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불안 요기요]③ 공정위 시정 명령에도 배달원 대상 불공정 관행 여전
자유인144
IT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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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6 17:31
요기요는 GS리테일과 사모펀드로 구성된 CDPI 컨소시엄에 인수되던 즈음인 2021년 8월 배달 음식 파손 문제에 관한 책임을 외식업주와 배달원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요기요는 공정위 시정명령에 따라 이용약관을 변경했다.
26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배달 노동 현장에서는 요기요의 손해배상 책임 전가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4년째 배달원으로 일하는 A 씨는 2023년 말 요기요 앱을 통해 들어온 음식 주문 배달을 수행한 뒤 음식 값 2만500원을 모두 물어줬다. 그날 A 씨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이륜차가 아닌 도보로 국물 음식을 배달했다. 배송 완료 뒤 요기요 측에서 A씨 귀책으로 국물이 샜으니 배상하고 회수하라는 연락이 왔다. A 씨는 외식업장에서 비닐랩으로 용기를 감싸지 않고 뚜껑을 닫은 용기불량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비닐랩 포장되지 않은 상태를 사진 촬영해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외식업장은 음식을 훼손한 전적이 없기 때문에 배달원 책임이 맞다는 요기요의 답변을 받았다.
A 씨는 "매장에서 포장을 잘못해 음식이 훼손되는 사례도 많은데, 요기요는 기존에 훼손한 적이 없는 매장이라며 라이더 귀책으로 못박아 불합리하게 느꼈다"며 "경쟁 배달앱 회사들은 이런 사례에서 라이더가 포장 불량 상태 등 사진을 제시하고 정확히 말하면 일방적으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판단하지 않는데 유독 요기요만 라이더 책임으로 보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요기요는 파손 배달을 방지하기 위해 배달원에게 외식업장에서 음식을 받을 때 포장상태를 확인하고, 미흡하면 추가 포장을 요청하라고 안내한다. 이를 두고 배달원들은 제한된 배달 시간을 맞추기 위해 쫓기듯 일할 때가 많아 사실상 확인하기 어렵고, 동여맨 포장 비닐봉투를 일일이 뜯어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배달 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2022년 7월 '요기요의 불합리한 음식값 차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포장 불량으로 인한 파손 배달 책임을 배달원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요기요는 이러한 사례에 관해 공정위로부터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으라는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2021년8월18일 배달앱 배달의민족·요기요의 소비자·음식업주 이용약관을 심사해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도록 했다. 소비자 이용약관 시정 명령 중 '배달문제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업자(배달앱)가 책임을 지지 않는 조항', '손해배상의 방식·액수 등을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정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공정위 시정명령에 따라 요기요는 2021년8월21일 이용약관 일부를 변경했다. 요기요는 배달문제로 발생한 손해에 관한 이용약관 제16조에 '배송 지연시 요기요의 귀책사유에 따른 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손해배상에 관한 제30조는 '이용자가 가맹점에서 구매한 재화와 관련한 일체의 책임이 가맹점에게 있다'에서 '요기요의 귀책 사유가 없는 한 일체의 책임이 가맹점에게 있다'로 개정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2021년 당시 개정 전 이용약관 때문에 A 씨 사례처럼 배달 노동자가 자신이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손해배상까지 책임진 사례가 반복됐다. 약관이 개정된 뒤에도 실질적인 배달 현장 개선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공정위 권고에 따라 책임 소지를 합리적으로 살핀다는 내용이 들어갔지만, 약관에 따른 운영을 실제로 얼마나 공정하게 하는지가 관건이라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요기요 측은 공정위 시정명령에 따라 약관을 개정하고, 실제 현장에 개정안이 적용되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요기요 측은 "외식업장과 배달원에게 관련 교육을 충분히 제공하고, 배달원이 음식 픽업·배송 완료 시 사진 촬영하고 포장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 문제가 생겼을 때 배달원에게 무작정 잘못을 묻지 않으며, 소비자에게 요기요가 먼저 음식 값을 배상한 뒤 배달원과 외식업장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 책임 소지를 가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