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49재’ 25년… “사람도 동물도 모두 귀해”
자유인291
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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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6 17:06
현종스님과 현덕사의 마스코트 흰둥이가 서로를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는 모습. 담앤북스 제공
■ ‘억지로라도 쉬어가라’펴낸
강원 현덕사 주지 현종스님
“어린시절 제비 죽게 한 기억
죄책감 덜기 위해 시작했죠
처음엔 ‘왜 그런걸 하냐’핀잔
이젠 방문객 신기해하며 위로”
“이른 아침 새가 짹짹대지 않는 숲은 인간도 살 수 없는 곳이란 걸 알아야 해요. 우리는 홀로 사는 게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선 동물도 사람도 똑같이 귀해요.”
강원 강릉 산자락에 자리 잡은 현덕사 대웅전엔 ‘망(亡) 애견 ○○○ 영가’라고 쓰인 위패가 놓여 있다. 현종 스님은 이 앞에 서서 마음을 다해 극락왕생을 비는 천도재를 지낸다. 평생을 함께한 반려묘, 신약연구에 쓰인 실험용 쥐까지 대상이 되는 동물도 다양하다. 현종 스님은 지난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도 고양이도 지구에서 같이 살아가는 식구니 무지개 다리를 건넌 영혼을 위로해주려 내가 49일간 데리고 있는 것”이라며 천도재 대상을 사람에서 동물까지 넓힌 이유를 설명했다.
현덕사 주지인 현종 스님은 1999년 절을 창건할 당시부터 동물 49재와 천도재를 지내 왔다. 반려인구가 늘어나고 동물권이 조명되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동물 장례의 원조 격이다. 최근 20여 년간 동물 천도재를 지내면서 느낀 소회와 사연을 담은 산문집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를 펴낸 현종 스님은 “일파자동만파수(一波自動萬波隨·하나의 파도가 일면 저절로 만 가지 파도가 일어남)라 하지 않느냐”며 “요즘 절부터 교회까지 동물들의 명복을 빌어준다는데 동물을 사랑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것 같다. 그 시발점이 현덕사인 점에 자부심도 느낀다”고 했다.
동물 천도재는 속세에 있을 때 생긴 죄책감을 덜기 위해 시작했다. 어린 시절 제비를 괴롭혀 죽게 만든 기억에서 편해지기 위해 나름의 명복을 빌었다. 현종 스님은 “처음엔 절을 찾는 불자들이 ‘스님, 왜 그런 걸 하십니까’라며 탐탁지 않은 반응이 많았다”면서 “나중에 점점 알려지니 전국에서 천도재를 지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제는 템플스테이를 오는 사람들도 신기해하며 함께 위로를 받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람에게 향하던 사랑의 감정을 동물로 넓히면서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현종 스님은 최근 흰둥이와 함께 사찰의 마스코트인 현덕이와 이별했을 당시의 감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목줄이 풀린 이웃 개에 물려 세상을 떠났는데, 현종 스님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면서 “처음엔 똑같이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도 용서하고 잘 보내줘야겠단 생각에 직접 49재를 올리며 천도재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종 스님은 책을 통해 동물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여러 불자들과 만나며 얻은 삶의 지혜에 대해서도 나누고 싶단 뜻을 내비쳤다. 현종 스님은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빠르게만 살다 보니 금세 지치기 마련”이라며 “더 멀리 오래 가려면 천천히 가야 한다.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는 제목이 이런 뜻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인색하지 말고, 책을 많이 읽고, 종교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단 스스로를 믿고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면 좋겠다”고 했다.
■ ‘억지로라도 쉬어가라’펴낸
강원 현덕사 주지 현종스님
“어린시절 제비 죽게 한 기억
죄책감 덜기 위해 시작했죠
처음엔 ‘왜 그런걸 하냐’핀잔
이젠 방문객 신기해하며 위로”
“이른 아침 새가 짹짹대지 않는 숲은 인간도 살 수 없는 곳이란 걸 알아야 해요. 우리는 홀로 사는 게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선 동물도 사람도 똑같이 귀해요.”
강원 강릉 산자락에 자리 잡은 현덕사 대웅전엔 ‘망(亡) 애견 ○○○ 영가’라고 쓰인 위패가 놓여 있다. 현종 스님은 이 앞에 서서 마음을 다해 극락왕생을 비는 천도재를 지낸다. 평생을 함께한 반려묘, 신약연구에 쓰인 실험용 쥐까지 대상이 되는 동물도 다양하다. 현종 스님은 지난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도 고양이도 지구에서 같이 살아가는 식구니 무지개 다리를 건넌 영혼을 위로해주려 내가 49일간 데리고 있는 것”이라며 천도재 대상을 사람에서 동물까지 넓힌 이유를 설명했다.
현덕사 주지인 현종 스님은 1999년 절을 창건할 당시부터 동물 49재와 천도재를 지내 왔다. 반려인구가 늘어나고 동물권이 조명되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동물 장례의 원조 격이다. 최근 20여 년간 동물 천도재를 지내면서 느낀 소회와 사연을 담은 산문집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를 펴낸 현종 스님은 “일파자동만파수(一波自動萬波隨·하나의 파도가 일면 저절로 만 가지 파도가 일어남)라 하지 않느냐”며 “요즘 절부터 교회까지 동물들의 명복을 빌어준다는데 동물을 사랑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것 같다. 그 시발점이 현덕사인 점에 자부심도 느낀다”고 했다.
동물 천도재는 속세에 있을 때 생긴 죄책감을 덜기 위해 시작했다. 어린 시절 제비를 괴롭혀 죽게 만든 기억에서 편해지기 위해 나름의 명복을 빌었다. 현종 스님은 “처음엔 절을 찾는 불자들이 ‘스님, 왜 그런 걸 하십니까’라며 탐탁지 않은 반응이 많았다”면서 “나중에 점점 알려지니 전국에서 천도재를 지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제는 템플스테이를 오는 사람들도 신기해하며 함께 위로를 받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람에게 향하던 사랑의 감정을 동물로 넓히면서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현종 스님은 최근 흰둥이와 함께 사찰의 마스코트인 현덕이와 이별했을 당시의 감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목줄이 풀린 이웃 개에 물려 세상을 떠났는데, 현종 스님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면서 “처음엔 똑같이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도 용서하고 잘 보내줘야겠단 생각에 직접 49재를 올리며 천도재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종 스님은 책을 통해 동물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여러 불자들과 만나며 얻은 삶의 지혜에 대해서도 나누고 싶단 뜻을 내비쳤다. 현종 스님은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빠르게만 살다 보니 금세 지치기 마련”이라며 “더 멀리 오래 가려면 천천히 가야 한다.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는 제목이 이런 뜻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인색하지 말고, 책을 많이 읽고, 종교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단 스스로를 믿고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