먹으며 여러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차 약속했어. 하지만 소식은 없어. 최근 당정 갈등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소통'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인데도 말이야.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때 말고는 지금껏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어.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이러다 김치찌개가 아니라 묵은지 간담회가 되겠다"라는 목소리도 나와. 어떤 방식이든, 대통령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게 취재진의 대체적인 생각인 듯해.
-대통령실의 소통 방안 결정이 길어지고 있는 건 김 여사의 디올백 의혹에 대한 입장 표명을 어떻게 할지 방향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야. 대통령실 내에선 기자회견을 통해 분명히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쪽과, 입장 발표는 야당 공세를 키워 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뉘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
-디올백 수수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대통령실의 무대응 전략도 아쉬워. 결과적으로 뒤늦게 수습하려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까지 터져 나왔고, 김 여사 디올백 논란은 더 부각돼버렸어. 대통령실이 이번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돼.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사퇴설에 "들은 바 없다"며 일축했다. 사진은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포을 출마 후보로 김 비대위원의 손을 들어 보이는 모습. /이새롬 기자
◆기자들 피한 김경율, '쇼펜하우어'는 무슨 의미?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기자들을 피한다면서?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였어.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이 회의장을 떠나는 김 비대위원을 따라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발언과 관련해 질문하자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났지. 비대위 회의에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언급하며 "더 이상 밝혀질 게 없다"며 김 여사를 옹호하는 취지의 말을 했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 이후 의혹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몸을 낮추며 추가적인 갈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여.
-한 위원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김 여사 사과가 필요하냐는 취지의 질문에 "제가 김 여사 사과를 말한 적 없다"며 "제가 드렸던 말씀 그대로 이해해 주면 되겠다"고 했어. 앞서 한 위원장은 의혹에 대해 "몰카 공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했지.
김 비대위원의 사퇴 요구도 있다면서?
-일단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제가 그런 요구를 받은 적 없다"면서 김 비대위원의 사퇴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어.
김 비대위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쇼펜하우어'를 언급하며 눈길을 끌었다. 김 비대위원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 이후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배정한 기자
-그런데 쇼펜하우어는 왜 나온 거야?
-김 비대위원이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언급했거든. 그는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은 두 글자는 '명랑'"이라며 "난 항상 명랑하게 살고 싶은 욕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어. 또 "내가 쇼펜하우어를 말하면 내일쯤 또 쇼펜하우어는 누구에 비유한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 여러 해석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보였어.
-쇼펜하우어는 행복에 대한 철학자로 알려졌지. '인생은 고통스러운 것이다'라고도 했어. '의지'를 강조한 철학자이기도 해. 유명한 말 중에 "결국 그 의지가 하나의 우주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러한 앎에서 나와 너는 더이상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싸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이념에 대한 통찰을 통해 서로가 하나의 의지임을 알게 된다면 서로에 대해 동정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로써 서로를 구분함으로써 발생하는 욕망으로 인한 고통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라는 게 있어.
-또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 다른 환경에서 발생했지만 유사성이 있다는 주장도 했었지. 동양 철학을 서구에 소개한 철학자이기도 하고, 그의 사상도 동양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어. 어려운 얘기라 쉽게 단정지을 수가 없네. 김 비대위원은 뭘 말하고자 했을까? 궁금하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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