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암행어사, 장범준의 NFT 티켓…암표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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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9 15:32
지난 한 해만 암표 4244건 신고
나날이 진화하는 암표 거래 수법
장범준·아이유 등은 직접 나서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클래식계의 아이돌’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의 취임 연주회(1월 24~25일). R석 기준 15만원이었던 공연은 1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1만7000명이 몰린 시민 무료 추첨 티켓 경쟁률은 무려 340대 1. 공연 전까지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암표’였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엔 최저 2배인 30만원부터 10배에 달하는 15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은 암표들이 기승을 부렸다.
지금 공연계는 매일이 ‘암표 전쟁’이다. K-팝은 물론 클래식, 뮤지컬, 연극까지 구매 가능한 모든 티켓에 ‘암표상’이 붙었다. 이제 2~3배 가격이 뛰는 것은 귀여운 수준이다. 10만원 대의 티켓은 수백만원 대로 훌쩍 뛰어오른다. 관객들이 치열한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을 시도해도 표를 구하지 못하고, 공연 주최 측은 ‘예매 취소’와 같이 초강수로 대응하나 뿌리를 뽑기는 어렵다.
이종현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회장은 “리셀(재판매)하던 사람들이 전부 암표 시장에 들어왔다”며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로 암표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디어를 통해 암표 거래 가격이 공개되면 더 많은 사람이 뛰어드는 등 사실상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표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신고된 공연 암표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44건으로 무려 11.8배나 늘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2023년 공연 티켓 예매를 한 전국 남녀 57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19~29세 32.8%가 “암표 구매 경험이 있다”(한국리서치 조사)고 답했다.
공연계에선 올해야말로 ‘암표와의 전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하는 해라고 입을 모은다. 관객, 아티스트, 기획사 중 누구도 원치 않는 암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사회악이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국회에선 암표상 처벌 규정을 신설, 오는 3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 즉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판매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해외와 달리 처벌 수위가 약해 범죄 억제력이 없다고 본다. 이종현 회장은 “매크로는 암표 시장에 들어온 사람의 10~20%밖에 안 된다”며 “‘부정 판매’라는 문구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에 암표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유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로 대만에선 암표를 거래할 경우 판매 여부와 무관하게 티켓 가격의 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하고, 브라질에선 4년 징역형이나 티켓 가격의 100배에 달하는 벌금을 낸다. 일본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낸다.
백세희 DKL 파트너스 법률연구소 변호사는 “개정 공연법은 매크로 사용과 상습성, 영업성 등이 처벌 요건에 포함된다”며 “그에 해당하지 않은 경우는 처벌 공백 상태이고, 회색지대다. 처벌 수위가 약하든 강하든 암표 판매 자체를 불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날이 갈수록 조직화, 기업화된 암표상이 기승을 부리는 통에 가수, 공연사들도 직접 두 팔을 걷었다.
가수 장범준은 최근 2년 만에 열리는 소극장 공연이 정가(5만 5000원)의 3배가 넘는 암표로 팔리자, 기존 예매분을 전량 취소했다. 이후 현대카드와 함께 추첨제와 NFT(대체불가능토큰) 티켓을 도입, 암표를 차단하는 방법을 실험한다. 국내에선 첫 시도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NFT 티켓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매크로와 양도(재거래)를 차단하고 추첨제 방식으로 티켓을 구매하게 한다. 본인 인증된 이용자에 한해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한 NFT 티켓은 재판매할 수 없다. 웹사이트에서 이용하는 매크로의 접근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화된 암표상이 매크로를 돌려 다량의 표를 확보한 뒤 고가에 재판매하는 방식을 막기 위한 것이다.
장범준과 현대카드가 시도하는 방식은 최근 들어 진화하는 암표 거래 수법을 촘촘히 거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앱 회원가입 시 CI(본인인증) 검증으로 복수 계정을 활용한 어뷰징(의도적 조작)을 막았다. 암표 구매는 물론 거래 방식에도 제동을 걸었다. 공연장에서 본인 확인 절차가 필수가 된 현재, 암표상들은 티켓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티켓 구매 계정까지 통으로 넘긴다. 이에 NFT 티켓은 구매 계정을 양도, 다른 기기에서 로그인하는 시도에 대해 추가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유튜브 채널 '장범준' 캡처
현대카드는 지난해 6월 팝스타 브루노마스 내한공연 당시 기승을 부린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FT 티켓을 개발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브루노 마스 공연을 계기로 우리가 직접 나무 위에 올라가 사과를 따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암표를 막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확대하는 일은 이제 현대카드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됐다”고 밝혔다.
사후 조치도 강화하는 추세다. 티켓팅에만 8만 명이 몰리며 ‘예매 혈투’를 벌여야 하는 가수 아이유는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했다. 팬들이 직접 암행어사가 돼 암표 거래상들을 신고하며, 포상으로 취소 티켓을 주는 방식이다. 티켓 예매를 시작하면 암표상으로 인해 공연 관람 기회를 박탈당한 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속사 이담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암표 매매에 가담했다면 팬일지라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아이유 측은 부정 티켓 예매 12건을 저지른 사람들을 팬클럽에서 제명했다.
나날이 진화하는 암표 거래 수법
장범준·아이유 등은 직접 나서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클래식계의 아이돌’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의 취임 연주회(1월 24~25일). R석 기준 15만원이었던 공연은 1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1만7000명이 몰린 시민 무료 추첨 티켓 경쟁률은 무려 340대 1. 공연 전까지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한 것은 ‘암표’였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엔 최저 2배인 30만원부터 10배에 달하는 15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은 암표들이 기승을 부렸다.
지금 공연계는 매일이 ‘암표 전쟁’이다. K-팝은 물론 클래식, 뮤지컬, 연극까지 구매 가능한 모든 티켓에 ‘암표상’이 붙었다. 이제 2~3배 가격이 뛰는 것은 귀여운 수준이다. 10만원 대의 티켓은 수백만원 대로 훌쩍 뛰어오른다. 관객들이 치열한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을 시도해도 표를 구하지 못하고, 공연 주최 측은 ‘예매 취소’와 같이 초강수로 대응하나 뿌리를 뽑기는 어렵다.
이종현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회장은 “리셀(재판매)하던 사람들이 전부 암표 시장에 들어왔다”며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로 암표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디어를 통해 암표 거래 가격이 공개되면 더 많은 사람이 뛰어드는 등 사실상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표 피해 2년새 12배 급증…처벌규정 신설돼도 근절 어려워
암표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신고된 공연 암표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44건으로 무려 11.8배나 늘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2023년 공연 티켓 예매를 한 전국 남녀 57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19~29세 32.8%가 “암표 구매 경험이 있다”(한국리서치 조사)고 답했다.
공연계에선 올해야말로 ‘암표와의 전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하는 해라고 입을 모은다. 관객, 아티스트, 기획사 중 누구도 원치 않는 암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사회악이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국회에선 암표상 처벌 규정을 신설, 오는 3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 즉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판매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해외와 달리 처벌 수위가 약해 범죄 억제력이 없다고 본다. 이종현 회장은 “매크로는 암표 시장에 들어온 사람의 10~20%밖에 안 된다”며 “‘부정 판매’라는 문구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에 암표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유 [이담 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로 대만에선 암표를 거래할 경우 판매 여부와 무관하게 티켓 가격의 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하고, 브라질에선 4년 징역형이나 티켓 가격의 100배에 달하는 벌금을 낸다. 일본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낸다.
백세희 DKL 파트너스 법률연구소 변호사는 “개정 공연법은 매크로 사용과 상습성, 영업성 등이 처벌 요건에 포함된다”며 “그에 해당하지 않은 경우는 처벌 공백 상태이고, 회색지대다. 처벌 수위가 약하든 강하든 암표 판매 자체를 불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유·장범준 등 가수들도 암표 근절에 직접 나서
날이 갈수록 조직화, 기업화된 암표상이 기승을 부리는 통에 가수, 공연사들도 직접 두 팔을 걷었다.
가수 장범준은 최근 2년 만에 열리는 소극장 공연이 정가(5만 5000원)의 3배가 넘는 암표로 팔리자, 기존 예매분을 전량 취소했다. 이후 현대카드와 함께 추첨제와 NFT(대체불가능토큰) 티켓을 도입, 암표를 차단하는 방법을 실험한다. 국내에선 첫 시도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NFT 티켓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매크로와 양도(재거래)를 차단하고 추첨제 방식으로 티켓을 구매하게 한다. 본인 인증된 이용자에 한해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한 NFT 티켓은 재판매할 수 없다. 웹사이트에서 이용하는 매크로의 접근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화된 암표상이 매크로를 돌려 다량의 표를 확보한 뒤 고가에 재판매하는 방식을 막기 위한 것이다.
장범준과 현대카드가 시도하는 방식은 최근 들어 진화하는 암표 거래 수법을 촘촘히 거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앱 회원가입 시 CI(본인인증) 검증으로 복수 계정을 활용한 어뷰징(의도적 조작)을 막았다. 암표 구매는 물론 거래 방식에도 제동을 걸었다. 공연장에서 본인 확인 절차가 필수가 된 현재, 암표상들은 티켓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티켓 구매 계정까지 통으로 넘긴다. 이에 NFT 티켓은 구매 계정을 양도, 다른 기기에서 로그인하는 시도에 대해 추가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유튜브 채널 '장범준' 캡처
현대카드는 지난해 6월 팝스타 브루노마스 내한공연 당시 기승을 부린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FT 티켓을 개발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브루노 마스 공연을 계기로 우리가 직접 나무 위에 올라가 사과를 따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암표를 막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확대하는 일은 이제 현대카드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됐다”고 밝혔다.
사후 조치도 강화하는 추세다. 티켓팅에만 8만 명이 몰리며 ‘예매 혈투’를 벌여야 하는 가수 아이유는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했다. 팬들이 직접 암행어사가 돼 암표 거래상들을 신고하며, 포상으로 취소 티켓을 주는 방식이다. 티켓 예매를 시작하면 암표상으로 인해 공연 관람 기회를 박탈당한 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속사 이담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암표 매매에 가담했다면 팬일지라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아이유 측은 부정 티켓 예매 12건을 저지른 사람들을 팬클럽에서 제명했다.